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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20화
작성일 : 17-10-31 03:47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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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여기 3화분 더 "

 

 민준은 설화가 내미는 원고를 받으며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 요즘 미쳤네 진짜 "

 

 " 왜 또 뭐가 불만이야 "

 

 원래도 일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긴 했지만, 요즘 들어서 지나치게 달리는 거 아닌가 싶을정도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전에는 기존에 써놨던 것들을 수정해서 다시 쓰는 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눈 밑에 짙게 드러난 다크서클이 안 봐도 밤샌 모습이 눈에 선했다.

 

 " 너 잠은 제대로 자면서 하는 거냐? "

 

 " 응 요즘 텐션 좋음 "

 

 책상 위에 가득 쌓여있는 에너지 드링크와 설화의 몰골을 보면 분명 피곤할 법도 한데 입이 귀에 걸릴듯 히죽히죽 웃는 모습을 보자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들어왔다. 좋은게 좋은거겠지.

 

 " 사람이 이렇게까지 달라지나 "

 

 " 사람이 이렇게까지 달라지더라 "

 

 " 그보다 시대가 어느 땐데 매번 프린트해서 줄 거냐, 그냥 메일로 쏘라니까 "

 

 " 출간했을 때 어떤 느낌인지 보고 싶어서 "

 

 이젠 제법 프로의식도 잡힌 건가.

 

 " 그래서 며칠 만나본 소감은 어때 "

 

 " 잘은 모르겠어. 어색한 느낌도 없잖아 있고, 친구 사이에서 연인이 된다는게 생각보다 묘하더라 "

 

 " 평소 하던 대로 해,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안 하던 짓 하고 그러면 괜히 더 어색해진다 "

 

 " 내가 알아서 잘 해요 "

 

 " 근데 지금 여솔씨 따라 다녀야 하는 거 아니야? "

 

 히죽거리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설화는 민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 그러고 보니, 전에는 매일 바쁘게 일했던 거 같은데…. "

 

 " 같은데? "

 

 " 요즘은 일을 그렇게 잘 안 하는 거 같던데, 아니면 내가 껴있음 안댈 일들이 많은건지…. "

 

 알아서 잘하겠지, 중얼거리며 별거 아니라는 듯 설화는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 SoL이 용아그룹이랑 합친다던데 '

 ' 합치는 게 아니라 먹혔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

 ' 에이 팔면 팔았지 먹혔겠어 '

 ' 왜 기사도 나고 그랬잖아요. 강태화랑 여솔이랑 사귄다던가 '

 ' 이번에 프랑스도 같이 갔지? '

 

 인터넷도 안 하고 집에서 처박혀서 글만 쓰는 설화였기에 세상에 흐르는 소리들을 알 리는 없었지만, 요즘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걸 민준은 잘 알고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민준의 표정을 알 리가 없는 설화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굳이 내가 먼저 말할 필요는 없겠지.

 

 

 

 

 

 

 

 ***

 

 

 

 

 

 

 -용아그룹 강태화 상무

 

 혼자서 쓰는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큰 감이 없잖아 있는 넓은 사무실에 싸늘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사무실에 나란히 마주 앉은 남녀의 분위기 때문인지, 무채색의 모던한 인테리어 때문인지, 실제론 따뜻한 공기와 다르게 한기가 도는듯 했다.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도 들릴 수 없을만한 고층 빌딩에서 흐르는 적막함은 극에 달아있었다. 그런 고요함을 깨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들어온 비서는 말없이 조용히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 고마워요 "

 

 잔을 받아든 여솔의 얼굴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지만, 웃을 상황이 아닌 걸 아는 비서는 얕은 미소로 화답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 내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지? "

 

 비서가 자리를 나서자, 여솔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태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미건조한 딱딱한 목소리가 커피로 목을 적시던 여솔의 심기를 긁었다.

 

 " 대답은 이미 한 걸로 아는데요 "

 

 " 그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닌데 "

 

 하. 생각할수록 뻔뻔한 대답에 여솔의 입에선 탄식 섞인 한숨이 새어나왔다.

 

 " 대체 오빠는 날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

 

 짜증 섞인 여솔의 질문에도 태화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 나랑 결혼할 사람? "

 

 " 무슨 근거로? "

 

 " 그렇게 될꺼니까 "

 

 정말이지, 내가 한숨으로 이 빌딩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실험하려는 속셈인가.

 

 여솔의 고운 얼굴이 한껏 일그러졌음에도 눈 하나 깜짝 안하던 태화는 느긋하게 옆에 둔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두꺼운 서류뭉치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손길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여솔의 속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런 여솔의 속을 안 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던 태화는 몇 장의 서류를 꺼내 여솔에게 내밀었다.

 

 몇 초의 기다림. 미리 따로 빼놔도 괜찮았을 서류를 일부러 다른 곳에서 몇장 꺼내는 액션은 ' 이거 말고도 많아 ' 라는 무언의 표현이었고, 심리전의 우위를 잡기 위한 몇초 였다.

 

 " 읽어봐 "

 

 한 장 한 장 서류를 읽던 여솔의 손이 떨려왔다. 잡은 부분이 구겨질 만큼 힘이들어간 모습에 태화는 다시금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 일부분이야. 넌 똑똑한 아이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지? "

 

 " 이런 협박이 통한다고 생각해…? "

 

 " 통하지. 넌 SoL 을 버릴 수 없을테니까 "

 

 쇼파에 등을 기댄 채 느긋하게 웃던 태화가 다시 말했다.

 

 " 사실상 SoL은 이미 내 것이나 다름없어. 니가 손 쓸 방법도 없고 "

 

 사실이었다. 의리보단 손익관계로 맺어진 거래처부터, 파리에서의 성과와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이루어진 모든게 이미 강태화의 손에 넘어가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설계하고 있었는지 모를 만큼 치밀한 설계와 용아그룹의 입막음 이라면 내가 무슨수를 쓰던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 치사한 새끼…. "

 

 여솔의 입가에서 까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솔아. 난 널 아주 높게 평가해. 예전부터 말이지. "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눈물까지 눈가에 맺힌 여솔이었지만, 태화의 표정은 평온했다.

 

 " 그렇게 보지 마. 당장은 열 받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론 너한테도 이득이야. "

 

 " 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

 

 " 나한테 가장 어울리는 여자라고 생각했으니까 "

 

 조금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는 태화의 태도에 책상을 내려친 여솔이 소리 질렀다.

 

 " 니 주변에 잘난 년들도 많을꺼 아냐! 내가 좋다고 따라 다닐 땐 눈길조차 준적 없으면서 대체 왜 이제와서 나한테 이러는 건데!! "

 

 아무리 소리치고 욕해도 동요하지 않는 태화의 모습의 여솔은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던 두통에 여솔은 가방에 있던 약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완전히 말렸다.

 

 " 날 때부터 잘난 것들은 필요 없어. 그건 걔네가 잘난 게 아니야. 부모가 잘난 거지. "

 

 태화는 천천히 커피잔을 들었다. 조금 식어서 걷은 차갑고 속은 아직 미지근한 느낌이 싫지 않은 듯 미소를 지은채 말을 이었다.

 

 " 써도 써도 줄어들지 않는 돈. 태어날 때부터 우위를 가지고 나와서 흔히 말하는 제왕 교육을 받으며, 가진걸 보여주고 그 부러움을 먹고 사는 거. 재미없어. 그만한 돈으로 하면 뭘 해도 잘할수 밖에 없어. 즉 검증이 안된다는 거지. 진짜 보석인지 도금 된 돌맹인지 "

 

 " 그래서 넌 보석이니까. 보석을 만나야겠다? "

 

 " 역시 넌 말이 통해. 노력, 열정, 끈기, 운, 실력, 외모, 성품 모든 것에 있어서 넌 합격이야. 완벽한 보석이지. 그리고 그걸 탐내는건 당연한 거 아닌가? "

 

 황당함에 할 말을 잃은 여솔의 꽉 쥔 손이 쓰려 왔다. 손바닥을 파고든 손톱에 당장이라고 피가 흐를듯했지만, 지금은 어떠한 고통도 느낄 수 없었다.

 

 " 내가 설화씨랑 사귀고 있다면? "

 

 여솔의 말에 순간 입꼬리가 씰룩거린 태화는 금새 평온한 표정을 짓고는 웃으며 말했다.

 

 " 걘 널 품기엔 그릇이 작아.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깨져버릴껄 "

 

 " 그건 모르는거지 "

 

 " 그땐…. "

 

 태화는 손에든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여솔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 내가 깨버릴꺼야 "

 

 섬뜩할 정도의 살기를 뿜는 눈빛은 지금 하는 말이 절대로 허세가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 잘 생각해 "

 

 

 

 

 

 

 

 

 ***

 

 

 

 

 

 

 " 오늘 바쁜가보네 "

 

 오전에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아직까지도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정말 중요한일인가보다. 어느새 해가 떨어지는 창밖을 보며 설화는 묘하게 일렁이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후회하고 있진 않을까. 나에게 미안해서 순간적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감정이 만들어지지 않는 게 아닐까. 그래서 미안해서 연락을 안하는건 아닐까.

 괜한 마음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도 한켠에 느껴지는 묘한 불안감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집착하는 것 처럼 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무신경한 척 하고 있지만 혼자하는 생각은 꼬리에꼬리를 물었고 깊어지는 불안감에 설화는 키보드에서 손을 놓았다.

 

 " 오전에 전화할 때 목소리가 좋지 않았는데. "

 

 이제는 심지어 통화하던 목소리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의처증

 -의심 증상

 -여자친구가 불안해요

 

 무의식중에 자신이 검색하던 내용을 읽어보던 설화는 문득 밀려오는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에 피식 웃고는 인터넷을 꺼버렸다.

 

 그런 설화의 마음을 아는지 잠잠한 핸드폰이 원망스럽기 무섭게 빛을 밝혔다.

 

 [ 성이 여 이름이 솔 :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 ]

 

 [ 걱정했잖아요! ]

 

 [ 성이 여 이름이 솔 : 왜요?? 아 연락이 너무 없었죠. 미안해요. 미팅이 길어져서 ]

 

 [ 아, 그거야 뭐 어쩔 수 없는 건데…. 그냥 혹시…. ]

 

 솔직하게 말하면 찌질할까.

 

 [ 성이 여 이름이 솔 : 아니면? ]

 

 [ 그냥…. 여솔씨가 혹시 저 만나보기로 한 거 후회할까 싶어서…. ]

 

 말해버렸다.

 

 와 이거 완전 이론상으론 노잼 남친의 정석 아닌가.

 

 이미 저질러 버린 후라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좀 더 생각하지 않고 보낸 자신을 한탄했다.

 

 " 아, 찌질해. 찌질해 너무 찌질해 "

 

 지잉-

 

 [ 성이 여 이름이 솔 : 그럼 불안하지 않게 제가 더 잘해줘야겠네요 ㅎㅎ ]

 

 오전부터 오후까지 설화의 속에서 잠식하고 있던 불안이 언제 그랬냐는 듯 녹아내렸다.

 

 그렇게 많이 쌓여있던 불안감이,

 

 민망해질 만큼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에 가슴이 간질거렸다.

 

 설화는 턱을 괸 채 여솔의 메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읽어도 읽어도 기분 좋은 말이었다.

 

 " 병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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