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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무능력자가 대공으로서 살아가기
작가 : 아리냥
작품등록일 : 2017.10.31

공작으로 빙의되었다.
흔한 주인공 보정인 외모? 검술? 마력?

그런 건 없었다.
오로지 내 자신만의 머리로 살아남아라.

 
왕도 상경(5)
작성일 : 17-10-31 18:59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4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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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5

 

 

 

 황제와의 알현을 끝내고서 루키우스는 대기실에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잠시 뒤면 소회의가 개최된다. 통일 제국 아우로페의 동서남북을 책임지고 있는 절대적인 위치의 관리자들이 모이는 회의.

 

 그것은 역사서를 뒤져보아도 그리 많지 않은 희소한 경우였다. 나라의 국운이 풍전등화에 놓였을 때만이 개최되므로, 현 황제와 그 정권이 소회의를 개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였을지 알 수 있었다. 소회의가 개최된다는 것은 전 대륙에 자신들의 정권이 가진 무능함과 제국의 쇠퇴를 직접 공헌하는 꼴이 될 테니까.

 

 시녀들이 가져다준 허브티를 마시면서 가만히 대기실을 둘러보았다.

 

 알현실만큼이나 매우 화려한 디자인의 대기실, 관리자 급의 최상급 귀족들만을 모시는 장소로서 수많은 사용인들이 손을 거친 흔적이 보였다. 이렇게 완벽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많은 정성이 필요할 것이고. 귀족들의 같잖은 사치 때문에 밑의 평민들만 죽어나가는 상황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다과류들도 있었지만 그 쪽에는 딱히 손을 대지 않았다.

 쿠키를 하나 먹었는데 지나치게도 달았던 탓이다. 귀족들은 이런 입맛이라고 한다. 이러다가 당뇨에 걸려서 일찍 죽을라.

 

 루키우스는 지극히 달고 당분이 절어있는 과자를 저주스러운 흉물마냥 바라보면서 그것을 기피했다.

 

 "아, 미리 선객이 계셨던 모양이군요."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루키우스는 자신에게 말하는 남성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자리에서 일어서진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위치보다 높은 사람은 이 제국에서 황제 밖에 없었다. 공작이 서둘러 일어서서 체면을 차리는 것도 볼썽사나운 짓이라고 여기고는 가만히 자리에 있었다.

 

 말을 건 사람은 인자하게 주름이 깊은 노인이었다.

 

 60대 중반이라고 보면 될까. 입에 걸려있는 인자스러운 미소는 친숙함을 일으켰고 순식간에 경계심을 지웠다. 화려함과는 전혀 반대되는 수수한 모습의 수도복을 입은 노인은 사뿐한 걸음으로 걸어서 자리에 앉아도 되겠냐고 물었고, 루키우스는 그것을 허용했다. 어차피 이 황궁은 황제의 것, 자리에 앉으니 마니하는 문제는 자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노인이 말했다.

 

 "이 노구 혼자.... 무료할 거라 여겼는데... 이리 선객이 계시니 다행이군요."

 

 "예. 저도 심심하던 차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둘은 마치 짜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테이블 위에 정성스럽게 정리된 체스판을 꺼내었다. 체스말도 가지런히 놓여있다. 일반 평민의 체스말과는 매우 달랐는데, 어찌된 사치인지 체스말에도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분명 금이다. 겨우 이런 보드게임에도 세금을 쏟아붓는 황궁의 사치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성직자이신 모양이네요."

 

 먼저 폰(병사)을 옮기면서 루키우스가 말했다.

 

 "예. 미관말직이나마 신에게 봉사를 하고 있는 몸입니다."

 

 "겸손을. 미관말직이라면 이런 대기실에도 들어오지 못할 텐데요."

 

 "허허허. 그렇군요."

 

 둘은 체스말을 옮기면서도 시선은 체스판으로 향해있었고, 입은 서로간의 대화를 위해서 사용되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체스말이 하나둘씩 체스판 위를 떠나갔고, 두뇌싸움으로 이어지는 게임은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루키우스와 노인은 심혈을 기울이면서 게임을 이어나갔다.

 

 체스말이 대부분 줄어들고 킹(왕)과 퀸(여왕)이 고독하게 남아서 다른 체스말들과 연계하여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노인이 물었다.

 

 "현 정세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성직자분이라면 가장 먼저 도를 아십니까? 라고 물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렇게 우스갯소리를 먼저 말하고서 대답하였다.

 

 "개판이죠. 마왕군은 북부를 점령하고서 그대로 남진南進, 이제는 중앙까지 밀고 내려와서는 여러 거점을 공략하고 여기 수도까지 노리고 있는 판입니다. 솔직히 수도를 옮겨야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죠."

 

 "이미 그런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노인이 말해주기를 현 황제인 히스토리아 대에 이르러서 마왕군이 나날이 갈수록 흉폭해지고 사나워지자 귀족들이 수도 이전을 주장하였지만, 황제 자신이 그것을 물리쳤다고 한다.

 

 제도 싱블론즈는 역대 황제들이 거쳐간 성스러운 성도. 통일 제국을 이룩하기 전인 초대 황제가 태어난 고향이었으며 나아가 빛의 신 루에게서 제국의 초석을 다지라고 신언을 내린 곳이기도 했다. 이런 곳을 잃게 되면 앞으로 제국은 더욱 더 빠르게 붕괴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아, 성직자 분이시니 묻겠습니다. 마왕군을 상대로 백전무패를 이어나가고 있는 그 【성녀】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무용담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루키우스가 자신의 공작령에서 들은 소문은 그야말로 무패의 여신이라고 칭하여도 좋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영웅이었다.

 

 스물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의 소녀는 신의 부름을 받고서 교황군에 투신하였으며, 교황 그레고리오 3세는 신의 부름을 받은 그녀를 성녀로 임명하고 정예군들을 모두 맡겼다고 들었다.

 

 당시로서는 평민 출신의 계집에게 지휘권을 맡긴 교황도 미친 작자이지만, 그것을 받들고 마왕군을 모두 연패시킨 성녀도 정상은 아니었다. 교황과 성녀는 현대인으로서는 절대로 예측이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준 인물들이다. 그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 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너무도 비현실적이다.

 군사 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소녀가 교황군의 총지휘관으로 발탁되어 마왕군을 무찔렀다는 그 영웅담은 마치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허구적인 성향이 깊었을 뿐더러 한낱 소녀가 단번에 전쟁 영웅이 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착한 아이입니다. 언제나 올바르고 강하고, 그리고 믿음직스럽습니다."

 

 "그게 끝입니까?"

 

 "예.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의 단언에 루키우스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성녀가 세운 각종 전공이나 무용담을 떠들면서 말하는 것도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남이 무슨 공을 세우던지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결과일 테니까. 여러 귀족들처럼 그저 성녀라는 존재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보내면서 평화에 젖어드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다. 아직 어린 소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너무도 안약한 행동일 테니까.

 

 "교황군은 앞으로 어떻게 공세를 취할 셈입니까. 현재는 라이안 강을 경계선으로 마왕군을 막아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것은 반대로 강을 진출하여 마왕군을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도 비춰집니다."

 

 "저희도 지쳤습니다. 아무리 동부에서 고전분투를 해도, 다른 방면의 전선에서는 이렇다고 할 승전보도 없는 데다가, 마왕군의 전력이 저희 교황령에 집중되어있어 공세를 펼치기가 어렵습니다."

 

 노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현재 제국과 마왕군이 대립하고 있는 전선에서 승전을 올리고 있는 곳은 오로지 동부의 교황령 뿐이다. 성기사단이 주축이 된 성녀군은 마왕군을 상대로 교전을 벌이면서도 전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는 추세였다. 왜냐하면 마왕군 또한 아우로페 제국에서 자신과 건곤일척의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존재가 성녀 뿐이라고 생각하고서 그 주력군들을 모조리 동부 방면으로 돌려버린 탓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다른 전선은 조금 수월한 편이기에 제국군이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터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는지 제국군은 조금도 영토 탈환을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군단을 출병시키면 패퇴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서부의 공작군이 나서게 된다면 어떻겠습니까."

 

 "호오.... 그렇게 되어준다면야 저희도 숨통이 트일 것이고, 마왕군 또한 낭채를 보게 될 것입니다. 마왕군은, 아우로페 제국을 얕보고 있을 테니까요."

 

 현재 서부의 란체스터 공작령에서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정병 5만이다.

 

 전쟁 명령을 하달하였으니 지금은 내정대신인 칼라도프 란체스터를 중심으로 분주하게 준비를 개시하였을 것이고, 앞으로 두 달 이내에는 모든 전쟁의 준비가 끝마쳐질 것이다. 현재 공작령은 축제 분위기였다. 마왕군과의 전쟁을 기피하던 루키우스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있었지만 전대 공작을 잃은 영지민들의 분노가 앞섰다. 그 동안 이를 갈고서 복수를 원했던 공작령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달아올라있었다.

 

 루키우스는 자리에 일어서서 눈앞의 노인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번 소회의도 그것 때문에 개최되는 거겠지요. 교황 성하."

 

 "예, 그러합니다. 란체스터 공작."

 

 제국의 동부와 서부를 책임지는 교황과 공작은 서로 같은 장소에 만나서 체스를 나누었다. 제국의 운명을 쥐고 있는 양대 거인들은 서로 웃으면서 하는 대화들이 제국이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내용들이었다. 동부와 서부의 공동 연계. 그것은 마왕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지금까지 개망나니라고 불리던 란체스터 공작의 몸에 새로운 영혼이 빙의되면서부터 국면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북부의 관리자인 바르티나 가문은 이미 영지를 잃고서 몰락하였고, 남부의 피아라티 가문은 이렇다고 할 행동을 보이지 않고서 오로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피아라티 가문을 총괄하는 관리자의 손녀딸인 '이레네 피아라티'가 황궁에 출입하였지만 그것만으로는 확실한 행보가 불분명하다.

 

 무너진 제국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동부와 서부의 관리자인 교황 그레고리오 3세와 공작 루키우스 아우로페가 유일할 것이다.

 

 "하지만 란체스터 공작령을 포함해서 서부 방면은 그 사이에 '블루드래곤 산맥'이 가로막고 있는 탓에 마왕군과의 전선이 없지 않습니까. 설마 산맥을 넘으시려는 것은...."

 

 "물론 아니지요. 블루드래곤 산맥은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험준한 만년설의 산봉우리 낙원. 만약에 군사를 출병시킨다면 서부를 빠져나와 중앙으로 행군하여 마왕군과 전투를 치를 것입니다. 자세한 것은 소회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기대되는군요. 이 노구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서로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체스말을 움직였다.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인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은 체스판과 실제 전장은 매우 흡사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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