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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는 외계인 꽃미남
작가 : 채수화0918
작품등록일 : 2017.10.30

미움만 받는 싸가지 미운오리새끼 남궁세리 여대생.
"뺨까지 맞았는데 비까지 내려야 됩니까?!"
뭔 놈의 인생이 비 같냐.
우연히 언니가 사고가 나는 걸 목격하게 되는데...................
눈을 떠보니 어느 남자의 방 안.
살인범치곤 되게 잘생겼는데 혈기왕성한 스무한 살에 결혼이라니? 저 늙은 아저씨와 결혼이라니!
"잘생겼잖아. 돈 많고. 참고로 돈 잘 쓰고."
"늙었잖아요!"
그런데 이 집에 사는 세 남자 수상하다. 외계인인가?
그들의 위험한 동거생활은?

 
1화. 우리 언젠가 또 다시 만나게 되요.
작성일 : 17-10-30 15:10     조회 : 345     추천 : 0     분량 : 1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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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이번 시험 망했다. 이런 씨..............뭐 내 인생에는 다 씨야? 진짜 씨같다!!"

 

 A학점은 못 받아도 C는 받지 말자고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누구에게든 간절하게 빌었다. 내 간절함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일까 아님, 내가 아직도 그것 조차 부족했던 것일까.

 

 학점이 뭐라고 사람마음을 이토록 힘들게 하는지.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진짜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든 미래든 어디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지금은 과거보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미래에 아주 잠깐이라도 갔다 오면 지금보다 좀 더 열심히 살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다르게 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말도 안 되는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간절한 적이 있었다.

 

 진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매일아침 숨 막히는 지하철을 타지 않고도 1초도 안 되서 강의실로 이동하는 그런 공간이동을 하는 초능력이 있다면 과연 편할까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또 이런 생각. 나이만 먹었다고 유세떠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도 있었다. 내가 변태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 이기적이고 싸가지없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배같지 않는 선배라는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딴 말을 지껄이는 건지.

 

 그저 나는 내가 당한 만큼 똑같이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처럼 말이다.

 

 "야, 남궁세리!"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나연의 목소리였다. 앙칼지고 찢어지는 목소리. 단지 목소리 때문만이 아니라 3학년이라고 선배행세하는 선배같지 않는 나연의 태도에 싫어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나에게 시비를 걸지 않으면 굳이 싫어할 이유가 없겠지만 나까지 시비를 거니 싫어할 수밖에.

 

 '하......................진짜.'

 

 세리는 애써 표정을 감추고 뒤돌아섰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있는 나연을 쳐다보았다.

 

 "왜요?"

 "너 아까 교수님이 내준 과제 들었지?"

 "그런데요?"

 "내 것도 해 와라."

 "싫은데요."

 "뭐?"

 

 나연은 꽤나 당황했는지 팔짱을 풀었다.

 

 "너 미쳤어?"

 "안 미쳤는데요."

 "하..........................! 너 미쳤구나?"

 "안 미쳤다고 좀 전에 대답한 거 같은데."

 "뭐 이런.................선배가 시키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똑바로 행동을 해야지! 어디서 감히!"

 

 '아................진짜. 아침부터 기분 엿 같네.'

 

 나연은 책을 책상에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겼다.

 

 "해 와."

 "나쁜 년."

 

 세리가 나쁜 년이라는 말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서 미간을 찌푸리며 세리를 쳐다보았다.

 

 "너 방금 뭐라 그랬어?"

 "들었잖아요. 나쁜 년이라고."

 "뭐 이런 미친 년이....................!"

 

 나연이가 팔을 드는데 세리가 나연의 손목을 '탁!' 잡았다.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선배면 선배답게 행동을 하시든가. 쪽팔리지도 않아요? 후배들 보는 앞에서."

 "너 미쳤니?"

 "이러려고 학교 다녀요? 보는 내가 진짜 쪽팔린다."

 

 세리는 잡고 있던 나연의 손목을 세게 놔주었다. 그리고 나연을 지나쳐 걸어가려는 찰나에, 나연은 뒤돌아서 세리의 머리채를 쥐어 잡았다.

 

 "악............................!"

 "미친 년이 어디서 지랄이야!"

 

 당하고만 있을 성격이 아닌 세리도 나연의 머리채를 쥐어 잡았다.

 

 "악..............................! 놔라!"

 "네가 먼저 놔라!"

 "네가 먼저 놔!"

 "니?! 너 방금 너라고 했냐?!"

 "그래! 니!"

 "미친 년이!"

 

 나연은 세리의 머리채를 세게 부여 쥐어 잡았다. 그러자 세리도 나연의 머리채를 한 움큼 부여 쥐어 잡았다.

 

 "악..............................!"

 

 ***

 

 아침까지만 해도 깔끔하고 단정해 보였던 세리의 머리가 지저분한 머리로 변했다.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세리의 머리를 쳐다본 은재는 분명 어떤 여자와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싸운 거라고 확신했다.

 

 세리는 의자에 앉아서 컵에 담겨져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말끔하게 비운 컵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았다.

 

 "미친 년!"

 "무슨 일인데?"

 

 세리가 욕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김나연 있잖아. 그 미친 년."

 "3학년 김나연?"

 "응."

 "걔가 왜? 너한테 또 시비 걸었어?"

 "어! 그 미친 년이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

 "교수님이 내준 과제를 나보고 해 오래. 진짜 어이가 없어서...................지 과제를 내가 왜 하냐고!"

 "미친 거 아니야?"

 "그러니까! 한 두번이어야지. 저번에는 나보고 성형외과가서 성형을 해보라는 거야."

 "미쳤다."

 "지가 뭔데 내 외모지적질을 하냐고!"

 "진짜 어이없다. 근데 김나연 성형했대."

 "뭐? 진짜야?"

 "응. 강의실에 들었는데 코랑 눈이랑 이마랑 턱까지 했대."

 

 순간, 어이가 없었다.

 

 나한테 그렇게 성형외과가서 성형을 해보라고 말하던 나연선배가 성형을 했다니. 나연선배가 성형을 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예쁘면 모를까 못생긴 사람이 나한테 그런 말을 했다는 자체가 어이가 없었고 화가 났었다.

 

 성형까지 했는데 과연 원본은 어떻게 생겼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은재야."

 "어?"

 "이따 개강파티 때 나 말리지 마."

 

 갑자기 쪽팔림이라는 게 뭔지 보여주고 싶어졌다.

 

 ***

 

 "자! 신입생 개강파티를 위하여 건배!"

 

 과 대표인 4학년 상현이가 술잔을 들며 외쳤다. 그러자 교수님이며 학생들도 술잔을 들고 '건배!'라고 외치며 술을 마셨다.

 

 상현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인기가 많다. 내가 잘 웃는 성격이 아닌데도 이 선배 덕에 크게 웃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유머스러운 성격에 인기가 많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술잔을 내려놓고 나서야 세리가 걸어왔다.

 

 "죄송해요. 교수님. 차가 막혀서요."

 "괜찮아. 얼른 가서 앉아."

 "네."

 

 교수님은 대충 이러했다. 40대 후반으로 보였고 마른 체형이었지만 품위있고 세련되어 보였다.

 

 세리는 나연의 뒷모습을 쳐다보고는 나연이가 앉아있는 테이블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나연의 앞자리에 앉자마자 맥주잔에 담겨져 있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야, 천천히 마셔."

 

 소주 한 병도 못 마시는 세리가 맥주 1000cc되는 양을 한 번에 벌컥벌컥 마시다니. 안 그래도 시비를 거는 매우 못 된 술버릇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은재가 말렸다.

 

 작년에 포장마차에서 SNS까지 올라올 정도로 사채업자와 시빅 붙었던 일이 있었다. 4학년 선배에게 어장을 당해서 술에 취해서 그만 사채업자에게 시비를 걸었던 것이었다.

 

 세리는 맥주잔에 담겨져 있는 맥주를 말끔히 비우고 맥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술에 취한 듯 미소를 지으며 술에 취한 눈으로 나연을 쳐다보았다.

 

 "선배 안녕하세요."

 "하................................!"

 "선배."

 "아직도 할 말이 남았니?"

 "선배 성형하셨다면서요."

 

 세리의 말에 시끄러웠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학생들의 시선은 나연을 향해 쳐다보았다.

 

 나연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너 어떻게 알았어?"

 "아~ 진짜 하셨구나. 눈만 좀 손댄 거 같아보였는데 턱도 손대셨더라고요. 턱, 코, 이마...............전부 모조리 싹다!"

 "....................................."

 "했는데 그 얼굴이 이렇게 된 거에요? 원본은 어떻게 생겼는지 진짜 궁금하다. 그렇게 나한테 성형외과가서 성형하라고 말 하시던 선배의 원본."

 "....................................."

 "그래서 내가 아주 친철하게 준비했어요."

 "뭐?"

 "원본."

 "죽여 버린다."

 "이기적이죠? 싸가지없죠? 나도 알아. 나 이기적이고 싸가지 없는거. 나도 이런 내가 싫어. 근데 어떡해? 내가 당한 건 선배도 똑같이 당해야 되는데. 받는 대로 주는 게 내 원칙이야."

 

 나연은 맥주잔에 담겨져 있는 맥주를 세리의 얼굴에 뿌렸다. 당하고만 있을 세리가 아니기에 세리도 맥주잔에 담겨져 있는 맥주를 나연의 얼굴에 뿌렸다. 그 순간, 학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야 남궁세리!!"

 "화나고 열 받지? 나도 그래. 근데 나 지금 선배 뺨 때리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많이 참고 있는 중이에요."

 "너 말 다했어?"

 "아니요. 아직 한 마디 남았어요."

 

 세리는 사진을 들며 미소를 지었다.

 

 "내일 봐요. 선배."

 

 그리고는 일어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

 

 나연은 강의실에 들어와서 세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세리의 뺨을 '차악!' 때렸다. 그 순간,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당장 사진 내려!!"

 "선배도 한 대 쳤으니까 저도 한 대 칠게요."

 "뭐?"

 

 세리는 나연의 뺨을 '차악!' 때렸다. 그러자 학생들은 놀란 나머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았다. 감히 후배가 선배의 뺨을 쳤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3학년선배의 뺨을.

 

 "미친 년."

 "미친 년은 선배님이시고요. 선배가 제 뺨 쳤으니까 저도 선배 친거고요."

 "하...........................! 너 완전 미쳤구나?"

 "성형 전 얼굴 공개하니까 쪽팔리죠? 근데 어쩌겠어요? 그렇게 생겼는데."

 "야!!"

 "근데 선배가 저한테 성형수술 해 봐라 그런 말 할 때마다 나 진짜 어이없었어. 솔직히 선배 얼굴 그닥이잖아요. 못생긴 사람이 그런 말하면 얼마나 빡치는지 알아요?"

 "하...........................! 너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눈에 뵈는 게 없으면 선배한테 이러지도 않았죠."

 "뭐 이런 미친............................!"

 "감히 제가 선배한테 한 말씀 드리자면 나이 먹는 게 그렇게 좋은 게 아니에요. 주름 생기잖아요. 안 이쁘잖아."

 "...................................."

 "쪽팔리게 살지 마세요."

 

 ***

 

 아침까지만 해도 해가 쨍쨍했던 날씨가 갑자기 비가 주르륵 내렸다. 이럴 때는 기상청을 원망해야 하나 아님, 비를 내리게 하는 하늘을 원망해야 되나 알 수가 없었다.

 

 "왜 비오고 난리야..............뺨꺄지 맞았는데 비까지 내려야 됩니까?!"

 

 세리는 거차게 내리는 빗속으로 들어가 뛰어갔다. 세리의 옷에 주르륵 내리는 빗물이 젖어 버리고 말았다. 세리는 피신할 곳으로 뛰어가서 카페 문 앞에 섰다.

 

 '아..............다 젖었네.'

 

 세리는 옷에 묻은 빗물을 탁탁 털어냈다.

 

 "아.................다 젖었네."

 

 내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말을 그대로 똑같이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약간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세리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대충 이러했다. 키가 이상적으로 보기 좋게 컸고 검은색모자와 검은색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눈빛이 마치, 여심을 살살 녹이는 훈남의 눈빛같았다.

 

 '배우인가? 상처 입었나?'

 

 남자는 고개를 들고 세리를 쳐다보더니 검은색우산을 내밀었다.

 

 "우산 쓸래요?"

 "네?"

 "우산 필요하잖아요."

 "그쪽도 필요하잖아요."

 

 한 개밖에 없는 우산을 나에게 주다니.

 

 천사인가 아님, 나에게 첫눈에 반해서 별로 안 이쁜 우산을 내민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첫눈에 반하고 그런 외모는 아니였다.

 

 "난 필요 없어요."

 "네? 지금 비 많이 오는데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그쪽이 이 우산을 들고 뛰어가면 비는 멈출거에요. 음....................아마 10분이 지나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또라이인가?'

 

 "우산 쓰세요."

 "......................그럼 그쪽 전화번호 알려줘요. 우산 돌려줘야 하니까."

 "진짜 필요 없는데."

 "아니, 이 우산 그쪽 거잖아요."

 "우리 언젠가 또 다시 만나게 되요."

 

 나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생각은 취소. 그저 우산 하나 없어서 집에 못 가고 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서 정체모를 이 남자가 나에게 검은색우산을 내민 것이라고 좀 전에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이 정체모를 남자를 운명적으로 또 다시 만난다면 내 생애는 행복하게 살겠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럴 일 없는데요."

 "있는데."

 "없는데."

 "....................................."

 "나 알아요?"

 "오늘 처음 봐요."

 "근데 우리가 만날지 안 만날지 그걸 그쪽이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이 우산은 또 뭐고?"

 "우산 진짜 필요 없어요?"

 "아니요! 필요해요!"

 

 세리는 검은색우산을 받고 우산을 활짝 폈다. 그리고 빗속으로 들어가 걸어갔다.

 

 ***

 

 세리는 버스정류장 쪽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거차게 내렸던 비가 그치고 어느새 해가 쨍쨍하게 내려쨌다.

 

 "뭐야? 진짜 그쳤네."

 

 세리는 정체모를 남자가 말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하면서도 손목시계를 보았다.

 

 설마 10분이 지나면 비가 멈출까하면서.

 

 정말 신기하게도 10분이 지나가고 3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분명 카페 문 앞에 있었을 때는 4시20분이었는데 지금은 31분이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뭐야..............진짜잖아."

 

 ***

 

 강우는 검은색선글라스를 끼며 밴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선글라스를 벗었다. 강우의 얼굴은 대충 이러했다. 하얗고 오목조목하니 순정만화에나 나올 듯한 주인공의 훈남 외모였다.

 

 강우는 해성그룹의 셋째 아들인 우주대스타 영화배우이다. 배우지만 연기를 너무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해도해도 너무할 정도로 못한다는 것. 한마디로 발 연기.

 

 하지만 잘생겼다. 잘생긴 외모덕에 팬카페 회원수만 50만명이 넘고 CF만 40개 넘도록 찍었다. 게다가 3천도 아니고 3억도 아닌 1년에 30억을 버는데 이보다 더 바랄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리고 강우에게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다. 이 사람의 눈을 보면 이 사람은 곧 죽겠구나, 저 사람의 눈을 보면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겠구나.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우는 다리를 꼰 채로 매니저에게 물었다.

 

 "오늘 스케줄 끝났지?"

 "응. 수고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매니저가 대답했다. 매니저는 대충 이러했다. 체격이 좀 있어보였고 덥수룩한 수염이 있었다. 그리고 친근해 보이는 외모였다.

 

 "피곤해 죽겠어.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만 죄다 써가지고. 나 이제 의학드라마 안 찍을거니까 그렇게 알아."

 "그래. 찍지마. 그리고 강우야."

 "왜?"

 "너 이제 좀 쉬는 게 어때?"

 "무슨 말이야?"

 "올해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했으니까 이번 드라마 끝나면 휴가라도 가라고."

 "뭐야? 사실대로 말해. 나 연예계 못하게 하려고 촌구석으로 보내려고 그런 거지? 맞지?"

 "아니, 너희 아버지가 한 달안에 결혼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그래야 재산 물려줄 수 있다고 그랬다며. 그래서 지금 팬들 장난 아니야. 팬카페 회원수도 줄어들고. 그리고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너 연기 너무 못해."

 "뭐?"

 "해도해도 너무 못해. 연기가 아니라 발 연기야."

 

 솔직히 강우가 연기를 너무할 정도로 못하긴 했다. 그래서 카메라가 켜지면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들이 웃음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었다. 차라리 주기도문을 외우는 게 나겠다 싶을정도로 말이다.

 

 "매니저 맞아? 무슨 매니저가 그런 말을 해?"

 "매니저 맞고요. 내가 아니면 누가 이런 말을 해주겠어?"

 "안티카페회원들이."

 "너 안티카페회원이야?"

 "어."

 "하아.............................미치겠다."

 

 ***

 

 "나 결혼 안 할거야!"

 

 강우가 궁전같은 집에 들어오면서 외쳤다.

 

 거실에 모여 있는 첫째 형인 태준과 둘째 형인 민준, 그리고 카리스마있는 해성그룹의 회장님인 아버지를 쳐다본 순간, 그대로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형들은 무슨 잘못을 해서 죽을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아버지 앞에 서 있는 것인지. 아버지는 왜 또 표정이 어두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결혼을 안 한다고? 그럼 넌 재산 없는 걸로."

 

 소파에 앉아있는 회장님이 말했다.

 

 강우의 말을 들었나 보다.

 

 회장님은 대충 이러했다. 50대 후반이면 흰 머리가 날 뻔도 할 텐데 흰 머리는 커녕 검은 머리색깔만 보였다. 그리고 다부진 체격과 넓은 어깨가 여심을 저격할 것 같았다.

 

 "아..............아니요! 결혼해요! 결혼 하고 싶어요!"

 "....................................."

 

 회장님은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서 있는 태준과 민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들도 안 할거냐?"

 

 태준은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전 안 합니다."

 

 결혼을 안 하면 재산은 물론 십원 하나 못 받을 게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앞에서 당당하게 안 하겠다고 말하는 태준이다.

 

 회장님은 다시 되물었다.

 

 "진짜 안 한다...................이 말이지?"

 "네."

 ".........................그 여자 때문이냐?"

 "아닙니다."

 

 그 여자라 하면 태준의 전 여자친구였다. 진짜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운명적으로 만나서 운명적으로 사랑을 했었다.

 

 처음부터 운명이 아니였던 것처럼, 처음부터 우리는 아니였던 것처럼, 누군가가 운명이라며 축하해주던 그 대단한 우리도 이렇게 헤어진 것처럼 말이다.

 

 처음엔 해피엔딩인 줄 알았다. 하지만 끝은 새드엔딩이 되어 버렸다.

 

 태준은 해성그룹의 첫째 아들이다. 현실 속에서는 없는 가상세계에서나 존재할 법한 이기적인 외모였다. 그리고 여심을 사로잡은 박력까지.

 

 모델처럼 뺨치는 기럭지는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키처럼 보였다. 하지만 백수라는 점.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준 1인자이다. 아니지, 모든 세상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준 사람이라고 해야 맞겠다.

 

 태준의 하루일상은 놀고 먹고 놀고 먹고 그러다가 밤 12시가 되면 침대에 드러누워서 이불을 덮으며 자는 것이다. 정말 변화없고 여유만만한 이 모습 얼마나 행복해 보이지 아니한가.

 

 그리고 태준에게는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다. 돈이 없어도 그 곳이 어디든 갈 수 있는 능력과 내가 찾는 곳으로 1초도 안 되서 이동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졌다.

 

 "형은 빼주세요. 어차피 형은 재산에 관심이라곤 1도 없는 분 같은데요."

 

 민준의 말에 태준은 발끈했다.

 

 "나도 돈 좋아해!"

 

 민준은 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결혼을 하시든가."

 "그건 싫어."

 ***

 

 "이번 시험 망했다. 이런 씨...................뭐 내 인생에는 다 씨야? 진짜 씨같다!!"

 

 A학점은 못 받아도 C는 받지 말자고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누구에게든 간절하게 빌었다. 내 간절함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일까 아님, 내가 아직도 그것 조차 부족했던 것일까.

 

 학점이 뭐라고 사람마음을 이토록 힘들게 하는지.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진짜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든 미래든 어디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지금은 과거보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미래에 아주 잠깐이라도 갔다 오면 지금보다 좀 더 열심히 살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다르게 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말도 안 되는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간절한 적이 있었다.

 

 진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매일아침 숨 막히는 지하철을 타지 않고도 1초도 안 되서 강의실로 이동하는 그런 공간이동을 하는 초능력이 있다면 과연 편할까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또 이런 생각. 나이만 먹었다고 유세떠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도 있었다. 내가 변태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 이기적이고 싸가지없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배같지 않는 선배라는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딴 말을 지껄이는 건지.

 

 그저 나는 내가 당한 만큼 똑같이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처럼 말이다.

 

 "야, 남궁세리!"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나연의 목소리였다. 앙칼지고 찢어지는 목소리. 단지 목소리 때문만이 아니라 3학년이라고 선배행세하는 선배같지 않는 나연의 태도에 싫어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나에게 시비를 걸지 않으면 굳이 싫어할 이유가 없겠지만 나까지 시비를 거니 싫어할 수밖에.

 

 '하............................진짜.'

 

 세리는 애써 표정을 감추고 뒤돌아섰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있는 나연을 쳐다보았다.

 

 "왜요?"

 "너 아까 교수님이 내준 과제 들었지?"

 "그런데요?"

 "내 것도 해 와라."

 "싫은데요."

 "뭐?"

 

 나연은 꽤나 당황했는지 팔짱을 풀었다.

 

 "너 미쳤어?"

 "안 미쳤는데요."

 "하................................! 너 미쳤구나?"

 "안 미쳤다고 좀 전에 대답한 거 같은데."

 "뭐 이런..................... 선배가 시키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똑바로 행동을 해야지! 어디서 감히!"

 

 '아.....................진짜. 아침부터 기분 엿 같네.'

 

 나연은 책을 책상에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겼다.

 

 "해 와."

 "나쁜 년."

 

 세리가 나쁜 년이라는 말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서 미간을 찌푸리며 세리를 쳐다보았다.

 

 "너 방금 뭐라 그랬어?"

 "들었잖아요. 나쁜 년이라고."

 "뭐 이런 미친 년이........................!"

 

 나연이가 팔을 드는데 세리가 나연의 손목을 '탁!' 잡았다.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선배면 선배답게 행동을 하시든가. 쪽팔리지도 않아요? 후배들 보는 앞에서."

 "너 미쳤니?"

 "이러려고 학교 다녀요? 보는 내가 진짜 쪽팔린다."

 

 세리는 잡고 있던 나연의 손목을 세게 놔주었다. 그리고 나연을 지나쳐 걸어가려는 찰나에, 나연은 뒤돌아서 세리의 머리채를 쥐어 잡았다.

 

 "악..................................!"

 "미친 년이 어디서 지랄이야!"

 

 당하고만 있을 성격이 아닌 세리도 나연의 머리채를 쥐어 잡았다.

 

 "악..................................! 놔라!"

 "네가 먼저 놔라!"

 "네가 먼저 놔!"

 "니?! 너 방금 너라고 했냐?!"

 "그래! 니!"

 "미친 년이!"

 

 나연은 세리의 머리채를 세게 부여 쥐어 잡았다. 그러자 세리도 나연의 머리채를 한 움큼 부여 쥐어 잡았다.

 

 "악..................................!"

 

 ***

 

 아침까지만 해도 깔끔하고 단정해 보였던 세리의 머리가 지저분한 머리로 변했다.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세리의 머리를 쳐다본 은재는 분명 어떤 여자와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싸운 거라고 확신했다.

 

 세리는 의자에 앉아서 컵에 담겨져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말끔하게 비운 컵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았다.

 

 "미친 년!"

 "무슨 일인데?"

 

 세리가 욕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김나연 있잖아. 그 미친 년."

 "3학년 김나연?"

 "응."

 "걔가 왜? 너한테 또 시비 걸었어?"

 "어! 그 미친 년이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

 "교수님이 내준 과제를 나보고 해 오래. 진짜 어이가 없어서...지 과제를 내가 왜 하냐고!"

 "미친 거 아니야?"

 "그러니까! 한 두번이어야지. 저번에는 나보고 성형외과가서 성형을 해보라는 거야."

 "미쳤다."

 "지가 뭔데 내 외모지적질을 하냐고!"

 "진짜 어이없다. 근데 김나연 성형했대."

 "뭐? 진짜야?"

 "응. 강의실에 들었는데 코랑 눈이랑 이마랑 턱까지 했대."

 

 순간, 어이가 없었다.

 

 나한테 그렇게 성형외과가서 성형을 해보라고 말하던 나연선배가 성형을 했다니. 나연선배가 성형을 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예쁘면 모를까 못생긴 사람이 나한테 그런 말을 했다는 자체가 어이가 없었고 화가 났었다.

 

 성형까지 했는데 과연 원본은 어떻게 생겼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은재야."

 "어?"

 "이따 개강파티 때 나 말리지 마."

 

 갑자기 쪽팔림이라는 게 뭔지 보여주고 싶어졌다.

 

 ***

 

 "자! 신입생 개강파티를 위하여 건배!"

 

 과 대표인 4학년 상현이가 술잔을 들며 외쳤다. 그러자 교수님이며 학생들도 술잔을 들고 '건배!'라고 외치며 술을 마셨다.

 

 상현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인기가 많다. 내가 잘 웃는 성격이 아닌데도 이 선배 덕에 크게 웃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유머스러운 성격에 인기가 많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술잔을 내려놓고 나서야 세리가 걸어왔다.

 

 "죄송해요. 교수님. 차가 막혀서요."

 "괜찮아. 얼른 가서 앉아."

 "네."

 

 교수님은 대충 이러했다. 40대 후반으로 보였고 마른 체형이었지만 품위있고 세련되어 보였다.

 

 세리는 나연의 뒷모습을 쳐다보고는 나연이가 앉아있는 테이블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나연의 앞자리에 앉자마자 맥주잔에 담겨져 있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야, 천천히 마셔."

 

 소주 한 병도 못 마시는 세리가 맥주 1000cc되는 양을 한 번에 벌컥벌컥 마시다니. 안 그래도 시비를 거는 매우 못 된 술버릇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은재가 말렸다.

 

 작년에 포장마차에서 SNS까지 올라올 정도로 사채업자와 시빅 붙었던 일이 있었다. 4학년 선배에게 어장을 당해서 술에 취해서 그만 사채업자에게 시비를 걸었던 것이었다.

 

 세리는 맥주잔에 담겨져 있는 맥주를 말끔히 비우고 맥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술에 취한 듯 미소를 지으며 술에 취한 눈으로 나연을 쳐다보았다.

 

 "선배 안녕하세요."

 "하......................................!"

 "선배."

 "아직도 할 말이 남았니?"

 "선배 성형하셨다면서요."

 

 세리의 말에 시끄러웠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학생들의 시선은 나연을 향해 쳐다보았다.

 

 나연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너 어떻게 알았어?"

 "아~ 진짜 하셨구나. 눈만 좀 손댄 거 같아보였는데 턱도 손대셨더라고요. 턱, 코, 이마........................전부 모조리 싹다!"

 "....................................."

 "했는데 그 얼굴이 이렇게 된 거에요? 원본은 어떻게 생겼는지 진짜 궁금하다. 그렇게 나한테 성형외과가서 성형하라고 말 하시던 선배의 원본."

 "....................................."

 "그래서 내가 아주 친철하게 준비했어요."

 "뭐?"

 "원본."

 "죽여 버린다."

 "이기적이죠? 싸가지없죠? 나도 알아. 나 이기적이고 싸가지 없는거. 나도 이런 내가 싫어. 근데 어떡해? 내가 당한 건 선배도 똑같이 당해야 되는데. 받는 대로 주는 게 내 원칙이야."

 

 나연은 맥주잔에 담겨져 있는 맥주를 세리의 얼굴에 뿌렸다. 당하고만 있을 세리가 아니기에 세리도 맥주잔에 담겨져 있는 맥주를 나연의 얼굴에 뿌렸다. 그 순간, 학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야 남궁세리!!"

 "화나고 열 받지? 나도 그래. 근데 나 지금 선배 뺨 때리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많이 참고 있는 중이에요."

 "너 말 다했어?"

 "아니요. 아직 한 마디 남았어요."

 

 세리는 사진을 들며 미소를 지었다.

 

 "내일 봐요. 선배."

 

 그리고는 일어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

 

 나연은 강의실에 들어와서 세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세리의 뺨을 '차악!' 때렸다. 그 순간,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당장 사진 내려!!"

 "선배도 한 대 쳤으니까 저도 한 대 칠게요."

 "뭐?"

 

 세리는 나연의 뺨을 '차악!' 때렸다. 그러자 학생들은 놀란 나머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았다. 감히 후배가 선배의 뺨을 쳤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3학년선배의 뺨을.

 

 "미친 년."

 "미친 년은 선배님이시고요. 선배가 제 뺨 쳤으니까 저도 선배 친거고요."

 "하.................................! 너 완전 미쳤구나?"

 "성형 전 얼굴 공개하니까 쪽팔리죠? 근데 어쩌겠어요? 그렇게 생겼는데."

 "야!!"

 "근데 선배가 저한테 성형수술 해 봐라 그런 말 할 때마다 나 진짜 어이없었어. 솔직히 선배 얼굴 그닥이잖아요. 못생긴 사람이 그런 말하면 얼마나 빡치는지 알아요?"

 "하................................! 너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눈에 뵈는 게 없으면 선배한테 이러지도 않았죠."

 "뭐 이런 미친........................!"

 "감히 제가 선배한테 한 말씀 드리자면 나이 먹는 게 그렇게 좋은 게 아니에요. 주름 생기잖아요. 안 이쁘잖아."

 "......................................"

 "쪽팔리게 살지 마세요."

 

 ***

 

 아침까지만 해도 해가 쨍쨍했던 날씨가 갑자기 비가 주르륵 내렸다. 이럴 때는 기상청을 원망해야 하나 아님, 비를 내리게 하는 하늘을 원망해야 되나 알 수가 없었다.

 

 "왜 비오고 난리야..................뺨꺄지 맞았는데 비까지 내려야 됩니까?!"

 

 세리는 거차게 내리는 빗속으로 들어가 뛰어갔다. 세리의 옷에 주르륵 내리는 빗물이 젖어 버리고 말았다. 세리는 피신할 곳으로 뛰어가서 카페 문 앞에 섰다.

 

 '아.................다 젖었네.'

 

 세리는 옷에 묻은 빗물을 탁탁 털어냈다.

 

 "아.................다 젖었네."

 

 내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말을 그대로 똑같이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약간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세리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대충 이러했다. 키가 이상적으로 보기 좋게 컸고 검은색모자와 검은색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눈빛이 마치, 여심을 살살 녹이는 훈남의 눈빛같았다.

 

 '배우인가? 상처 입었나?'

 

 남자는 고개를 들고 세리를 쳐다보더니 검은색우산을 내밀었다.

 

 "우산 쓸래요?"

 "네?"

 "우산 필요하잖아요."

 "그쪽도 필요하잖아요."

 

 한 개밖에 없는 우산을 나에게 주다니.

 

 천사인가 아님, 나에게 첫눈에 반해서 별로 안 이쁜 우산을 내민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첫눈에 반하고 그런 외모는 아니였다.

 

 "난 필요 없어요."

 "네? 지금 비 많이 오는데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그쪽이 이 우산을 들고 뛰어가면 비는 멈출거에요. 음...................아마 10분이 지나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또라이인가?'

 

 "우산 쓰세요."

 "............................그럼 그쪽 전화번호 알려줘요. 우산 돌려줘야 하니까."

 "진짜 필요 없는데."

 "아니, 이 우산 그쪽 거잖아요."

 "우리 언젠가 또 다시 만나게 되요."

 

 나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생각은 취소. 그저 우산 하나 없어서 집에 못 가고 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서 정체모를 이 남자가 나에게 검은색우산을 내민 것이라고 좀 전에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이 정체모를 남자를 운명적으로 또 다시 만난다면 내 생애는 행복하게 살겠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럴 일 없는데요."

 "있는데."

 "없는데."

 "..................................."

 "나 알아요?"

 "오늘 처음 봐요."

 "근데 우리가 만날지 안 만날지 그걸 그쪽이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이 우산은 또 뭐고?"

 "우산 진짜 필요 없어요?"

 "아니요! 필요해요!"

 

 세리는 검은색우산을 받고 우산을 활짝 폈다. 그리고 빗속으로 들어가 걸어갔다.

 

 ***

 

 세리는 버스정류장 쪽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거차게 내렸던 비가 그치고 어느새 해가 쨍쨍하게 내려쨌다.

 

 "뭐야? 진짜 그쳤네."

 

 세리는 정체모를 남자가 말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마하면서도 손목시계를 보았다.

 

 설마 10분이 지나면 비가 멈출까하면서.

 

 정말 신기하게도 10분이 지나가고 3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분명 카페 문 앞에 있었을 때는 4시20분이었는데 지금은 31분이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뭐야..................진짜잖아."

 

 ***

 

 강우는 검은색선글라스를 끼며 밴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선글라스를 벗었다. 강우의 얼굴은 대충 이러했다. 하얗고 오목조목하니 순정만화에나 나올 듯한 주인공의 훈남 외모였다.

 

 강우는 해성그룹의 셋째 아들인 우주대스타 영화배우이다. 배우지만 연기를 너무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해도해도 너무할 정도로 못한다는 것. 한마디로 발 연기.

 

 하지만 잘생겼다. 잘생긴 외모덕에 팬카페 회원수만 50만명이 넘고 CF만 40개 넘도록 찍었다. 게다가 3천도 아니고 3억도 아닌 1년에 30억을 버는데 이보다 더 바랄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리고 강우에게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다. 이 사람의 눈을 보면 이 사람은 곧 죽겠구나, 저 사람의 눈을 보면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겠구나.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우는 다리를 꼰 채로 매니저에게 물었다.

 

 "오늘 스케줄 끝났지?"

 "응. 수고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매니저가 대답했다. 매니저는 대충 이러했다. 체격이 좀 있어보였고 덥수룩한 수염이 있었다. 그리고 친근해 보이는 외모였다.

 

 "피곤해 죽겠어.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만 죄다 써가지고. 나 이제 의학드라마 안 찍을거니까 그렇게 알아."

 "그래. 찍지마. 그리고 강우야."

 "왜?"

 "너 이제 좀 쉬는 게 어때?"

 "무슨 말이야?"

 "올해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했으니까 이번 드라마 끝나면 휴가라도 가라고."

 "뭐야? 사실대로 말해. 나 연예계 못하게 하려고 촌구석으로 보내려고 그런 거지? 맞지?"

 "아니, 너희 아버지가 한 달안에 결혼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그래야 재산 물려줄 수 있다고 그랬다며. 그래서 지금 팬들 장난 아니야. 팬카페 회원수도 줄어들고. 그리고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너 연기 너무 못해."

 "뭐?"

 "해도해도 너무 못해. 연기가 아니라 발 연기야."

 

 솔직히 강우가 연기를 너무할 정도로 못하긴 했다. 그래서 카메라가 켜지면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들이 웃음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었다. 차라리 주기도문을 외우는 게 나겠다 싶을정도로 말이다.

 

 "매니저 맞아? 무슨 매니저가 그런 말을 해?"

 "매니저 맞고요. 내가 아니면 누가 이런 말을 해주겠어?"

 "안티카페회원들이."

 "너 안티카페회원이야?"

 "어."

 "하아............................미치겠다."

 

 ***

 

 "나 결혼 안 할거야!"

 

 강우가 궁전같은 집에 들어오면서 외쳤다.

 

 거실에 모여 있는 첫째 형인 태준과 둘째 형인 민준, 그리고 카리스마있는 해성그룹의 회장님인 아버지를 쳐다본 순간, 그대로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형들은 무슨 잘못을 해서 죽을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아버지 앞에 서 있는 것인지. 아버지는 왜 또 표정이 어두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결혼을 안 한다고? 그럼 넌 재산 없는 걸로."

 

 소파에 앉아있는 회장님이 말했다.

 

 강우의 말을 들었나 보다.

 

 회장님은 대충 이러했다. 50대 후반이면 흰 머리가 날 뻔도 할 텐데 흰 머리는 커녕 검은 머리색깔만 보였다. 그리고 다부진 체격과 넓은 어깨가 여심을 저격할 것 같았다.

 

 "아.......................아니요! 결혼해요! 결혼 하고 싶어요!"

 "............................................"

 

 회장님은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서 있는 태준과 민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들도 안 할거냐?"

 

 태준은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전 안 합니다."

 

 결혼을 안 하면 재산은 물론 십원 하나 못 받을 게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앞에서 당당하게 안 하겠다고 말하는 태준이다.

 

 회장님은 다시 되물었다.

 

 "진짜 안 한다........................이 말이지?"

 "네."

 "............................그 여자 때문이냐?"

 "아닙니다."

 ".................................."

 

 그 여자라 하면 태준의 전 여자친구였다. 진짜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운명적으로 만나서 운명적으로 사랑을 했었다.

 

 처음부터 운명이 아니였던 것처럼, 처음부터 우리는 아니였던 것처럼, 누군가가 운명이라며 축하해주던 그 대단한 우리도 이렇게 헤어진 것처럼 말이다.

 

 처음엔 해피엔딩인 줄 알았다. 하지만 끝은 새드엔딩이 되어 버렸다.

 

 태준은 해성그룹의 첫째 아들이다. 현실 속에서는 없는 가상세계에서나 존재할 법한 이기적인 외모였다. 그리고 여심을 사로잡은 박력까지.

 

 모델처럼 뺨치는 기럭지는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키처럼 보였다. 하지만 백수라는 점.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준 1인자이다. 아니지, 모든 세상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준 사람이라고 해야 맞겠다.

 

 태준의 하루일상은 놀고 먹고 놀고 먹고 그러다가 밤 12시가 되면 침대에 드러누워서 이불을 덮으며 자는 것이다. 정말 변화없고 여유만만한 이 모습 얼마나 행복해 보이지 아니한가.

 

 그리고 태준에게는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다. 돈이 없어도 그 곳이 어디든 갈 수 있는 능력과 내가 찾는 곳으로 1초도 안 되서 이동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졌다.

 

 "형은 빼주세요. 어차피 형은 재산에 관심이라곤 1도 없는 분 같은데요."

 

 민준의 말에 태준은 발끈했다.

 

 "나도 돈 좋아해!"

 

 민준은 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결혼을 하시든가."

 "그건 싫어."

 "그럼 끝났네. 강우 쟤는 돈 버니까 지가 알아서 결혼하는 거고 형은 결혼하기 싫다고 그러고. 그럼..............재산은 내꺼."

 

 민준의 말에 이번에는 강우가 발끈했다.

 

 "무슨 그런 어이없는 말이 있어!"

 "그럼 어쩌자고!"

 ".............................."

 "거봐.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

 "왜 형 말대로 해야 되는데?"

 "너 돈 많잖아. 참고로 난 돈 잘 쓰고."

 "안 물어봤어."

 "아놔.............상큼해서 죽일 수도 없고 진짜..............."

 "귀엽잖아."

 

 강우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브이포지를 했다.

 

 "죽여 버린다!"

 

 민준은 해성그룹의 둘째 아들이다. 세상어디에도 없는 마치, 여심을 저격할 것 같은 매력적인 외모였다.

 

 게다가 다부진 체격과 넓은 어깨가 여심을 사로잡을 것만 같았다.

 

 뺨치는 키는 아니지만 뭐 어떤가. 잘생기면 그만인데.

 

 민준은 돈 쓰는 걸 좋아하고 돈 쓰는 것도 잘한다. 얼마나 착하지 아니한가. 세상 만만하게 사는 돈 많은 백수가 모든 세상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주고 말이다.

 

 정말 착하게 사는 사람이지 아니한가.

 

 그리고 민준에게는 속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졌다. 한마디로 포커페이스.

 

 그 사람의 마음이 진심인지, 얼굴 뒤에 또 다른 가면을 쓰고 있는지. 그 사람의 눈을 보면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졌다.

 

 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때론 불리할 수도 있었다. 아는 게 병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다들 입 다물고!"

 

 회장님이 소리치자 민준과 강우는 급 조용해졌다.

 

 "그럼 이만 해산!"

 

 그리고는 일어서서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장님이 사라지자 태준도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민준이가 태준의 손목을 '탁!' 잡더니 급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 끝난 사이 아니였어?"

 

 태준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였다.

 "이건 아니라고 봐야지."

 "................................"

 

 강우는 가까이 다가오면서 물었다.

 

 "큰 형 헤어졌어? 왜? 언제?"

 

 눈치도 없이 태준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강우의 입을 막아버리는 민준.

 

 "읍..........................! 읍...........................!"

 "넌 입 좀 다물어."

 

 민준은 자신의 손으로 강우의 입을 막은 채로 시선은 태준에게 고정하며 급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후회할 거면서 왜 헤어졌는데?"

 "넌 얘 죽일 생각이나 해."

 

 태준은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계단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강우는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민준의 손을 세게 뿌리챘다.

 

 "퉤! 퉤! 아씨............내 입술 썩었네."

 "너 뭐냐?"

 "뭐가?"

 "한국에 언제 왔어?"

 "와......................너무하네. 하나밖에 없는 동생한테 너무 관심이 없는 거 아니야? 나 지금 드라마 촬영 마치고 온 거야."

 "네가 나온 드라마는 되게 재미가 없어서 몰랐지."

 "그렇게 말하면 나 되게 섭섭해."

 "아니지, 작가는 죄가 없지. 연기를 못하는 너한테 문제가 있지."

 "나 연기 되게 잘해! 작년에 최우수상 받았어!"

 "그래서 욕 먹었잖아."

 

 빠직..

 

 "백수주제에."

 

 인신공격 하는 강우.

 

 "뭐?"

 "백수 맞잖아. 아니야?"

 "백수는 맞는데. 돈 많은 백수지."

 "아 재수없어."

 "맞잖아. 돈 많은 백수."

 "어련하시겠어요."

 

 갑자기 강우는 뭔가 떠올랐다.

 

 "아! 내가 어떤 여자 미래를 봤는데 그 여자가 우리 집에 오는 걸 봤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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