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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석공무림
작가 :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6.3.28

석공(조각가)의 무림행 이야기.

 
석공무림 1권 1장
작성일 : 16-03-28 10:04     조회 : 601     추천 : 1     분량 : 5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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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 오름은 공부하는 것과 같아서

 큰 고생 뒤에는 큰 즐거움 얻는다

 하늘만을 오르지 못할 뿐

 천하 모든 땅을 내 발에 밟으리라

 

 고요하던 산속 언덕 아래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울렸다. 잠시 뒤, 사십대 전후로 보이는 한 사내가 손수레에 짐을 잔뜩 싣고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무거운 무게 때문에 손수레의 바퀴가 연신 땅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언덕을 올라오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무척이나 힘겨워 보였다.

 그 광경을 본 도장석이 빠르게 언덕 아래로 내달렸다.

 “안녕하세요. 도장석라고 해요. 송광 석공 님이시지요?”

 도장석이 허리를 구십 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네가 왕천삼 형님에게 듣던 아이로구나. 딱딱하게 석공 님이 뭐냐? 편하게 아저씨라고 불러.”

 송광이 사람 좋게 말했다.

 “아저씨요?”

 도장석이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지금까지 천지석공소의 석공들은 모두 보조인 그를 무시해왔다. 말도 함부로 했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함부로 시켰다.

 그런데 송광은 달랐다.

 말과 행동이 고향에서 편하게 볼 수 있던 옆집 아저씨처럼 포근했다. 도장석은 각박하게 살아왔기에 마음이 편한 송광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짐이 많아서 언덕을 올라가기 힘들구나. 수레를 뒤에서 밀어줄 수 있겠니?”

 땀을 흘리고 있는 송광이 웃으며 부탁했다.

 올라오면서 방금 전에 만났던 왕천삼에게 석공보조인 도장석이 도와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왕천삼은 그에게 도장석에게 일을 시키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송광은 일과를 끝낸 어린 도장석에게 강제로 일을 시킬 마음이 없었다. 그렇기에 부드럽게 수레를 뒤에서 밀어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는 지금껏 도장석이 접했던 거칠던 석공들과 달랐다.

 “물론이죠. 아저씨.”

 도장석이 기꺼이 반겼다.

 “이야! 힘이 장사인데.”

 “헤헤헤!”

 도장석은 신바람이 났다.

 친근하게 대해주는 송광을 접하자 객지에 나와 홀로 지내고 있는 그는 정에 굶주려 있었다. 수레를 미는 그의 손길에 힘이 더욱 솟아났다.

 수레가 석공소 한쪽에 마련된 나무와 흙으로 만든 이층건물에 멈췄다.

 석공보조가 생활하는 방은 이층에 있었다. 말이 이층방이지 시골집 다락방만도 못 했다. 지붕 바로 밑에 마련된 좁은 공간으로, 천장이 바로 머리 위에 있어서 기지개를 켜면 손이 닿았다.

 방은 무척이나 별 볼 일이 없었다. 게다가 만들어진지 오래됐기에 나무 사이에 발라놓은 흙들의 군데군데 균열이 간 곳도 보였다. 균열을 통해 돌가루가 날아들어서 무척이나 불편했다.

 “흠! 지내려면 손 좀 봐야겠네.”

 문을 열고 안을 살펴보던 송광이 허름한 실내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죄송해요. 아직 치우지를 못 했어요.”

 도장석이 고개를 숙였다.

 시간이 있었다면 숙소의 돌가루를 치웠을 것이었다. 하지만 송광이 곧바로 도착하면서 숙소를 치울 시간이 없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청소할게요.”

 도장석이 재빨리 걸레에 물을 묻혀 숙소를 닦기 시작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실내를 청소해 나갔다.

 “함께 치우자.”

 송광이 두 손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저 혼자 해도 괜찮아요.”

 “이제부터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지.”

 송광도 손에 걸레를 들었다.

 두 명이 움직이자 좁은 실내가 금방 깨끗하게 청소됐다. 송광의 친절하고 서글서글한 마음과 행동에 도장석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배려해주는 송광과 함께 하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짐을 정리해야죠.”

 “그래.”

 그들이 손수레에서 물건들을 꺼냈다.

 “내가 추위를 많이 타거든.”

 두툼한 솜이불을 침대 위에 깔며 송광이 말했다.

 중후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추위를 많이 타는 모양이었다. 짐을 옮기던 도장석이 구멍이 뽕뽕 뚫린 길쭉하고 신기한 대나무를 보았다.

 “이건 악기인가요?”

 “퉁소란다.”

 “연주할 줄 아세요?”

 “잘 못 하지만 퉁소 연주를 좋아한다. 짐 정리가 다 끝나면 들려줄게.”

 “와아! 언제 한 번 들려주세요.”

 “물론이지.”

 그들이 손수레의 짐들을 집안에 정리해나갔다. 분주하게 움직이자, 손수레에 가득 실려있던 짐들이 모두 집안으로 들어왔다.

 “정리 다 했어요.”

 도장석이 눈빛을 반짝였다.

 퉁소 연주를 기대하고 있는 그의 작은 가슴은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기대는 너무 하지 마.”

 “실망 안 해요.”

 “이제 퉁소를 불게.”

 송광이 퉁소를 잡았다.

 그가 눈을 고요하게 반개하고 퉁소를 불기 시작했다.

 후우웅! 후우웅!

 후웅! 훙! 후웅!

 고즈넉한 퉁소의 소리가 실내에 울렸다.

 스스로 만들어낸 소리에 송광이 심취하였다. 퉁소를 연주하면서 그가 어깨를 씰룩거렸다. 퉁소에서 연신 듣기 좋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

 도장석이 들려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무슨 곡인지는 몰랐지만 듣기에 무척 좋았다. 귀에 들려오는 음악이 그의 가슴으로 스며들었고,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다.

 부드럽게 귓가를 간질이는 퉁소의 소리가 도장석의 주위를 떠돌았다. 퉁소 소리와 음악의 매력에 도장석이 빠져들었다.

 슥!

 송광이 반개했던 눈을 뜨고 도장석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연주를 정성스럽게 들어주고 있는 어린 청취자가 보였다.

 도장석이 그의 연주에 푹 빠져있었다.

 ‘녀석!’

 송광이 도장석을 보면서 웃었다.

 그는 조각을 좋아하는 석공이다.

 조각하면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항상 노력한다. 그런 창조적인 미의 답답하고 어려운 과정에서 음악을 동반자로 선택했다.

 연주하는 퉁소 소리가 몸에 젖어 들어올 때면 그는 혼이 불타오른다. 마음에 드는 퉁소 소리가 나오면 일할 때 즐거웠다. 조각을 하면서 답답함을 느낄 때면 퉁소를 불었다.

 송광에게 있어 조각과 퉁소 연주는 한 맥락이었다.

 색깔이 있는 좋은 음악을 들을 때면 그는 항상 특별한 욕구가 솟구친다. 그렇기에 송광은 조각과 조형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음악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조각과 음악을 함께 하기에 그는 홀아비로 살면서도 외롭지 않았다. 조각과 음악이 그의 동반자이자 연인이고, 벗이었다.

 ‘멋있다.’

 도장석이 감탄했다.

 후우우우! 후웅!

 후우우웅! 후우우웅!

 퉁소소리의 음악이 도장석의 심금을 울렸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고향의 부모님과 동생들 얼굴이 떠올랐다.

 주르륵! 주르륵!

 눈물이 났다.

 말로 하지 않아도 음악은 통하는 법이었다.

 지금 송광이 연주하고 있는 곡은 사모곡이었다. 고향에 있는 어머니를 생각하여 짓은 노래였다. 그런 노래의 구슬픈 가락이 도장석의 가슴을 잔잔히 적셨다.

 ‘훗! 내 서툰 연주에 눈물 흘리는 청취자가 있을 줄이야?’

 송광이 웃었다.

 그가 퉁소를 배운지 삼 년의 시간이 흘렀다.

 틈만 나면 연주를 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감성이 풍부한 아이구나.’

 그는 퉁소를 연주하면서 마음을 항상 생각한다.

 음악은 무형이고, 그것을 악기를 통해 무형으로 표현하여 청취자에게 들려준다. 그 와중에 연주자는 심중을 표현한다. 연주자의 경륜이 높아질수록 그 마음의 세계가 넓고 깊어진다.

 인간의 언어는 한계가 있어서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많지만 음악과 조각은 아니다. 음악과 조각은 오묘한 창조의 세계에 있기 때문에 한계가 없다.

 후후우우! 후우웅!

 후우우웅! 후우우웅웅!

 한 떨기 백합처럼 처연하게 춤추던 퉁소소리가 끝났다.

 슥!

 송광이 퉁소를 내려놓았다.

 짝! 짝! 짝!

 도장석이 박수를 쳤다.

 “정말로 대단한 연주였어요. 새로운 세계를 접한 느낌이에요.”

 도장석의 눈에 송광이 무척이나 멋이고 근사해 보였다.

 “그렇게 과분한 정도는 아니란다. 하지만 좋게 들어줬다니 무척이나 기쁘구나.”

 송광이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어쩜 그렇게 연주를 잘하세요?”

 “석공 일을 하면서 막혀 답답하고 허전할 때가 많았다. 삼년 전에 특히 심했지. 그때 주루에서 술을 잔뜩 먹고 골아 떨어졌는데, 잠결에 퉁소소리가 들려왔지. 아침이슬처럼 맑고 봄풀처럼 푸르다고 할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정신이 확 깨어났지. 그 순결한 퉁소소리는 지금도 잊히지가 않아. 그때 이후로 퉁소를 배운 거야. 지금 내 실력은 부족함이 많단다. 너도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좋은 연주를 들을 수가 있을 거야.”

 “아니에요. 아저씨 연주는 훌륭해요.”

 도장석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함으로 말했다.

 “하하하! 고맙구나.”

 송광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그가 도장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부모님과 주변에 투정을 부릴 어린나이에 벌써부터 돈을 벌겠다고 나선 도장석이 대견스러웠다.

 그는 몇 번이나 기운 꼬질꼬질한 옷만을 봐도 도장석이 가난한 집안의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격이 삐뚤어지기 십상이었다. 불우한 환경 탓에 말썽만 피우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송광도 어렵던 집안이 싫어 무작정 가출했던 경험이 있었다.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갖은 고생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석공이 될 수 있었다. 그때 흘렸던 눈물이 거짓말 약간 보태서 강을 이뤘다.

 그런 송광이기에 어리고 대견한 도장석을 돕고 싶었다.

 허름한 옷차림에 왜소한 체격의 도장석의 용모는 빛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밝게 빛났다. 그리고 말씨와 웃음소리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앞에서 말한 자질구레한 부분은 도장석의 빛나는 부분에 비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너 아저씨한테 조각과 퉁소 배워볼래?”

 송광이 도장석에게 제안했다.

 석공보조가 훌륭한 석공이 되려면 이론과 기술을 습득해야만 한다. 그런데 석공 업계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도제관계가 엄격했다. 함부로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석공보조들은 어깨 너머로 배워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진정한 석공이 되기 어려웠다.

 도장석이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생판남인 그에게 너무나도 크게 베풀어주겠다고 하고 있는 송광의 제안에 그는 크게 감동했다.

 “열심히 배울게요. 스승님.”

 도장석이 송광에게 절을 올렸다.

 “스승님이라고 부리지 말고 아저씨라고 부르렴. 먼저 길을 걸어갔던 선배로서 몇 가지를 너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거란다.”

 송광이 도장석을 잡아서 일으켜 세웠다.

 중원을 유람하고 있는 그는 천지석공소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고, 돈이 떨어져서 겨울동안 천지석공소에서 일할 생각이었다. 봄이 오면 떠날 예정이었기에 도장석을 제자로 둘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이야기를 설렘과 기대어린 눈빛의 도장석에게 지금 당장 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떠나기 전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

 “네, 아저씨.”

 도장석이 순순히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송광을 스승님이라고 굳게 여기고 있었다.

 도장석의 두 눈이 횃불처럼 타올랐다.

 석공기술과 조각에 대한 그의 열정이 뜨겁게 솟아올랐다.

 지금까지 어깨너머로 보았을 뿐 직접 석공에게서 배울 줄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명성 높은 송광이 나타나서 그에게 가르침을 주려고 하고 있었다.

 이번 일은 도장석에게 축복이자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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