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취업일기
작가 : 환쟁이
작품등록일 : 2017.10.30

취준생 김지수 그녀의 취업일기

 
취업일기12
작성일 : 17-11-01 20:19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325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2.

 

 

 

 한참을 상담실 앞에서 기다렸다.

 

 이 연놈들은 뭔 상담을 하는지 도무지 줄이 줄어들 질 않는다.

 

 

 

 어렸을 적, 아빠랑 로또월드 갔을 때도 이렇게 줄을 섰는데..

 

 그땐 정말 행복했는데 내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은 바로 꿈과 마법의 나라 로또월드로 향하는 줄이 아니라 이 줄이구나.

 

 

 

 마침내 내 차례가 되어 회색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안에 방금 설치한 것 같은 플라스틱 테이블 앞에 의자에 한 아줌마가 앉아있었다.

 

 

 

 그 아줌마는 다소 도수 높은 안경을 쓴 것 같았는데 안경이 아줌마의 코를 타고 계속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마치 아줌마의 코가 미끄럼틀인 것 같았다.

 

 안경이 내려오면 아줌마는 다시 콧등 부분으로 밀려 올렸고 그렇게 계속 반복됬다.

 

 떨어져도 다시 올라가고 다시 올라간다.

 

 마치 아줌마가 계속해서 바위를 굴리는 현대판 시시포스처럼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시시포스 아줌마가 말했다.

 

 “네~”

 

 

 

 “저희 학원에 어떤 강좌를 들으러 오셨어요?”

 

 “음 좀 설명좀 해주세요.”

 

 

 

 “네 저희 학원은 웹전문 학원이라 요즘 수요가 많은 코딩, 웹디자인 그리고 예비 개발자를 위한 수업들이 있어요. 하나하나 말씀드리면.. 그런데 전공이 뭐죠?”

 

 

 

 “영문학과요.”

 

 “아 그럼 영어 잘하시겠네..”

 

 

 

 영문학과라고 영어를 잘한다는 법은 없다.

 

 토익을 잘할 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영어시험문제를 잘 풀 수 있을 뿐 영어를 잘한다고 할 순 없다.

 

 

 

 나도 토익을 ‘만점’받았지만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시험 기술자’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 그런 것에 까지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크게 잘못 된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

 

 

 

 영문학과는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법학과는 법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중에서도 진심으로 ‘영어’, ‘법’ 혹은 ‘수학’을 잘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대학에 와서 ‘그 학과’를 다녔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 잘하는 것이다.

 

 

 

 “개발자 부분은 수학이 좀 많이 필요하고 코딩도 비슷한 적성이 있으면 좋아요.. 그리고..”

 

 

 

 나는 수학이라면 질색이다.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웹 디자인’뿐인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아 고용노동부 들려서 받은 ‘내일배움카드’ 가지고 계시죠?”

 

 “아뇨 안 들렸는데요.”

 

 

 

 “그러면 먼저 고용노동부 들려서 상담과 적절한 안내절차 밟으신 다음에 카드 발급 받으신 후 다시 오셔야 해요. 4 번 정도 방문하고 상담 받으신 후에.. 프로그램에 따라.. 아무튼 한 달은정도 걸리실 거에요.”

 

 시시포스 아줌마가 안경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바로 학원부터 올 생각을 하다니.

 

 지난 2년동안 구직활동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인가?

 

 뇌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고용노동부.. 빌어먹을 내일배움카드 정말 사람 귀찮게 하네.

 

 

 

 근데 뭔 놈의 상담이 이렇게 많아?

 

 ‘여기 이 세상이 정신병원인가요?’ 하고 이름 모를 신에게 묻고 싶었다.

 

 

 

 사실 누구에게나 상담이 필요하긴 하다.

 

 나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잘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본적이 없다.

 

 그저 남들이 말하는 대로 주변에서 말하는 대로

 

 대학에 안 나오면 사람이 안 되는 줄 알았고

 

 엄마가 말 한 대로 대학에 가면 고등학생 때 보다 ‘멋있는 남자친구’도 생길줄 알았다.

 

 

 

 ‘남자친구’는 생겼었지만 이 놈들에게 ‘멋있다’는 수식어는 과분하다.

 

 그놈들의 이야기는 나중에 해줄게.

 

 

 

 어쨌든 남들이 시키는대로 엄마가 시키는대로 목적지가 분명한 한 무리의 연어 때처럼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학창시절을 보냈고 대학까지 나왔다.

 

 원래 꼭 인문계에 가고싶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실업계에 가면 무시당한다고 해서 인문계에 왔다.

 

 꼭 4년제에 가고싶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4년제 안나오면 인간취급을 못받는단다.

 

 그래서 같고 졸업을 했는데 아직 인간은 꼭 인간 취급을 받는건 아닌 것 같다.

 

 

 

 인생에는 단계가 있다고 들었다.

 

 초등학교 때 해야 할 일

 

 중학교 때 해야 할 일

 

 고등학생이 해야 할 일

 

 대학생이 해야 할 일

 

 

 

 마치 끝없는 계단을 오르는 한 무리의 사람들속에 섞여

 

 계단을 하나 하나 밟아 나간다.

 

 가끔 계단에서 다른길로 빠지는 몇몇 소수의 사람도 있지만

 

 다른 이들은 그들을 실패자라 욕한다.

 

 

 

 나는 가끔 묻고 싶었다.

 

 ‘이 계단은 왜 오르는 거죠?’

 

 ‘정상에 도착해야지’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똑같다.

 

 

 

 ‘정상에 도착하면 뭐-가 있는데요?’

 

 ‘정상에 도착해야해 가보면 알아 너희들은 나중에 우리에게 고맙다고 할 거다.’

 

 

 

 ‘그러니까 왜 이 끝없는 계단을 밟아 올라가야 하냐구요.’

 

 ‘인생에는 단계가 있고 그 때에 맞는 일을 해야해. 한번 계단을 잘 못 받으면 정상에 도달 할 수 없단다.’

 

 우리 앞에서 근엄하게 걸어가는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은 말했다.

 

 하지만 그 어른들 또한 행복해보이진 않는다.

 

 다만 굳센 결의로 우리 아이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때론 정상에 오르다 힘이 벅차 쓰러진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 중 몇몇이 자신의 아이들을 엎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 도달해야해’

 

 ‘왜요?’

 

 

 

 ‘정상에 올라가보면 알거다.’

 

 ‘지금 알고 싶은데요?’

 

 ‘......’

 

 

 

 초등학생 때 올라야 하는 계단

 

 중학생 때 올라야 하는 계단

 

 고등학생 때 올라야 하는 계단에 맞춰

 

 우리에게는 이정표가 주어져있었다.

 

 

 

 다만 그 의정표는 ‘?’로 끝마쳐진다는 것이 보통의 이정표와 달랐다.

 

 

 

 초등학생의 마지막 계단을 오를 때 쯤에는

 

 ‘중학교는 어디갈꺼니?’

 

 

 

 중학생의 마지막 계단을 오를 때 쯤에는

 

 ‘고등학교는 어디 갈 꺼니? 외고가 대학을 잘 보낸다고 하더라 그 쪽 계단이 더 튼튼해’

 

 

 

 고등학생의 마지막 계단

 

 ‘대학은 어디 갈꺼니? 4년제 안나오면 사람 취급 못받는단다. 그 쪽 계단에 오르렴’

 

 

 

 결국 대학교 졸업이라는 마지막 계단에 서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다.

 

 

 

 ‘취업은 언제 할거니? 요즘 그 쪽 계단길이 좁아지고 있어.’

 

 

 

 취업에 계단 마저 오르면

 

 

 

 ‘결혼은 언제 할거니?’

 

 라는 계단이 눈앞에 떠억-하고 나타난다.

 

 

 

 이 계단은 사실 ‘정상’ 따위는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흔치 않지만 남들과는 다른 속도로 이 계단을 올라가는 아이들도 있었고

 

 아예 계단 따위는 거부한 채 스스로 길을 찾는 아이들도 있다.

 

 

 

 마치 프로스트처럼 가지 않은 길을.

 

 그 다른 길이 헤피엔딩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똑같은 길을 ‘똑같은 속도’에 맞춰 걸어야 한다고 배웠다.

 

 

 

 

 

 사람들과 함께 끝없는 계단을 오르고

 

 내 또래들처럼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헤엄치는 연어 때 속에 섞여 말 잘듣고 왔건만

 

 현실의 연어 때처럼 어차피 목적지에 도착한다면 사나운 곰에게 죽을 운명인건가.

 

 사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정상’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이 계단이 끝이 없다는 것

 

 그리고 나는 언젠가 죽을거라는 것

 

 

 

 이게 내가 지금까지 배운 전부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취업일기22 회상, 계단 2017 / 11 / 5 264 0 1091   
21 취업일기21 회상, 뻐꾸기 2017 / 11 / 3 260 0 2305   
20 취업일기20 회상, 한여름 2017 / 11 / 2 284 0 894   
19 취업일기19 회상, 한여름 2017 / 11 / 2 276 0 385   
18 취업일기18 회상, 한여름 2017 / 11 / 2 275 0 1173   
17 취업일기17 회상, 노량진 2017 / 11 / 2 284 0 1324   
16 취업일기16 회상, 노량진 2017 / 11 / 2 248 0 933   
15 취업일기15 회상, 노량진 2017 / 11 / 2 274 0 580   
14 취업일기14회상 노량진 2017 / 11 / 1 287 0 965   
13 취업일기13 회상 노량진 2017 / 11 / 1 260 0 2248   
12 취업일기12 2017 / 11 / 1 267 0 3250   
11 취업일기11 2017 / 11 / 1 291 0 1131   
10 취업일기10 2017 / 11 / 1 281 0 987   
9 취업일기9 2017 / 11 / 1 282 0 1270   
8 취업일기8 2017 / 11 / 1 272 0 795   
7 취업일기7 2017 / 11 / 1 288 0 1384   
6 취업일기6 2017 / 11 / 1 268 0 689   
5 취업일기5 2017 / 11 / 1 266 0 629   
4 취업일기4 2017 / 11 / 1 273 0 1808   
3 취업일기3 2017 / 10 / 30 278 0 2336   
2 취업일기2 2017 / 10 / 30 274 1 970   
1 취업일기1 2017 / 10 / 30 481 1 81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모자
환쟁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