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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취업일기
작가 : 환쟁이
작품등록일 : 2017.10.30

취준생 김지수 그녀의 취업일기

 
취업일기16 회상, 노량진
작성일 : 17-11-02 19:21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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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회상

 

 노량진

 

 6월

 

 

 

 그 날 이후로 죽어라 공부했다.

 

 학원-자습실-집

 

 

 

 마치 런닝머신을 타는 것처럼 계속 달렸다.

 

 달려도 달려도 항상 똑같은 위치다.

 

 내가 발을 힘껏 빠르게 움직여도 이 런닝머신년은 언제나 나를 비웃고 다시 밀쳐낸다.

 

 

 

 말하는 방법을 까먹을 지경이다.

 

 아.. 다른 사람과 대화를 어떻게 했더라?

 

 

 

 말을 안 하니 오히려 잡생각만 많아지는 듯하다.

 

 합격에 도움이 안 돼는 생각들이 나를 덮친다.

 

 ‘요즘 알파고 시대에 이런 국어 맞춤법을 왜 일일이 알아야 하는 거야?’

 

 ‘영문과 4년을 다녔지만 이런 해괘한 영문법은 처음이야.’

 

 ‘행정법의 3대원칙은 좋지만 이게 말단공무원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걸까?’

 

 

 

 이 학원에는 말을 하지 않다 보니 말하는 방법을 까먹은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닌가보다.

 

 학원에 다닌지 세 달정도 됬을까?

 

 어떤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처음에 그가 말을 거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어....”

 

 “저...”

 

 “저저기..”

 

 

 

 오랫동안 쓰지않아 퇴화된 그의 입은 한 단어 이상을 뚜렷히 말하기가 벅찼던 모양이다.

 

 

 

 “저기...”

 

 “저기요..”

 

 

 

 모기만한 목소리라는 말이 있는데 누군지 몰라도 틀린 말을 한 것이다.

 

 사실 모기는 거슬릴 만큼 큰 소리를 내 잠을 설치게 하는 반면 그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작아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으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그의 목소리는 전혀 거슬리지 않았던 거야.

 

 단지 그의 외모가 거슬렸을 뿐.

 

 

 

 오랫동안 자르지 않은 것이 분명한 삐죽삐죽한 머리카락.

 

 듬성 듬성 불규칙적으로 나있는 수염.

 

 콧구멍 사이로 삐져나온 콧털.

 

 기름이 줄줄 흐르는 피부.

 

 

 

 엄마가 사준 것이 분명한 체크무니 와이셔츠 그리고

 

 그 밑에는 검은색 츄리닝 바지와 삼선 쓰레빠-

 

 

 

 제발 나에게 말 거는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닐 거야.

 

 다른 사람 부르는 거겠지.

 

 누군지 몰라도 빨리 대답해!

 

 

 

 하지만 그는 웅얼거리며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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