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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정상인 병동
작가 : 쉐리
작품등록일 : 2017.10.30

대한민국 청소년이 가장 많이 자살하는 때가 언제인 줄 아는가?
바로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시기이다.
한명, 두명씩 사라지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유서'를 남긴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그저 '자/실사건'으로 취급한다. 자살인지 실종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자/실사건에 설화의 친구 다은이 휘말리게 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설화는 의외의 장소에서 다은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들이 마주친 곳은..?

인간의 심리를 다룬 이야기.

 
16화
작성일 : 17-10-30 14:55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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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식 당일, 한때 유 원장의 자식들이었던 그 곳의 사람들이 모두 와서 설화의 졸업을 축하해주었다.

  “부럽다. 난 학사모 언제 쓰냐.”

  “종혁오빠, 오빠는 군대부터 가야지.”

  지윤의 날카로운 지적에 종혁은 머쓱해했다.

  “그보다 경옥이 앨범은 언제 나오는 거야?”

  세희의 질문을 받은 경옥은 새침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음 달이요.”

  “어머, 그럼 우리한테 다 앨범 한 장씩 돌려야 돼. 알지?”

  “물론이죠, 다은언니. 언니한테 제일 먼저 드릴게요.”

  “누나, 나 싸인 한 장만 미리 해주라. 나중에 확 뜰지도 모르니까, 미리 받아두게.”

  태훈이의 넉살에 모두들 함박웃음을 지었다. 순간, 바람이 휙 불면서 설화의 학사모가 벗겨져 굴러갔다. 설화가 황급히 주우려 하는데 아주 고운 하얀 손이 먼저 학사모를 집어 들었다. 감사하다고 말하려 올려다 본 설화는 그대로 몸이 굳는 것 같았다.

  “마리아님!”

  해인이는 울먹이며 그녀에게 안겼다. 유 원장은 사랑스러운 듯한 눈길로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처럼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모두들 그 모습을 감격스럽게 지켜보았다.

  “잘 지냈니? 해인이 키가 많이 컸구나.”

  “네. 히힛”

  유 원장의 칭찬에 해인이는 부끄러워했다. 해인이의 손을 잡고 설화 앞에 선 그녀는 예전처럼 그들을 쭉 둘러보며 애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다들, 얼굴이 좋아졌네. 이제, 행복한 거지?”

  누구도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훌쩍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올 뿐이었다. 설화의 눈에서도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정말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녀에게 해주고픈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유 원장은 설화의 손에 학사모를 건네주었다. 학사모와 함께 느껴지는 종이재질의 물건을 설화는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쓰여 있는 연극표였다.

  “오늘 저녁 여덟시 공연이야. 모두 다 함께 와줬으면 좋겠어.”

  그녀는 당당하게 힘찬 목소리로 말을 했다.

  “연극이라니, 어떻게 된 거예요?”

  설화는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유 원장을 보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모두들 유 원장의 말을 듣고는 어리둥절해 있었다.

  “연극? 무슨 연극?”

  해인이는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마리아님, 정말 배우가 되신 거예요?”

  유 원장은 쑥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대사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첫 무대니까 너희들이 와주면 기쁠 거야.”

  연극표를 살펴보던 설화는 아주 작게 서있는 배우 유 마리아의 이름을 발견했다. 표를 손에 소중히 쥔 그녀는 감격하여 말했다.

  “갈게요, 꼭 갈게요. 모두 다 같이 보러 갈게요. 그렇지?”

  설화의 동의를 구하는 눈짓에 모두들 열을 띠며 말했다.

  “네, 물론이죠. 저희가 당연히 가야죠.”

  “정말 기대 되요”

  “꽃다발 사가지고 갈게요!”

  유 원장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다, 모두들.”

  “이제 꿈을 이루신 거네요? 축하드려요!”

  윤서가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 원장은 수줍게 웃었다.

  “그래. 꿈을 찾아가는 너희들을 보면서 나도 용기를 냈어. 나이 먹어서 주책이지?”

  그녀의 마지막 말에 다은이가 정색하며 말했다.

  “주책이라뇨. 꿈꾸는데 나이가 따로 있나요. 지금 원장님의 모습은 우리들 보다 훨씬 더 빛나 보인다고요. 꿈을 이루신 거 정말, 정말 축하드려요.”

  그들의 진심어린 축하에 감동을 받았는지 유 원장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성숙해진 그녀의 아이들도 마음이 짠해왔다.

 

  무대에서의 유 원장은 별빛처럼 아름다웠다. 연극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거의 주인공급이었다. 학생과 아가씨, 주부 그리고 할머니 등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이 목욕탕에 오가며 나누는 이야기에 극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유 원장의 배역은 목욕탕 청소부였다. 매일 사람들이 오기전과 다 가고난 후 목욕탕 청소를 하며 자신의 반복적인 일상을 한탄하는 역할이었다. 두건으로 긴 머리를 질끈 묶은 그녀가 대걸레로 목욕탕 바닥을 열심히 닦으며 투덜대는 모습은 정말 의외로 잘 어울렸다. 마치 그 역에 빙의된 것처럼 완벽하게 청소아주머니로 변신한 유 원장의 모습에 아이들 모두 감탄했다. 저렇게도 잘하고, 원했던 일을 이제야 하게 된 게 안타까웠다. 아마 조금 더 일찍 배우가 되었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배우’라는 수식어를 달았을 거라고 설화는 확신했다.

  “정말 멋있었어요.”

  “완벽했어요! 진짜 원장님만 보였다니까요.”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세요? 원장님 최고예요.”

  그들의 극찬에 유 원장은 부끄러워했다.

  “아니야, 오늘 실수 너무 많이 했어.”

  “정말요? 모르겠던데요? 하나도 티 안 났어요. 원장님, 대단하세요.”

  “원장님? 이제 유 배우님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친구들?”

  설화의 말을 꼬투리 잡으며 중년 남성이 유 원장의 곁으로 다가왔다. 호남형으로 아주 선하게 생긴 그는 중후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를 보자, 유 원장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이, 인사해. 여기 이 분은 우리 연출가님이셔. 그리고 이쪽은….”

  유 원장은 그들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듯 보였다.

  “유 배우님께서 후원해주셨던 아이들이에요.”

  지윤이 재치 있게 상황을 넘겼다.

  “오, 그래요? 반가워요.”

  그는 환하게 웃으며 우리들 모두에게 악수를 건넸다. 그 모습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연극은 잘 봤어요?”

  “예, 감동적이었어요.”

  모두 마치 짠 것처럼 같은 말을 하자, 그는 재밌어하며 크게 웃었다.

  “하하, 그 정도인가요? 모두 다 마리아씨가 잘 해준 덕분이죠.”

  그는 유 원장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서 사랑에 빠진 여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서 연인의 냄새가 풀풀 났다.

  ‘저 사람이 바로 원장님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설화는 생각했다. 정말 잘 어울리는 두 사람 앞에서 그들은 서로 잘 됐다는 듯이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자, 그럼 우리 다 같이 저녁이나 함께 할까요?”

  화통한 그의 제안에 그들은 모두 ‘네!’하고 환호했다.

 

  “설화야,”

  다들 시끌벅적하게 밥을 먹고 있을 때, 유 원장은 옆에 앉은 설화를 향해 어렵게 말을 건넸다. 그녀의 예쁜 얼굴은 여전히 어려 보였다.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편해 보이는 점이었다.

  “미안했어.”

  “뭐가요?”

  설화는 대충 짐작을 했지만 시치미 떼고 물었다.

  “그동안 내가 널 피한 거 말이야.”

  “괜찮아요, 이렇게 잘 지내시는 거 봤으니까 됐어요.”

  그 때 마침, 연출가가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잠시 나갔다. 유 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모두들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진심으로 미안해. 그동안 너희한테 너무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 사과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질 않았어. 내가 했던 짓을 용서받지 못할 거란 걸 알기에 숨어 지내야 했어.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지, 너희의 마음은 헤아리지도 못하고 오히려 이용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그녀는 고개 숙여 그들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모두는 그런 그녀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너희를 사랑한 건 진심이었어. 사랑이 너무 커서 집착으로 변하긴 했지만 말이야. 혹시 나를 용서해줄 수 있니? 이런 못난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겠어?”

  설화는 그녀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며 말했다.

  “누가 누굴 용서하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원장님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우리의 목숨을 구해주셨죠. 생명의 은인을 저희가 어떻게 미워하겠어요.”

  모두들 그렇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유 원장은 아이들을 보며 울먹였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어? 마리아씨 왜 우는 거야?”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온 그는 놀라서 유 원장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당황한 그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원장님, 아니 유 배우님께서 오늘 연극에서의 감동이 아직 가시지 않으셨대요. 위로 좀 해주세요.”

  종혁의 장난스러운 말을 들은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유 원장을 더욱 꼭 안았다. 그 모습을 보며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유 원장을 좋아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아무도 잡아주지 않던 손을 따스하게 감싸준 그녀였기에 그들은 유 원장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위로가 절실히 필요했던 그들을 기꺼이 보듬어주고 다독여줬던, 그리고 그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줬던 그녀를 모두는 정말로 존경하고 사랑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떠나야 했을 때에 마음이 너무 아팠던 그들이었다. 그녀 혼자 외롭게 남겨두고 떠나는 것 같아 진심으로 미안했었다. 이렇게 그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뿌듯한지 유 원장은 모를 것이다. 그들의 유 원장을 향한 사랑은 교회나 절의 신도들이 자신들의 신에게 대하는 것만큼이나 깊고 진중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평생을 갚아도 갚지 못할 은혜를 입은 그들에게 그녀는 단 한 명의 고결한 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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