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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정문
작가 : 일륜
작품등록일 : 2016.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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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문 1권 02
작성일 : 16-05-25 03:38     조회 : 375     추천 : 0     분량 : 5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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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第一章 문연오(文嚥悟)와 척천상(倜天上)

 

 

 

 

 

 

 

 

 

 문연오의 발걸음이 북호벽(北胡劈)에 다다랐을 때였다.

 이미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훗. 좋은 분을 만났어. 이제야 왜 그리 성급하게 구셨는지 이해가 가는구나.’

 손에 쥔 금각가면(金刻假面)을 만지작거리며, 이곳에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문연오의 손에는 동생의 선물이자, 노중근이 건네준 가면이 쥐어져 있었다.

 청해일수(靑海一手) 노중근(盧中根).

 그는 문연오가 식사를 하러 들어갔던 <청해숙(靑海宿)>의 주인이었다. 문연오의 남루(襤褸)한 복장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친절을 베풀어 준 사람이었다.

 사실 산을 내려와 처음 들린 곳이 청해숙이기에, 자신의 복장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 문연오의 입장으로는 그 친절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해숙을 떠나온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문연오는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알았다. 당연히 의아했던 문연오는 곧바로 조그만 물웅덩이에 자신을 비춰봤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

 남루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제야 노중근의 친절이 누구나 베풀 수 있는 친절이 아님을 알았던 것이다. 지금에서야 왜 그리 노중근이 허둥댔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떠올리자, 미안한 웃음이 문연오의 입가에 매달렸다.

 ‘남궁혁인가 하는 사람과 그 사매라고 했던가? 노대협 앞이라 화를 낼 수 없었으나,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언짢은 표정으로 청해숙을 나오게 만든 남녀였다. 지금이야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복장만으로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가 좋은 인상일리 없었다.

 노중근과 노연희 부녀에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달 뒤에 곤륜대회를 구경하러 와서 꼭 신세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문연오였다.

 쏴아아아……

 아직은 싸늘하게 느껴지는 바람이 문연오의 몸을 훑었다.

 ‘날이 많이 어두워졌구나.’

 주위의 어둑해진 모습이 문연오의 생각을 집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부모님과 문청진이 떠올랐다.

 - 슥

 걸음을 빨리하며 생각을 이었다.

 ‘청진이 녀석.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께 눈물대신 웃음을 주었으니, 나보다 나은 건가? 하하하. 하여간…… 돌아가면 지금까지 못해드렸던 효도를 다해드려야지.’

 문연오는 문청진(文聽診)이 얼마나 자랐을지 상상해봤다. 자신과 열 살이 차이나니, 올해로 열두 살인 아직은 꼬마였다. 그러나 여섯 살 때 잠시 봤을 뿐이라, 선물을 받고 기뻐할 문청진의 모습이 상상이 가질 않았다. 물론 그것조차 문연오에게는 기쁨이었다.

 숲으로 들어서려면 조금 더 관도를 따라 가야 했다.

 경공을 펼쳐 사람들의 이목을 끌 이유가 없기에 그저 지금 걷고 있는 걸음보다 약간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관도를 거의 다 지나갈 무렵이었다.

 ‘응?’

 

 * * *

 

 - 후아아앙……

 살갗이 베어버릴 듯한 음향이 가득한 곳이었다.

 이곳의 이름은 한곡(寒谷)이었다.

 양쪽 빙벽을 사이에 채워진 한풍(寒風)이 전부인 곳이었다.

 계곡아래에서 정상까지의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몰랐다.

 파란 회색 하늘을 보려 해도 고개를 뒤로 한껏 젖혀야 한다는 것뿐.

 두 빙벽 사이를 지나던 바람이 잠시 멈추는 이곳.

 높은 빙벽으로부터 떨어져 내린 돌과 얼음 조각이 뭉쳐서 만들어진 곳이었다. 흡사 계곡바닥에서 자라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둔탁한 모양으로 담을 이루고 있는 장소였다.

 ‘……’

 한 괴인이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곳을 떠나려는 것이다.

 “시시릿.”

 괴인의 손에 들린 작은 동물.

 전신이 새하얀 털로 뒤덮인 설서(雪鼠)였다.

 설서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자, 사내는 설서의 몸을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사내의 손바닥을 설서는 이빨로 깨물기도 하고 혀로 핥기도 했다. 아마 오랜 기간을 그렇게 지내온 것 같았다.

 괴인이 쓰다듬던 손을 멈췄다.

 “크릇.”

 설서가 긴장한 듯이 몸의 털을 곤두세웠다.

 쓰다듬던 동작을 멈췄기 때문인 듯했다.

 - 후오오옥

 바람이 불었다.

 악다문 입, 눈에서 뿜어지는 안광, 그리고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위치에서 얼굴윤곽을 보호해 주는 코.

 운명이 척천상(倜天上)이라 불러 준 이름이었다.

 청해의 오지(奧地), 거기다 빙곡(氷谷)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 이곳을 떠나려는 척천상이었다.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 손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이 버려졌다.

 왜 이곳에 있는지를 생각해야 했고, 그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에 죽음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온몸의 기운이 사라진 듯한 육체와 사투를 벌여 일단은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기억이라고는 마지막 일도를 떨쳐내고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척천상 자신을 이곳으로 옮겨 놓을 사람.

 다른 결론은 있을 수가 없었다.

 ‘사부!’

 정신을 잃은 곳이 자신의 사문이라면 ‘그자’였다.

 수련동(修練洞)을 나올 때만해도 자신 있었던 척천상이었다.

 그자를 일도에 죽여 버릴 만큼 자신이 강한 줄 알았다.

 그러나 죽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죽음까지 선사받았다.

 ‘힘, 힘을 길러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을 무공이 필요했다.

 ‘파천인예화(破天刃藝花)’

 무공 이외의 생각을 하는 순간, 한 조각 얼음으로 변해버리는 곳이었다. 수련으로 땀을 만들어야했고, 끊임없는 굶주림으로 스스로를 담금질해야 했다. 설서의 도움으로 먹을 것을 구했고, 얼음을 씹으며 한(恨)을 되새겼다.

 그래서 대성할 수 있었다.

 파천인예화를 대성한 것이다.

 십칠 년.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아도 가능한 세월이었다.

 빙벽의 정상인 까마득한 절벽 위를 바라봤다.

 - 파우욱

 빙벽을 수직으로 날아오른 척천상의 모습이 삼십 장 높이에서 잠시 멎었다. 한번의 도약(跳躍)으로 삼십 장을 솟아오른 것이다. 올라가던 신형이 멈추었음에도 전혀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 툭

 척천상은 허공에서 별 어려움 없이 빙벽을 향해 발을 대었다.

 - 팡!

 척천상의 신형이 소리를 내며 위쪽으로 솟아올랐다.

 미끄럽기 만한 빙벽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재차 도약한 것이다. 바람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몇 번의 움직임을 한 후에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오르자마자 눈을 한껏 찌푸리며, 격한 마음을 담아서 크게 소리쳤다.

 “경. 혁. 빈---!”

 내공이 실린 음성이 지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얼음지반과 바위로 이루어진 주위일대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 우르르

 - 쿠콰콰

 - 쩍. 쩍.

 사자후(獅子吼)를 시전 하여 만든 상황치고는 너무나 엄청났다.

 사자후를 터뜨린 척천상을 향해 엄청난 빙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척천상은 이미 자리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빙벽조각이 쌓여가고 있었다.

 - 쿠르르르르……

 

 * * *

 

 “뭐하는 거야! 이봐요. 거기서 킁킁대고 서있으면 사람들이 안사잖아.”

 옆에서 주인이 뭐라고 하든 전혀 신경을 쓰이지 않는 듯, 만두만을 바라보고 서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주인은 나름대로 경고를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괴인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화가 난 주인은 다시 소리쳤다.

 “이봐 당신 누구 장사 망치려고 작정했어?”

 “…….”

 - 슥

 괴인은 쌓여있는 만두 중에 제일 위쪽에 올라있는 것을 집어 들었다.

 주인은 자신이 소리에 전혀 개의치 않는 괴인을 쳐다봤다. 물론 괴인의 입에는 만두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괴인의 입으로 아까운 만두가 사라지려 할 때, 주인은 괴인을 잡아채려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위사람들이 혀를 찼다.

 주인의 입장은 이해를 하지만 불쌍한 괴인이 곧 땅바닥에 쳐 박힐 기세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상황은 사람들의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에잇.”

 “……”

 주인이 아무리 용을 써도 괴인은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이런…… 미친놈을 건드렸다.’

 주인이 힘을 다 쓴 것처럼 보이자, 괴인이 주인을 쳐다봤다. 주인은 갑자기 눈동자를 심하게 떨며, 심장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허걱…… 끄으으윽, 가, 가슴이…… 나, 난 심장이 약합니다.”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를 가리키며, 괴인을 들어올릴 힘도 없는 약한 병자임을 확실하게 내보이고 있었다. 그런 주인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괴인이 슬쩍 움직였다.

 주인은 입에 거품을 물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여겼다. 너무나 공포스런 모습을 보고만 것이다. 눈은 광기로 번들거렸고, 반쯤 가려진 얼굴과 몸에서는 더러운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더구나 보기에도 흉측한 괴인의 입에서 만두를 씹는 소리까지 들렸으니 입에 거품을 물만한 상황이었다.

 주인은 괴인이 만두를 다 씹을 때까지 기다렸다.

 괴인의 눈이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기에 다른 행동은 꿈도 꾸지 못하였다. 이윽고 입안으로 만두가 모두 사라지자, 괴인은 말을 꺼냈다.

 “숙소.”

 주인은 눈을 굴렸다.

 이 괴인이 말하는 숙소의 의미가 무언지 알아내려는 처절한 눈 굴림이었다. 시선을 세 번 마주치고서야 숙소를 찾는 다는 걸 알았다.

 “여, 여기서 조금만 가면 마을이 나옵니다. 여기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상가가 있지요. 거기가시면 모든 걸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집도 숙박을 겸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러운 땟국물이 줄줄 흐르고, 지저분한 가죽옷으로 무장한 괴인을 절대로 받고 싶지는 않았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이 괴인이 말썽을 부릴 때, 대처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인은 괴인이 요지부동으로 서있자, 더욱 자세히 설명해 마음을 돌리게 하려했다.

 “이……”

 “그만하시죠. 무공의 고수라면 누구든지 괴롭혀도 괜찮은 겁니까?”

 괴인은 들려온 목소리가 자신을 지칭하고 있음을 알았다.

 - 슥

 고개를 돌리자, 평범하게 생긴 청년이 서있었다. 하지만 전신에서 보이는 허허로움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나서지마.”

 괴인이 청년에게 던진 말의 전부였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더 이상 주인을 괴롭히면 참지 않겠소.”

 그제야 괴인의 시선이 변했다.

 후우우웅.

 묘한 소리와 함께 괴인의 동공이 깊숙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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