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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제는 지나간 것들에게
작가 : 은호
작품등록일 : 2017.10.28

"엄마의 새 남편이라는 사람을 만났다."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이름과
이제는 식어버린 이름
가까이 있어도 이해하지 못 했던 이름들에게 보내는 이야기

 
1부_4회
작성일 : 17-10-30 20:42     조회 : 221     추천 : 1     분량 : 3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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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신혼여행 덕분에 그 일주일은 매일 저녁마다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남자친구의 자취방으로 가서 과제를 하거나 빈둥대다가 퇴근시간에 맞춰 간단하게 저녁거리를 만들고. 집에 돌아온 남자친구를 맞이하고. 같이 먹고. 같이 눕고. 외박은 하지 않았지만,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 호사도 누려봤다.

  “할 수만 있으면 빨리 결혼하고 싶은데.”

  엄마의 신혼여행 마지막 날. 자유로운 시간도 마지막이라, 아쉬움과 만족감이 뒤섞인 얼굴로 침대에 앉아 있는 그는 나를 무릎에 앉혔다. 이렇게 앉는 건 불편해서 오래 못 있지만 이 사람이 좋아해서 맞춰준다.

  “결혼이 장난인가.”

  “노력할게.”

 그러면서 손으로 내 뺨을 만진다. 화장 지워진다니까. 곧 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겨 안으며 입을 맞춘다. 나는 고개를 뒤로 빼보지만 입술만 비비는 듯하다가 끈적이는 키스가 된다. 늘 그렇듯이.

  “이제 식구 하나 더 늘겠네. 괜찮은 사람 같아?”

 입을 떼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묻는다. 잠시 잊었던 그 사람을 떠올리자 가슴 한구석이 붕 떠오르는 듯 하다가 조여들며 무거워졌다.

  “그냥. 귀찮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

  “힘들면 얘기 해. 언제든지.”

  “힘들면.”

  “조금 걱정 되는데.”

 뭐가? 그러면서 쳐다보자 눈을 돌린다. “집에 남자가 들어오는 거잖아.”

 맙소사. 나는 코웃음 쳤다.

  “그런 걱정 할 가치도 없네.”

  “그치?”

  바로 이어지는 침묵이 서서히 공기를 미묘하게 만들었고. 그는 내 눈빛을 탐색하다가 다시 진한 입맞춤을 했다. 연결동작처럼 나를 무릎에서 미끄러뜨리며 침대에 눕힌다.

  “아쉽다.”

  “뭐가?”

  “오늘 지나면 다시 일주일에 한 번 안을까 말까 할 테니까.”

  “그거면 족하지.” 남자친구는 거세게 고개를 젓는다. 웃으며 그의 머리를 끌어당겨 가슴에 안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내 셔츠를 벗겨내고 브래지어를 끌러냈다. 나는 가슴이 작은 게 콤플렉스인데, 그는 그런 가슴도 좋다며 조심스레 보듬어주었다. 살짝 입술을 갖다 대며 말한다.

  “사랑해.”

 그 말을 한참 곱씹다가. 고개만 끄덕였다.

 

  “강두리, 너 일주일 내내 12시 넘어 들어왔다고 엄마한테 이른다.”

  다음날인 금요일 아침. 어김없이 부엌에서 다이어트 셰이크를 흔들던 언니가 방금 일어난 나에게 쏘아붙인 대사였다. 이미 그렇게 해버린 걸 뭐. 엄마한테 말하지도 않을 테니까 그냥 무시했다.

  “오늘은 대청소해야 돼. 있다가 공항에 4시에 도착한대. 집에 오시면 5시 조금 넘을 테니까. 그때까지 싹 다.”

  “싹 다. 싹 다.”

  “시간표 바꿔서 오늘은 출근 안 하니까, 같이 하자.”

  “응.”

  드디어 들어오나. 좋게 생각하자. 금방 적응할 거야. 내가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느라 분투하거나 말거나, 소파 위에서 늘어져 자다가 나타난 금동이는 못생긴 얼굴을 내 다리에 비비적대며 아침밥을 달라고 울어댔다. 너의 평화도 끝이다 이놈아.

  우리는 엄마 방과 사무실, 거실을 집중적으로 청소했다. 반나절 동안 1,2층 전부를 청소하기는 어렵고, 어차피 엄마랑 같이 방을 쓸 테니까 다른 데 뭐 필요 있겠나. 그런 생각이었다. 겨우 새식구의 눈이 닿을 만한 곳을 다 정리했을 때가 3시 즈음이었다. 언니와 금동이와 거실에 늘어져 있다가 마당 청소를 빼먹은 게 떠올라 번개 맞은 듯 밖으로 튀어나갔을 때는 벌써 4시. 빠르게 마당 잔디를 깎아내고 떨어진 낙엽들을 쓸어내는 둥 분주한데 금동이는 문간에서 그루밍이나 하면서 우리들을 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직 엄마에게 연락이 없어서 비행기 연착인가 하던 찰나 언니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뭐라고?”

 한 손에는 마당 빗자루를,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든 언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장탄식을 내뱉는다.

  “알았어. 조심히 오세요.”

  “왜?”

  “둘이 회사 들렀다가 저녁 먹고 온대. 피곤하지도 않은가봐.”

 통화가 끝나자마자 언니는 빗자루를 손에서 놓으며 소식을 전해주었다. …진작 알려줬으면 이렇게 다급하게 할 필요 없었을 텐데. 맥이 빠져서 현관 쪽을 쳐다보자 금동이가 우리를 보며 한숨을 푹-내쉬었다.

 

  어쨌든 덕분에 우리 스스로를 정비할 시간도 번 셈이었다. 언니가 알려준 바로는 대충 여덟시 전후로 도착한다고 했으니 천천히 샤워를 하고 무의미하지만 약간의 화장도 한 뒤 최대한 외출복 같은 홈웨어를 꺼내 입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보지만, 남자친구는 야근을 하는지 연락이 없었다.

  야옹.

 반쯤 열어둔 문 너머에서 금동이가 운다. 핸드폰을 침대에 내려놓고 나가보니 2층엔 언제 올라왔는지 내 방 앞에서 또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나를 보자 꺅-꺅-거리며 말을 시킨다.

  “관절도 안 좋은 분이 여기까지 올라왔어?”

 귀여워서 안아 올리려다 무게에 허리가 삐끗할 뻔 했지만, 다행히 안정적으로 팔에 얹었다. 못생긴 얼굴로 나를 보면서 목을 울린다. 발로는 허공에 꾹꾹이를 하고 있다. 어릴 때는 도통 곁을 허락하지 않더니 늙을수록 애교가 많아지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밖에서 차 소리가 나더니 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야, 왔다!” 1층에서 언니가 외치면서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나도 금동이를 안은 채 내려갔다.

  “다녀오셨어요? 안녕하세요?”

 문을 열어 고정시키며 언니가 인사를 한다. 싸늘한 가을공기가 거실로 들어오면서, 일주일간 고요했던 집안이 어수선해진다. 공기가 불안정하게 바뀌었다.

  “잘 있었니? 사고 안 치고?” 엄마의 첫 인사.

  “대체 무슨 사고를 쳤으면 하는 거야? 아저씨. 짐 이쪽으로 주세요.”

  “고마워.”

 익숙지 않은 목소리. 익숙지 않은 얼굴. 괜찮아. 곧 이 풍경 속에 녹아들 테니.

  “우리 금동이도 잘 있었나 볼까?” 엄마는 반가움이 가득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금동이야 심하게 잘 있었지.” 하며 녀석을 바닥에 내려놓았는데 어째 엄마는 본 체 만 체 하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 버린다. 좀 반겨라 짜식아. 아닌가? 역시나 처음 보는 남자 때문에 겁을 먹은 것이다. 찡코라서 평소엔 보기 힘든 눈이 휘둥그레 커져 있었다. 결국 금동이는 발 달린 카펫처럼 빠르게 기어서 언니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고양이가 있네?”

  “아, 쟤가 남자를 좀 무서워해요.”

 무심코 설명했는데, 어느새 그가 내 앞에 와 있었다. 언니는 엄마의 캐리어를 마지막으로 들여놓고 문을 닫는다. 현관 앞에 못 보던 검은 캐리어가 잔뜩 있다. 무슨 짐이 저렇게 많지? 라고 생각하기도 잠시. 이 남자의 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 이제 여기 살지.

  “어휴. 지도 수컷이라고 여자는 좋아하고 남자는 싫어한다니까.”

 엄마가 중얼거렸다.

  “그래봤자 고자인데.”

 아이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왜 그랬지. 왜 그랬지. 엄마한테 입 험하다고 한 소리 들을 건 그렇다 치고 이 집에 처음 온 남자 앞에서 그런 대사를 뱉다니. 내가 내 입을 원망하는 건 드문 일인데,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다. 나는 감히 앞을 쳐다보지 못하고 얼어 있었다.

  그때 신우진 씨가 소리 내어 웃었다. 아주 아주 찰나의 순간 거의 지나치듯 한 거라, 짧고 조용했지만, 여태 본 미묘한 미소가 아니라 눈꼬리가 휘어지며 웃는 진심어린 웃음이었다.

  “중성화 수술했나 봐?”

  “…네.”

 다행이다. 웃어넘겨서. 엄마는 역시나 한 소리 하려다 삼킨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암튼, 청소도 잘 해놨네. 고생했어 우리 딸들. 엄마는 피곤해서 씻고 쉬어야겠다. 당신도, 짐은 내일 풀고 좀 쉬어요. 운전까지 하느라 더 힘들었을 거야.”

  “그러죠.”

  “방으로 옮길까요? 짐?” 언니가 눈치를 보며 물었다.

  “내가 할게.” 그는 그렇게 말하고 엄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야, 올라가서 쉬어. 고생했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마자 그렇게 말하는 언니도 금동이를 부르며 자기 방으로 가버리고 나는 거실에 혼자 남았다. 신발장 앞에 늘어선 낯선 캐리어들을 잠시 지켜보다가 이내 2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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