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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피닉스 레기온(Phoenix legion)
작가 : 이리윤
작품등록일 : 2016.8.23

괴멸한 레기온이나 소대의 생존자만 모아놓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있거나, 실전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살아남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이들. 약삭빠르며, 저밖에 모르고, 재활용도 못 하는 쓰레기에 어중이떠중이만 모아놓은 데다 꼴에 공로를 세운 기사랍시고 어떻게 처리할 방법도 없어서 군부의 골칫거리라고 불리는, 죽지도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 바로 피닉스 레기온(Phoenix legion).

“내가 진다면 네놈들에게 아무것도 명령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처럼 지내면 되겠지.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너희는 내 개가 되어야 할 거다. 내가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겠지. 어때, 하겠나?”

그들이 제이를 만난 후 대륙 동부를 뒤흔든 전쟁에서 최고가 되는 이야기

 
Chapter 2. 미션, 종료(1)
작성일 : 16-08-28 23:32     조회 : 351     추천 : 1     분량 : 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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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리윤

 

  시에트랑을 출발한 지 3일 째 되는 날이었다. 제대로 씻지 못한 그들의 몰골은 추레했으나, 생각보다 많이 지치지는 않았다. 제이가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했으며, 야영에 있어서는 선배인 그녀를 보며 세 명도 실력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셋은 이제 식용 과일이나 버섯을 구분할 수 있었고, 제이 대신 활과 화살을 챙겨 식사 거리를 잡아올 수 있었다. 물론 요리는 여전히 제이의 영역이었지만, 첫 날 그녀가 했던 일들이 나눠지니 제이의 어깨 역시 저절로 가벼워졌다.

 

 로너는 조끼의 앞주머니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꺼냈다. 옆에서 같이 지도를 살펴보던 제이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검지로 어느 한 지점을 짚었다. 벨키스와 위브나인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을 앞둔 그곳에는 일전에 제이가 그렸던 엑스가 표시되어 있었다.

 

 지도에서는 그쯤에 숲이 끝났다. 평탄한 땅이 펼쳐졌으며, 몸을 숨길 수 있는 숲이 끝나는 지점이기도 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마수 무리가 뒤에서 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었다. 제이는 검지를 세워 그 부분을 톡톡 두드렸다. 그들의 현재 위치는 그곳에서부터 그리 멀지 않았다. 그녀는 긴장이 어린 얼굴로 허리춤에 고정된 자신의 검을 매만졌다.

 

  옛날부터 이 근방은 마수가 많기로 유명했다. 능선 하나만 넘으면 위호라우 산맥의 가장 큰 줄기인 벨브라인 산이었고, 그곳은 산세가 험해 마수의 서식지가 되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인근에는 사람이 사는 마을이나 영지가 없어서 벨키스와 위브나인이 그들의 목표가 되고는 했다. 두 영지는 매 해 겨울, 번식기가 시작될 무렵 기사를 꾸려 번갈아가면서 마수를 토벌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일 테지만 아직 그 시기가 되지 않았다.

 

 제이는 자신들이 마수와 마주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지도를 보는 그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 건지 로너가 나머지 두 명을 가까이 불렀다.

 

  “여기. 출발하기 전에 설명했던 거 기억나?”

  “마수가 출몰하기 쉽다던 거기?”

  “그래. 이 근방이야. 아직 토벌 시기가 아니라서……. 마주치지 않으면 좋겠지만 말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세 사람에게 각자의 무기를 점검하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가지고 있는 무기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화살로 사냥을 반복하긴 했지만, 매번 화살을 수거해서 손질했기 때문에 화살촉의 상태는 최상이었다. 그녀는 활줄을 교체한 다음, 허리춤에 걸린 검을 풀었다.

 

 루비 빛의 검집에 각인된 하얀색의 음각 무늬가 대번에 시선을 끌 만큼 화려했다. 제이는 그립을 잡고 검을 뽑았다. 그녀의 검은 일반적인 기사들이 사용하는 롱 소드나 브로드 소드, 바스타드 소드와는 다른 직선 형태의 사브르였다.

 

 그립의 폭은 그녀의 손 크기에 딱 맞았고, 십자 형태의 가드에서 뻗어 나온 장식이 그립을 휘감고 있는 모양새였다. 검의 포인트(날의 끝부분, 주석)는 의사도(疑似刀) 모양으로 베기와 찌르기 모두가 가능한 형태였다. 폼멜에 달린 분홍색의 술 하며 거의 투명한 재질의 검신은 실전적인 용도 보다는 외적인 용도에 더 집착한 모양새였다.

 

 말로만 듣던 ‘여왕의 사브르’가 등장하자 자신의 검을 손질하던 벤자민의 시선이 제이의 검에 닿았다. 그녀의 검은 신기하게도 투명한 재질의 금속이었다. 저게 금속이 맞긴 한가? 하는 의문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제이의 검은 확실히 길이가 긴 편이었지만, 사브르 치고는 짧은 편에 속했다. 80cm가 좀 안 되는 그녀의 검은 일반적인 롱 소드나 브로드 소드와 비슷한 길이였다. 그녀는 부드러운 천으로 자신의 검을 전체적으로 닦은 다음 흠이 없나 살핀 후 검집에 넣었다. 일행을 보니 그녀처럼 막 무기 손질이 끝난 모양이었다.

 

  해야 할 일을 끝낸 그들은 다시 말에 올라탔다. 갈 길이 바빴다. 미션 완수 기간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 이주일 이내 완수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시에트랑을 떠난 지 3일째였고, 북부에 거의 다 닿았으니 느린 속도는 아니었지만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돌아가는 길도 최소 3일 정도 걸린다고 가정하면 일주일이 조금 더 걸린다는 예상이 나왔다.

 

 벨키스 영지까지는 이제 서두르면 해가 지기 전 쯤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말에 박차를 가하며 달리던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나무가 줄어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이가 언급한 평지가 바로 앞이었다. 에드워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수와 마주치지 않고 이 길로 쭉 벨키스까지 진입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북부 마수를 잘 알고 있는 제이는 더 긴장했다.

 

  “……!”

 

  드디어 숲이 끝났다. 그들의 눈앞에 너른 평지가 드러났다. 태양은 머리 꼭대기에 있었고, 그들의 그림자는 무척 짧았다. 시간은 어림잡아 정오가 막 지난 무렵. 긴장한 채 달려서 어깨와 팔 근육이 통증을 호소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제이는 숲을 벗어나자마자 말을 돌려 세웠다. 세 남자가 말을 몰아 그녀의 근처로 다가왔다.

 

 그녀의 연두색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나며 숲을 응시했다. 진녹색의 침엽수와 수풀로 우거진 숲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푸릉, 말이 투레질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늘한 바람이 숲에서부터 불어 나와 그들의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갔다. 제이는 눈을 감고 바람이 싣고 온 것을 느꼈지만, 겨울의 서늘한 한기만이 있을 뿐이었다.

 

 바람은 무엇이든지 실을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마수가 움직인다면 공기부터 달라진다. 바람에서 마수의 지독한 숨결과, 무겁고 비릿한 피 냄새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흩어진 바람은 깨끗했다. 한 시름 놓은 그녀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은 건가?”

  “일단은. 잠깐 쉬었다가 가자. 곧 내가 아는 길이 끝나긴 하지만, 해가 지기 전에는 벨키스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평지에 우뚝 솟은 바위 아래에 드리워진 그늘에서 잠깐 쉬었다 가기로 했다. 네 마리의 말이 잔뜩 지치기도 했고, 긴장한 채 서둘러서 그런지 그들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었다. 네 명은 피로가 묻어나는 얼굴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물이 없어서 말이 목을 축일 수가 없겠네.”

 

  벤자민이 물통을 꺼내면서 말했다. 말들도 지쳤을 테니 물이라도 먹여야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물은 보이지 않았다. 제이는 자신들 몫의 물을 조금이라도 나눠서 먹이자고 말했다. 어차피 벨키스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말이 지치면 곤란했다. 그들은 말에게 물을 먹인 다음 다시 움직일 채비를 했다.

 

 지친 말의 허벅지에 채찍질을 하며 서두르다 보니 양쪽으로 갈라진 큰 갈림길이 나왔다. 제이는 망설임 없이 왼쪽 길을 선택했다. 오른쪽은 위브나인 영지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제 머지 않았다. 시에트랑이 있는 델카로스에서 북부까지 3일이 걸렸으니 꽤 빠른 속도로 주파한 편이었다. 다행히 벨키스 영지로 향하는 길은 복잡하지 않았다. 길목에는 친절하게 남은 거리가 적힌 표지판도 서 있었다.

 

 그들은 이제 목적지가 머지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속도를 낮췄다. 다그닥 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그들이 대여한 말은 조로모리식 주법(좌우구동식, 주석)을 교육받은 군마가 아니기 때문에 상체의 흔들림이 심한 편이었다. 말이 움직이는 대로 흔들리는 몸을 그대로 두며 곧게 뻗은 길을 따라가던 제이가 난데없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워, 워. 왜 이러는 거야, 갑자기?”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마주친 말들 또한 갑자기 크게 울며 불안한 듯이 앞발을 치켜들었다. 거친 투레질 소리가 그들이 겁에 질렸다는 것을 나타냈다. 제이는 거친 바람이 불어 나오는 정면을 바라봤다. 바람은 모든 것을 실을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녀가 온 몸으로 맞서는 바람에는 무거운 피 냄새와 진득한 뭔가가 묻어 있었다.

 

  “바람이…….”

 

  벤자민이 말했다. 그 또한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것 같았다. 지금까지 불어오던 바람과 전혀 달랐다. 제이는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주먹이 핏기를 잃어 하얗게 변했다. 느긋하던 걸음을 서둘러야 할 것만 같았다. 어쩐지, 이상하게 이 겨울에 마수를 마주치지 않고 지나가나 했다.

 

  “우리가 운이 좋아서 마주치지 않은 게 아니었어.”

 

  제이가 이를 악 물었다.

 

  “……마주칠 만한 녀석들이 자리를 비웠던 거였군.”

 

  로너가 제이의 말을 받았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그들 역시 서둘러야 했다. 벨키스는 졸업 미션이 수행되어야 하는 영지였다. 자칫 잘못했다간 졸업 미션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었다. 에드워드 또한 늦게나마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 챘다. 그들은 잔뜩 겁을 집어 먹은 말을 달래가며 채찍질했다.

 

 벨키스에 가까워질수록 공기 중에 거칠고, 독한 마수 특유의 냄새가 묻어났다. 영지를 둘러 싼 성벽은 이미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만큼 무너져 있었고, 주위에는 피로 점칠 된 영지의 사병들이 쓰러져 있었다. 낯빛이 하얗게 질린 네 명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영지의 초입은 벌써 마수가 들쑤시고 지나간 건지 곳곳에 혈흔이 낭자했고, 울음소리와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세 남자는 생전 처음 보는 잔혹한 광경에 질린 얼굴이었고, 에드워드는 간간히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바닥에는 분해 된 사람의 팔다리가 널려있기도 했고, 복부가 뜯어 먹힌 시체도 있었다.

 

 그들 중 유일하게 멀쩡해 보이는 이는 제이였다. 그녀는 안쪽으로 말을 몰려고 했지만, 겁에 질린 말은 더 이상 그녀의 통제를 듣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말에서 내린 그녀는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영지민에게 약간의 돈과 함께 고삐를 건네며 말을 부탁했다. 그리고 활과 화살통, 검을 챙겨 영지 안쪽으로 향했다.

 

  “뭐하려고?”

  “뭐든 해야지. 재수 없어서 영주가 죽기라도 하면 미션은 끝인 거 몰라?”

 

  제이는 벤자민의 말을 날카롭게 받아쳤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졸업 미션에는 영주의 인장이 필요했다. 만약 영주가 죽는다면 장례를 치르느라 인장은 구경해 보지도 못할 수 있었다. 세 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비장해졌다.

 

 사실 그들은 마수를 제대로 상대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사냥이라고 해봤자 사람의 손이 닿은 사냥터에서 즐기는 게 전부였고, 야생의 동물을 잡아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마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게 참 어이없긴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셋은 망설이지 않고 제이의 뒤를 따랐다.

 

  “마수의 심장을 단번에 찌를 수 없으면 머리를 공격하는 게 제일 좋아.”

  “다른 주의사항은?”

  “안 다치는 것. 재수 없게 독에 당하면 그거만한 개죽음도 없을 걸?”

 

  제이는 마수를 상대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셋은 아니었다. 시간이 있다면 조심해야 할 부류들을 알려주겠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했다. 그녀는 다시 당부했다. 최대한 다치지 않을 것. 유독 손발톱이 긴 녀석들은 특히 조심할 것. 꼬리가 달린 것들도 조심할 것. 등을 보이지 않을 것 등등. 마수를 상대하는 데에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들을 읊은 제이는 곧바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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