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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래를 보는 소년
작가 : 율룰루루
작품등록일 : 2017.10.30

어느날 미래래를 보는 능력을 얻게된 루크, 의문의 사람들에게 쫒기게 된다.

 
은시계2
작성일 : 17-11-05 00:18     조회 : 284     추천 : 1     분량 : 1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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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소파에 누워있는 데 나가기 싫단 말이야....."

 

  레논이 말했다.

 

  굳이 레논이 자기 입으로 본인 상태를 설명하지 않아도 안은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매사 의욕도 없이 축쳐지는 데다가 느릿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가 하는 행동이라면 그녀의 손바닥 안이었다. 분명 지금 즈음 소파에 누워있는 중일 게 뻔했다.

 

  안은 종료 버튼을 눌렀다. 세리에게 은시계를 꺼내라고 명령했다. 말 지지리도 안 듣는 아들 혼내러 가는 표정이었다.

 

  안과 세리는 동시에 시계 오른 쪽 테두리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들은 2233년 8월 6일로 사라졌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사무적인 느낌이 물신 나는 방이었다. 안은 방문을 활짝 열고 건너 방으로 갔다. 걸음 한 번에 화가 담긴 게 드러날 만큼 발소리가 크고 빨랐다.

 

  "뭐, 귀찮아? 시공간이 다르면 내가 못 올 줄 알았냐!"

 

  안이 레논의 양쪽 귀불을 잡아당기려 했다.

 

  "귀찮은 걸? 그리고 저기 봐봐."

 

  레논은 한 쪽 벽 전체를 감싸고 있는 스크린을 가리켰다. 스크린 위 붉은 신호가 델라피 백화점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이거 언제부터 울렸어?"

 

  "저거 울리고 나서 너 온지 몇 분 안 돼."

 

  레논이 고개를 삐죽 내밀어 안을 쳐다보았다.

 

  단 몇 분 차이 때문이라면 저 붉은 빛은 소년이라는 증거나 마찬가지다.

 

  "너 진짜 죽었어, 내가 안 왔으면 저 신호 무시하려고 했냐! 도망자 여기로 왔으면 바로 얘기하라 그랬지, 응? 입 한 번 여는 것도 귀찮아? 고추씨로 눈 마사지 받고 싶지?"

 

  "그래서 유하 시켰어. 델라피 백화점으로 가라고."

 

  "미친 새끼야. 여기서 델라피 백화점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기나 해?!"

 

  안이 레논의 옷깃을 잡아 올렸다. 그녀는 자신의 팔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였다.

 

  "아...진짜! 여기서 거기까지 족히 4시간이야. 그 안에 도망치면 어떡할래!"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후린에게 말했어. 하-암, 졸려."

 

  그제야 안은 후린이 안 보인다는 걸 알아차렸다. 후린이라면 확실하게 뒷일을 맡길 수 있는 동료였다. 그의 성격상 하나라도 수상한 점이 있으면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래서? 걘 지금 뭐하는데?"

 

  "아마 유하랑은 반대 방향으로 가서 퇴로를 막는 다고 했던 것 같은데?"

 

  "걔 부하들은?"

 

  "나야 모르지."

 

  “야....... 개새끼야? 물어봤어야지! 지옥 불에다 쑤셔 박을 놈-진짜!”

 

  안은 속에서 열불이 났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다른 팀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같은 시간 관리자인데 자기 식구들에 대해 모르는 거야? 뭐 사람이 신은 아니니까 모든 걸 다 통솔 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건 문제 자체가 달랐다. 입사 초기 때부터 줄기차게 봐온 레논이었지만 안은 그를 한 번도 제대로 이해해 본 적이 없었다. 호기심이 새끼손톱만큼도 없는 남자가 팀장 직을 달았다는 것조차 의심 1순위였다.

 

  안은 세리를 남겨두고 본사 밖으로 나왔다. 떡 하니 눈에 띄는 빨간 차가 안의 것이었다.

 

  바퀴 네 개, 문짝도 네 개 달린 것이 과거에서 보던 차들이랑 별반 다름없었다. 적어도 안이 날개 없는 '헬리콥터 모드'로 변신시키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녀가 운전대 가운데 원형에 손을 스치듯 했더니 트렁크가 펑 열렸다. 붉은색의 둥글고 길쭉한 쇠막대기가 나오더니 차 지붕 위에 10센티 간격을 두고 놓여졌다. 쇠막대기에서 양 옆으로 집게가 나와서 차 밑을 들었다. 트렁크가 막대를 기준으로 반으로 갈라져서 다시 닫혔다. 바퀴는 안으로 들어갔다. ‘웅-’하는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렸다.

 

  안은 운전대를 앞으로 당겨서 차를 허공으로 상승시켰다. 후린에게 전화 걸었다.

 

  "안?"

 

  "어, 나야. 유하랑 반대 방향에서 길 막을 거라며?"

 

  "그래야지. 근데 너 지금 본사?”

 

  “응.”

 

  “그럼 도망자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줘."

 

  "세리한테 부탁해. 나도 지금 델라피 백화점으로 갈 거거든. 같은 목적으로 말이야."

 

  "다행이다. 그 백화점이 사방이 뚫려 있어서 세 방향으로 도망자의 길을 막아도, 뚫린 한 곳으로 도망가면 어쩌나 했어. 뭐 대비책은 마련해 뒀긴 했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잖아?"

 

  "네 부하들은?"

 

  "나하고 유하가 앞뒤로 좁혀 오면 다른 방향 하나를 막을 거야. 알지, 그 우리가 젊었을 때 자주 갔던 거리? 걔들 지금 거기로 간다."

 

  안은 운전대를 돌렸다. 소싯적에 발을 자주 담갔던 곳이라면 딱 한 곳이었다. 술은 지지리도 못하면서 고기가 좋아 후린하고 자주 갔었던, 즐길 거리가 가득했었던 곳이었다. 그곳은 아직까지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잠들지 않는 거리’, ‘젊음의 거리’라고 불린다.

 

  4시간에 걸쳐 델라피 백화점에 도착했다.

 

  안은 오면서 내내 세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붉은 신호의 주인공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길모퉁이에 차를 원래 모습 그대로 되돌려 놓고 내렸다. 그녀의 앞에 차 한대가 다가왔다. 후린이 내렸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안의 손목에서 전화가 울렸다.

 

  "언니, 도착했어요?"

 

  "어. 그 새끼 이동했어?"

 

  "아니요, 여전히 제자리에요."

 

  제자리?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안과 후린이 감지했다.

 

  도망자가 몇 시간 째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것을 수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과거에서 왔으니 이 모든 일이 처음이라 당황했나보다’라고 단순하게만 생각했다. 갑자기 본인이 알던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변한 건데 거기에 쉽게 적응할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애초에 은시계를 백화점 어딘가에 버리고 도망친 거라면? 은시계에 반응하는 스크린이 그래서 여태 한 곳만 가리킨 거라면?

 

  "이런 미친! 뭐 이런 개죽만도 못한 경우가 다 있어!"

 

  머리끝까지 피가 솟는 기분이었다.

 

  후린은 고개를 한 번 푹 쉬고 들었다.

 

  "그렇다면 은시계랑 도망자랑 따로 떨어져 있단 소리네? 은시계는 백화점 안에 있단 거고."

 

  후린은 부하들과 레논에게 연락을 넣었다.

 

  [코너하고 킹슬리는 젊은이의 거리에서 그만 잠복하고 델라피 백화점 1층으로 와. 레논 너도 유하에게 백화점으로 오라고 해. 그리고 오늘 하루만은 내 명령을 따르라고 해.]

 

  안은 백화점 운영진의 문을 두드렸다. 긴급상황이 발생했으니 모든 출입문의 셔터를 닫아 달라는 말을 남겼다.

 

  안내 방송이 나갔다. 시가 천 만원하는 귀걸이를 훔친 도둑을 찿는다는 차에서 셔터를 내린다는 말이 터졌다. 모든 직원을 포함한 손님들은 1층 왼쪽 비상구 쪽으로 모여 달라는 추가 말도 달렸다.

 

  그곳엔 간이 얼굴 인식 인공지능이 놓여졌다. 주먹만 한 동그란 기기가 줄을 따라 선 이들의 얼굴을 인식할 예정이었다.

 

  안과 후린은 비상구에 있었다.

 

  "그나저나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후린이 말했다.

 

  "그러게. 이름도 모르는 소년의 얼굴을 알고 있기에 저 기계에 정보를 입력시킬 수 있었지."

 

  "내가 만든 대비책이 소용없을 줄 몰랐어."

 

  “하여간 나무에서 절대 안 떨어지던 녀석이 왜 그랬냐?”

 

  "낸들 예상했겠냐? 대부분의 도망자들은 은시계에 대해 잘 모르잖아. 어쩌다보니 손에 들어온 이 물건을 시계 딱 그 용도로만 생각하는 자들이 대다수인데. 미래인이든 과거인이든 간에 말이지. 버튼 하나 누른 걸로 시간 이동한 자들은 갑자기 바뀐 상황에 당황해서 제자리에 꽁꽁 언 듯 가만히 있고. 그럼 쉽게 잡고. 이번도 그건 줄 알았지. 설마 은시계에 대해 익히 아는 도망자일 줄은 몰랐지.”

 

  “이 새끼 오늘 잡을 거야. 가득이나 농땡이 치는 새끼(= 레논) 때문에 짜증나던 참이었는데, 잡은 대가로 포상휴가 요구해야지. 아, 대비책이 있다며?”

 

  “그게 지금 상황에서 쓸 만한 아이는 아니라서. 도망자가 포위망을 뚫고 도망쳤을 시 감시 안드로이드를 작동시킬 생각이었거든.”

 

  사람들이 몰렸고, 금세 1층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와 중에도 줄이라는 게 존재했는 데 사람들이 다 빠져 나갈 때까지 기기의 망에 누구하나 걸리지 않았다.

 

  일이 줄기는커녕 더 늘어난 것에 안은 화가 났다. 지난 수년 간 도망자만을 미행했기에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어디로 도망쳤는지 모르는 애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얼마 뒤 코너가 후린에게 연락해왔다.

 

  "팀장님....... 제가 맡은 층에는 은시계가 없어요......."

 

  죄지은 것도 아닌데 코너의 목소리는 떨렸다.

 

  "뭐......? 그거 확실해?"

 

  ".......네......."

 

  "그 아름다운 놈 만나면 아주 이를 전부 뽑아 버릴 거야. 너 어디 층이었지?"

 

  옆에 있던 안이 끼어들었다.

 

  "저.......저는 2, 3층입니다......."

 

  "다른 애들한테 연락해 볼 테니까 기다려."

 

  후린이 말을 남기고 번호를 다시 눌렀다.

 

  코너는 2, 3, 4층을, 유하는 5, 6, 7층을, 킹슬리는 8, 9, 10층을 맡았다. 물론 1층은 그들의 팀장인 후린과 안이 있었기에 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후린이 연락을 해 봤지만 들려오는 답은 코너와 같았다.

 

  안이 세리에게 연락했다. 스크린의 붉은 신호는 여전히 백화점에서 빛나고 있다는 말만 돌아왔다.

 

  후린이 시간을 확인하니 9시 30분이었다.

 

  ".......잠복하자."

 

  보고를 받고 잠시 고민에 든 후린이 입을 열었다.

 

  "꽤나 거지같고 열 받는 말이네."

 

  "어쩔 수 없지. 상황이 이런 데. 은시계가 없으니 어디 갔다 하더라도 자기가 원래 있던 시간으로는 돌아가지 못해. 어떻게든 다시 찾으러 올 거야."

 

  "누가 몰라서 그러냐?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개 같아서 그렇지."

 

  후린과 안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소년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기를 전 층에 배치하고 진을 치고 기다리라는 거였다.

 

 ---

 

  시간 관리자들에게 쫒기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루크는 여인을 따라갔다. 평소라면 먹을 것을 주겠다는 거에 혹하지 않았을 것이다. 믿음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뱃속의 알람이 여인을 따라가게 만들었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놀라울 정도로 화려했다. 21세기에서 온 루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10층까지 뚫려 있는 천장의 가운데 거대한 샹들리에가 달려있었다. 주변은 또 어떠한가. 아무것도 없는 진열대에 직원의 손이 닿자 화장품이 생겼다. 손님을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무섭도록 차가워 보였다. 격식만 차린 기계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여인은 중앙을 가로질러 맨 끝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로 갔다. 그 앞에 이미 서 있는 사람이 버튼을 눌렀기에 딱히 손쓸 게 없어 보였다.

 

  "뭐가 달라요?"

 

  여인이 루크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여기가 일상이라서 전혀 어색하지 않거든요."

 

  "........내가 살던 시대에선 하늘을 나는 물체는 비행기나 열기구 같은 종류일 뿐이고, 물건이 손을 댄다고 사라지거나 나타나거나 그렇지 않아요....... 여기랑은 좀 다르죠.”

 

  "-와, 예측 못하겠네요. 역사를 별로 좋아했던 건 아니지만 그건 딱 역사책에서 사진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요?"

 

  시간 여행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처음엔 그런 상황에 적응 못 하다가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익숙해지던데. 루크의 심정이 지금 딱 그 상황이었다. 처음엔 적응 안 돼서 무서웠지만 어느새 바뀐 주변의 사소한 것들이 마냥 신기했다. 물론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변치 않았다.

 

  둘은 지하로 내려갔다. 평범해 보이는 승용차가 있는 가하면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모양도 있었다. 적어도 루크의 기준에서는 그랬다. 잠자리처럼 투명한 날개가 양옆으로 달려있거나, 앞이 미사일처럼 뾰족하게 나와 있거나........

 

  여인은 차 앞에 도착하더니 루크에게 타라는 시늉을 보였다. 여인의 차는 루크가 원래 살던 곳에서 많이 볼 만큼 어색하지 않았다. 이곳이 미래라고 해도 정형화된 모습은 바뀌지 않는 다는 걸 세삼 실감했다.

 

  루크는 조수석에, 여인은 운전석에 자리 잡았다.

 

  여인이 선글라스를 벗어서 셔츠 사이에 걸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걸 안 물어봤네? 이름이 뭐예요?"

 

  "저는 '루크 박'이라고 해요. 나이는 17입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17이란 민트는 소리에 놀랐다. 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일 거라고 짐작했던 것이 들어맞아서였다. 크게 다가오는 나이차의 느낌도 한 몫 거들었다.

 

  "민트 크릭이요. 그냥 민트....씨라고 불러..."

 

  고민 끝에 찾은 답이 이거였다. 누나라고 불러달라 하기에는 45세라는 나이가 양심을 찔렀다. 고맙게도 소년은 나이를 묻지 않았다.

 

  "....... 안전벨트 맸어?"

 

  루크는 민트의 안전 여부에 빠르게 벨트를 착용했다.

 

  '안전에 민감하신가 보다.'

 

  민트는 시동을 걸었다. 운전대 중앙에 있는 둥근 부분을 가볍게 두 번 쳤다. 차가 공중에 살며시 떴다. 바퀴가 밖을 향해 가로로 눕혀지더니 트렁크 쪽으로 10도 정도 꺾였다. 차 외부가 변하는 동안 내부에도 변화가 일었다. 루크는 생전 처음 겪는 공중에 뜬 것과, 바퀴의 색다른(?) 움직임에 토끼 눈을 한 채 몸을 움추렸다.

 

  "괜찮아?"

 

  "아.......네........놀라긴 했어요. 영화에서만 보던 걸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루크는 저도 모르게 붙잡았던 벨트를 놓았다.

 

  "걱정마. 익숙해 질 거니까. 아, 이거 가져."

 

  민트가 뒤 자석에서 쿠션을 하나 집어서 루크에게 줬다.

 

  "안 주셔도 괜찮아요."

 

  "어쩌피 다음에 벌어질 일에도 놀랄 거잖아? 붙잡을 거 하나라도 있는 게 났지 않아? 그리고 집에 이런 게 많거든. 하나 준다고 해서 가난해 지는 거 아니니까 줄 때 가져."

 

  루크가 보기에 민트는 꽤 정 많은 여인인 것 같았다. 시장에서 물건 하나 값에 덤으로 얹어 주는 그런.

 

  "그럼, 고맙게 받을 게요."

 

  루크는 쿠션을 꼭 끌어 앉았다. 물론 앞일을 알 수는 없지만, 드라마로 보나 영화로 보나 공중을 나는 차는 어마어마한 속력을 자랑했다. 고로 이 차라고 안 그런다는 보장이 존재하지 않다는 건 예상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요?"

 

  "뭐든지."

 

  "지금 몇 시에요?"

 

  이곳, 정확히는 미래로 오면서부터 계속 궁금했던 것이다. 핸드폰이 없으니 시간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민트는 팔의 버튼을 눌러 보여줬다. 그마저도 루크에겐 놀랄 거리였지만 아까 자동차를 봐서인지 그리 크게 다가오진 않았다. 시간은 7시 20분을 가리켰다.

 

  시끄러웠던 도심이 지나니 한적해 보이는 지역이 등장했다. 그저 보기에는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살 것 같은 분위기였다. 막 부자 같은 느낌은 아닌 것이, 그저 어느 정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각 집마다 개인 정원이 있었다. 모닥불을 피워서 가족끼리 모여 앉으면 저절로 이야기가 생길 것 같았다. 그 중 맨 끝자락에 위치한 집앞에서 민트는 시동을 껐다. 차가 루크에게 익숙한 승용차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몇 시에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듯 했다. 루크는 굳은 몸을 기지개로 해결했다.

 

  "어디보자. 역시 9시 반이네. 백화점에서 집까지 2시간이거든."

 

  민트가 그렇게 말한 뒤 창문을 열었다. 철문 밖에 우편함 같이 서있는 센서에 손목을 대니 문이 열렸다. 차고에 주차한 뒤 소년과 여인은 동시에 내렸다.

 

  "하나 더 물어 볼 게 있어요. 여기가 민트씨 집이에요?

 

  "어. 우리 집이야. 정확히는 쉐어 하우스?"

 

  "그 백화점이 있는 곳이랑 여기랑 느낌이 달라요. 지역이라던가, 분위기가요."

 

  "그야 당연하지. 거기나 여기나 같은 수도권은 맞는데, 거기는 중심지고, 여기는 외곽인 차이야."

 

  민트가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고개를 정면에 마주시키는 순간 여인은 엄청난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긴장한 루크는 문 뒤에 몸을 숨겼다가 머리부터 차례대로 나왔다. 눈으로 정면을 바라본 순간 소년 또한 깜짝 놀랐다. 온몸에 소름의 쫙 돋았다. 이정은 얼굴을 비추고 있던 손전등을 끄고 거실 불을 켰다. 그녀의 취미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과 하는 것, 그리고 귀신 흉내 내는 것이었다.

 

 ---

 

  루크에게 이 집 인테리어는 포근한 느낌이었다. 푹신한 안락의자와 고풍스러운 티 테이블, 나무 재질의 벽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민트는 차와 함께 과자를 내왔다.

 

  "밥은 지금 하고 있는 중이야. 이거 먼저 먹으면 꼬르륵 소리는 면할 수 있을 거야."

 

  간단해 보이는 다과가 아니었다. 차는 그렇다쳐도 과자가 그랬다. 뜯지도 않은 팔뚝만한 두 봉지가 보기만 해도 배부르게 만들었다.

 

  부엌에 프라이팬이 일렬로 걸려있는 벽 쪽에 가스레인지가 존재했다. 민트는 계란 프라이 같은 간단한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

 

 -삐빅

 

 -철컹

 

  카드키 인식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얘들아! 오로라가 돌아 왔다! 으윽, 아침에도 봤지만 여전히 무섭네. 그 머리를 단발로 치면 예쁠 텐데. 왜, 우리 초등학생 때 넌 남자 얘들한테 고백 많이 받았........ 어라? 저 아이는 누구? 민트, 또 네가 데려왔냐?"

 

  "응. 델라피 백화점 앞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있길래."

 

  "그래. 옷에 명찰이 달린 거 보니까 직원 유니폼이 아니라 과거에서 왔구나!.... 그게 우리 세대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여기서는 한 명이라도 그렇게 입는 사람이 없거든. 왜? 굳이 이름을 부를 필요가 없으니까. 왜? 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니까. 알겠어요?"

 

  오로라는 어느새 루크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네...."

 

  루크는 당황스러워서 몸을 뒤로 살며시 내뺐다.

 

  오로라는 식탁에서 의자를 끌어와 루크와 마주 앉았다. 마치 본격적으로 탐문을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아, 저는 루크 박이라고 합니다. 그냥 편하게 루크라고 불러주세요."

 

  "혼혈인가 보다! 무지 반가워요. 나는 오로라 무디라고 해요. 참고로 나이는 45세. 요리 하는 애, 귀신 코스프레 하는 애랑 동갑이에요."

 

  루크의 눈엔 본인을 오로라라고 소개한 그가 꽤나 동안으로 보여졌다.

 

  "저는 17살 입니다."

 

  그 사이 이정은 2층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귀신 분장을 했던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무섭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많이 흩어졌다. 흘러내려 시야를 가리던 머리는 말총머리로 묶어버리고, 새하얀 소복은 검은색 양가죽 자켓과 청바지로 바뀌었다.

 

  "17? 어머나 이게 웬일이야? 민트야, 네가 우리 집에 데려온 사람들 중에 최연소다, 야. 뭐 조금 나이차가 나서 '내가 너무 늙었나?'라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어쩌겠니. 태생부터가 길가다가 거지만 보였다 하면 전 재산을 털었던 넌데. 하도 많아서 언제라고 꼭 집어 말할 수가 없어."

 

  하나의 시트콤을 보는 착각이들 정도였다. 이집에 모여 사는 듯한 이들은 저마다 성격이 달라보였다. 루크는 세삼 '가족'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미래라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생각이 든 건 엄마였다. 아침에 그렇게 화냈던 거 아직 사과도 못했는데. 여기서 당장에라도 나갈 수 있는 방법만 알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주저 없이 현실로 돌아가는 길을 택할 셈이다. 친구들과 엄마가 기다리는 곳으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에 제법 근사한 요리가 올라왔다. 시간이 20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민트의 손이 닿는 곳마다 음식이 척척 탄생했다.

 

  "어디 갈거야?"

 

  민트가 이정에게 물었다.

 

  "스피드 좀 즐기러."

 

  "저기, 밥 먹으면 분명 이곳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하셨잖아요, 이제 말해주세요."

 

  "당연하지. 자, 뭐가 궁금하시죠? 혹시 년도가 궁굼하신가? 그렇다면 지금 말해주지. 여기는 2233년 8월....... 6일! 네가 있는 곳이랑 얼마나 차이가 나?"

 

  오로라가 익살스럽게 말했다.

 

  넘겨 집는 게 특기인가, 루크는 생각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머리가 뒤엉켰다. 물어 볼 게 뭐였는 지 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 그러니까, 내가 있던 곳이.......21세기니까......."

 

  "23세기."

 

  이정이 스테이크 고기를 한덩이 크게 썰며 무심하게 말했다.

 

  "와, 2세기 차이네. 어우, 소름! 그럼 우리 조상님하고 겸상하고 있는 건가?"

 

  루크는 조바심이 났다. 아무래도 하고 싶던 질문을 못하면 시간이 이대로 지나갈 느낌이었다.

 

  "죄송한데요. 저, 원래대로 돌아돌아갈 수 있나요?"

 

  "어."

 

  이정이 나지막이 말했다.

 

  "당연하지. 입구가 있으면 출구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네가 어떻게 왔는 진 모르겠지만 시간을 연결해 주는 건 딱하나지. 뭘까? 궁금하지, 궁금하지? .......은시계, 가지고 있지?"

 

  은...은시계? 루크의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은시계......요?"

 

  "그 반응은 뭐지? 은시계 알아, 몰라? 아니지, 은시계라고 말하면 잘 못알아 들으려나? 회중시계 알지? 회중시계 중에서도 은으로 도금 된 건........"

 

  "알아요, 은시계. 근데 그게 왜......."

 

  "왜라니! 그게 타임머신인데."

 

  오로라와 민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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