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굉장히 기묘하고 희한하다.
대체로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세계관을 보면, 나와는 별종의 세계 사람들인 것 같다.
물론, 나야 뭐 문제풀이 기계로 키워진 인간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답 같아 보이는 것을 골라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풀이 기계인 내 사고방식으로 감히 판단하자면 말이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뭔가, 너무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신경이 날카로운 듯하다.
사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예민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신경은, 일반적인 고통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다.
특히 현대문학에서, 그 고통은 배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괴롭다.
특히 문학 지문을 풀 때 더 괴롭다.
물론 국어에서 그나마, 문학이 제일 재미있지 않느냐는 급우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을 모르고서 하는 소리이다.
문학은 현실을 극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문학을 한다는 사람들은, 정치판이던 사업판이던, 여러 부류를 꽤나 오랫동안, 또는 많이 기웃거린 종족들이다.
이에 탁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등의, 문제 지문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문학가들은 아마도, 정치와 사업에서 수많은 좌절을 겪고서, 어쩔 수 없이 문학계로 온 것이리라.
그렇다. 이 때문에 문학가들의 사고방식은 애시 당초, 나 같은 샌님들이 감히 훈수를 둘 수 없는 것이다.
그저 나로서는 문학 문제 앞에서, 까삐딴 리처럼 굽신굽신 절을 하는 수밖에 없다.
참고로 말하자면, 애시 당초 정말로 재미있는 드라마 대본이나, 최신 외국 영화 대본 같은 것은, 아예 수능 지문으로 출제되지도 않는다.
솔직히 수능의 문학 지문들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러하다.
수능 문학 지문들, 이것들 또한 정치와 사업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어느 익명의 문학 협회 등에서, 수능에 어떤 문학작품을 위주로 출제하라는 모종의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내 생각이 너무 지나친 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능 문학 문제를 풀다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입시 당락을 가를 문제이지만, 정작 시험지 제작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나의 돈을 뜯어가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러한 의문들에 사로잡혀서 문제를 풀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회비판이니 현실반영이니 어쩌고저쩌고 거창하게 말하고 있는, 문학 문제들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