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모자는 타인에 대한 예의이다'
'모자가 우선이다.'
이것이 그 새로 생긴 모자가게에 쓰여있었던 말인데, 이 모자가게는 곧 필로소피아에 있던 모든 주민들에게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곧 모자가게는 사람들로 엄청나게 붐비기 시작했다.
"모자 하나만 주쇼."
"고객님, 저의 가게에는 다양한 종류의 모자를 팔고 있습니다. 어떤 모자를 원하십니까?"
"흐음..."
"고객님 같은 점잖으신 분에게 딱 맞는 모자가 있는데 보여드릴까요?"
상점점원은 가게의 한 구석에 비치되어있는 약간 커다란 모자를 가져왔다.
그 모자의 색은 검은색이고 그 모자의 솟아오른 부분을 중심으로 리본이 메이져 있었다.
또 솟아오른 부분의 가장 중심쪽으로 가면, 살짝 움푹 페어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아주 기묘했다.
"이 모자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세상에서 손님같은 예의를 아시는 분에게 딱 어울리는 것이죠!"
"얼마요?"
"1000필로소피입니다."
필로소피아는 화폐로 지페와 동전 모두 쓰고있는데, 1필로소피는 100필로소페이며, 1000필로소피정도는 왠만한 젊은 사람은 만져 볼 수 도 없는 큰 돈이 었다.
흔히 필로소피아에 있는 젊은 이들은 말하였다.
"아.. 나에게 100필로소피만 있다면 좋으려만! 더이상 소원이 없겠어."
"손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점원은 이 세상에서 가장 너그러운 표정 하지만, 그 손님이 그 모자정도는 살 수 있는 예의를 갖춘 사람이라는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듯하는 그러한 순진 무구한 표정으로 손님을 바라보았다.
"험험.. 생각해보니, 집에서 돈을 안가져왔구만.. 잠시 기다리슈."
이러고는 그 손님은 모자가게 문밖을 나갔다.
하지만 이러한 손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00필로소피에는 못미치지만, 이 모자가게의 모자들은 10필로소피 또는 1필로소피면 살 수 있는 모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1필로소피정도라면.. 변변치 않은 젊은이들도 한 달 동안 일해서 충분히 벌 수 있는 돈이다.
그래서 그 1필로소피짜리 모자들은 아주 불티나게 팔렸는데, 곧 모든 필로소피아에 있는 사람들은 모자를 쓴것 처럼 보였다.
때를 맞추어 필로소피아에서는 새로운 관습이 생겼다.
'모자를 쓰지 않고서는 외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의심할수 없는 진리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필로소피아의 한 구석에 사는 '드미뜨리'씨에게는 이는 재앙과 같은 관습이었다.
사실 그가 그렇게 가난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드미뜨리'씨는 아내 '라스꼴리니꼬바'와 사이에 아이들만 5명에 달했고, 도저히 이들 모두의 모자값을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젠장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