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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무능력자가 대공으로서 살아가기
작가 : 아리냥
작품등록일 : 2017.10.31

공작으로 빙의되었다.
흔한 주인공 보정인 외모? 검술? 마력?

그런 건 없었다.
오로지 내 자신만의 머리로 살아남아라.

 
왕도 상경(4)
작성일 : 17-10-31 18:59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3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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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4

 

 

 왕성에 도착하고나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황제의 알현실이었다.

 

 제국의 중심에 해당되는 제도 싱블론즈. 싱블론즈의 황궁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하기로 유명한 황제의 알현실로 들어선 루키우스는 답답한 복장을 매만지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직 황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부른 것은 그 쪽인데 아직도 나타나지 않다니.

 어떻게 되먹은 손님받이 방식이냐, 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황제를 욕했다.

 

 좌우로 무장한 중장갑의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알현실까지 오는 동안 통로에서 보았던 회화와 미술품이 전시된 광경은 이 곳이 으리으리한 호화로움을 가진 황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나게 만들어주었다. 분위기가 매우 무거웠다. 역시 황궁이라는 건가. 아무리 공작이라고해도 불경한 행동을 보이면 그대로 화가 찾아오리라.

 

 알현실에는 오로지 루키우스 뿐이었고, 라피스는 대기실에 남아있었다. 어차피 황궁이기 때문에 경호상의 이유 때문에 체류할 필요도 없었으니 말이다.

 

 "이미 란체스터 공작이 도착하였사옵니다."

 

 바깥에서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환관의 목소리와 함께 알현실로 들어온 사람은 금발의 화사한 분위기를 가진 미인이었다.

 

 나이가 불과 20대 중후반이었고 그녀가 바로 아우로페 제국의 주인이자 모든 영주들을 이끄는 군주인 【히스토리아 크라운 아우로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얼굴이 매우 닮았다. 사촌지간이라서 그런 걸까. 금발과 벽안이라는 신체적 특징은 아우로페 황족에게 공통되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가뿐하게 가장 높은 상석인 황좌에 앉은 황제는 루키우스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듯이 바라보고는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반가워, 루키우스. 매번 부름을 무시하더니 최악으로 시국이 치달으니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네."

 

 황제의 말에 루키우스는 조금 당황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서스럼 없이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작과 황제. 분명 사촌지간인 혈연 관계이지만 분위기와 어조가 딱딱할 거라고 생각했다. 루키우스는 대체 황제의 면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까. 루키우스라는 인간의 몸에 빙의한 남성은 갈팡질팡하면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내 가장 무난할 거라고 평가되는 모습을 취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서 황제를 대하는 신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란체스터 공작. 폐하의 부름에 따라 용안을 뵙습니다."

 

 루키우스는 자신이 생각해도 전혀 의심을 받지 않을 완벽한 대처였다고 생각하였다.

 

 당연하다. 황족이자 공작이라고 하더라도 엄연히 군신관계에 속한 입장이다. 중세 유럽의 역사가 신분제가 모토였던만큼 그것은 절대로 깨져선 안 될 중요한 규칙이었고, 그 규칙에 따라서 행한 행동이다.

 

 절대로 의심을 받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루키우스였지만 황좌에 걸터앉은 황제의 고운 얼굴이 웃음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행동이 틀려먹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던 금발의 황제는 입에서 침을 튀길 정도로 깔깔거리며 크게 웃었다.

 

 "아하하, 아하하하하하!! 루키우스 주제에 근엄한 척에다가 있는 폼을 다 잡고 있어! 멍청이, 이 멍청이 공작!!"

 

 "....."

 

 루키우스는 눈앞의 여성에게 꿀밤을 놔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황제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배를 부여잡고는 더욱 더 크게 웃었다. 그렇게나 웃기던가. 황제를 경호하는 근위 기사단들과 그 시녀들까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어깨를 움찔거리고 있는 걸로 보아 자신의 행동이 뭔가 어색했음을 깨달았다. 과연 루키우스라는 녀석은 대체 황제의 앞에서 어떤 처신으로 행동했을까.

 

 "우리 사이에 무슨 존댓말이야? 둘만 있는 자리에서는 경어는커녕 반말에 욕설을 찍찍하던 녀석이? 루키우스, 설마 갑자기 철이라도 들어버린 거야? 아니면 괴한들에게 얻어맞아서 갑자기 쫄기라도 했어? 킥킥킥, 완전 웃겨, 멍청이 공작."

 

 루키우스는 참을인자를 마음 속에 새기면서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상대는 황제. 아무리 짜증나는 성격의 여자라고 하더라도 주먹을 날려선 안 된다. 여기는 신분이 깡패인 세상. 황제가 욕하면 그것을 웃고 넘겨야한다. 빌어먹을, 당장에라도 반란을 일으키고 싶다.

 

 황제의 이름은 히스토리아 크라운 아우로페.

 황제로 즉위하게 되면 미들 네임으로 왕관과 왕좌를 뜻하는 크라운이 붙게 된다. 그녀는 루키우스와는 사촌지간이며 동시에 같은 할아버지를 두고 있는 가족 관계였다. 현재 귀족들 사이에서는 남몰래 '실지왕失地王' '무능왕無能王' 등 최악의 별칭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황제이기도 했다. 안으로는 지금까지 나라를 부흥시키려는 개혁법이 모조리 실패했고, 바깥으로는 거센 마왕군의 공세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북부를 모조리 빼앗기고 중앙까지 침입을 용인하게 만들어버린 우왕愚王. 그게 세간에서 흐르는 여황제에 대한 인식이었다.

 

 음침하고 냉소적인 성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와는 정반대로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는 소녀였다. 이래서 무능왕인가. 머리에 든 게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히스토리아 여황제가 말했다.

 

 "직접 보니 다친 곳은 괜찮은 모양이네."

 

 "예."

 

 "존댓말하지 말라니까.... 머리가 다쳤구나. 안 됐다. 하긴 계집질과 분탕질을 하는 것 말고는 쓸 일도 없었으니까 딱히 상관은 없을지도."

 

 진짜 이 여자 때리고 싶다.

 루키우스는 생각했다.

 

 그래도 자신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루키우스를 걱정해주는 히스토리아의 모습에 감명받았다. 루키우스는 란체스터 공작령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개망나니 공작이다. 소녀들을 겁간하고 백성들의 재산을 약탈하는 등의 패악을 일삼은 최악의 난봉꾼. 그런 사람을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다니. 개망나니를 걱정해주는 무능왕이라. 뭔가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루키우스가 말했다.

 

 "어쨌거나 소회의를 연 이유는 마왕군의 침공 때문이 아닙니까."

 

 "응. 맞아."

 

 제국의 동서남북을 관장하는 관리자들을 호출하는 것은 황제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관리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이루어지는 소회의小會議는 열린 적이 몇 번 없는 행정이다. 건국 초기에는 각 분야를 담당하는 고문들이 모이는 행정이었지만, 나라가 발전하고 관리자라는 직책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레 관리자들이 모두 모여서 황제와 국정을 의논하는 회의로 발전했다.

 

 "제가 이미 공작령에게 고하여 전쟁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앞으로 마왕군과 교전을 벌일 것입니다. 중앙으로 파고는 마왕군의 진격을 상쇄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습니다."

 

 뚜렷하게 말하는 루키우스의 말에 황제의 눈썹이 휘어졌다.

 

 "군략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무지렁뱅이가 루키우스잖아? 무슨 근거로 말하는 거야? 유스티나스 삼촌이 남긴 유능한 군단이 있긴 하지만.... 란체스터 공작령의 관습상 총사령관은 루키우스인데. 나로서는 폭망일 거라는 생각 밖에 안 들어."

 

 애써 도와준다는 말에 비관적으로 반응하는 황제의 말에 입꼬리가 굳었다.

 

 황제만 아니었으면 벌써 여러 번이고 패줬을 텐데.

 

 "....."

 

 루키우스는 가만히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 다음에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가족이니 사적인 대화를 하는 게 좋으려나. 애초부터 저쪽 세계에 있을 적에는 여성과 단시간이라더라도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 가끔 있기는 했는데 편의점의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봉투에 담아드릴까요?"라는 물음에 답하는 경우 밖에 없었다. 게다가 조금 더 대화하고 싶어서 "아, 잠시만요. 포인트 적립카드가...."라고 중얼거렸던 기억도 있다.

 

 얼마나 최악이었건 거냐.

 괜히 신체의 전 주인 때문에 망나니, 귀축 취급을 받는 최악의 대우였지만 이렇게 소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선 좋았다. 저쪽 세계에서는 절대로 받을 수 없는 경험이었으니까.

 

 황제가 말했다.

 

 "다행이다. 루키우스, 다쳤다고 들었을 때는 걱정 많이 했어."

 

 "예. 보시는대로 멀쩡합니다."

 

 히스토리아는 황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진심으로 루키우스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무리 피를 이은 혈연 관계라고는 해도 이런 식으로 상대를 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약점이 잡힐 우려가 있다. 무능왕, 실지왕이라고 불리면서 비난을 받는 황제였지만 진심으로 가족을 아끼는 성격이었다. 마치 친누나 같다고 할까. 대하는 행동은 심히 불손하지만 그래도 이런 누나가 있어서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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