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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아포리아
작가 : 윤소교
작품등록일 : 2017.10.30

(현대/판타지/백발남/신(GOD)여주/신화/미스터리)

가상의 서울에서 펼쳐지는 살아있는 신이 되어야하는 여자와 이름을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전쟁이 사라지고 어느 때보다 긴 평화가 지속되는 현대의 서울. 수수께끼의 남자 번은 오늘도 도시를 떠돌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같은 건물에 있던 대국민적인 신 백아(伯牙)의 33대째 당주 수린과 조우하고, 그녀에게서 잃어버린 과거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이메일 : yoonsogyo@gmail.com

 
빛으로 (2)
작성일 : 17-10-31 20:28     조회 : 337     추천 : 0     분량 : 6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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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바란 결과였건만, 말도안되는 대답에 번이 소리쳤다. 그러나 커다란 목소리. 믿을 수 없다는 눈이 자신을 바라보자 수린은 되려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혼자보다는 둘이 좋지 않겠어?”

 

 그렇게 꼭 앞으로 가고 싶다면야. 수린이 우물쭈물하면서 대답했다. 결국 번은 뭐라고 말하려는 듯이 입을 뗐다가 다시 다물었다. 자신이 이 정도로 미심쩍은 행동을 하는데 아무 의심도 하지 못하는 그녀가 이상해질 지경이었다.

 

 “지금은 네가 걱정돼.”

 

 그 순간 번의 눈이 어둠 속에서 조금 확장됐다. 그는 그 대답에서 그녀가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아포리아’인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나비가 손등에 앉는 것처럼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진실을 떠나서 어이 없게도 그 말이 의외로 그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그래서 번은 그대로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바보같으니라고.

 

 자꾸만 백아에 대한 편견 또는 벽이 허물어지려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그래. 어쩌면 이 모든 건 그녀가 신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복잡한 심경을 감추며 그는 결국 말없이 그대로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대답 대신 수린에게 선심을 쓰듯이 손을 내밀었다.

 

 백아를 의식했다기 보다는 단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인간의 눈을 가진 신을 위한, 이 앞은 어두우니 조심하라는 아주 자연스럽고 신사다운 행동이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커다란 남자의 손바닥이 불쑥 나오자 수린은 그것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태어나서 남자 손을 처음 보기라도 한 눈이었다.

 

 어둠 속에서 내밀어진 손은 조금의 개연성도 없는 이음매가 되어 마치 꿈결처럼 그녀의 기억 속 어떤 모습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커다랗게 불어 우수수 흔들리는 나뭇잎.

 

 순간 사위가 어두워지고, 머릿속으로는 어느 화창한 숲속의 모습이 가득 차올랐다. 언제였는지는 모른다. 그 곳은 지금 이 곳과는 달리 어떤 환한 곳.

 

 강렬한 햇빛을 등진 채 있던 짙은 그림자.

 

 ‘이런 곳에 있었어?’

 

 그 순간 수린은 깊은 물 속에서 빠져 나온 것처럼 헐떡거렸다. 조금 더 기다리면 다른 장면으로 바뀌었을 텐데.

 

 “아.”

 

 눈을 반짝 뜬 수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번을 올려다 보았다. 스스스. 나뭇잎 흔들리던 소리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사그라 든다.

 

 “뭐하고 있어.”

 

 그는 어서 안 잡고 뭐하냐는 듯이 어둠 속에서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있었다. 올려다본 얼굴은 짙게 구겨진 눈썹처럼 절대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현실로 이끈 것은 번이었다.

 

 “….”

 

 손을 내밀자마자 난처해하는 듯한 수린의 반응에 그는 부아가 치밀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오기가 생겼는지 갈 곳을 잃은 손은 자유 의지를 얻은 듯 더더욱 넣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의 손바닥이 허공에서 불안하게 까닥거렸다.

 

 젠장할...

 

 자연스럽게 손을 내민 것이, 곧 평소와 같은 자신의 오만함이 원인으로 느껴지자 번은 쓴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 여자에게 지금 나는 신수 혹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그 이하’일 텐데. 뭘 믿고 대체.

 

 “이상한 뜻은 아니고. 그냥 앞이 어두우니까.”

 

 자신도 모르게 그는 변명처럼 말했다. 그러나 노력이 무색하게도 백아는 이제 돌처럼 굳은 채 대답이 없었다. 심지어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것 같기도 했다. 번은 이제 뜨악하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길거리에서 헌팅하려다 차인 것도 이거보단 나을 것이다.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 됐으니까.”

 

 당황한 그가 지껄였다. 이성에게 거절을 당해본 적 없던 그는 솔직히 말해서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몇초 후 겨우 손가락을 접은 그는 허공에다 대고 먼지라도 묻은 것처럼 손가락을 털었다. 젠장.

 

 그저 어두우니 조심하려는 뜻이었다. ‘신’에게 맹세하고 결코 이상한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을 굳이 또 다시 할 생각은 죽어도 없었다. 그가 내밀었던 손을 완전히 접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탁, 소리와 함께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손 안에서 가득 느껴졌다.

 

 작은 여자의 손에서 흘러드는 고동소리. 옅게 손바닥 사이로 전해지는 따뜻함. 맞잡은 손은 자신의 손에 딱 맞는 크기처럼 익숙했다.

 

 놀란 번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간신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시야로 고개를 숙인 까만 정수리가 보였다.

 

 그것을 본 순간 되려 번의 얼굴이 조금 붉어져버릴 지경이 되었다. 그 순간 조급한 수린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꼼지락 거리자 그는 풋내기처럼 등이 쭈뼛섰다.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어 번은 자신의 손을 잡은 수린의 표정을 확인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그는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그걸 끝으로 번은 그대로 어둠을 향해 등을 돌렸다. 번은 수린의 손을 잡고는 곧장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것 처럼.

 

 아.

 

 갑자기 빠르게 걷는 그의 발걸음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수린이 내리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수린은 저도 모르게 맞잡은 그 손을 꼭 잡았다.

 

 커다란 남자의 보폭에 그녀는 거의 달리다시피 걸어야했다. 배려가 전혀 없는 걸음. 그러나 빠르게 걷는 와중에도 그는 잡은 손은 절대 놓지 않았다.

 

 남자의 넓고 커다란 등이 그녀의 눈 안에서 어둠 속에서 흔들렸다. 기대고 싶은 넓은 등. 하지만 반대로 안아주고 싶기도 했다.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그녀의 시간 속에서 수만개의 머리카락이 눈부시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정말 우연히, 수린은 줄곧 앞만 바라보고 있는 번의 귓불이 살짝 붉어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거짓말.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는 애틋함이 가슴 속에 스며들었다. 수린은 답답해지는 마음에 손을 뺴고 싶었다. 하지만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그와 함께 더 깊은 곳으로 빨려가는 듯 한 어둠이 무섭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붉어진 그의 귓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안타깝고 또 그만큼 간절해서.

 

 갑자기 그저 이 순간 만큼은.

 

 이 손을 놓으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서...

 

 “.....난 어쩌면 널 알고 있을지도 몰라.”

 

 그 순간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던 수린이 충동적으로 말했다. 순간 그가 멈칫하는 게 느껴졌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쏟아져버린 물이었다.

 

 그러나 번은 곧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더 깊고, 깊은 어둠 속으로.

 

 "그건 너무 오래된 작업 멘트인데.”

 

 대답이 없다고 생각할 때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수린은 자신의 얼굴이 화악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더 부끄러운 것은 그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자신이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수린은 입을 달싹였다.

 

 “....어디까지 가는 거야?”

 

 멋쩍어진 그녀는 당장 다른 주제가 절실해 결국 웃으며 그렇게 물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고 마음 한 구석은 퍼석해지고 있었다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바보같이 왜 그랬을까. 자책의 말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런데 번은 어디까지 가냐는 말에는 못 들은 것인지 침묵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몇분 전부터 아예 끔직할 정도로 말이 없었다.

 

 한참을 대답을 기다리던 수린은 결국 점점 더 깊어지는 번의 이상한 침묵에 미소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은 좋든 싫든 기계적으로 앞을 나아가고 있었다. 어떤 대화도 없는 고요한 정적. 그러나 그 침묵은 이제 쑥스러움이나 배려에서 오는 간질간질한 침묵이 아니었다.

 

 불안과 경계에서 오는 무거운 침묵이었다.

 

 불행히도 수린은 그때부터 맞잡은 손이 무거운 족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강제적인 부분은 조금도 없지만, 이제 그의 손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잠깐 보였던 붉어진 그의 얼굴은 거짓말처럼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수린 역시 더 이상 웃지 못했다. 그를 알지도 모른다는 말 이후 말수가 줄어든거라 생각되자 더더욱 말을 걸 수 없었다.

 

 아무도 이 위화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이는 없었다. 그저 깨어질 것 같은 살얼음 판을 걷는 사람들처럼,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그들은 그저 맞잡은 손을 의지한 채 움직였다.

 

 대체, 지금 어디로 가는걸까.

 

 그제야 수린은 그 의문을 떠올렸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도 번은 정말 조용히 걷기만 했으니까. 참을 수 없는 긴 시간이 흐르자 이윽고 그녀에게도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번은 갑자기 모든 일에 무관심해진 듯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 몹시도 신경쓰였다. 마치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가 다른 사람으로 바꿔치기 당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른 사람 같았다.

 

 생각해보면 이 앞으로만 가겠다는 이야기와는 달리 그는 이미 복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하기도 전에 그는 다른 복도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순간 의심에 불이 붙은 수린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분명,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터 였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모르나 복도도 조금씩 밝아지는 것 같았다. 이게 모두 우연일까. 문뜩 이 변화를 그도 알고 있는지 수린은 궁금했다.

 

 그 순간 그가 또 다시 멈춰 섰다. 그러고는 신중히 무언가를 가늠하는 것처럼 굴었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그래, 마치 뭔가를 감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수린은 불현듯 그가 하는 행동이 정말 길을 찾는 것처럼 보여 혼란스러웠다. 지금 번이 하는 행동은 분명 ‘충동적인’ 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공주님.

 

 그 순간 반대쪽의 어두운 복도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놀란 수린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텅 빈 복도엔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녀는 번도 들었을까 싶어 부리나케 앞장서는 그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번은 아무 반응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빨리 따라오라는 듯이 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공주님!

 

 그 순간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건물을 울릴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였다. 수린은 그대로 복도에서 건물을 멈췄다. 갑자기 멈춰버린 수린에, 짧게 혀를 찬 번은 마지못해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섰다.

 

 “방금 무슨 소리가....”

 

 수린은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를 알 수 없는 눈으로 번이 지켜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그것이 수행원들의 목소리란 것을 완벽하게 기억해냈다. 동굴처럼 울리는듯한 목소리에 긴가민가했지만 분명했다.

 

 수린은 이제 앞의 의문들은 까맣게 잊고, 즉시 번과 복도를 번갈아보며 호들갑스럽게 텅 빈 복도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번, 맞아. 우리 수행관들이 분명해! 제대로 왔나봐.”

 

 번에게 향해있던 찰나의 의심을 지울 수 있었다. 그래, 길을 찾는 건 사실이었나보다. 하지만 우리쪽 사람들을 찾고 있는 거였다.

 

 멈춘 그에게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수린은 이제 커다란 번의 손을 잡고 끌며 다급하게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무거운 돌처럼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왜 그래?”

 

 의아한 수린은 결국 그를 돌아봐야했다. 겨우 아무 의심도 없는 밝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수린은 흠칫 몸을 굳혀야했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무엇인가 불만스러운듯 입을 꽉 다문 번이 석상처럼 어둠 속에 있었다. 그가 아주 귀찮고 피곤하게 됬다는 듯이 이마를 쓸며 입을 열었다.

 

 “함정이야.”

 

 뭐라고 말을 꺼내보기도 전에 고개를 든 그가 짧게 정의했다. 한치의 이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서늘한 말투였다.

 

 달라진 분위기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호락호락하지 않는 수린은 눈을 동그랗게 떠야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그녀는 곧바로 짧게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었다. 저 목소리는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어둠속에서 번이 말없이 손을 꽉 쥐었다. 그는 이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수린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찰나의 갈등이 그의 눈 안에서 스파크를 튀기듯이 일었다.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얼굴이었다. 수린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린 가야 해."

 

 처음으로 듣는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순간 번의 눈이 확장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 듯 손은 놓지 않았다.

 

 “가야한다니까.....”

 

 번이 손을 놓아주지 않자 수린은 이제 손가락을 바르작거리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손가락을 지분거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벗어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번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놓지 않았다.

 

 대체 왜? 그 말을 속으로 삼키며 수린은 겁을 먹기 시작한 자신을 애써 타일렀다. 이상했다. 지금 이 상황은 누가봐도 이상했다. 게다가 아까부터 달라진 그의 태도에 수린의 불안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어쩌면.....

 

 “지금까지, 네 생각대로 와줬잖아. 그러니까 우린 이제 가야해....”

 

 평범하게 말하려던 의도와 달리 목소리가 겁에 질린듯 잠겨진채 나왔다. 그 순간 수린은 부들거리며 잡고있던 손을 매몰차게 놓아버렸다.

 

 함께 가야한다는 말과 달리 그녀는 서둘러 번에게서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다람쥐처럼 아주 재빠르고, 망설임 없이.

 

 미처 수린을 잡지 못한 번이 뒤에서 소리질렀다. 그러나 수린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곧 자신이 그에게서 도망치는 것처럼 뛰려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어이없게도 달라진 그가 너무나도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어둠보다도 훨씬. 무시무시한 공포가 잠식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기다리랬지!”

 

 그 순간 줄곧 말없이 있던 번이 그대로 수린의 팔을 잡았다. 강한 손아귀 힘을 의식하지도 못하는 새에 몸은 확 남자의 품 안에 끌어등겨졌다. 엄청난 힘에 순식간에 팔이 당겨지며 등이 딱딱한 가슴과 부딪쳤다.

 

 “무슨!”

 

 놀란 수린은 벗어나기 위해 곧바로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그가 조금만 힘을 주는 것만으로 완전히 몸이 돌려진 수린은 번의 가슴에 코를 박아야했다.

 

 심장이 갑자기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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