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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는 외계인 꽃미남
작가 : 채수화0918
작품등록일 : 2017.10.30

미움만 받는 싸가지 미운오리새끼 남궁세리 여대생.
"뺨까지 맞았는데 비까지 내려야 됩니까?!"
뭔 놈의 인생이 비 같냐.
우연히 언니가 사고가 나는 걸 목격하게 되는데...................
눈을 떠보니 어느 남자의 방 안.
살인범치곤 되게 잘생겼는데 혈기왕성한 스무한 살에 결혼이라니? 저 늙은 아저씨와 결혼이라니!
"잘생겼잖아. 돈 많고. 참고로 돈 잘 쓰고."
"늙었잖아요!"
그런데 이 집에 사는 세 남자 수상하다. 외계인인가?
그들의 위험한 동거생활은?

 
3화. 키스할래?
작성일 : 17-11-02 13:08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8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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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리야."

 "네?"

 "너 이 사과 먹었잖아."

 "네."

 "먹었으니까 나랑 결혼하자."

 "네?"

 "결혼하자."

 

 이건 꿈인가, 생시인가.

 

 "정말요?"

 "그러엄. 내 팬인데."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얼마든지."

 "아까 기생오래비같이 생긴 아저씨요."

 "누구? 우리 형?"

 "형이에요? 어쩐지, 오빠가 더 잘생겼다했어요."

 "그치? 내가 더 잘생겼지?"

 "당연하죠! 그걸 말이라고."

 

 그때, 민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좋은 분위기 깨서 참 미안한데 방금 한 말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드네."

 

 세리는 팔짱을 낀 채로 벽에 기대 서 있는 민준을 쳐다보았다.

 

 "방해하지 마세요. 저 지금 강우오빠랑 얘기 중이거든요."

 "나도 그 재미없는 대화에 낄 생각 없어."

 

 민준은 팔짱을 풀고 세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넌 내가 이 집에서 재워주고 사과까지 먹게 해줬으면 나랑 결혼해야지. 왜 얘랑 얘기를 하고 있어?"

 "강우오빠가 사과 먹으라고 한 건데요. 그리고 저 아직 이 집에서 하룻밤도 안 잤고요."

 "하...........................!"

 "아, 그리고 아저씨가 먼저 저보고 이 집에 있으라고 했잖아요. 결혼인가 뭔가하는 그거 해야 한다고. 근데 저 이미 강우오빠랑 하기로 했어요."

 "뭐?"

 

 민준은 강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 진짜야?"

 "응."

 "와...........................대박."

 

 민준은 다시 세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얘보다 못난 게 뭔데?"

 "늙었어요."

 "하...............................!"

 "그럼 전 이만. 잘 시간이라."

 

 세리는 식탁에 놓여져 있는 접시를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상한 집에 오게 되었고 마법에 걸린 듯 사과까지 먹었다. 딱딱한 내 침대와는 달리 푹신푹신한 침대에도 누워보았다. 게다가 언젠가 꼭 만나보고 싶었던 강우오빠도 만났다.

 

 내 생애에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들이 벌어졌다. 이 모든 일들이 내가 아주 오랫동안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한다면 영원히 이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그런데 이토록 슬픈 이유는 대체 뭘까.

 

 세리는 눈을 감다가 이내 다시 눈을 떴다. 침대에 일어나 앉아서 벽시계를 쳐다보았는데 어느새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잠이 안 오네.................."

 

 

 세리는 방에서 나오자 불이 다 꺼져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려 하는데 어두워서 계단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세리는 휴대폰후레쉬를 밝게 켰다. 그리고 계단을 한 칸, 한 칸 밟고 내려가자 환하게 켜져 있는 수영장이 보였다.

 

 

 세리는 문을 열고 수영장에 들어왔다. 물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발이 미끄러져서 물 속으로 '풍덩!' 하고 빠졌다.

 

 "꺄악!!"

 

 물 속에 있었던 태준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고개를 들었다. 이내, 세리도 머리를 쓸어 넘기며 고개를 들었는데 눈앞에 태준의 초콜릿복근이 보였다.

 

 세리는 놀라서 눈동자가 커지더니 태준의 젖꼭지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꺄악!!"

 "너 뭐야! 지금 어딜 가리키는 거야!"

 "아.............죄송."

 

 세리는 팔을 천천히 내렸다.

 

 "아저씨 누구에요?"

 "넌 누구야?"

 "남궁세리요."

 "누가 이름 물어봤어?"

 "그럼 아저씨는 누군데요?"

 "이 집 주인!"

 "네?"

 "너 누구냐고!"

 "남궁세리요.................."

 "그거 말고!"

 "기생오래비같이 생긴 아저씨가 저보고 이 집에 있으라고 해서 여기 있는 사람인데요."

 "뭐?"

 "근데 아저씨 진짜 이 집 주인이에요?"

 

 태준은 세리의 말을 무시하고 물속에서 나왔다.

 

 "아저씨! 어디 가요!"

 

 태준은 뭔가 할 말이 남았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물 속에 있는 세리를 쳐다보았다.

 

 "너 이름이 뭐야?"

 "아까 남궁세리라고 두 번이나 대답했는데...................."

 "너 딱 기다려!"

 

 그리고는 젖은 몸에서 물을 뚝뚝 흘러가면서 수영장에서 나갔다.

 

 오늘 나 정말 왜 이러니.

 

 

 태준은 민준의 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환하게 불을 켰다. 그러자 침대에 누워있던 민준은 얼굴까지 이불을 덮었다.

 

 "아 뭐야!!"

 

 태준은 침대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이불을 '휙!' 걷어찼다.

 

 "일어나."

 "아 뭔데?"

 

 민준은 마지못해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왜 또? 뭔가 문제데? 아니, 왜 옷을 벗고 내 방에 들어와?"

 "남궁세리 누구야?"

 "남궁세리?"

 

 때마침, 세리가 민준의 방에 들어왔다.

 

 "아~ 나랑 결혼할 사람."

 "나 아저씨랑 결혼안 한다고요!"

 "진~짜?"

 "이 아저씨가 진짜!"

 

 ***

 

 세라는 태준의 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자 태준은 흠칫 놀라고는 급 정색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야? 결혼한다며."

 "응."

 "헤어진지 1년이 지났어, 3년이 지났어? 한 달밖에 안 됐는데 결혼을 한다고?"

 "응."

 "우리가 왜 헤어졌는데? 싫어서 헤어진 거 아니잖아. 사랑해서 헤어졌잖아.................."

 "................................."

 "근데 결혼을 한다고?"

 "응."

 "하지 마."

 ".................................."

 "하지 마. 결혼."

 "..................................."

 "..................................."

 

 지내 온 시간만큼 시간이 간다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었다. 또 그렇게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그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왔다.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빛, 해맑은 미소, 슬픈 눈동자, 미안하다는 말까지 모두 그대로였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정도의 크기만 다를 뿐. 빛 바랜 정도만 다를 뿐. 오랜만에 그 사람을 보면 아련한 마음이 들기까지도 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여전히 오늘도 내일도 지속되길 바라고 또 그럴 것임을.

 

 물론 아주 오래 지난 시간 좋아했었던 그때도 더 소중했었다.

 

 

 세리는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세라를 쳐다본 순간, 눈동자가 커지는 동시에 발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반가움보다 사고가 나서 죽어가고 있었던 언니가 어떻게 이 집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며칠도 안 지나서 아니,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여기에 있는 것인가.

 

 사흘만에 부활하셨던 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멀쩡한 채로 나타났는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세리는 거의 안 들리다시피 세라를 불렀다.

 

 "언니..................."

 

 세리의 말을 들었나 보다.

 

 세라는 계단 아래 서 있는 세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서 세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네가 걔구나?"

 "어?"

 "신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되게.....................별로네. 안 이쁘고."

 

 '하...........................!'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왜 자꾸 반말하실까?"

 "나 세리야. 언니."

 "언니? 언제 봤다고 언니래? 나 알아요?"

 "나 진짜 몰라?"

 "알아야 돼요?"

 "언니 설마 머리를........................다친 거야? 기억상실증?"

 "뭐요?"

 "언니 사고 났잖아! 나 진짜 몰라? 잘 좀 기억해 봐."

 "하.............................나 언제까지 그쪽이랑 대화해야 돼요? 지금 그쪽이랑 별로 대화하고 싶지 않는데. 그럴 맘도 없고."

 ".................................."

 "그럼 이만."

 

 세라는 세리를 지나쳐 현관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니가 왜 날 못 알아보는 거야.......................?'

 

 뒤에서 민준의 목소리가 들리자 세리는 뒤돌아섰다.

 

 "뭐해? 가만히 서서."

 "아저씨 혹시 우리언니 알아요?"

 "내가 네 언니를 어떻게 알아? 대통령 딸이야?"

 "진짜 몰라요?"

 "알아야 돼?"

 "남궁세라. 우리언니 이름. 몰라요?"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아?"

 "알아요?"

 "우리 형이랑 결혼할 뻔한 누나였어."

 "네?"

 "근데 헤어졌어. 한 달전에. 아닌가? 이제 한 달 됐나?"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한 개도 모르겠다.

 

 "그 누나가 네 언니였어?"

 "저 지금 아저씨가 하는 말 한 개도 모르겠어요."

 "뭐에 모르겠다는 건데?"

 "전부 다요."

 ".........................너보다 키 커. 너보다 예뻐."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아저씨는 뭐 얼마나 잘생겼다고.................소름끼치게 잘생긴 것도 아니면서."

 

 세리는 민준을 지나쳐 계단을 올라갔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자 태준은 뒤돌아서는데 세리가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뭐야?"

 "노크했어요."

 "왜 들어왔냐고."

 "아저씨 우리언니랑 사겼어요?"

 "뭐?"

 "우리언니랑 사겼냐고요."

 "나 아무여자랑 막 사귀고 다니는 그런 사람 아니야."

 "우리언니랑 사겼다고 그러던데."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기생오래비같이 생긴 아저씨가요."

 "아니야."

 "아니에요?"

 "어."

 "알았어요."

 

 세리는 뒤돌아서는데 다시 뒤돌아섰다.

 

 할 말이 남았다.

 

 "근데........................,아저씨는 저한테 결혼하자는 말 안 하시네요?"

 "뭐?"

 "좋아하는 사람이.............................?"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눼에~"

 

 세리는 뒤돌아서 문을 열고 태준의 방에서 나갔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장면을 실제로 내가 봤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던 언니가 또렸하게 생각이 났다.

 

 이 모든 상황들이 꿈이길 바랬다.

 

 마법에 걸려서 아주 긴 시간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공주처럼 나도 악몽을 꾸고 있는 거라고 누구라도 나에게 말해줬으면 싶었다.

 

 이토록 꿈이길 바라고 있지만 이왕중에 난 가족이 그립지가 않았다.

 

 이유없이 슬펐다. 너무 슬프지만 그립지가 않았다.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차라리 엄마라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과 아주 멀리 벗어나고 싶었다.

 

 언니가 부러워서였을까, 언니에게 있는 미래가 나에게는 없어서. 그래도 언니는 언니고, 나는 나였다. 딱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아주 딱 거기까지. 뭘 기대한 것도 아니였고 뭘 바란 것도 아니였다. 잘했다고, 예쁘다는 그런 칭찬 또한 바라지도 않았다.

 

 한 번쯤 언니에게 묻는 질문을 나에게도 물어봐주길 바랬다. '밥 먹었니?' 안 아프니?' '몸 괜찮아?' 이 넷글자라는 말을 단 한번도 나에게는 물어봐주지 않았다.

 

 나도 사람이라고 나도 감정이라는 게 있다고 엄마에게 수천 번 말하고 싶었다.

 

 우는 거, 화내는 거 할 줄 안다고.

 

 

 민준은 방에 나와서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려는데 불이 다 꺼져 있는 집에 환하게 켜져 있는 주방을 쳐다보았다. 분명히 꺼져 있었던 주방이 왜 환하게 켜져 있는 건가싶어 계단을 내려가서 주방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주방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보니 식탁의자에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는 세리의 뒷모습이 보였다.

 

 뒷모습만 봐도 세리였다. 세리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집에는 남자 세명밖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긴 머리카락만 봐도 세리였다.

 

 "오늘도 난 혼자네. 하긴.....................난 원래 혼자였지. 밥도 혼자 먹고 소주도 혼자 마시고.....................뭘 바란 거니? 남궁세리.......................어떤 사람이 나보고 뭐라고 한 줄 알아?"

 

 민준은 자신에게 묻는 건가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고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밥 먹는 게 이상하대."

 

 세리의 말에 민준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세리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밥 먹는 게 이상하다고 밥도 먹지 말래."

 "................................"

 "웃기지? 밥 먹는 게 이상하다고 밥도 먹지 말라고 하니까."

 "................................"

 "맨날 언니만 잘해주고.........................난 사람도 아니야? 투명인간이야? 의대가 별 거야? 의대가 뭔데!"

 "................................"

 "한 번쯤 물어봐줄 수 있었잖아.......................밥 먹었냐고.....................안 아프냐고.....................나도 아파! 나도 사람이라고! 나도 울 줄 알고 화낼 줄도 안다고."

 "................................."

 "근데 왜 언니한테만 잘해주는데? 난.........................난 자식 아니야? 한 번쯤 물어봐줄 수 있었잖아."

 "................................."

 "나도 사랑받고 싶다고........................"

 

 민준은 세리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세리의 앞자리에 앉았다.

 

 "남의 걸 왜 훔쳐먹고 그래?"

 "훔쳐 먹는 거 아니에요. 그냥 소주가 좀 마시고 싶어서 그런 거에요."

 "................................."

 "이거 아저씨 거에요?"

 "응."

 "헐. 안 어울려."

 "뭐가?"

 "재벌들은 비싼 와인이나 포도주 마시고 비싼 술 집에서 술 마실 줄 알았어요."

 "................................."

 "내 말 듣고 있어요?"

 "응."

 "근데 왜 대답이 없어요? 아저씨 돈 많죠?"

 "응."

 "부럽다. 돈 많으면 행복하겠다. 그쵸?"

 "응. 행복해."

 "그렇구나................"

 

 세리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냥 아니야라고 대답해주지................"

 "아니야. 안 행복해."

 "칫.............이미 늦었거든요."

 "................................"

 

 ***

 

 세리는 기지개를 피면서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큰 창가를 쳐다보았더니 햇볕이 쨍쨍하게 빛췄다. 마지막계단을 밟고 내려오자 소파에 앉아서 흐느끼며 울고 있는 강우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침부터 누가 우리 강우오빠를 울렸는지 정말 죽여 버리고 싶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슬픈 드라마를 보고 감정이 폭발해서 울었던 것이었다. 세리는 조심스럽게 강우의 옆에 앉고는 화면을 쳐다보았다. 드라마는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남자배우와 여자배우는 연인사이었느네 남자배우가 헤어지자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여자를 뒤로 한 채, 가버리는 모습이 너무 슬펐다. 내가 비련한 여주인공이 된 것 같아서 채널을 돌리고 싶었다.

 

 "오빠."

 "응?"

 "다른 거 봐요. 너무 슬퍼요."

 "그래."

 

 강우는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렸다. 채널을 돌리자 화면에는 개그맨들이 무대에서 웃긴 몸짓으로 연기하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아까 그 드라마 너무 슬프다................오빠 저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강우는 눈물을 스윽 닦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세리를 쳐다보았다.

 

 "뭔데?"

 "저 처음 봤을 때 우산이라고 말하셨잖아요."

 "그랬나?"

 "네. 혹시 그 우산이 저에요? 검은색우산."

 "................................."

 "저한테 검은색우산 준 적 있죠? 카페 앞에서."

 "................................."

 "네?"

 

 강우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그때 비가 멈출 거라고 말한 거 어떻게 안 거에요?"

 "................................."

 "네?"

 "그냥 알았어. 직감으로."

 "................................."

 

 뒤에서 민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직감은 무슨..............."

 

 계단 앞에 서 있던 민준은 소파 쪽으로 향해 걸어오면서 말했다.

 

 "얘 외계인이야."

 "강우오빠 외계인 아니거든요!"'

 "그럼 비가 멈출 줄 알았던 건 어떻게 알았을까?"

 "외계인 아니에요!"

 "네가 봤어? 외계인."

 "아니라고요!"

 "그래요. 외계인 아니에요."

 "씨..............."

 

 갑자기 강우는 벌떡 일어섰다.

 

 "내 팬한테 뭐라고 하지 마!"

 

 '오.............멋있어.'

 

 "팬은 무슨............."

 "좋아하면 다 내 팬이야!"

 

 민준은 세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넌 나랑 결혼할 사람이 왜 자꾸 얘랑 얘기하고 있는 거야?"

 "제 맘이거든요. 그리고 어제 분명히 말씀 드린 거 같은데. 강우오빠랑 결혼한다고."

 "야, 너 얘랑 결혼하면 너만 힘들어. 결혼하는 순간, 너 그 즉시 사망이야."

 "걱정해줘서 너무 고맙고요. 전 강우오빠만 있으면 돼요."

 "와..........................도대체 얘가 어디가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거야?"

 "방금 그거 질문이에요?"

 "그럼 대답이었을까?"

 "아니요."

 "연기도 드럽게 못하고 배우치곤 얼굴이 아니잖아."

 "조용히 하시죠! 아저씨보다 백 배, 천 배 더 소름끼치게 잘생겼으니까."

 

 강우는 세리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세리야, 네가 참아. 백수라서 그래."

 "백수에요? 헐. 어쩌다.............."

 "안 됐지..............."

 "진짜 안 됐다."

 

 민준은 들었나 보다.

 

 "다 들려."

 "아 들렸어요? 들으라고 말한 거였는데. 암튼 죄송해요."

 "야!"

 "네? 왜요?"

 

 세리는 눈을 두 번 깜박였다.

 

 "너 어제 일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나봐?"

 

 '어제 일? 무슨 말이지?'

 

 "이 아저씨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지? 너 어제 술 마셨잖아."

 "..............................."

 "난 다 들었거든."

 

 '뭐........................뭘 들었다는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궁금해 죽겠지? 내가 말하면 너 나한테 이러면 안 돼."

 

 어제 내가 술을 마신 거까지는 분명히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가 이 기생오래비같이 생긴 아저씨에게 무슨 짓을 했던 건 한 개도 기억이 나지가 않았다.

 

 똑똑..

 

 세리는 민준의 방에 들어와서 바로 문을 닫았다.

 

 "무슨 말이에요?"

 "뭐가?"

 "아까 했던 말이요. 정확히 처음부터 끝까지 뭘 들었다는 건데요?"

 

 민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세리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네? 뭘 들었냐고요."

 "................................."

 "아저씨!"

 

 민준은 세리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리는 당황해서 뒷걸음질을 했다. 뒷걸음질을 하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서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아저씨..................왜.......................왜 이러는 거야?'

 

 민준은 세리에게 고개를 가까이 내밀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결혼해줘."

 "..............................."

 "나랑 결혼해줘."

 "..............................."

 "결혼하자."

 "싫어요."

 "........................키스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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