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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의 여명
작가 : 살찐감
작품등록일 : 2017.11.4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싫다더니 갑자기 이렇게 다가오는 변덕스러운 로즐리나, 이런 부담스러운 자세로 몇 분이나 서있는 건지 모를 기이한 상황이 말이다.

"비켜주세요."

"싫다고 말한 것 같은데."

"원하는 게 뭡니까."

한숨을 폭 내쉬고는 로즐리를 째렸다. 그는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며 평민 주제에 눈치는 빠르네? 라며 나를 약올렸다. 그러는 자기는 내 휴식시간을 망친 악마 주제에.

"그래. 본론부터 말하지. 내 아버지를 죽여줘."

미친 소리였다.

이메일: sw3564@naver.com
트위터: 살찐감 (@My_dawn23)

[ 최강 여주 / 능글맞은 남주/ 연애에만 천연 남주 / 혐관 커플 ]

표지 일러스트: 까까 님 (@_77r77r_)
표지 타이포: 89번가 님 (@89st_design)

 
불꽃을 지우고
작성일 : 17-11-04 17:27     조회 : 333     추천 : 0     분량 : 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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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 그 검 당장 내려놓으세요!"

 

  긴 갈색 머리를 곱게 땋은 시녀가 몰래 검술을 연습하러 온 카톤을 보고 외쳤다.

 

  "앤. 한 번만. 응? 한 번만 휘둘러 보고 바로 준다니까?"

 

  "저도 웬만하면 눈 감아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주인님께 들키면 전 바로 잘린다고요. 아직 부양해야 할 동생들도 잔뜩 있는데..."

 

  앤이 제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우는 시늉을 하자 마음이 약해진 카톤은 바로 알았어. 알았다고.라며 잔뜩 녹슨 검을 땅바닥에 버렸다. 어디서 났는지도 모를 쓰레기와 다름없는 검이었다.

 

  "역시나 걸린 거야? 그건 그렇고 너 또 교양 수업 빼먹었지? 브렌디 선생님께 다 들었어."

 

  "윽, 이번에도 오빠가 알려줬지! 기껏 찾은 검인데 한 번도 못 휘두르고 버렸잖아!"

 

  16살, 15살 밖에 안 된 앳된 남매지만 둘이 서있는 걸 보자면 그림과도 같았다.

 

  그들의 부친 백작 칼리반의 타오를 듯한 붉은 머리와 눈을 그대로 물려받고 젊었을 적 제국에서 가장 빼어난 외모라 불리던 백작 부인 사라를 닮은 남매가 아름답지 않을 리 없었다.

 

  그중에서도 동생 카톤은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혼담이 들어올 정도의 미인이었다. 매력적인 눈매에 호쾌한 인상, 그리고 관리가 잘 된 단발은 여느 귀족 영애와는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몇 번을 말해. 밖에 나가서 엘리제다 가의 영애라고 불리려면 검보단 찻잔을 드는 거야."

 

  "아니. 나는 찻잔 없이도 당당하게 엘리제다 가의 영애라고 말할 수 있어!"

 

  맞는 말이었지만 카티는 그 말을 절대 옹호해줄 수 없었다. 그것이 엘리제다 가의 몰살을 막는 일이었으니.

 

  모든 나라를 통틀어 가장 군사력이 막강한 나라는 니콜 제국이었다. 그 이유는 어린 나이에 이미 마법학을 깨쳐 대마법사로 성장하는 이들과 검과 대화하며 독자적인 검술을 발견할 수 있는 발현자들이었다.

 

  발현자나 대마법사들은 노력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여성은 사교계의 꽃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니콜 제국은 여성에게 발현자나 대마법사의 기질이 보여도 가문에선 기사단은 커녕 아카데미조차 입학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평민들은 발현자라는 명칭만 알 뿐 그 징조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렇기에 제국의 발현자와 대마법사의 수는 현저히 적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국에 발현자가 없어지는 날은 없었다.

 

  공급원은 백작 엘리제다 가문이었다. 초대 백작이 첫 발현자가 된 이래로 70년에 한 명은 무조건 남성 발현자가 나오는 가문. 허나 이번엔 달랐다.

 

  장남인 카티에게 징조가 나타나긴 커녕 여동생 카톤이 발현자의 징조를 띤 것이다. 이대로라면 카톤뿐만 아니라 황제의 눈엣가시인 엘리제다 가문 자체가 몰살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백작 부부는 카톤의 재능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결론내렸다. 카톤 본인에게까지.

 

  "그러니까, 왜 안 되냐고!"

 

  소리를 지른 나는 크게 발을 구르며 방으로 내려갔다. 얼마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잔뜩 화난 표정의 어머니였다.

 

  "카톤. 오늘도 오빠한테 대들었다면서."

 

  "하지만 그건 오빠가 먼저..."

 

  "그만!"

 

  어머니는 돌연 말을 끊었다. 그리곤 날카로운 말들로 나를 공격했다. 여자가 돼서 검을 왜 드니, 여자로 태어났으면 그저 혼처를 잘 찾는 게 살 길이야, 내일 당장 브렌디 선생님 다시 모셔올 거니까 또 빠지면 그 땐 네 검술책을 뺏을 거다. 같은 협박성이 다분한 말들이었다.

 

  '그 놈의 여자 타령. 여자여서 검을 못들 이유가 뭔데! 절대 정해진 혼처랑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결심한 나는 얌전한 척 4년을 견뎠다. 곧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지만 괜찮았다. 집을 나가려면 이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그렇지만 하늘은 나의 편이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내가 성년이 되기 꼭 1년 남은 날이었다. 궁에서 나온 기사들이 저택을 포위했다.

 

  기사단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황제의 명령은 실로 절망스러웠다. 아니, 그걸 단순히 절망스럽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껄끄러울 정도였다.

 

  "따라서, 반역죄를 저지른 칼리반 엘리제다의 처형식을 진행한다."

 

  분명 아버지가 반역을 저질렀을 리가 없었다. 본인도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조용히 푸른 칼날을 받아들였다.

 

  기사단장이 저택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죽이라 명하자 열 댓 명의 기사들이 거대한 저택 안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벽 뒤에 숨어있던 내 어깨를 누군가가 억세게 이끌었다.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한 표정으로 뻣뻣하게 짐을 쌌다. 나는 몇 번이고 대체 무슨 일이냐 되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옛날에 어미랑 만들었던 쪽문 기억나니? 그곳에 말 한 필이 있을 거야. 그걸 타고 이곳을 벗어나서 황제를 몰아내주렴."

 

  어머니의 말 한꺼번에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정보의 홍수가 새어나왔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그게 가능할 리 없잖아! 그보다 엄마랑 오빠도 함께 도망치자. 응?"

 

  어머니는 조용히 웃으며 검을 쥐어줬다. 쓰레기같이 녹슨 검도 아니었고, 어린애들이나 쓰는 목검도 아니었다. 대장장이가 꽤 열심히 만들었을 맵시나는 레이피어였다. 그리고 나는 이 레이피어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제국의 불꽃이라 불리는 우리 가문의 검, 엘리제다였다.

 

  애초에 초대 백작이 엘리제다라는 성을 받은 것도 황제가 이 검을 내리면서 붙여줬기 때문이었다. 화염에서도 녹지 않고, 발현자에게만 반응하며,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장정 20명은 족히 쓸어트릴 수 있는 검이었다. 우리 가문과 황제를 제외하곤 존재의 여부도 모르는.

 

  한 편으론 평민들이 이 대단한 검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유가 있었다. 엘리제다는 변덕스러운 검이었다. 그래서인지 발현자에게만 반응하는 것은 둘째치고 발현자여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겐 자신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검을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걸 나에게 주는 이유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물으려는데 카티가 긴박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직 안 됐어? 빨리! 시간 없어!"

 

  어머니는 나에게 평민들이나 입을 법한 셔츠와 무채색의 치마로 갈아입히곤 로브를 씌웠다. 영락없는 평민의 모습이었다. 카티는 내 손목을 확 잡아 끌어 쪽문을 향해 달렸다. 인사는 커녕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달리던 우리는 내가 말에 올라탔을 때 쯤에야 짧은 입맞춤의 여유가 허락됐다.

 

  "꼭 황제를 죽여줘. 너라면 할 수 있어."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말은 저택을 빠져나오려 달렸다. 타오를 듯한 그의 머리색이 점점 검은색이 되고 결국엔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제어할 수 없는 눈물을 막지 않고 흘려보냈다.

 

  언제는 검도 못잡게 하더니 이제는 황제를 죽이라고? 평소에 들었다면 미친 소리라며 넘겼을 터였다. 하지만 그게 어머니의 유언이라면 이행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충신이던 아버지를, 우리 가문을 고작 새치혀에 넘어가 무자비하게 처형한 황제를 용서할 수 없는 것도 큰 이유였다.

 

  그렇다면 내가 첫번째로 할 일은 하나다. 제국 최대의 아카데미인 제레니오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것. 어마어마한 뒷배경 중 하나이며 잘 하면 졸업하자마자 황성 어디에라도 취직할 수 있었다.

 

  특히 기사단에 취직한다면 황제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졌다.

 

  물론, 아직 여성 기사는 나온 적이 없지만 말이다.

 

  말은 꽤 많은 거리를 달려 어느 허름한 상점에 도착했다. 왜 이런 곳에 이런 상점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홀린 듯 상점으로 들어갔다. 자상한 노파가 나를 맞이했다.

 

  "어서와요. 아가씨에게 필요한 건 역시 외관 변경 마법약이겠지? 마법은 입맞춤으로 풀리니 조심하시고."

 

  "그걸 할머님께서 어떻게..."

 

  "그보다 빨리 가야하지 않나?"

 

  노파에게 의문이 드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으나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제레니오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은 분명 오늘 저녁 5시였다. 그런데 해는 이미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 말은 즉슨, 시험 시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의미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탁자에 있던 마법약을 단번에 마셔버린 나는 여분의 마법약도 챙기고 바로 말에 탔다. 여분이라고 해봐야 고작 두개밖에 없었다. 제발. 내가 갈 때까지만 시험이 끝나지 않기를. 몇 번을 속으로 빌었는지 모른다.

 

  지겨워진 신이 내 소원을 들어준 걸까. 결국 아슬아슬하게 아카데미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제레니오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어마어마한 교육비를 필요로 했다. 심지어 입학할 때마저도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수중에 돈이라곤 고작해야 빵 한 덩이를 사먹을 수 있을 정도 밖에 없었다. 수 분을 고민하는데 번뜩이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수석은 그 많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는 제레니오 아카데미의 수석을 차지해야 했다. 내가 발현자라는 어머니의 말을 믿어야 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들어서려는데 험악하게 생긴 문지기 한 명이 문을 막았다.

 

  "칼. 잠깐 주십쇼. 위험한 게 없는 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 네."

 

  검을 문지기에게 내밀었다. 문지기는 이리저리 검을 살피더니 이내 다시 내게 건넸다. 이리 허술해도 되는 걸까. 어쨌든 나에겐 좋은 일이었다.

 

  얼굴을 확인하고자 빠른 걸음으로 분수대에 향하는데 누군가의 가슴팍에 부딫히는 느낌이 들어 조금 고개를 들었다. 금발에 초록눈을 가진 소년이었다.

 

  옷차림은 평범했으나 얼굴만은 귀티가 줄줄 흘러넘쳤다. 평민 중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있던가. 그가 작정하고 웃어준다면 넘어가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저기. 괜찮아? 혹시 너 검사 시험 보러온 거야?"

 

  소년은 나를 일으켜 주며 물었다. 검사 시험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 나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연신 죄송하다 사과한 뒤 시험장으로 달려갔다.

 

  물론 분수대에서 스쳐가듯 내 모습을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머리는 마치 귀부인의 은반지처럼 빛났으며, 타오를 듯하던 눈은 사파이어의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름다웠다. 어머니를 쏙 빼다박았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었지만.

 

  "신분증."

 

  시험장에 도착하니 깐깐해보이는 아저씨가 내게 손을 불쑥 내밀었다. 신분증은 생각도 못했는데. 시간을 조금이나마 벌기 위해 가방을 뒤적이는데 뒤에서 아까봤던 그 소년이 어깨를 붙잡고 환하게 웃었다.

 

  "너 신분증 놓고 갔더라. 여기."

 

  영문을 몰라 멀뚱히 보고만 있자 어떤 남자아이의 손이 내 대신 신분증을 제시했다.

 

  "이, 이게 뭐하는...!"

 

  "신분증 잃어버린 거 맞지? 하긴. 잃어버린 것만으로도 벌금을 내야하니 섣불리 말하기가 힘들었겠지. 걱정 마! 말 안 할게. 대신 너도 내가 마법으로 신분증 위조한 건 비밀로 해줘."

 

  웬 오지랖이냐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 도저히 그런 매정한 말을 내뱉을 수 없던 나머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난 바트야!"

 

  쾌활하게 말하며 내밀어진 바트의 손은 평민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고왔다. 하지만 그가 상인의 아들이라 말을 덧붙이자 금새 수긍하고 손을 맞잡았다.

 

  "...아스."

 

  짧은 시간 안에 고민해서 떠올린 것 치곤 괜찮은 이름이었다.

 

  그는 첫번째 순서인지 바로 시험을 보러 시험장 안으로 떠났다. 혼자 남은 나는 대기석에 앉았다. 대기석에 앉아있자니 새삼 마법약의 결과가 굉장히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 문을 들어서며 내가 결심한 건 절대 가족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었다. 내 평생분의 눈물은 이미 카톤일 때 전부 흘려보냈다.

 

  이제 반역자 아스의 삶을 살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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