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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용사 이디스
작가 : 앵스티
작품등록일 : 2017.10.30

[마왕딸(?)여주/황제아들(?)여주/남장여주/용사여주/기사여주/걸크러쉬/예쁘고 잘생기고 조신하고 참한(?) 남주들 다수 대기중(??)]

마왕의 손에 키워졌었지만 아르딘 제국의 삼황자이자 제국 제일가는 기사이자 마족에게서 세상을 구할 용사인 이디스의 꿈은 세계평화가 아닌 운명적 사랑!

그녀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표지는 @HSCOMMI ‏님께서 커미션으로 그려 주셨습니다! *^//^*

 
예쁜 쓰레기
작성일 : 17-11-05 11:24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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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디스는 생각보다 얌전한 칼리온의 반응에 의아해 했다.

 

 “혀, 형님. 혹시 어디 아픈 데라도? 저 좋은 약 많은데 좀 발라 드릴까요?”

 

 그녀는 자신이 왕복따귀 몇 번 정도는 맞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칼리온은 아주 살벌한 표정으로 이디스의 뺨을 딱 한 대 때렸을 뿐, 더 반응이 없었다. 정말로 이상했다. 뭐 때문에 화가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분위기라면 손바닥이 아니라 주먹이 날아올 법도 했는데.

 

 칼리온은 제 안의 화를 삭이듯 몇 번이고 심호흡을 거듭했다. 언제 봐도 외모만은 참 그럴싸해서, 이디스는 그 틈에 기쁜 마음으로 그를 구경했다.

 

 ‘말하는 꼬라지도 행동하는 꼬라지도 다 개판이면 저렇게 상판대기라도 볼만해야지. 아암.’

 

 역시 신은 공평했다.

 

 뺨을 맞고도 안 맞은 양 화나거나 억울한 기색 하나 없이 살갑게 굴 수 있는 이디스였지만 맞은 뺨이 빨갛게 붓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심호흡을 마친 칼리온이 혀를 쯔쯔 차며 그 볼을 쓰다듬었다. 아야야 하며 이디스가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채찍질을 호되게 당한 등짝이 아파 죽을 것 같아서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잘못 움직였다가는 그대로 앞으로든 옆으로든 아니면 뒤로든 픽 쓰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멍청한 것. 바르는 약은 너나 처발라야지 않겠느냐. 어디 뭐가 있는지 한 번 가져와 봐라. 시원찮은 것이면 다 갖다 버릴 것이다.”

 

 칼리온은 자신이 앉을 곳을 찾다가, 마음에 드는 게 없었던지 혀를 또 쯧 찼다. 손닿는 곳에 있는 연고가 없어서 이디스는 그의 눈치를 살살 보다가 헤실헤실 웃어 보였다.

 

 “칼리온 형님 제가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들어 주실 거지요? 하나뿐인 동생의 소원인데요.”

 “또 무슨 멍청한 소릴 하려 그러느냐.”

 

 저건 일단 말이나 해 보라는 소리였다.

 

 “조오기 서랍을 열면 연고가 참 많습니다. 먹는 약도 많고.”

 “지금 내게 그깟 심부름을 시키겠다고? 이게 정말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저는 지금 아파서 이렇게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게 최선인 걸요, 형님.”

 

 칼리온의 매서운 눈매가 이디스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꼼꼼히 살폈다. 그녀는 일부러 더 아파 보이기 위해, 불쌍해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 썼다. 사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그녀는 충분히 힘들어 보였다.

 

 어깨는 체형 보정용 뽕이 사라져서 안 그래도 평소보다 왜소해졌다. 그나마도 붕대로 매 놓지 않은 가슴이 혹시라도 눈에 띌까 걱정돼 구부정히 앉아 있다 보니 더 그래 보였다. 그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앓은 탓에 눈가는 퍼석하고 피부도 군데군데 잡티가 생겨 있었다. 흰 각질이 말라붙은 입술은 중간중간 갈라져 붉은 피딱지가 붙어 있었다. 저 입술 이상으로 크게 갈라져 있을 등 쪽은 과연 어떤 몰골일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메리나의 극진한 간호로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칼리온은 굳이 흉한 걸 찾아다 보는 취미는 없었다. 끔찍한 꼴일 게 뻔한 이디스의 등 따위 당연히 그의 관심 밖이었다. 그래도 꼴에 정이 들긴 들었는지 가슴 한편이 조금 찌릿해졌다. 칼리온이 쯔쯔쯔 혀를 차며 못 이기는 척 이디스가 가리키는 서랍을 열었다.

 

 “신관이 이딴 걸 줬을 리는 없고. 황실 의원도 이렇게 싸구려 약은 잘 취급 안 하는데…… 설마 몰롤 영애가 이걸 쓰라 했느냐?”

 

 바르는 것이든 먹는 것이든 죄다 싸구려만 즐비했다. 칼리온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들의 죄다 바닥에 쏟아 버렸다. 이디스가 내심 통쾌해 하며 대답했다.

 

 “바로 그 황실 의원이 주고 갔습니다. 걱정 마세요. 쓰는 건 메리나가 몰롤 백작가에서 가져온 것만 썼습니다. 저도 눈이 있는데 설마 그 상처에 닿기만 해도 아파 죽을 게 뻔한 걸 갖다 발랐겠어요?”

 “흥. 그래봤자 백작가는 백작가지. 황실에서 쓰는 물건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랄 게 뻔해. 나중에 하녀에게 시켜서 쓸 만한 걸 보낼 테니 그거나 발라라.”

 “네, 감사합니다, 칼리온 형님.”

 

 어째 오늘따라 예쁜 짓을 참 많이도 하는 칼리온이었다.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길고 예쁜, 고생을 모르는 손가락이 바닥에 버려진 연고들 중 하나를 골라 들었다. 칼리온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뚜껑을 열고는 냄새를 맡았다. 표정이 더 안 좋아졌지만 그걸 바닥에 도로 던져 버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통 안쪽을 제 손가락으로 휘휘 젓고 있었다. 그가 연고를 바르기 좋게 녹이고 섞으며 이디스 쪽으로 다가왔다.

 

 “윽.”

 

 부담의 극치였다. 요령 없이 질척한 연고를 최대한 많이 묻힌 칼리온의 손가락을 피해 이디스의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등과 허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무시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지만 그녀는 그 이상으로 이 상황이, 저 손가락이, 칼리온이 부담스러웠다. 차라리 뺨을 한 대 더 맞고 싶었다.

 

 칼리온은 포기하지 않고 더 다가왔다.

 

 “대라.”

 “혀, 형님께서 절 많이 사랑하시는 건 알고 있지만 이건 좀. 좀. 좀.”

 

 더 몸을 물렸다가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버리게 될 것 같았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웃는 얼굴만은 유지한 채 이디스가 필사적으로 칼리온을 말렸다.

 

 말린다고 말려질 칼리온이 아니었다.

 

 “내게 일언반구도 없이 철부지 어린애처럼 하고 황궁 밖을 드나든 죗값이려니 하고 대. 아주 크게 화를 내려고 했는데 네 꼴이 너무도 비루해서 관대히 넘어가 주려는 거다.”

 “그것 때문에 그리 화가 나셨던 겁니까?”

 “그깟 일이라는 듯이 말하는구나. 그 소식을 듣고 내가 얼마나 서운해 했는지, 화를 냈는지 들은 바가 없느냐?”

 

 없었다.

 

 버틸 만큼 버티던 몸이 그대로 무너졌다. 침대가 크게 다친 그녀의 등을 받아내 줬다. 그리 좋은 침대는 아닌지라 작게 퍽 소리가 났다. 아으으으, 잔뜩 긴장돼 있던 몸이 확 풀리면서 절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등 부근이 따끔하더니 묘하게 뜨끈해졌다. 상처가 터진 걸까?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디스는 살짝 가빠진 숨을 가다듬으며 어떻게 해야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칼리온을 내쫓을 수 있을지 궁리했다.

 

 칼리온이 보기 드물게 온화한 표정으로 생긋 웃었다. 지금 이 상황이 퍽이나 마음에 드는 눈초리였다. 그는 침대가에 앉더니 손수 이디스의 뺨에 연고를 처덕처덕 발라주기 시작했다. 역시나 이디스의 예상대로 서툴기 짝이 없는 손길이었다. 연고가 옆으로 줄줄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불평할 수는 없었다.

 

 “시종 하나가 죽고 하녀는… 몇이 죽었더라. 아니다, 살았나? 기억이 없군.”

 “…….”

 

 그는 남는 연고가 없도록 듬뿍, 아주 듬뿍, 붓고 있는 뺨 위로 몇 번이고 덧발랐다. 무색무취의 연고일 텐데 어디선가 따뜻한 냄새가 맡아졌다. 잘 말린 침구류에서 나는 햇살 냄새인가 했던 그것은 의외로 이디스의 몸에서 나고 있었다. 처음엔 허구한 날 볕 아래서 칼만 휘둘러서 이런 냄새가 나는 건가 했다. 다시 맡아 보니 황궁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냄새가 꼭 이랬지 싶었다.

 

 숨을 깊이 들이쉬며 칼리온이 나른하게 말했다.

 

 “그래도 이번엔 시녀는 털끝 하나 안 건드렸단다. 어차피 내 시녀들은 누구 하나 내 곁에 붙어 있는 이가 없긴 하지만.”

 

 칼리온에게 시녀는 귀족이고 시종과 하녀들은 귀족의 피가 조금 섞인 평민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이라 하면 자신이 막 대해도 되는 것들이라는 거고, 차이점이라 하면 시녀는 죽이면 귀찮아지지만 나머지는 죽든 말든 별 문제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디스에겐 그들 모두가 사람이었지만.

 

 이디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이 자리가 누울 자리인지, 누웠다간 그대로 관짝 덮을 자리인지 가늠이 가질 않았다.

 

 그녀가 침이나 꼴딱꼴딱 삼키는 사이에 칼리온의 손이 저리 치워졌다. 칼리온의 손길이 닿았던 한쪽 볼이 묘하게 따뜻하고 또 저렸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이디스는 끈적끈적할 게 분명한 볼을 뭔가로 닦아내고 싶었지만 칼리온이 하도 흐뭇한 표정으로 그곳을 보고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이것도 저것도, 하고픈 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속이 콱 막혀 왔다.

 

 ‘일단 지금은 기분 참 좋아 보이니까 한 마디 정도는 더 던져도 되지 않을까?’

 

 이디스가 칼리온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뭘 그리 고민하느냐?”

 “고민하는 게 아니고, 잘생긴 얼굴 구경이나 좀 했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서요.”

 “오랜만인 걸 알면 좀 자주 찾아오거라.”

 

 자주는 개뿔. 마음 같아서는 평생 안 보고만 싶은 얼굴이었다. 필요에 의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환자잖습니까 환자. 그래도 이리 형님께서 찾아와 주시니 좋네요. 환자 노릇도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영원히 침대에 자리보전하고 눕는 수가 있단다.”

 “오늘 하루만 좀 봐 주세요 형님. 하나뿐인 동생이지 않습니까.”

 

 이디스가 베시시 웃어 보였다. 그 속내가 무엇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칼리온이 허탈한 웃음소리와 함께 침대 가장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적한 바는 다 이루었으니 이제 가 볼 시간이었다.

 

 갈색 머리통이 침대에서 살짝 올라왔다. 그 밖으로 아예 나오지는 않고, 이디스는 그렇게 고개만 빼꼼 들어올린 채 살랑살랑 손을 흔들어 칼리온을 배웅했다.

 

 직접 문을 여닫으면서, 칼리온은 이디스의 뺨에 닿았던 손가락이 묘하게 저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조금 뜨거워지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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