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도망쳐라 장난감
작가 : 환영
작품등록일 : 2016.8.27

여고생 아름의 자살.
그녀의 자살을 기준으로 시간이 되돌아가는 주인공 미진.
그런 미진에게는 일년 전 자살했던 친구 민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름 (5)
작성일 : 16-08-28 12:31     조회 : 341     추천 : 0     분량 : 516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름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가은이가 내 스마트폰으로 아름이한테 연락을 걸었던 때에도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렇담 그때도 지금도 아름이의 몸은 싸늘한 송장이 되어버린 탓에 연락을 받을 수 없던 건지도 모른다.

  죽었는지 확인이라도 해보려고 나는 그녀의 집 주소를 찾아갔다.

  늦었다면 오늘이 다시 찾아오겠거니 하면서도 아름이가 죽었으리란 생각이 교차해, 발걸음이 느릿하다가 달음박질 치다가를 반복했다.

  그녀의 집에 가까운 마트가 멀찍이서 드러났다. 그 길로 직진하는 길에 포츈텔러에서 봤던 그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보니 내게 손 인사 했다. 나는 목례로 답했다.

  “지금 여기서 뭐하니?”

  그녀가 물었다.

  “네?”

  “지금 학교에 있을 때 아니니?”

  “…조퇴했어요.”

  그녀가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빤히 응시했다.

  “그럼, 지금 집에 가는 거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근데 언니는요? 지금 가게에 있어야 할 때 아닌가요?”

  “난, 병원.”

  “어디 아프세요?” “아니아니, 우리 딸이 아파서. 입원해있거든.”

  “입원이요? 많이 아프대요?”

  “…좀 크게 다쳤어.”

  그녀의 억지 미소가 쓰다.

  “요즘 괴담 때문에 더 걱정 되 가지구.”

  “세현병원 가세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현병원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큰 병원이다. 괴담으로 인해 뉴스를 타고 더 유명해지기도 한 병원이었다. 괴담은 작년 여름부터 퍼져나기 시작했다. 병원 마당에 박혀있는 나무 들 중에 한그루가 기이한데 이파리 아랫면이 시커멓게 썩은 채로 피어난다고 한다. 간혹 거기서 귀신을 보는 입원환자들도 나타나는 바람에 귀신들린 나무라고들 한다.

  그런 이유로, 병원 측에서는 그 나무를 뽑아내기로 했지만, 작업에 참여한 인부들마다 괴이한 사고로 목숨이 날아갈 뻔했고 지금은 아무도 나무에 손을 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나무 하나가 그렇게 이상하다던데. 귀신도 보인다고 하고.”

  내가 걱정스레 말했다.

  “직접 보니까 오싹하더라. 하긴, 진짜로 귀신이 있으니까…”

  “네?”

  “진짜로 귀신 있어. 아직 눈으로 그 애를 보지는 못했지만, 느껴져. 한이 담긴 뭔가가 있어. 아마 그 한이 풀리기 전까지는 그 나무, 손도 못쓸걸.”

  “한이 있어서 남아 있는 거구나….”

  나는 내가 유일하게 만나보는 민영이가 떠올랐다. 그녀도 그 귀신처럼 어떤 한이 있는 걸까?

  “민영이도 무슨 한이 있어서 자꾸 나타나는 걸까요?”

  “민영이?”

  “네. 민영이요.”

  “민영이가 누구…”

  그녀가 고개를 갸웃 기울이더니 “어머?” 놀란 소릴 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알던 사이었나?”

  “아!”

  내가 머뭇거리자, 그녀가 아차! 하고 쓴 인상을 지었다.

  “미안, 왠지 낯이 익어서 아는 사람인 것 마냥 굴었네.”

  “아, 네. 저도 아는 사람 같아보여서….”

  우리는 머쓱 웃었다.

  “그런데 그 민영이라는애 혹시…”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그녀가 쓴 인상을 짓고서 “양반은 못되는 아이네.” 라고 말했다.

  민영이가 어김없이 내 뒤에 나타났다. 뒤를 돌아보니, 민영이가 땅바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가 가리킨 바닥에는 아름이 주소가 적인 메모지가 놓여 있었다. 내가 주머니에서 떨어뜨리기라도 했나보다.

  내가 종이를 도로 주워 몸을 일으키고 보니, 민영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게 뭐니?”

  “우리 반 애, 집 주소요.”

  그녀가 왼손을 턱에 괴어 “흐음…” 생각에 잠기더니, 후에야 번쩍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치켜세우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머! 이럴 때가 아닌데! 나 가봐야 되는데 참! 조심히 가렴!”

  “아, 예. 가보세요.”

  그녀는 목례하는 나를 보지도 않고 허둥지둥 내달렸다.

 

  허름한 3층맨션. 땅 끝부터 옥상까지 쩍쩍 갈라진 틈새가 마치 이리저리 나무가 뿌리를 뻗은 것 같다. 얼마나 노후했는지 벽들이 시커멓게 때타서 불났던 집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게 집이야?”

  내가 혼잣말 했다.

  아름이는 여기 2층에서 살고 있었다.

  2층 베란다를 보니, 벽에 박혀있던 누런 창살이 삐져나와 기울어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데도 흔들거리는 모양새가 당장이라도 추락할 법했다.

  2층까지 계단을 오르는데 복도가 불빛 한 번 밝혀주질 않았다. 등이 고장 난 모양이다.

  나는 어둑어둑한 벽에 달린 초인종을 더듬어 뭉툭 튀어나온 버튼을 눌렀다. 새가 지저귀는 벨소리가 났다. 익숙한 소리기에 어디서 들었나 했더니만, 어릴 적에 옛 건물에서나 나던 초인종 소리였다.

  이 집은 멀쩡한 군데가 없는 모양인가, 초인종까지 고장 났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손님을 찾는 발소리 하나 나질 않는다. 초인종을 세 번을 더 눌러보지만 문 너머에선 침묵만이 나를 반겼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받지 않으면, 아마 아름이는….

  아름이한테 전화를 걸어보려 폰을 꺼내는 찰나에 “누구세요?” 라고 웬 남자가 물었다. 나는 그 목소리를 절대 잊을 수 없다. 아름이 아빠 목소리….

  “아름이 친군데요.”

  내 대답에 한참이나 대꾸하는 소리가 없더니, 덜컥 문이 열었다. 문틀에 걸어둔 쇠고리를 풀지 않은 탓에 문은 발바닥 너비만큼만 열렸다. 비좁게 열린 문 틈 너머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신발장에 내팽개쳐진 아름이 운동화 한 짝과 냄새나는 아저씨의 몰골이 전부였다.

  “무슨 일이냐?”

  지독한 술 냄새가 났다. 문 틈 너머를 구경하려 얼굴을 빠끔 내밀었더니, 아름이 아빠가 불쑥 문틈을 가렸다. 누리끼리한 러닝셔츠에 남색 트렁크팬티차림. 머리가 부스스하고 까끌까끌한 턱수염이 돋아있다. 그가 퀭한 눈으로 나를 위 아래로 훑었다.

  나는 주춤, 뒷걸음 질 쳤다.

  “아름이 만나러 왔어요.”

  “아름이 없어.” “없다고요?” “학교에서 아직 안 왔어.”

  그가 문을 쾅 닫았다.

  그녀는 학교에 오지도 않았다. 조만간에 그녀는 자기 방에서 자살할 것이다. 그런데 그 애가 지금 자기 집 말고 있을 만한 곳이 없다.

  나는 다시 한 번 더 아름이한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역시나 받질 않았다.

 

  땅거미가 저녁 어스름을 더욱 짙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름이가 사는 저 맨션을 보니, 거기도 지 딴에는 사람 사는 집이라고 창마다 하얀 빛을 밝혔다. 유독 아름이네 2층만 어둑어둑했다.

  유심히 쳐다보니 빛을 비추고는 있었다. 전자파 같은 희미한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빛의 색상이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아하니 TV화면이 밝히고 있던 모양이다.

  순간, 나는 그 유리창 너머에서 두 사람의 형체를 보았다. 실루엣처럼 보이는 둘은 아름이와 아름이 아빠였다. 건장한 남자가 자그마한 여자애의 멱살을 잡아, 마구 흔들더니 뺨을 후려쳤다. 남자가 여자애의 배를 발로 찼다. 여자애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남자는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여자애를 잡아끌었다.

  “아름아!”

  내가 소리쳤다.

  나는 맨션 안으로 달려 가, 아름이네 집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런 반응도 없다. 문가에 귀를 대어 문 너머의 소리를 들어보았다. 아름이 아빠가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아름이가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경찰에 전화를 신고했다.

  “우리 반애가 부모님한테 맞고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여기 주소가…”

 

  신고한지 몇 분 안 되어 경찰이 찾아왔다.

  “너가 신고했니?”

  경찰이 물었다.

  “네. 저기 2층이에요. 그 애 아빠가 때리고 있어요. 장난 아니에요.”

  경찰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증말…“

  경찰이 2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아름이 아빠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 아래층에서 몰래 지켜보기로 했다.

  경찰이 초인종을 눌렀다.

  …

  역시나 대답이 없다.

  경찰이 성가시다는 듯 문을 두드려댔다.

  “경찰입니다. 신고 들어왔으니까 문 열어 보세요.”

  그제야 문이 열렸다. 아름이 아빠는 이번에도 쇠사슬을 풀지 않았다.

  “무슨 일이오?”

  “신고 받고 찾아왔습니다. 여기, 지금 따님 있어요?”

  “우리 딸? 있긴 있지. 그런데… 무슨 신고?”

  “가정폭행을 목격 했다고 해서요.”

  “뭐요? 가정폭행?”

  아름이 아빠가 기가 차다는 듯이 언성을 높였다.

  “내가 때리긴 뭘 때려? 누굴 때려? 거, 집 잘못 찾아온 거 아니오?”

  “…”

  경찰이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이보쇼! 경찰양반! 왜 툭하면 내가 애 때린다고 찾아와서 난리야? 애가 집에서 맞고 다닌다니 뭐라니… 왜 자꾸 그런 식으로 찾아와? 진짜 민원 먹고 싶어? 민원 신고 해 줄까? 엉? 내가 딸을 때린다고? 참나!”

  그가 헛웃음 치더니 잠금장치를 풀었다. 이제야 문이 활짝 열렸다.

  “야! 최아름! 너 일로 와!”

  아름이다! 헝클어진 머리가 개털이다. 고개를 푹 숙인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있다. 저 뺨에 손을 감싸면 데일 것 같다.

  “아름! 내가 너 때리냐?”

  “…”

  “내가 너 때리냐고!”

  아름이는 머뭇거리다 이제야 입을 열었다.

  “…아니요.”

  경찰이 숨을 크게 마셔 어깨가 크게 팽창했다. 그대로 숨을 내뱉으며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아, 무슨! 내가 다 봤는데!”

  내가 끼어들었다. 그들의 시선이 제각기의 색을 띄웠다. 무미건조한 경찰의 속이 텅 빈 눈, 빠득 째려보는 날카로운 아저씨의 눈깔,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휙 돌리는 아름이의 시선.

  “야이, 씨… 니가 뭘 봤는데?”

  아름이 아빠가 말했다.

  “아저씨가 아름이 때리는 거 봤다고요.”

  그가 헛웃음 쳤다.

  “참나, 뭐 이런 썅년이 다 있어?”

  “썅년?”

  “저기, 일단 진정들 하시고…”

  경찰이 말리려 들었다.

  “지금 아름이 뺨 탱탱 부은 거, 아저씨 말고 누가 그러는데요? 제가 밖에서 아저씨가 아름이 때리는 것도 다 봤는데! 그리고 아까는 아름이 없다면서요? 그거 다 숨기려 그런거 잖아요!”

  “자자, 일단 여기까지…”

  경찰이 두 팔 벌려 그 이상의 실랑이를 막아섰다.

  “앞으로는, 제발 별 일 없이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저희는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신고 건이 한두 번도 아니고 하니까, 보호관찰 올 겁니다. 아시겠죠?”

  경찰은 더 이상 말 않고 맨션을 나섰다. 나는 경찰 뒤를 쫓아갔다.

  “저, 진짜로 봤어요! 아까 베란다 쪽에서…”

  경찰이 “알아.” 라며 내 말을 끊었다.

  “이 일로 저 집 찾아온 게 한 두 번이 아니야. 나도 저 애를 도와주고는 싶지만…”

  그가 혀를 쯧 찼다.

  “여기서 그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호관찰이 와야 돼. 그런데 보호관찰이 오면, 저 가족이 보이질 않아. 집구석에 숨는 건지 애 데리고 어디로 도망가는 건지… 아휴!”

  그가 허리춤에 두 팔을 얹고 짜증스레 한 숨을 내쉬었다.

  “너는, 저 아름이라는 애 친구니?”

  “같은 반이요.”

  그가 슬쩍 웃으며 내 머릴 쓰다듬었다. 뭔가 씁쓸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아름 (5) 2016 / 8 / 28 342 0 5168   
4 아름 (4) 2016 / 8 / 27 346 0 5415   
3 아름 (3) 2016 / 8 / 27 475 0 6257   
2 아름 (2) 2016 / 8 / 27 391 0 5189   
1 아름 (1) 2016 / 8 / 27 660 0 418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