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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정상인 병동
작가 : 쉐리
작품등록일 : 2017.10.30

대한민국 청소년이 가장 많이 자살하는 때가 언제인 줄 아는가?
바로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시기이다.
한명, 두명씩 사라지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유서'를 남긴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그저 '자/실사건'으로 취급한다. 자살인지 실종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자/실사건에 설화의 친구 다은이 휘말리게 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설화는 의외의 장소에서 다은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들이 마주친 곳은..?

인간의 심리를 다룬 이야기.

 
15화
작성일 : 17-10-30 14:54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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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어서와, 설화. 비 맞지 않았어?”

  “우산을 가져오지 않아서 비 쫄딱 맞았어요. 그래도 이게 다 봄이 오려는 신호니까 기분은 좋네요. 헤헤.”

  “에이그, 그러다 감기 걸릴라. 따뜻한 차라도 타줄까?”

  “그래주시면 저야 좋죠. 어, 전화 왔다. 제가 받을게요! 네, 감사합니다. 청소년 보호 시설 ‘사랑의 전화’입니다.”

  《저기, 저, 그게, 그러니까, 제가…》

  떨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말을 잘 정리할 때까지 설화는 잠자코 기다렸다.

  《지금 저, 죽으려고 하거든요. 그냥 죽기에는 너무 억울해서 전화한 거예요.》

  “왜, 죽고 싶은 건지 말해줄 수 있으세요?”

  설화는 침착하게 물었다.

  《그냥, 다 짜증나니까요. 공부만 하라고 하는 엄마, 아빠도 싫고 성적 낮으면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선생님들도 싫어요. 내 인생의 목표가 대학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어른들 때문에 미치겠어요. 다 그만두고 싶어요. 다!》

  “정말, 다 그만두고 싶어요? 공부 말고 정말 하고 싶은 건 없어요?”

  《…하고 싶은 거야, 많죠.》

  설화의 질문에 동요하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전해졌다.

  “어떤 걸 하고 싶어요? 어떤 걸 하면 즐겁고 행복해지나요?”

  《게임이요. 게임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럼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건가요?”

  《뭐, 그건 아니에요 게임은 그냥 취미지, 직업으로는 아니잖아요.》

  작은 소리로 말하는 상대방의 모습에서 왠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다른 꿈은 뭐에요?”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소년은 대답이 없었다. 설화는 전화기를 붙들고 떨고 있는 어린 남자아이를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

  《없어요. 아무것도 되고 싶은 게 없어요. 그냥 죽고 싶어요.》

  “거짓말이죠?”

  소년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정말로 꿈이 없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적당히 사는데 만족하기 때문이에요. 죽고 싶은 사람은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게 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이거나, 극심한 좌절을 경험한 사람이에요. 내가 볼 땐, 전자 쪽인 것 같은데 맞나요?”

  소년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설화는 실제 바로 옆에 아이가 있는 것처럼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꿈이 있다는 건 좋은 거예요. 정말 멋진 일이에요. 아주 행복한 사람인 거예요.”

  《으, 흑,, 흑》

  입을 앙 다문 채 울고 있는 듯이 흐느낌을 참는 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전달됐다.

  “이룰 수 있어요. 당신은 어떤 사람도 될 수 있어요.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용기를 잃지 마세요.”

  《허윽, 흑, 아빠가.. 하찮은 직업이라고 하셨어요... 게임따위를 누가 직업으로 삼냐고.. 정신 차리고 공부나 하라고 그랬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렇게, 그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는 부모님이 싫어서 너무 화가 나서..너무너무 분해서...참을 수가 없었어요. 세상에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걸 잘하는 사람도 있는 건데 왜 그걸 모르는지.. 세상이 싫어요.. 사람들의 썩어빠진 의식이 싫다고요.. 자꾸만 지쳐가요. 죽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할 것 같아요..》

  “이대로 죽으면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어요.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도록 누군가가 도와주는 기적 같은 일은,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지 않아요. 마음을 굳게 가져요. 죽을 결심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얼마나 절실하게 그 꿈을 원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말해보세요.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죠?”

  《..프로 게이머요. 나는 게임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어요! 게임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요. 난 정말로, 정말로 프로 게이머가 되고 싶어요. 그걸로 직업을 삼는다면 정말,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살고 싶다고요, 진짜로….》

  수화기너머로 들려오는 소년의 말은 설화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 꿈을 잊지 말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었다.

  전화는 끊어졌다. 그 아이가 삶을 포기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을 것이다. 정말 이대로 끝내도 좋은지, 아쉽지는 않은지 고민해봤을 것이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설화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결국 선택은 자기 자신밖에 내릴 수 없는 것이니까.

  이런 짧은 통화로 사람들의 아픔을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힘을,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설화는 사람들을 도우면서 자신도 행복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유 원장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설화는 생각했다. 방식이 조금 독특했을 뿐, 유 원장은 존경받을 만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설화가 대학 졸업을 앞 둔 시기에, 유 원장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설화는 병원에도 집에도 찾아가봤지만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그녀는 설화를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만 전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천국에 갇혔던 아이들은 어른스럽게 성장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설화는 그녀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싶었다. 우리는 다 잘 지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다 당신덕분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유 원장을 찾아갔고, 그녀를 기다렸다.

  “역시 여기 있었구나.”

  갑작스러운 다은이의 방문에 설화는 반가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꼈다. 다은이는 유 원장의 집 계단으로 와 설화 옆에 앉았다. 아직 날씨가 추워서 둘의 볼은 발그레해져 있었다.

  “자, 조금 따뜻해 질 거야.”

  설화는 건네주는 손난로를 받아 쥐었다. 손에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자, 기분이 좋아졌다.

  “일은 어떻게 하고 온 거야?”

  “조퇴했어.”

  “어? 진짜? 왜?”

  깜짝 놀라며 묻는 설화를 다은이는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하, 농담이야, 농담. 오늘 제빵사들끼리 모임이 있어서 일을 일찍 끝냈어.”

  “넌 가지 않아도 돼?”

  “몸이 좋지 않아서 이번만 빠지기로 했어.”

  설화는 다은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정말? 어디 아픈 거야?”

  “병원 갔다 왔는데 장염이래. 밥 때를 자꾸 놓쳐서 그렇지, 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다은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설화는 그런 그녀가 안쓰러웠다. 실제로 다은이는 힘들어서인지 예전보다 핼쑥해져있었다.

  “일하느라 많이 힘들지?”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어.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니까 견딜만 해.”

  자신을 보는 설화의 근심 가득한 눈빛이 신경 쓰이는 듯 다은이는 덧붙였다.

  “걱정할 거 없어. 밥 먹는 시간 정해져 있는데 내가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욕심내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다 보니까 밥을 잘 안 먹게 됐을 뿐이야.”

  “그래도 밥은 꼭 챙겨먹어. 그러다가 정말 큰일 나.”

  다은이는 귀엽게 웃으며 대꾸했다.

  “네네, 알았습니다! 잔소리 대마왕 김설화양!”

  “쳇, 하하.”

  “그러는 넌 언제까지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 건데?”

  설화는 다은을 향해 힘없이 웃어보였다.

  “올 때까지. 만나는 봐야할 것 같아.”

  “너도 참 끈기가 대단해.”

  장난스런 미소를 짓던 다은이는 건물을 올려다보며 감상적이 되어 말했다.

  “여기는 어째 그대로네.”

  “그렇지? 나도 다시 왔을 때 좀 놀랐어.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그대로라서.”

  “그 때의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설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은의 말에 동의했다.

  “물론, 그 곳에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응. 우리 모두 이렇게 만날 운명이었던 것 같아.”

  “맞아. 아주 단단히 묶인 운명이지.”

  설화와 다은이는 여덟 명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즐거워졌다.

  “모두 잘 지내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 그래. 마지막으로 한 사람만 행복해지면 되는데 말이지.”

  다은이는 그 주인공을 가리키듯 2층을 바라보았다. 그 곳은 유 원장의 방이 있던 곳이었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걸까, 그 사람은.”

  “그러게. 이렇게 네가 기다리는 걸 안다면 한 번쯤 얼굴을 비출 만도 한데….”

  둘은 씁쓸하게 웃었다. 유 마리아 원장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 한, 그들의 행복도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을 모두 이미 깨닫고 있었다.

  “그나저나, 내일이 벌써 네 졸업식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내일 모두들 모이기로 했어. 너도 올 거지?”

  “당연하지. 날 떨어뜨린 그 학교에 가서 학사모라도 한 번 써봐야 할 거 아니니. 하하”

  다은의 유쾌한 웃음에 설화도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일부터 너도 사회인이 되는구나!”

  “응. 왠지 좀 아쉬운 걸?”

  “아버지 회사로 들어가는 거지?”

  “그렇지. 나중에 청소년 상담소를 운영하려면 자금이 필요하고, 또 경영하는 방법도 배우고 싶으니까.”

  “네가 그런 꿈을 꾸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의외였다고 다은이는 말했다.

  “나도 몰랐어. 그냥 좋은 일, 하고 싶은 일을 찾다보니까 딱 하나 그게 나오더라고.”

  다은이는 설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기운차게 말했다.

  “그 곳에서 우리를 지켜봤던 너니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처를, 아픔을 잘 이해해줄 거야.”

  “고마워. 그런데 사실, 나 한 가지 꿈이 더 있어.”

  “그래? 어떤 꿈이야?”

  “우리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고 싶어.”

  약간 가슴을 졸이며 설화는 다은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복잡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왜 그러고 싶은 건데?”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 세상이 변해서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밝히고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그 때의 우리처럼, 아니 너와 그들처럼 아프고 괴로운 이들도 있을 테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싶어. 지금 이렇게 성장한 너희를 보여주면서 말이야. …네 얘기 쓰는 거 허락해 줄 거지?”

  “뭐, 널 누가 말리겠니.”

  설화는 다은의 편안한 웃음을 보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왕 쓸 거면 진짜 잘 써야 돼. 우리들 이야기가 베스트셀러로 뜰 수 있도록! 알았어?”

  “응! 열심히 노력해볼게!”

  “우리가 널 믿는 다는 거 잊지 말아.”

  “고마워.”

  처음 그들이 설화에게 ‘믿는다’는 말을 해주었을 때 설화는 온 몸에 전율이 쫙 흘렀다. 감동해서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기도 했다. 그 말은 설화가 가족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하지만 들을 수 없었던 말이었다. 짧은 기간 동안에도 자신을 믿어준 그들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설화 또한 그들을 믿었다. 그들이 하는 일이라면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고 싶을 만큼 마음속으로 믿고 의지했다.

  설화는 유 원장도 믿었었다. 그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위로해주는 모습이 좋아서 믿고 의지했다. 분명히 그녀도 믿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의지할 수 있는,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을 것이다. 설화는 그녀에게 지금 그런 사람이 있기를 바랐다. 그녀의 여린 마음을 채워줄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싶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설화가 그녀에게 힘이 되어줄 생각이었다. 다은이를 잃고 힘들었을 때 유 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만약 지금 그녀가 힘들다면 옆에서 어깨를 내어주고 기대라는 말을 하고 싶다. 다정한 어머니 같았던 그녀에게 어떤 식으로라도 보답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모하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피상적으로가 아닌, 진심으로 그녀를 알고, 믿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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