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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피닉스 레기온(Phoenix legion)
작가 : 이리윤
작품등록일 : 2016.8.23

괴멸한 레기온이나 소대의 생존자만 모아놓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있거나, 실전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살아남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이들. 약삭빠르며, 저밖에 모르고, 재활용도 못 하는 쓰레기에 어중이떠중이만 모아놓은 데다 꼴에 공로를 세운 기사랍시고 어떻게 처리할 방법도 없어서 군부의 골칫거리라고 불리는, 죽지도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 바로 피닉스 레기온(Phoenix legion).

“내가 진다면 네놈들에게 아무것도 명령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처럼 지내면 되겠지.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너희는 내 개가 되어야 할 거다. 내가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겠지. 어때, 하겠나?”

그들이 제이를 만난 후 대륙 동부를 뒤흔든 전쟁에서 최고가 되는 이야기

 
Chapter 1. 도도하지도, 고상하지도 않았다(5)
작성일 : 16-08-28 14:47     조회 : 379     추천 : 1     분량 : 3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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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리윤

 

  “와…….”

  “냄새 죽인다…….”

 

  걸신들린 세 남자가 제이의 주변을 동그랗게 둘러쌌다. 로너가 피운 모닥불 위에 걸린 작은 솥 안에는 제이가 잡아 온 사슴 고기를 넣은 스튜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꼬치에 꿴 토끼 고기와 버섯, 과일이 소금과 후추로 양념된 채 익어가고 있었다.

 

 귀족 도련님 세 명은 야영 경험도 적었고, 당연히 취사가 가능할 리가 없었다. 취사 담당 또한 자동으로 제이가 되자 세 남자들은 슬슬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제이는 아무렇지 않아 했다. 할 수 있는 이가 하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제이는 스푼으로 국자에 있는 스튜 국물의 간을 본 다음 그릇에 적당량을 나눠 담았다. 아무래도 남자인 그들이 제이보다는 많이 먹을 것이다. 제이는 일곱 개의 꼬치를 세 남자에게 두 개씩 나눠준 다음 자신의 몫으로 하나를 가졌다. 그녀 또한 몸을 쓰는 사람이니 일반적인 여자들보다 필요로 하는 열량이 많겠지만, 타고 난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그러했다. 세 남자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이에게 적당한 감사를 표했다.

 

  “학식 부럽지 않은데?”

  “소금이랑 후추를 챙긴 게 신의 한 수였어!”

 

  로너와 벤자민이 탄성을 뱉었고, 에드워드는 아무 말 없이 엄지만 치켜세우며 묵묵히 음식을 먹어치웠다. 설거지는 당연 세 남자 중 한 명이 해야 했다. 제이는 희비가 엇갈리는 그들을 보며 잠자리를 준비했다. 바닥은 부드러운 흙으로 덮여 있었는데, 수분이 없고 바짝 말라 있어서 습기가 올라올 일은 없어 보였다. 하늘은 맑았다. 커다랗게 뜬 달에도 구름 한 점 걸려있지 않은 걸 보니 밤사이 비나 눈 걱정 또한 하지 않아도 됐다.

 

 제이는 모닥불 주변에 동그랗게 모포를 깔고, 그 위에 두꺼운 침낭을 펼쳤다. 그리고 에드워드가 구해 온 마른 장작으로 불을 더 키웠다. 초겨울이라 해도 산속은 무척 추웠다. 제이가 숨을 쉼에 따라 입과 코에서 나온 숨결이 뿌옇게 흩어졌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제이는 왁자지껄한 그들의 대화소리를 들으며 모닥불 속에 넣어 둔 주먹만한 돌맹이 여러 개를 꺼냈다. 설거지를 끝내고 돌아오던 그들은 제이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언제까지 제이가 해줄 거라고 가만히 바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게다가 이 팀의 리더는 로너였다. 그는 리더로서 하고 있는 게 거의 없는 것 같아 자괴감이 불쑥불쑥 솟구쳤다.

 

  “그 돌은 뭐야?”

  “침낭 데우는 데 쓸 거야.”

 

  제이는 가방에서 꺼낸 두꺼운 수건으로 돌을 감싼 다음 그것을 네 개의 침낭에 넣었다. 이렇게 넣은 돌은 침낭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잠을 잘 때쯤이면 적당한 온도가 되어서 끌어안고 자기 딱 좋았다. 아무리 침낭 안에 있다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세 남자는 그녀의 준비성에 크게 감탄했다.

 

 잘 준비까지 마친 그들은 모닥불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타닥거리며 타들어가는 불을 가만히 보던 그들은 이내 하나둘씩 서로에 대한 것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셋은 친구였으니 그들의 관심을 몽땅 차지한 것은 제이였다.

 

  “나 계속 궁금했는데 너 진짜 카스트리스 혈족이야?”

  “아니. 아버지도 어머니도 평범한 사람이었어. 내 기억으로는 친할머님이 나랑 같은 머리색이었던 것 같아. 다음?”

 

  “못하는 게 뭐냐?”

  “어……바느질? 섬세하게 해야 하는 건 소질이 없어.”

  “요리는 잘 하잖아?”

 

  에드워드의 말에 제이가 피식 웃었다.

 

  “내가 한……열 살이 안 됐을 때부터 야영을 밥 먹듯이 했었다. 같이 다니던 사람이 요리를 지독하게 못했거든? 내가 전담하는 게 그나마 나은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뭐. 10년 정도 하다 보면 너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걸?”

  “열 살?”

 

  열 살이면 한참 어린 나이 아닌가? 그런데 그보다도 어린 나이부터 야영을 밥 먹듯이 했었다는 제이의 말에 로너가 깜짝 놀랐다. 지금 제이의 나이가 열아홉이니 거의 10년이라는 야영 경험이 있는 셈이었다. 그녀의 행동에 어색함이 없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이다. 제이는 그들에게 왜 어릴 때부터 야영을 했었는지, 일행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다. 그들 또한 필요 이상의 궁금증을 해소할 생각은 없었다.

 

  “넌 졸업하면 어디로 갈 생각이야? 고향?”

  “아니. 라지나루펜트에 들어갈 거야.”

  “오, 어느 레기온? 나이아는 아니겠지?”

 

  에드워드의 말에 로너가 손을 들어 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나이아 레기온의 군단병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그들이 진짜 ‘기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제이의 앞에서 나이아 레기온을 입에 담는 것은 그녀의 긍지와 실력을 깔아뭉개는 행동이었다. 물론 제이는 에드워드의 언행에 악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푸른 매나 펜리르? 가장 끌리는 건 황금발톱 레기온인데 거기는 내가 입단할 자격이 안 되니까.”

  “아쉽지만 그렇지. 그 둘이 선호도가 가장 높긴 하더라.”

 

  황금발톱 레기온은 왕의 가장 근처에서 그를 지키는 친위대이다. 소수정예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출신이 분명해야 했다. 그래서 황금발톱 레기온에 입단하기 위한 최소 조건 중 하나는 귀족 가문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문이 있는 이라면 출신이 분명했고, 왕의 친위대로서 가져야 하는 기본 예법 또한 능할 것이다.

 

 기사로서 바라는 가장 높은 자리이지만 제이는 그 위치에 오를만한 자격이 되지 않았다. 왕족을 수호하는 아이기스 레기온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제이는 라지나루펜트의 레기온 중 1, 2위를 다투는 푸른 매 레기온이나 펜리르 레기온을 목표로 삼았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입단 가능성은 차고 넘쳤다.

 

 벤자민은 제이가 푸른 매 레기온을 입에 담자 살짝 놀랐다. 그녀의 실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한 그는 제이가 푸른 매 레기온에 입단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인지 궁금해졌다. 여자라고 해서 검을 잡지 못한다는 법은 없었지만, 여자와 남자의 태생적 차이는 엄연히 존재했다. 하지만 친구들까지 그녀의 실력을 찬양하고 나서니 그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제이에게 섣부른 대련 신청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침낭을 찾아 기어 들어갔다. 침낭은 딱 좋은 온도로 알맞게 데워져 있었다. 제이가 미리 넣어 놓은 돌 덕분이었다. 그는 수건에 쌓인 돌을 끌어안으며 침낭의 지퍼를 끌어올렸다.

 

  “난 마지막 불침번.”

  “이 새끼 선수 치는 거 봐!”

 

  에드워드의 분기 어린 외침에 벤자민이 킥킥거렸다. 로너는 나뒹구는 장작을 모닥불에 밀어넣으며 제이에게 잠을 권했다.

 

  “나는 언제 일어날까?”

  “넌 됐어. 오늘 고생했잖아. 길 안내도 하고, 저녁거리도 잡아오고, 음식도 만들어 주고……. 미션이 끝나는 동안은 우리 셋이서 불침번을 서기로 했으니까 넌 그냥 자.”

  “그래도…….”

 

  로너는 망설이는 제이의 어깨를 떠밀었다. 그의 말대로 오늘 제이는 하루 종일 리더가 해야 할 일들을 도맡았다. 길 안내는 그녀가 잘 아니까 그렇다 쳐도 사냥에 음식까지 제이가 맡았다. 그런데 불침번까지 서는 것은 불공평했다. 로너는 제이의 침낭 지퍼를 내리며 입을 열었다.

 

  “네가 여자라서가 아니니까 마음 쓰지 마. 너는 오늘 많은 것을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 음식은 특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거든. 얻어먹는 와중에 불침번까지 서라고 할 만큼 인정머리 없는 놈 아니다.”

 

  그러니까 자라. 뒷말을 이은 로너는 꾸물꾸물 침낭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제이를 보며 슬쩍 웃었다. 소문의 여왕님은 생각보다 그렇게 도도하지도, 고상하지도 않았다. 그는 제이의 침낭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바람 한 점 들어가지 않을 만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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