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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22화
작성일 : 17-11-03 00:07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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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형은 나의 우상이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심지어 외모에 성품까지도 모든 게 완벽했다. 난 그런 형을 동경했다.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돈.

 

 언제나 완벽했던 형도 돈의 벽 앞에선 항상 무너졌다.

 

 " 수학 여행? 가지마. 그럴 돈이 어딨어 "

 " 니들 교복도 겨우 구했구만 "

 

 고모의 집에 살면서 지겹게 들었던 말들이었다.

 

 " 니 애비가 니 애미 죽을 때 나온 보험금이라도 내놓고 사라졌으면 이렇게까진 안했어 "

 

 아마도 그 말을 들었을 때다. 형이 변하기 시작한 건. 그때 강태화는 아직 중학생이었다. 그런 형이 어느 날 문득 내게 한 말이 있다.

 

 " 돈 없이도 행복하다는 건. 돈 많은 새끼나 할 수 있는 말이야 "

 

 기본적으로 차가운 인상을 가졌던 형의 눈빛이 서늘하게 느껴졌던 시작이었다. 그저 중학생의 중2병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분명 달라지기 시작했던 건 그때부터 였다.

 

 태화는 그때부터 자신의 주변을 하나씩 바꿔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르바이트를 뛰어 교복을 새로 마련하는 것 부터 유행하는 새 신발, 시계, 가방. 그러면서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어느새 인터넷에선 흔히 '얼짱' 이란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형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본래도 타고난 스펙에 노력과 집착까지 붙은 태화는 거침없이 나아갔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한국에서 최고라는 용아그룹에서 스카우트제의까지 들어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신문에까지 실린 사건을 만들어낸 태화의 다음 타겟은 나였다.

 

 " 호호호 우리 태화가 좀 대단하죠? 어릴 때부터 교육을 잘 시켰더니 호호, 에휴 그나저나 설화가 문제네요~ 형의 반만 해도 좋을 텐데. 아니 그냥 태화만 있었으면 호호호 "

 

 새벽에 통화하는 고모의 그 말이 태화를 자극했고, 본인이 완벽했던 만큼 나에게 더욱 혹독했다.

 

 " 벌래 새끼야. 그것도 성적이야? 그거밖에 못 해서 니가 뭘 할 수 있을 거 같아? "

 

 " 나…. 나는 노력했어! "

 

 나의 소심한 반항에도 태화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채, 내 눈앞에서 성적표를 찢어버리고는 말했다.

 

 " 노력은 누구나 해. 자기 기준에서 할 만큼 적당히 해놓고 노력했다고 말하지. 결과가 없으면 노력도 없는거야 "

 

 그 뒤로 태화는 모든 것에 관여했다. 먹는 것부터 자는 시간, 공부는 물론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았다.

 

 " 나에게 있어서 오점은 가족뿐이야 "

 

 난 강태화에게 있어서 오점이 되어있었다.

 

 한번은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이 있었다. 가격도 저렴했고 대중적으로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눈엔 너무 예뻤다.

 

 하지만 그 옷은 집에 와서 찢어발겨 졌다.

 

 " 이딴 것도 옷이라고. 내가 입으라고 준 것만 입으라고. 그정도도 못알아 먹어? "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답답했고, 무서웠다. 그때 태화의 눈빛엔 광기가 서려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리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고. 그 당시에 난 약했다.

 

 " 미안해…. "

 

 여느 형제들은 치고받고 싸우기도 한다는데. 난 한 번도 형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어쩌면 형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이렇게 시키는 대로 사는게 맞는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저 받아들이고 나니까 편했다.

 

 그렇게 한해 두해 흘러갔고, 강태화가 유명했던 만큼 나 역시 유명세를 탔다. 실상이 어떤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첫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진.

 

 태화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약속대로 용아그룹은 태화를 데려갔고, 해외 유명한 대학으로 유학을 보내줬다. 나에겐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였다.

 

 " 한심하다 진짜 "

 " 잘난 줄 알았는데 "

 " 형 없으니까 별 볼 일 없네 "

 

 처음으로 현실을 마주한 상황이기도 했다.

 

 내가 사귀자고 한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사귀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다. 그래도 처음 하는 연애였고, 나름 최선을 다했고,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가 원했던 건 '내'가 아닌 '껍데기' 뿐이었다.

 날 가두고 있던 형이란 껍데기가 사라지자, '나'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그 모습은 여자에게 있어서 꽤 실망스러웠던 모양이다.

 

 내가 이쁘다고 생각했던 옷은 대중적으로 최악이었고. 형이 닦아놓은 길만 걷던 내 발걸음은 형이 사라지자 갈 곳을 잃었다.

 

 " 야 괜찮아, 다 경험이야. 옷 입는 거야 입다보면 잘 입게 될꺼야 "

 

 그 뒤로도 차일 때마다 민준은 날 격려해줬다.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마음에 생긴 내상은 경험이 아닌 났지 않는 상처로 점점 벌어졌고, 어느새 사람에게 냉소적으로 변해갔다.

 

 " 그렇게 된들, 그 사람이 내 본 모습도 사랑해줄 거란 보장이 없잖아 "

 

 " 야…. "

 

 " 상대가 원하는 건 그저 내 껍데기뿐이야…. "

 

 너덜너덜하게 엉망이 된, 내 가슴은 다른 말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민준은 설화를 붙들고 말했다.

 

 " 넌 그저 형이 시킨 대로 살아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그게 시킨다고 되는것들이냐? 이제부터 찾아보자. 형이 닦아놓은 길이 아닌 니가 갈 곳을 "

 

 가슴 한구석에 잠들어있던 무언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진짜 한 걸음 걸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었다.

 

 민준은 다시 말했다.

 

 " 대학가자. 너 글 쓰는 거 좋아했잖아. 밥벌이 되고 말고 다 생각하지 말고. 일단 가자 "

 

 " 형이 알면 나 죽이려고 들껄 "

 

 " 알빠야? 언제까지 형 손에서 놀아날 거야. 옷도 욕을 먹던 말던 누가 등신으로 보든 말든 그냥 니 원하는대로해. 넌 일단 너 자신을 찾을 필요가 있어 "

 

 처음으로 기대가 생겼다. 처음으로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내 의지로 공부했고, 그렇게 대학에 들어갔다. 모든 게 순조롭다고 생각했고 상처가 아물어 간다고 생각했다.

 

 " 내가 잠시 자리 비웠다고…. "

 

 유학을 갔던 강태화는 당연하다는 듯 수석으로 졸업하고 돌아왔고,

 

 " 이런 쓰레기 같은 대학에 쓰레기 같은 학과라니…. "

 

 아물어 가던 가슴을

 

 " 진짜 쪽팔려서…. "

 

 다시금 후벼 파기 시작했다.

 

 이과에서 문과로 급하게 전향한 탓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그럭저럭 만족했다. 성적도 과에서 중간을 유지하는 게 전부였지만 그래도 만족했었다.

 

 하지만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형의 눈엔 그저 쓰레기일 뿐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고모네로부터 독립해서 둘이 살았고,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형의 손아귀에 다시 들어갔고 나에게 집은 감옥이었다.

 

 " 진짜 쪽팔린다…. "

 

 방황하는 학생마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 근처 놀이터 그네에 앉아있던 설화는 혼자 중얼거렸다.

 

 살을 찢을듯한 추위에 하늘에선 함박눈이 쏟아져 내렸다.

 

 형이 무서워서 보다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자기 스스로가 쪽팔리고 수치스러웠다.

 

 더욱 나를 힘들게 하는 건.

 

 그렇게 느끼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었다.

 

 " 진짜 쪽팔려…. 죽고 싶다…. "

 

 살면서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넝마가 된 가슴이 피를 토하듯 눈에서 흘러내렸다.

 

 " 죽진 마요 "

 

 설화는 귓가에서 들린 낯선 목소리에 서둘러 눈가를 훔쳤다. 언제 왔는지 옆에 자리를 잡고 있던 여자가 계속해서 말했다.

 

 " 나도 슬픈데, 옆에서 그렇게 울고 있으면 힘든 척도 못하겠네 "

 

 이건 뭔 미친년이야.

 

 퉁퉁 부어있는 눈으로 바라봤지만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선 실루엣만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

 

 " 지금 되게 못생긴 거 알아요? "

 

 " 시비 거는 거예요? "

 

 " 그럴 리가요. 뭔 일인지 모르겠으니까, 위로는 못 해주겠고…. 계속 울어요 "

 

 니가 있는데 어떻게 우냐. 지금도 쪽팔려 죽겠는데.

 

 " 구경이나 하게 "

 

 진짜 정신 나간 여자네.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데, 신경을 긁는 소리에 황당함에 벙쪄서 하는 생각이랑 다르게 설화의 입에선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 울다가 웃으면 응디에 털나는디 "

 

 설화의 입에 다시금 황당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 미안요, 노잼이었죠 "

 

 " 아니에요. 덕분에 좀 나아졌어요 "

 

 설화가 부은 눈을 가라앉히는 동안, 자리를 털고 일어난 여자가 설화 앞에 서서 말했다.

 

 " 나도 우는 거 대리만족했으니까, 이건 선물 "

 

 여자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내민 건 열이 식을대로 식어있는 손난로였다.

 

 " 버리는 거 아님. 아직 온기 좀 남아있음. 난 사정을 모르니까 힘내란 소린 못하겠는데, 그 뭐시냐 하여튼 죽진마요 "

 

 당황스러움만 가득 안겨줬던 여자는 그대로 안녕이라며 손을 흔들고 어느새 사라졌다.

 

 설화는 손에 쥔 손난로를 꾹 쥐었다.

 

 따뜻했다.

 

 " 언제까지 밖에서 시간 때우고 도망다닐 생각이냐 "

 

 방문을 열고 들어선 설화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태화는 무심하게 말했다.

 

 " 응 이제 안그럴라고 "

 

 " 잘 생각했다. "

 

 " 하고 싶은 게 생겼어. 이룰 거고 그래서, 집 나갈꺼야 "

 

 읽고 있던 책에만 고정돼있던 시선이 설화에게 향하자 설화는 약간 움츠러들었지만,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말했다.

 

 " 형 앞에서 사라져줄 테니까. 이제 나한테 신경 쓰지마 "

 

 

 

 

 

 

 

 ***

 

 

 

 

 

 

 " 그땐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더니 "

 

 태화는 넘기던 서류를 덮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에선 설화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난 약속 지켰어. 계속해서 내 앞에 나타난 건 형이야 "

 

 태화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 형이니까 "

 

 " 형처럼 하던가. 가족이 유일한 오점이라며? "

 

 " 하…. 니가 내 앞에 없다고 세상이 모를 줄 알아? 맨부커상? 좋아 훌륭해. 근데? "

 

 상대를 무시하는 싸늘한 시선으로 태화는 계속 해서 말했다.

 

 " 그거 쥐뿔만큼 벌고, 고작 그정도 명예로 니가 말하는 이루고 싶은거 다 이룬거야? 그래서 이렇게 당당하게 나타난거? "

 

 설화는 말없이 걸어가 태화의 책상을 내려쳤다.

 

 " 난 엮이기 싫었고, 앞으로도 엮일 생각 없으니까. 나한테도 여솔씨한테도 신경쓰지마 "

 

 태화는 의자에 기댄 채 깍지를 끼고 무심하게 설화를 훑었다.

 

 " 넌 어차피 그 여자 감당 못해 "

 

 " 적어도 그걸 형이 판단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벌벌기던게 얼마 전인데, 그새 많이 컸다. 아니 여솔이 이렇게 만든 건가.

 

 태화의 입에서 피식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애써 담담한척하고 있지만, 설화의 이마에 맺힌 땀과 미세하지만 떨리는 손을 보면, 변했다기보단 제법 용기를 내고 있을 터였다.

 

 " 미안하지만, 나에게도 입장이란 게 있어서. 이제와서 판을 접으면 체면이 서질 않아. "

 

 " 니 체면 따위 내가 알빠 아니야 "

 

 제법 당돌해진 설화를 보며 태화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화도 제법 큰 키임에도 압도되는 모습은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 자체에서 오는 것이었다. 태화는 떨리는 설화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말했다.

 

 " 난 이제부터 너랑 여솔을 철저하게 박살낼꺼야 "

 

 이 사람이 그렇게 하겠다면 분명 그렇게 할 거였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강태화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고, 절대 빈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설화는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봤다.

 

 " 그런데도 이겨낼 수 있다면 "

 

 두 번째 이자.

 

 " 그땐 포기하지 "

 

 마지막일 늦은 날의 반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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