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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노란빛 가면
작가 : 글잠
작품등록일 : 2017.10.30

노란색은 기쁨. 남색은 슬픔. 붉은색은 적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한 정지환은 어린시절 모두에게 사랑받던 천재 배우였던 동생에게 배운 색들로 감정을 구분한다.

상대에게 자신을 숨기는 것이 익숙하고 거리를 두는 이 남자는 J 엑터스 아카데미의 원장.

그의 앞에 가장 밝은 웃음을 가진 하서희가 나타난다.

황금빛 웃음에 회색의 얼굴을 꿰뚫린 한 남자의 첫 사랑 이야기.

 
시작
작성일 : 17-11-04 23:30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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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테이블에 올려놓은 그녀의 전화에 동생이라는 글씨가 나온다.

 

 “너 어디야!”

 

 “여보세요.”

 

 “당신 누구야.”

 

 하서희보다 앳된 목소리의 여자가 최대한 공격적인 목소리로 말을 한다.

 

 처음엔 신경질을 낸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경계로 바뀌었다.

 

 “그냥 하서희씨 아는 사람입니다. 이 분이 많이 취해서 데리고 가야 하는데 집 주소 좀 가르쳐 주세요.”

 

 “엄마! 하서희 술 처먹었데!”

 

 휴대 전화 속에서 짜증이 난다는 듯 커다란 목소리가 들린다.

 

 두 여자의 목소리가 작은 기계 안에서 나온다.

 

 “여기 기영동 주산아파트 111동 앞으로 오세요.”

 

 짜증이 잔뜩 오른 앳된 목소리가 끊어진다.

 

 “자. 갑시다.”

 

 노란색 가면을 쓰고 잠이든 것인지 대꾸가 없는 여자를 업고 택시에 태운다.

 

 **********

 

 택시가 달린다. 뒷좌석 왼편에 앉은 하서희가 머리를 택시에 기대고 있다.

 

 그녀를 보고 있으니 그녀의 대사 한마디가 떠오른다.

 

 “그거 나 좋아하는 건데?”

 

 내가 이 여자를 좋아하는 건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연이라도 있다면 솔직한 심정을 털어내겠지만 지금 내겐.

 

 아.

 

 민석이가 있다.

 

 현재 결혼할 여자가 있으니 주말에 그 녀석에게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분명 나보단 나을 것이다.

 

 “으음...아저씨?”

 

 하서희가 깨어났다.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노란색 가면을 쓴다.

 

 “정신이 좀 들어요?”

 

 그녀가 미간에 주름을 그리고 부스스한 머리로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나를 멍하게 바라본다.

 

 “히히. 속이 울렁거려.”

 

 미치겠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여자는 나를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자신에게 술을 먹인 것이다.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참아요.”

 

 “울렁거린다고!”

 

 **********

 

 나도 집에 돌아왔다.

 

 하서희의 집 앞에 도착을 하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아이 한명이 나와 있었고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며 하서희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참 복잡한 하루였지만 걱정하던 일들은 모두 끝이 났다.

 

 하서희는 생각보다 대단한 여자였고

 

 진아씨도 준영이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다.

 

 물론 다시는 하서희와 술을 마시진 않겠지만

 

 오늘은 노란색 가면을 쓰고 잠들고 싶은 밤이다.

 

 그냥 그렇게 눈을 감는다.

 

 **********

 

 아침 일찍 일어나 습관처럼 검정색 셔츠를 꺼내 입는다.

 

 거울을 보며 셔츠의 단추를 잠그는데 어깨에 한 머리 큰 캐릭터가 앉아있다.

 

 흰색 후드티를 입은 이 캐릭터는 2등신인지 3등신인지 모를 정도로 팔다리가 짧았지만 얼굴은 누군지 안다.

 

 그런데 이 캐릭터가 어깨에서 일어나 팔딱거리며 뛰고 있다.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검정색 셔츠를 벗고 흰색 셔츠를 입는다.

 

 흰색 후드티를 입은 캐릭터가 이제야 만족하는 듯 환하게 웃는다.

 

 흰색셔츠라...

 

 베이지색 코트를 꺼내 입고 시계를 고르기 위해 테이블 위를 본다.

 

 머리를 묶고 분홍색 맨투맨을 입은 아까 그 캐릭터가 오래된 가죽시계 위에 올라가 있다.

 

 ‘보는 눈은 있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그릴 여유도 없이 출근을 할 준비를 한다.

 

 오늘은 가장 먼저 전해줄 소식이 있다.

 

 그녀에게 이 이야기를 알려줬을 때 그녀가 얼마나 환하게 웃을지 기대된다.

 

 밝게 웃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밝은 노란색 가면을 쓴다.

 

 **********

 

 어제 그녀는 무려 두 잔이나 소주를 마셨고

 

 빈사상태가 된 모습이 떠올려졌다.

 

 아파트를 내려가는 도중 상가에 있는 편의점에 들려 숙취해소 음료를 산다.

 

 “5000원입니다.”

 

 무표정한 아르바이트생이 카드를 돌려준다.

 

 “좋은 하루 되세요.”

 

 노란색 가면을 보이곤 편의점 밖을 나선다.

 

 **********

 comfort

 

 이 카페에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빛이 있다.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 카운터로 향한다.

 

 “어? 아저씨! 어젠 잘 들어갔어요?”

 

 어디 갔다 왔냐고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그녀가 반겨준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네!”

 

 그녀의 얼굴이 밝다. 무슨 좋은 일이 있던 사람처럼.

 

 “오늘도 두 가지나 드릴게 있어서 왔어요.”

 

 너무나 그녀의 합격 소식을 가르쳐 주고 싶었지만 문자메시지로 전달을 하면 그녀의 웃음을 보지 못한다.

 

 “뭔데요?”

 

 그녀가 카운터 밖으로 나온다.

 

 가방을 열어 숙취해소음료를 꺼내 그녀의 손에 얹어준다.

 

 “혹시나 하고.”

 

 그녀는 잠시 멍한 얼굴로 음료를 바라보더니 나를보고 환하게 웃는다.

 

 “이게 뭐에요.”

 

 키득거리는 웃음이 아침에 내 시계위에 올라가 있던 그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시계를 한번 바라본 후 말을 한다.

 

 “그리고 하서희씨는 수석 합격이에요.”

 

 환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잠깐 멈추더니 눈이 점점 커진다.

 

 “네? 네? 네?”

 

 웃음보단 놀란 표정이다. 내가 상상한 얼굴이 아니었다.

 

 “별로 안 기쁜가 보네요.”

 

 내 물음에 그녀의 눈이 촉촉하게 글썽인다.

 

 ‘슬픔인가? 어째서?’

 

 하서희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나의 손을 두 팔로 잡고 위 아래로 흔든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그녀가 울고 있는데 나의 심장은 또 꺼내달라고 말썽이다.

 

 그녀가 위 아래로 흔드는 나의 팔이 동력으로 작동해 나의 심장에 힘을 받는 것이 틀림없다.

 

 노란색의 가면을 쓰고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린다.

 

 “꼭 직접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울지 말고. 축하해요.”

 

 그녀가 유니폼으로 보이는 흰색 셔츠에 눈물을 닦고 헤헤 하고 웃는다.

 

 이 웃음이다. 빛을 한껏 머금은 황금색 웃음을 보고는 머리에 올린 손을 그녀의 어깨로 내려 끌어안는다.

 

 “저기...아저씨?”

 

 **********

 

 도망치듯 카페 밖을 나서서 학원 쪽으로 간다.

 

 도망치듯 걸음은 빨라지고 노란색 가면이 벗겨져 있다.

 

 ‘미쳤다. 미쳤다. 성폭력으로 잡혀갈 것이 분명하다.’

 

 경찰이 내게 묻는다.

 

 ‘왜 그러셨나요.’

 

 나의 대꾸는 솔직하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의 몸이 그녀의 웃음에 반응해 자동으로 움직였어요. 태엽을 감아놓은 장난감의 잡고 있던 핸들을 놓친 것처럼 나의 손이 그녀를 안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내가 잡혀간다면 내 학원은 어떻게 되는 걸까.

 

 머릿속이 엉망이 된 채로 걷다보니 학원이 보인다.

 

 **********

 

 “지환오빠!”

 

 한껏 머리에 웨이브까지 넣은 진아씨가 보인다.

 

 아마도 준영이가 어제 회식자리에서 진아씨에게 말을 해준 모양이다.

 

 “이제 우리 학원 원생이신 분께서 원장님한테 오빠요? 누가 보면 오해합니다.”

 

 노란색 가면을 쓰고 진아씨의 머리를 흐트러트린다.

 

 “아! 머리!”

 

 인상을 찌푸리고 두 손을 머리에 올린 진아씨가 곧바로 베시시 웃는다.

 

 멀리서 준영이가 걸어온다.

 

 “형 왔어?”

 

 “우리 진아 학생은 담당 선생님으로 누굴 선택하실래요?”

 

 진아씨의 시선이 곧바로 하늘을 향하더니 잠시 생각에 빠진다.

 

 “형 그건 내가.”

 

 준영이가 다급한 듯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준영이로 할게요!”

 

 준영이의 다급한 긴장상태가 이완되는 것이 보인다.

 

 이윽고 진아씨가 말한다.

 

 “지환오빠는 학생들 안 가르치니깐 지환오빠랑 지연언니 제자한테 배워야지!”

 

 무슨 말을 해도 지금은 기뻐할 모양이다.

 

 준영이가 얼굴에 웃음을 머금은 채 진아씨를 유심히 바라본다.

 

 진아씨가 어렵게 나의 학원에 들어온 만큼 진아씨에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을 생각했었다.

 

 “진아씨 우리 차석인 이진아씨는 학원비 면제로 해줘요.”

 

 진짜인 듯 거짓을 말하려면 사실과 거짓을 섞는다.

 

 거짓은 진아씨가 차석이라는 것이고, 사실은 진아씨에게 학원비를 요구할 수 없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준영이가 나를 바라본다.

 

 이윽고 나의 의도를 눈치 채고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내가 진짜 차석이야? 왜 나한테 말 안했어?”

 

 진아씨가 준영이를 붙잡고 흔들며 이야기한다.

 

 “더 좋아하라고.”

 

 진아씨와 마주보며 붙어 웃고 있는 준영이의 모습이 보인다.

 

 방금 전 하서희를 안아버렸던 일이 생각이나 얼굴에 열이 오른다.

 

 “나는 그럼.”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나의 방으로 들어간다.

 

 **********

 

 “솜사탕을 만들 때 옆에서 구경을 하면 참 신기한 기계가 있다는 것을 보게 돼요. 나무 막대기에 빙빙 돌리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막대기에 실이 감기잖아요. 내 얼굴보다 큰 솜사탕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완성이 되는 거죠.”

 - ‘신촌의 솜사탕’ 중

 

 

 **********

 

 “내가 왜 그랬지.”

 

 자리에 앉아 다시 그 장면을 회상한다.

 

 그 눈물이 섞인 황금색 웃음이 자꾸만 떠오르고 그 얼굴을 떠 올리면 계속해서 하서희를 안아버린 그 상황이 연결 된다.

 

 울다가 웃으면 안 된다는 옛 선조들의 격언은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봐 두려워 남긴 말이 분명하다.

 

 하아.

 

 한숨이 나오며 고개가 떨어진다.

 

 떨어지는 고개를 오른팔로 힘겹게 받친다.

 

 위이이잉

 

 휴대전화의 진동이 코트의 섬유를 타고 느껴진다.

 

 그러나 그때 나의 명패 뒤에서 아침에 봤던 그 작은 캐릭터가 이번엔 카페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이 동글동글한 캐릭터가 싫지는 않다.

 

 그때 문득 하서희의 사진을 찍어놓은 것이 생각난다.

 

 급하게 코트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버튼을 누른다.

 

 새 메시지 1건.

 

 - 하서희 ‘아저씨 아메리카노는요?’

 

 급하게 나오느라 아메리카노를 받아오지 못했다.

 

 그보다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심장이 다시 꺼내달라고 발버둥을 친다.

 

 이번엔 손을 잡고 흔드는 동력도 없는데 아침과 같은 속도다.

 

 - 아. 금방 가지러 갈게요.

 

 하서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계속해서 LCD화면을 응시한다.

 

 화면이 꺼질까봐 계속해서 빈 화면을 엄지로 누르길 다섯 번.

 

 - 하서희 ‘내려와요. 가져왔어요.’

 

 답장을 뭐라고 보내야할까 고민하는 시간도.

 

 여기까지 어떻게 커피를 가져다 줬는가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달렸다.

 

 중학생 시절 두 개씩 계단을 내려가다가 지연이에게 위험하다고 소리를 들은 후 처음으로 계단에서 뛰어 내려갔다.

 

 정문 앞에 다다르자 흰 셔츠에 갈색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를 묶은 하서희가 보인다.

 

 하서희에게 달려간다.

 

 심장이 뛴다.

 

 **********

 

 노란색 가면이 자신의 차례라고 자동으로 얼굴에 붙는다.

 

 고르게 숨을 쉬고 싶은데 계속해서 가파른 숨이 나온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요?”

 

 방금 전까지 보고 싶었다는 말이 훨씬 더 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계산한 커피가 식기 전에 드셔야죠. 다음부턴 배달 서비스는 안 됩니다.”

 

 그녀의 빛나는 웃음에 계속해서 얼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서희가 나의 눈을 피한다.

 

 심장이 하서희의 웃음에 반응한다.

 

 뇌가 아침의 일을 꺼내 머릿속 스크린에 올려놓는다.

 

 “아까는 나도 모르게...”

 

 나의 눈이 하서희의 얼굴에서 그녀의 신발을 향해 내려간다.

 

 그 웃음을 계속 보고 싶은데 나의 고개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게 사람도 많은데 갑자기 안아 버리는 게 어디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내 시선 바로 위에서 들린다.

 

 웃음을 참는듯한 밝은 목소리를 따라 고개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게요.”

 

 노란색 가면이 이 여자의 앞에선 더 이상 벗겨지지 않을 것 같다.

 

 나의 걸음이 하서희와 가까워진다.

 

 그녀가 금빛 웃음을 숨기고 급하게 말한다.

 

 “여기도 사람들 많아요.”

 

 하서희의 시선이 갈 곳을 잃어 커피를 바라본다.

 

 “아메리카노 고마워요.”

 

 커피를 받아든다.

 

 아직 따뜻한 커피 종이컵의 온도가 나의 손을 타고 가슴 주변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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