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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위대한 선택
작가 : 연연
작품등록일 : 2017.11.2

트리거 워닝 ─ 비윤리적 사회실험
"당신의 선택에 따라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결정됩니다."

 
Ch.0 전조─(2)
작성일 : 17-11-04 02:49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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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서우는 개인실에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TV가 가장 먼저 눈에 띄어 맞은편 1인용 소파에 놓인 리모콘으로 전원을 눌러보았다. TV는 제대로 방송을 내보냈다. TV 소리와 함께 백서우는 호텔 침대 못지 않은 개인실 침대에도 누워보고, 개인실의 선반과 옷장을 뒤져보기도 했으며, 깔끔한 욕실에서 샤워도 해보았다. 가난한 무명DJ인 백서우에게 이런 개인공간은 처음이었다.

 

  물에 젖은 머리칼에 수건을 얹고 가운을 걸친 백서우는 개인실 한쪽 구석에 존재감을 뽐내며 서있는 모니터봇이 신경쓰였다. 옷을 갈아입으려니 영 모니터봇이 저를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백서우는 모니터봇 옆에 부착된 설명서를 찬찬히 읽어내렸다. 모니터봇을 통해 Dr. A를 호출하거나 타인과 대화할 수 있었다. 또한 마땅히 대화할 상대가 없을 때에는 랜덤콜링 버튼을 누르고 무작위로 타인에게 전화를 걸 수도 있었다. 꼭 랜덤채팅 어플을 떠올리게 했다.

 

  백서우는 꽤 사교적인 사람이었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빈민가에서 홀로 성장하며 현재에 이르러 DJ로서 본인의 생계를 책임질만큼의 능력을 갖추게 된 기원은 특유의 사교성과 처세술에 있었다. 백서우는 전혀 모르던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모니터봇 화면의 랜덤콜링 버튼을 눌렀다.

 

  “네, 여보세요. 류문유입니다.”

  능청스러운 목소리가 수신호 끝에 모니터봇에서 흘러나왔다. 백서우가 비행기에서 잠깐 마주친 적이 있었던 류문유라는 사람이었다.

 

  “여기는 백서우입니다. 이거 정말 신기한데요.”

  “하늘이 내린 운명인가요. 비행기에서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이런 미래가 펼쳐질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 쪽 방은 괜찮아요? 여긴 완전 천국이 따로 없어요.”

  “그거 잘 됐네요.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돈 많이 썼나봐요. 이런 공간이나 로보트, 바깥에서 보기 힘든 것들이잖아요.”

  “그렇죠. 합숙 내내 이런 분위기였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준다는 식사는 맛있겠죠?”

  “그건 내일 직접 먹어보고 판단해보는 걸로.”

  “좋아요.”

  백서우와 류문유의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둘은 서로에게 어떤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가늘게 찢어진 눈을 포함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외관도 모자라, 특유의 사교성과 말재주는 둘 사이의 긴밀한 연대를 만들어주었다. 훈훈한 분위기 속 류문유가 백서우에게 갑작스런 질문을 던졌다.

 

  “서우 씨, 초코파이 좋아해요?”

  뜬금없는 질문에 백서우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마자 류문유는 잠시 기다리라며 백서우와의 통신을 끊었다. 어리둥절한 채로 백서우는 류문유의 통신을 기다렸고, 이내 모니터봇으로부터 온 류문유의 호출 알림을 받고 통신을 허락했다. 류문유는 미안하다는 듯 백서우에게 말했다.

  “아아, 미안합니다. 박사님께 부탁하면 초코파이를 줄 거라고 생각했는 데, 연구소에는 초코파이가 없다고 하네요. 대신 박사님께서 내일 초코파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하셨어요.”

  “나 때문에 일부러 Dr. A에게 물어본 거예요?”

  “물론... 아니, 아니에요. 저도 초코파이가 무척 먹고싶었던 것으로 치죠.”

  “그런 거짓말에 제가 속을 것 같습니까?”

  “이런. 그렇게 티났어요?”

 

  백서우와 류문유는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서 첫 날 새벽 특별히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그 사이에는 엉뚱하게도 초코파이라는 매개가 끼어있었으며, 둘은 그 초코파이가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 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한편 이 실험의 지원자 중 한사람이었던 안가람은 자신의 짐이 개인실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척 기분이 상했던 참이었다. 안가람의 주치의인 하운겸은 안가람의 호출을 받고 본인의 짐도 개인실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운겸은 Dr. A를 곧바로 호출해 안가람의 지병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뇨를 앓고 있던 안가람의 인슐린 주사가 개인실에 없다는 것이 Dr. A를 다그치는 효과적인 도구였다.

  Dr. A는 침착하게 해당 사실을 알아보겠다고 대답했으며 곧 개인실 전체로 모니터봇을 통해 공지가 하나 흘러나왔다.

 

  “현재 지원자 여러분의 짐이 공항 측의 실수로 이 연구소가 아닌 잘못된 도착지로 수송되어 내일 저녁에나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 있으시다면 제게 음성 메시지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r. A의 목소리는 상당히 차분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으며, 내일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안가람과 그의 주치의 하운겸은 Dr. A에게 안가람의 지병을 위한 의학적 대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곧 안가람의 개인실에 누군가 노크를 했고, 안가람이 문을 열자 앞에는 작은 상자를 든 모니터봇이 서있었다. 모니터봇의 팔꿈치가 회전하면서 물건 지탱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상자 안에는 안가람이 쓰던 것과 같은 약과 의약기구가 들어있었다. 안가람의 질병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준비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안가람은 본인이 연구소에 미리 제출한 건강기록부가 이런 식의 대처로 드러났다고 추측하며 연구소 측의 준비성에 다소 마음을 놓기로 했다. 그러나 주치의 하운겸은 Dr. A와 연구소측의 태도에 께름칙함을 느끼고 있었다.

 

  깊은 새벽까지 대화를 나누던 백서우와 류문유는 아침 7시에 단체로 울린 알람을 무시하고 오후 11시경까지 느즈막한 낮잠을 즐겼다. 연구소 측도 이런 상황들이 일어날 것을 예측했던 모양인지 애초의 공지와는 다르게 개인실에서 홀로 통하는 문들을 오전 내내 열어두고 있었다.

  빵과 베이컨, 샐러드로 이루어진 간단한 조식을 놓친 둘은 점심으로 나온 오일 파스타를 먹는 테이블에서 재회했다. 둘 다 반대쪽 테이블에 차려진 크림 파스타는 취향이 아닌 모양이었다. 단 하루만에 둘은 어느새 절친한 친구처럼 서로가 느껴졌다. 백서우와 류문유는 서로의 퀭한 다크써클을 보며 웃었다. 막 그들이 전날 새벽의 대화를 이어가려 할 때 홀 한쪽 벽면의 커다란 스크린에서 Dr. A의 모습이 떠올랐다.

 

  “스물 아홉 전원이 다 홀에 모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개인실로 향하는 문을 닫겠습니다."

  개인실로 향하는 복도의 문이 자동으로 닫히면서 홀은 완전한 원형이 되었다.

 

  "오늘은 본격적인 실험 시작 전에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실험은 하루 총 네 번인 사회적 요소에 대한 학습과 저녁 9시부터 시작되는 본 실험으로 구성됩니다. 합숙동안 총 7개의 요소를 주제로 하여 실험이 진행됩니다.”

  지원자 대부분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 어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실험은 아닙니다. 본실험 때 여러분은 각 요소의 학습 결과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을 하시고 그 선택과정에 대한 질답에 참여만 해주시면 됩니다. 이때 요소에 대한 학습은 필수 참여가 아닌 선택 참여입니다.”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하는 지원자들을 내버려두고 Dr. A는 화면에서 사라졌다. 대신 지원자들 중 한 사람인 류문유의 증명사진과 간단한 프로필이 커다란 스크린에 대문짝만하게 나타났다. 류문유는 과장되게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지원자들이 서로를 인지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는 지원자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반복적으로 스크린에 송출하겠습니다. 지원자분들은 최소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매칭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에 대해 익혀두기 바랍니다. 그 외에 오늘은 자유시간으로 드리겠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모니터봇을 통해 저, Dr. A를 호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Dr. A의 음성은 끝이 났고, 지원자들을 식사를 하며 커다랗게 떠오른 자신의 프로필이 타인에게 보여지는 수치를 감수할 준비를 해야했다.

 

  그 와중에도 안가람은 크림 파스타를, 하운겸은 오일 파스타를 먹는 테이블에 서로 따로 앉아있었다. 함께 연구소에 온 두 사람치고는 꽤 안 맞는 부분이 많은 모양이었다. 둘의 관계는 좀 독특했다.

  꽤 부유한 집안의 상속자인 안가람은 몸이 약하고 성정이 여려 특별히 돈벌이에 욕심이 있다기보다는 유명한 예술가를 후원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지성인이었다. 그의 전문 주치의인 하운겸 역시 집안은 부유한 편에 속했으나 삶에 여유를 가질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의사의 길에 들어섰다. 안가람과 하운겸은 대학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서로를 처음 만났다. 그 둘은 공통적으로 지적이었으며 그만큼 지성을 사랑했다. 둘은 그 시절의 친분을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할 정도로 서로에게 각별했다.

  그러나 둘은 예전부터 서로 반대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둘은 각별함 사이 서로를 묘하게 질투하고 있었다. 각자 자신이 가지길 바랐던 것들을 서로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둘은 때때로 심하게 충돌하기 직전까지 갔지만, 안가람이 대학 졸업 무렵 심각한 지병을 갖게 되어 수면 아래로 둘의 갈등이 가라앉아버렸다. 안가람은 지병으로 항상 죽음과 자신의 거리가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의 성정마저 유약하게 만들었다. 안가람은 싸움을 항상 회피하고 싶어했다.

 

  안가람은 식사를 마치고 먼저 일어나 홀의 둘레를 따라 거닐다 액자에 걸린 그림 하나에 마음을 빼앗겼다. 진품은 아니었음에도 그 그림은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안 가람이 시선을 떼지 못한 그 그림은 클로르 모네의 ‘까미유 부인의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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