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는 독서 관련 국어 문제를 풀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헷갈리는 답안지가 곳곳에 보인다.
마치 영혼 한 구석이 어딘가 독기로 가득 차게 만드는 그러한 오지 선다형 문제들!
그나저나 쓸데없는 생각이기는 하다. 하지만 갑자기 조금 궁금해진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입시에 성공할 수 있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악마의 존재나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 편에 가까웠다.
그러나 나와 엇비슷한 나이에, 이미 아이돌 스타로 출세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을 보면, 악마나 영혼이 실제로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문제를 마킹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독기를 품고 독서 문제를 풀면서 거듭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만일이라도 악마가 내려와서, 나와 영혼 거래 계약을 맺자고 하면 맺을 것인가?
그 때였다. 정말로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이여. 정말로 나와, 영혼 판매 계약을 맺겠는가?”
나는 순간 움찔했다. 수능 마킹을 하던 내 손이 바르르 떨려온다.
나는 침착하게 속으로 묻는다.
“영혼 판매의 대가는 무엇이지?”
허공에서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당연한 것 아닌가. 정해진 날짜에 너의 생명을 거두어가는 것.”
나는 다시 속으로 물었다.
“의대 진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이 계약을 맺나요?”
허공에서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그 질문에 나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인간이여. 계약을 하겠는가?”
나는 다시 속으로 말했다.
“재수를 하던 삼수를 하던, 실력으로 진학하겠습니다.”
허공에서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그러한가. 인간. 두고 보겠다.”
그렇게 기묘한 사건을 겪고서야 나는, 독서에 관련된 문제들을 모두 다 간신히 풀어 재낄 수 있었다.
자아, 이제는 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