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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의 이단자
작가 : 카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10.30

이민족들의 침략. 왕은 죽었다. 왕족들은 항복했다. 귀족들도 항복했다. 기사들은 숨었다. 민중들은 도망쳤다. 사제들은 목숨을 끊었다. 남은 자들이 외치는 것이라곤 '신의 자비' . 그러나 그들은 신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신은 갔다. 그들의 믿음에서. - <푸르름과 영혼을 섬기는 하얀 사제>, 프레드릭-

한 청년이 있었다. 침략자들이 곳곳에 절망을 뿌리고 다녔다. 청년은 하얀 나무 앞에 서 있었다. 청년은 칼을 쥐었다. 청년은 떠났다. 청년은 그와 같은 믿음들과 떠났다. 하얀 태양을 뜨게 하고, 검은 태양을 지게 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그를 단순한 '순례자' 로 불렀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백색의 마검> '레이 아르덴'.

- [백색 문자]의 저자 '해방자 오토'-

 
Chapter. 1-(1) 신목의 피
작성일 : 17-10-30 22:57     조회 : 393     추천 : 0     분량 : 12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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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란 왕국(Celan Kingdom), 베렝가르 평원(Plain of Berengar).

 

 빗물이 채 가시지 않은 진흙판 위에 한 병사가 창을 베개 삼아 졸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제롬. 셀란 왕국 동부 국경 경비대 제 4중대에 소속된 병사였다. 보통 때 같았으면 지금 취침에 들어갔어야 했지만 웬일인지 야간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 이유는 제롬은 정확히 모르지만 동쪽에서 큰일이 생기고 있다는 것만은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큰일이 생겨봤자 자신이 경험하지 않는 한 마음은 편안한 법. 그는 평상시와 똑같이 졸음을 만끽하고 있다.

 

 따악!

 

 “악!”

 

 그것도 잠시 누군가 제롬의 투구를 창으로 쳤다. 그는 신음을 내며 졸음에서 깨어났다.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구타에 제롬은 화가 나 어떤 놈인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벌떡 들었다. 그리고 그는 황급히 경례를 하였다.

 

 “충!”

 

 딱!

 

 “아얏!”

 

 그리고 그는 한 대 더 맞았다. 제롬은 억울했지만 욕을 할 수 없었다. 그를 때린 사람은 중대장이었기 때문이다.

 

 “충? 개소리하고 있네. 야, 임마 경비를 세웠으면 창 꼿꼿히 들고 서야 할 것 아니야?”

 

 “죄송합니다!”

 

 “죄송? 죄송할거면 죄송할 짓을 왜 해서 네 입으로 죄송하다고 말하게 하냐? 이 새끼, 더 죄송하게 해줘? 아예 여기다 오크나무 침대나 만들어 갖다줘?, 어?”

 

 “죄송합니다!”

 

 중대장의 폭언에 제롬이 할 말은 죄송하다는 것뿐이었다. 이것조차 안하면 앞으로의 군 생활이 감당할 수 없게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참고로 제롬은 3년 정도 남은 신병이었다. 어쨌든 그의 간절함이 효과가 있었나. 중대장은 한숨을 쉬고 창을 내린다.

 

 “그래, 똑바로 하란 말이야,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넌 잠깐 따라와야겠다.”

 설마 이렇게 말해놓고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얻어맞아야 되는 건가? 제롬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버렸다. 그러자 중대장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임마 너 맞는 거 아니다. 잠시 나와 정찰을 간다.”

 

 “정찰이요?”

 

 제롬의 반문에 중대장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연대장님이 뭔 일인지는 몰라도 저기 시어델 숲(Sheerdel forest)을 정찰하라고 지시했다. 준비해.”

 

 “넵, 알겠습니다!”

 

 제롬은 급하게 단검과 아밍소드(Arming Sword)를 챙긴 채로 중대장을 따라나섰다. 그 모습을 본 중대장이 뒤로 손짓을 하자 두 명의 부하들이 달려와 정렬하였다. 세 명의 부하가 다 모인 것을 본 중대장 커슨은 앞장서 숲을 향해 출발하였다. 달도 완전히 가려지고(New Moon) 새들도 잠들어 있을 시간. 숲에 도착한 그들은 커슨의 지시에 따라 세 방향으로 정찰을 시작했다.

 

 “뭐야, 정찰하래서 왔는데 별 건 없잖아?”

 

 제롬은 열심히 주변을 탐색하고 나뭇잎 한 가지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도 수상한 기색이 드러나지가 않았다. 제롬은 투덜대면서 검으로 풀숲을 뒤적거리며 나아갔다.

 

 “어?”

 

 그러다 그는 땅바닥에서 이질적인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그는 그것을 검으로 한 번 쳐보고 발로도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그것을 주워 중대장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했을 때, 그의 눈에 비친 중대장은 땅바닥을 한참 응시하던 중이었다.

 

 “중대장님! 중대장님!”

 

 “야, 임마 한 번만 불러라.”

 

 “아, 죄송합니다.”

 

 “그래, 뭔데?”

 

 제롬은 말 대신 무언가를 중대장에게 건네주었다. 커슨은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보았다. 그것은 검댕이 묻은 돌조각이었다.

 

 “이건 뭐야?”

 

 “잘 모르겠습니다. 저쪽에 있는 풀숲에서 발견했습니다.”

 

 “..안내해.”

 

 “옛!”

 

 커슨은 제롬을 앞장세우고 그 곳으로 향했다. 풀숲에 도착하자 커슨은 손으로 풀숲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검은 돌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조각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건 숯가루잖아?”

 

 “숯가루가 여기 왜 있습니까?”

 

 커슨의 말에 제롬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중대장에게 반문하였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커슨의 낯빛이 사색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제롬이 걱정돼서 중대장에게 말을 걸었다. 커슨은 제롬의 말 덕분에 사색에서 벗어나 급하게 제롬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빨리 이거 들고 연대장님한테 가.”

 

 “예?”

 

 “야 이새끼야, 이거 들고 빨리...!”

 

 퍽.

 

 커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화살 한 대가 그의 뒤통수에 꽂혔다. 커슨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화살로 중대장이 죽자 제롬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려 했다. 그러나 그도 곧 날아오는 크로스 보우( Cross bow)의 화살에 목이 꿰뚫렸다. 그는 곧 쓰러져 차가운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피를 흘리며 죽음을 기다렸다.

 

 “와아아~!!!”

 

 레더 아머(Leather armor)를 입은 여인과 군마들이 함성을 지르며 주둔지를 향해 돌격하는 모습을 담으면서 말이다.

 

 

 “이번 달 상인들이 바친 재산세와 통행세 내역입니다, 백작님.”

 

 “이번에 작센 왕국에서 온 대형 상단 건은?”

 

 “그 곳 상단과의 합의도 잘 마쳤습니다. 삼일 안에 대금을 치르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커다란 창문 하나가 달린 집무실 안에서 중년 남자의 보고를 듣는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곧 양피지를 돌돌 말아서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님에게 이 땅을 수여받은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금 문제는 골치가 아프군. 이럴 줄 알았으면 재무관을 따로 고용할 걸 그랬어.”

 

 “검만 휘두르신 분이니 오죽하시겠습니까.”

 

 와트 집사가 웃으면서 얘기하자 사내는 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검도 못 휘두르고 집무실에 처박혀서 양피지나 보고 있는 퇴물이 됐군.”

 

 레이팔의 자조적인 미소에 와트는 책상의 양피지를 한 데 모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백작님에 대항할 기사가 없지 않습니까? 그걸로 만족하시지요. 아니면 도련님들께 그 자리를 물려주시던가요. 렌 경과 르노 경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 두 녀석은 실전 하나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애송이 기사야. 아직은 멀었어.”

 

 “엄격하시군요.”

 

 “안 그러면 송장으로 돌아오겠지. 그나저나 성인식 준비는?”

 

 “마무리가 다 됐습니다. 내일 ‘신목’에 가셔서 피만 흘리면 됩니다.”

 

 “사람 말하는 거 하고는...”

 

 레이팔은 잠시 실없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더니 다시 엄숙한 얼굴을 하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돌려 집사를 쳐다보았다.

 

 “근데 그 녀석은 뭐하고 있나?”

 

 “승마라도 하시겠지요.”

 

 와트의 말에 그는 잠시 인상적인 웃음을 띄었다.

 

 “녀석도 지 엄마를 닯아가지고..... 열여섯인가? 벌써...? 세월은 빛이 추월할 수는 있어도 마주칠 수는 없다더니.”

 

 “참 빠르지요.”

 

 

 “빨리 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일 성인식 준비 하셔야지요?”

 

 “그건 어제도 연습했고 오늘 아침에도 햇는데 뭘 또 해? 나 갈 거야.”

 

 늙은 남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말에 올라타 고삐를 바짝 당겼다.

 늙은 남자는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잇는 힘을 다해 소년의 고삐를 마주잡았다.

 

 “고집피우지 마시고 그냥 들어가시지요. 항상 조시던 분이 언제 열심히 들으셨다고 그러십니까?”

 

 “그럼 내가 열심히 듣겠어? 이랴~!”

 

 늙은 남자가 말 할 틈도 없이 그는 고삐를 빼앗아 말을 달렸다. 노인은 깜짝놀랐지만 이미 말은 평원으로 떠나 저 멀리 나아간 뒤였다.

 

 “...백작께 보고해야겠습니다, 도련님.”

 

 “어 제로 할아버지.”

 

 “로벨 아니냐? 여기서 뭐 하는 것이냐?”

 

 노인의 뒤에 나타난 또 다른 소년에 그는 반색하며 웃음을 지었다. 로벨이란 소년도 노인을 보며 웃음을 지어주었다.

 

 “제이슨 아저씨네 철광산에 가서 철 한 바구니 얻으려고요. 할아버진느 여기서 뭐해요?”

 

 “레이 도련님이 또 승마 나갔지 뭐냐, 지저분하게. 휴우...저 활기찬 성격도 좀 즉였으면 좋으련만....”

 

 노인의 한숨을 쉬자 로벨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자식, 그래도 긴장은 되나 보네.’

 

 “레이야 항상 그렇게 활발하게 들쓰시고 다니잖아요. 할아버지가 그러려니 하세요. 저거 못 말려요.”

 

 “도련님이다. 어쨌든 성인식 치르고 나면 철 좀 드셔야 할 텐데.”

 

 “신들께서 은총을 내리셔야겠네요.”

 

 “에휴, 아무튼 열심히 해라. 난 도련님 데리고 와야겠구나.”

 

 노인의 말에 로벨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노인은 잠시 소년의 뒷모습을 보더니 발걸음을 옮겨 마구간으로 향하였다.

 

 한편 노인에게서 도망친 소년은 성에서 멀리 떨어진 연못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매우 오랫동안 가만히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죽은 줄로 알 것이다. 그러나 소년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푸우!”

 

 마침내 소년은 긴 침묵을 깨고 물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런데 소년의 입 속에는 무언가가 가득 찼는지 볼이 많이 부풀어 있었다. 마치 미꾸라지라도 들어있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소년은 한참을 우물거리더니 이내 내용물을 삼켰다.

 

 “캬아, 시원하다.”

 

 연못의 물을 사킨 소년은 그 시원함에 감동했는지 연신 입맛을 다셨다. 그는 잠시 연못을 바라보더니 다시 말에 타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말은 숲 속을 배회하며 소년에게 나무만의 푸르름을 선사하였다. 그러게 숲 속을 거닐며 다니다 소년은 숲 속의 중심부에 이르렀다. 그러자 그는 말을 세우더니 내려서 안 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조금 걸어서 소년이 도착한 곳은 커다란 오크나무가 있는 곳이었다.

 

 “신목..”

 

 소년의 눈에 들어온 나무는 새하얀 나무껍질을 하고 있었다. 마치 눈이라도 내려앉은 걸로 착각할 정도로 백색이었다. 소년은 신목으로 온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볼때마다 경이롭다는 얼굴을 하였다. 그는 한참을 뚤어지게 보더니 신목에 가가이 다가갔다. 그는 신목의 가운데에 손을 갖다대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의 혈흔이 묻어있었다. 모두 이곳에서 성인식을 치룬 사람들의 흔적이었다.

 

 ‘나도 여기에다 피로서 쓰는 건가? 그러면 훌륭한 어른인가.’

 

 “도련님.”

 

 “할아버지 왔어?”

 

 노인은 대답 대신 소년의 뒷모습을 주름 가득한 눈으로 응시하였다. 고용한 침묵 속.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노인이었다.

 

 “긴장되십니까, 내일?”

 

 “..조금? 이게 체감이 잘 안 되네.”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를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보면 정신질환자로 보였겠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노인이었다. 그는 웃음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소년이 내일의 긴장을 떨치기 위해서 웃는 것이라는 것을.

 

 “도련님.”

 

 “왜?”

 

 소년은 여전히 나무를 쓰다듬고 있었다.

 

 “저도 도련님만 했을 때, 이곳에서 성인식을 치루었습니다.”

 

 “알아, 할아버지도 화이트우드(WhiteWood) 사람이잖아.”

 

 “들으십시오.”

 

 소년은 다시 침묵했다. 노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도련님의 증조부께서 저에게 하얀 지팡이로 저의 신체를 받았고 사제로부터 신의 노래를 받아 저의 마음을 받았으며 저의 피를 나무에 뿌림으로서 저의 영혼을 받았습니다. 이는 지난 900년 동안 변하지 않는 신목의 맹세입니다.”

 

 소년은 어느새 몸을 돌려 노인의 말을 경청하였다. 노인은 지위는 낮지만 인생의 선배로서 그를 향해 웃어보였다.

 

 “자신감을 가지시고 긴장이란 녀석은 잠시 내려놓으십시오. 도련님이 그런 것을 걱정하시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훌륭한 청년입니다. 당신을 대견스러워하십시오. 내일 일은 내일 잘하면 되는 일. 오늘은 오늘의 일에 충실하시면 됩니다. 그럼 신들께서 도련님께 길을 제시할 것입니다.”

 

 “...말은 꿀 발라 놓은 것처럼 잘 흘러나오네.”

 

 그러나 말과는 다르게 소년은 신목 앞에서의 긴장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노인은 그런 소년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소년은 그런 노인의 눈빛이 익숙하지 않아 딴청을 부려야 했다.

 

 “도련님. 이제 가시지요. 성인식 때문에 와트 집사가 당부해 둘 말이 있다고 합니다.”

 

 “아, 더 놀고 싶은데...아, 알았어. 할아버지.”

 

 소년은 노인의 따끔한 눈빛에 ‘글렀구나’ 하면서 그와 함께 말에 올라탔다. 말에 올라탄 그는 신목을 다시 한 번 보더니 이내 노인과 함께 성으로 말발굽을 놀렸다.

 

 

 다음날 새벽,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 소년은 벌써 준비해 둔 의복을 갖춰 입고 성 내 시장바닥을 거닐고 있었다. 물론 그 말고도 시장에서 영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아무도 소년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열심히 기웃거리며 앞으로 있을 성인식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이, 레이~!”

 

 그 때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이 뒤를 돌아보니 목소리의 주인은 대장장이의 아들, 로벨이었다. 그는 나무로 된 물통을 든 채 소년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너 여기서 뭐하냐? 아직 해도 안 떴는데.”

 

 “그냥 이곳저곳 싸돌아다니고 있지. 넌? 세수하게?”

 

 “나도 씻어야지. 영업 준비해야 돼. 아버지가 오늘은 세계 최고의 명검을 만들어 대박을 칠거라 느메르 신께서 말씀하셨대.”

 

 “그럼 내일은 떼부자가 되겠군.”

 

 “아무튼 성인식 준비는 잘 되가냐?”

 

 로벨의 물음에 레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지. 너는?”

 

 “뭐가?”

 

 “구경 오냐고?”

 

 “네가 내 씻는 거 좀 도와주면?”

 

 “아, 새끼 귀찮게 하네. 나 그냥 간다.”

 

 “레이, 치사하네. 내가 너보다 3개월 먼저 태어났는데...아, 알았어, 안할게.”

 

 로벨이 레이의 팔을 붙잡으며 그가 떠나가는 것을 막으려 했다. 레이도 장난이었는지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레이의 뒤로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그의 등 뒤에 서더니 손을 뻗어 레이의 눈을 가리려 했다.

 

 “앗!”

 

 그러나 레이는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듯 순식간에 뒤로 돌아서 다가오는 두 개의 손을 꽉 잡았다. 소년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습격자의 얼굴을 보고 씨익 미소를 머금었다.

 

 “너 여기서 뭐하냐, 리아나?”

 

 “그러는 너는 뭐하고? 성인식 준비는 잘 됐나봐?”

 

 레이의 쌍둥이 리아나가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그녀가 누군지 알아본 로벨은 같이 웃으면서 아는 체 하였다.

 

 “안녕, 리아나. 일찍 일어났네.”

 

 “안녕, 로벨.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구나.”

 

 “안 그래도 레이 성인식 이야기하고 있었어. 나보고 제발 좀 와달라며 사정하던데?”

 

 “그 정도로 왜곡이 됐었나?”

 

 로벨의 훅 치고 들어 온 장난에 레이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에 관계없이 리아나는 새침한 표정으로 레이를 흘겨보았다.

 

 “하여간 너는 그래서 문제야. 이제 관심 구걸하는 짓 좀 그만하라고.”

 

 “야, 내가 언제? 얘 웃기는 애네. 그냥 넌지시 물어본 것뿐이지.”

 

 “넌지시 물어보진 않았어. 레이한테 나 등목 도와주면 가준다고 하니까 욕하던데?”

 

 “네가 애냐? 겨우 그런 것 가지고 화내게? 어휴, 쯧쯧 성인식 날은 철 좀 드나 했더니 역시 안 드네.”

 

 “이것들이 진짜! 야 그리고 넌 오빠한테 그게 뭐야?”

 

 “오빠는 무슨 오빠! 나보다 3분 차이밖에 안 나면서!”

 

 리아나의 도발적인 빈정거림에 레이는 발끈한 나머지, 그녀와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머리가 멍청해도 어떻게 그렇게 멍청할 수 있다느니, 넌 키가 나보다 작아서 12살짜린 줄 알았다느니, 쓸데없이 활기차서 물건이 남아나지 않다느니, 네가 머리를 하도 안 감아서 검은 빵인 줄 알았다느니’, 정말 아무 말 대잔치라고 부를 법한 유치한 싸움이었다.

 

 “야야, 그만해. 이제 너희 둘도 성인인데, 물론 리아나는 내년에 치루지만, 어쨌든 철 좀 들어야 되지 않냐?”

 

 “너는 빠져!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니까!”

 

 “그래! 오늘 이 멍청한 남자를 짓누르고 당당히 내 방으로 갈 테니까! 레이는 각오하셔!”

 

 “정말...후회하지 않을 거냐?”

 

 또다시 이지만 다르게 훅 치고 들어온 로벨의 진지한 말투에 둘은 ‘뭐냐’ 라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대답대신 손가락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둘의 싸움을 안주 삼아서 지켜보고 있는 여러 명의 행인들이 서 있었다. 그들의 눈을 알아챈 둘은 누가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리아나는 아예 자리를 피하려는 듯 드레스 자락을 붙잡고 한마디 쏘아붙였다.

 

 “성인식 때나 보셔, 멍청아!”

 

 그리고 그녀는 총총 걸음으로 제 갈 길을 가버렸다. 레이는 저런 게 다 있냐는 듯 로벨을 쳐다보았다. 로벨은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너도 빨리 가. 성인식 준비 해.”

 

 “야, 너 진짜 안 올 거냐?”

 

 “글세?”

 

 “...나 간다.”

 

 레이는 로벨을 한 번 응시하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겨 성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가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던 로벨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한테 허락 맡으면.”

 

 

 “준비는 됐느냐?”

 

 “예, 아버지!”

 

 어느덧 시간이 지나서 성인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레이는 아버지에게 마지막 점검을 받고 있었다. 레이는 성인식이 다가오자 다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긴장하지 말거라. 식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다.”

 

 “..이상하네요.”

 

 “뭐가 말이냐?”

 

 레이팔 백작의 물음에 레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이제 어른이라는 사실이요.”

 

 “두려우냐?”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그냥 잘 모를 뿐이에요. 어른이란 것이 뭔지.”

 

 “레이야.”

 

 아버지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그를 부르자 레이 또한 웃음을 지우고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마다 어른이 되면 어떤 인생의 목표를 가진단다. 대부분은 앞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이나 해야 할 직업들에 초점을 맞추지.”

 

 “그럼 저도 제가 해야 할 일이 생길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레이팔의 말에 레이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자 레이팔 백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해야 할 일이 생긴다는 것은, 네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다. 기사는 전장에서 주군을 위해 싸우고, 사제는 신성한 제단에서 신께 기도를 하고, 농부는 가족들을 위해 씨를 뿌리고, 상인들은 이문을 남기기 위해 물건을 사고 판단다. 이런 것처럼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너의 꿈에 달린 것이다.”

 

 “그럼 각자마다 자신이 꿈꾸는 바를 위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거군요?”

 

 “그렇지! 너도 이제 머리가 돌아가는구나.”

 

 “...그건 못 들은 거로 할게요.”

 

 “어른이 되면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네, 네 알겠어요. 이제 빨리 가요. 기다리겠어요.”

 

 레이는 아버지의 말에 정곡이 찔려서 재빨리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런 아들의 의중을 너무 잘 알아서 더 놀려주고 싶은 백작이었지만 그저 웃음을 지어주었다. 물론 레이는 그 능글맞은 웃음에 발끈할 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두 부자는 문을 나서 화이트 우드 성의 정문으로 향하였다. 많은 가신들과 하인들이 그들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레이가 즐겁게 웃어주면서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었을 때, 그들은 성문 앞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는 와트 집사와 노인 제로를 비롯한 몇 몇 병사들이 말들을 대동하고 서 있었다.

 

 “오셨습니까, 백작님? 도련님?”

 

 “출발하지, 집사.”

 

 “모두 말에 올라탄다!”

 

 “도련님, 오늘은 철 좀 드셨겠지요? 오늘도 안 그러시다면 이 늙은이는 정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할아버지. 나 오늘은 안 그래.”

 

 “그것 참 다행이로구나. 레이, 그 전에 말에 올라타거라. 출발해야 한다.”

 

 “도련님.”

 

 “알았어요, 알았어!”

 

 레이는 투덜거리며 말에 올라탔다. 모두가 올라탄 것을 본 레이팔 백작은 이내 고개를 돌려 크게 소리쳤다.

 

 “열어라!”

 

 끼이이익!

 

 그 말과 동시에 성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고 기수들은 천천히 열리는 틈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팔 백작과 와트 집사가 성문을 나서자, 레이는 제로 노인과 함께 말을 타고 성문을 나섰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성문을 나가자 성문은 다시 닫히고 백작은 다시 소리쳤다.

 

 “출발!”

 

 그렇게 그들은 성인식을 치를 장소인 눈의 숲(Snow Forest)으로 향하였다.

 

 

 푹!

 

 “커억!”

 

 셀란 왕국(Celan Kingdom), 알레마니 평원(Alemani Plain). 여전히 전날의 불길이 꺼지지 않아 활활 타오르고 있는 이곳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차가운 벌판에 쓰러져 있었다. 이들은 전날까지 자신들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셀란, 버클린 백작령의 병사들이었다. 최전방에서 항상 용맹하게 싸운다고 정평 났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까 칼에 찔린 병사와 마찬가지로 적병들에게 가진 모든 것을 도난당하고 까마귀 밥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들을 순식간에 몰살시킨 병사들은 저들끼리 킬킬거리며 앉아있거나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진영 중앙에 위치한 자줏빛 막사 근처를 지나가진 않았다.

 이곳은 지휘부였다.

 

 “...그래서 현재 셀란 왕국의 주력 부대가 지금 막 수도인 셀레티아를 출발했다고 합니다.”

 

 “지휘관은?”

 

 “하를란드의 공작, 바리드와 기사 레온이라고 합니다.”

 

 “바리드는 알겠고...레온이란 자는 누군가?”

 

 막사 안,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둘러앉은 원형의 테이블. 중앙에 위치한 빳빳한 금발 중년인의 질문에 정찰 대장인 테라드는 신속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셀란 왕국에서 가장 검술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기사입니다. 더불어 셀란의 전쟁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워 전술 식견에서도 유능하다 알려져 대장군 홀름게르와 더불어 국왕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흠....”

 

 “친왕, 어떻게 하실 것이십니까?”

 

 카렌 제국군, 기병 대장을 맡은 ‘돌격자’ 케이론이 금발 사내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얼굴을 하였다. 그러다 결심이 섰는지 고개를 들어 말을 전하였다.

 

 “결정을 내리겠다. 우리는 여기서 셀란의 주력부대를 기다린다.”

 

 쾅!

 

 그러자 탁자의 한 쪽에서 누군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그 소리에 모두가 소리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탁자를 내리친 이는 기다란 백발에 붉은 색 로브를 입은 괴팍한 노인이었다. 그는 카렌 제국의 신앙을 대표하는 12사제단의 사람 중 ‘불이 난 자’ 로 불리는 늙은이였다. 그는 분노한 얼굴로 금발 남자에게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친왕! 서둘러 셀란을 비롯한 에스턴 대륙의 7왕국을 점령해 ‘엘리얀’ 의 말씀을 전해드려야 하오! 근데 여기서 기다린다고? 이보시오! 나는 그대의 저의가 의심스럽소!”

 

 “친왕 전하께 그 무슨 망발이시오!”

 

 ‘불이 난 자’의 도가 지나친 발언에 케이론이 그에게 노기를 드러내었다. 하지만 사제는 여전히 씩씩거리고 있었다.

 

 “지금 당장 셀레티아로 진격하시오! 안 그러면 친왕의 신앙에 흠이 있다고 모바드(대제사장[Moabad])께 고하겠소!”

 사제의 발언에 장내의 사람들은 아연질색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현재 카렌 제국은 모바드(대제사장[Moabad])의 권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황제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의 말 한마디면 왕의 목숨도 바뀔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제의 협박에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내와 금발 소녀만은 태연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 중에서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불이 난 자’를 응시하였다. 사제는 그 눈빛에 잠시 흠칫하였다.

 

 “무, 무엇이오?”

 

 “...계획은 예정대로요. 번복은 없소.”

 

 “뭐..라? 친왕, 정녕 신의 징벌이 두렵지 않은 것이오?”

 

 “한 번 해보시오.”

 

 “무슨..?”

 

 “신의 징벌 말이오. 그대가 정말 내게 신의 분노를 내릴 수 있다면 한 번 해보시란 말이오.”

 

 그렇게 말하면서 중년 사내는 서리가 내린 눈으로 사제의 주름진 얼굴을 응시하였다. 순간, 사제는 불안해하며 살짝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지팡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걸 본 사내는 다시 지휘관들에게 자신의 말을 주입시키듯 말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우리는 여기서 셀란 왕국의 주력부대를 기다린다. 그 때까지 식량과 무기를 다시 조달하고 전열을 재편성할 수 있도록. 알겠나?”

 

 “예, 친왕!”

 

 “모두 나가봐라.”

 

 그 말을 끝으로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병장기를 챙겨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모든 이들이 밖으로 나가는데도 여전히 앉아 있는 사내와 같이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금발의 소녀와 그녀를 모시는 여기사였다.

 

 “너는 이 전쟁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그러나 사내는 태연하게 그녀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질문을 예상했는지 소녀는 미묘한 웃음을 띠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기기는 이기겠지요.”

 

 “이기기는 이긴다? 그럼 완벽하지는 않다는 말이구나.”

 

 “아무리 제국의 기병대가 ‘날아가는 창’ 이고 중장보병대가 ‘부서질 수 없는 방패’ 라 할지라도 이곳의 기사들 또한 우리만큼 전통이 깊은 무력집단이 많아요. 단시간에 이곳을 장악한다는 것은 완전 요행을 바라는 것이죠.”

 

 “허나 우리 군대는 한 나라씩 깨부수기에는 매우 적절하게 편성된 원정군이다. 한 개씩 깨뜨린다면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

 

 “그들이 바보라면 그렇겠죠. 허나 그들은 반드시 뭉쳐서 연합군을 형성할 것이에요. 그렇게 되면 우리한테는 매우 불리해지겠죠. 아무리 제국이라도 이곳은 우리의 홈그라운드가 아니잖아요.”

 

 “허면 너의 생각은 무엇이냐, 레나?”

 

 금발 사내가 소녀의 말을 듣고 심각한 얼굴이 되어 그녀에게 해결책을 물었다. 그의 얼굴, 자신의 숙부의 심각해보이는 얼굴을 본 소녀는 재밌는지 기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다 다시 입을 열었다.

 

 “간단해요. 또 다른 싸움을 만드는 것이죠.”

 

 “또 다른 싸움이라면..?”

 

 “그들 사이에 내분을 만드는 것이죠.”

 

 “우리라고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다만 거기에는 마땅히 우리가 이용할 수가 없구나.”

 

 “아니에요.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있어요. 단기간에 셀란을 삼키고 레셈브리아로 진군할 수 있는!”

 

 “..그것이 무엇이냐?”

 

 사내의 물음에 소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살짝 비추며 천천히 말을 꺼내었다.

 

 “..왕위 계승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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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hapter. 1-(1) 신목의 피 2017 / 10 / 30 394 0 12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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