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
작가 : 진여울
작품등록일 : 2017.10.30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는 여고생과 사랑에 무미건조한, 어른이 된 남자가 서로 맞닥뜨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두 인물을 중점으로 전개하겠지만, 그 외 다른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도 많이 등장해요. 나름의 쏠쏠한 재미가 있을겁니다. 로리물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여자주인공 설정 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씬은 없습니다!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1>
작성일 : 17-10-30 14:29     조회 : 403     추천 : 0     분량 : 517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

 -1

 

 

 어느 날,봄처럼 따스한 날씨에 사랑이 찾아 올 거라고 고은은 예전부터 꿈꿔왔다. 본인보다 한 뼘 더 큰 아저씨와 사랑에 빠질거라는, 남들 눈엔 철 없어 보이는 환상적인 사랑을 꿈꿨고 드디어 그런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마주쳤다.

 

 비록 화창한 봄날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생각과는 전혀 다른,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여름날이었다. 여름 특유의 그 끈점함이 득실한 날씨.몸에 딱 맞는 교복을 입은 탓에 습기가 더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었다.우산도 챙겨오지 못한 탓에 가방을 우산 대신 들고 어떻게든 비를 덜 맞으려고 뛰었다.

 

 조그만한 동네 가게를 지나갈 때 그와 마주쳤다.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또 다른 손엔 펼쳐진 우산을 들면서 유유히 가게에서 나오는 그를. 사실 그게 첫만남은 아니다.며칠 전부터 계속 고은 혼자 그를 알고 있었으니. 사실상 아저씨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얼굴이지만,고은이 꿈꿔왔던 환상이 있던 탓에 혼자 그 사람을 아저씨라고 마음대로 정했다.

 

 생각해보자니, 그는 비를 닮았다.풍기는 분위기가 그랬다.온갖 고독함은 혼자 다 갖고 있는,우울한 비를 닮았다.

 

 등을 보인 채,빗속으로 걸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고, 고은은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그 우산 안으로 들어갔다.

 

 

 

 "우산 좀 같이 써도 돼요?"

 

 

 

 고은은 아주 당돌하게 그 나이만이 가질 수 있는 싱그러운 당돌함으로 그를 대면하였다.

 

 사실 첫만남부터 그가 본인에게 호의를 베풀어줄 거라는 상상은 하지 않았다.환상을 꿈꿔왔지만 어느 정도의 현실도 알기 때문에. 아저씨가 날 경계할 거라는 것쯤이야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그리고 예상과 맞게 그가 고은을 탐탐치 않게 봤다. 허연 얼굴과 조금 굽은 등.

 

 

 

 "자."

 

 

 

 생각보다 더 낮은 톤.비도 와서 그런지 그 소리가 더 울려퍼지는 기분이었다.마음 속까지 진동하는 그 낮은 음대. 고은이 그 목소리에 빠져 그가 건네는 우산을 손에 쥐니까.

 

 터벅,

 물이 고인 웅덩이를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밟고 가 버린다.

 

 

 

 "저기요!"

 

 

 

 고은은 당황한 나머지 재빨리 그를 불렀지만 뒤돌아 보지도 않고 그렇게.성큼성큼 그 긴 다리도 제 갈 길을 갔다.

 

 

 보기좋게 퇴짜 맞았다.

 

 

 

 * * *

 

 

 

 고은이 그를 처음 보았을 때도 동네 가게 앞이었다.평소와 다름없이 무거운 가방을 매고 음악을 들으면서 집에 가던 길이였고,그는 햇반과 여러 식료품을 사고 나가는 길이였다.그런 둘이 우연으로 같은 공간에 있었고,고은은 누군가가 있길래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보았다.

 

 낯선 사람이었지만 평소 고은이 꿈 꿔왔던 하얀 얼굴의 남자였으며, 때마침 핸드폰에는 사랑에 관한 노래가 나오는 터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비닐봉지를 들고 앞지르는 그를 보면서 고은은 자신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는 걸 예감할 수 있었다.

 

 항상,은 아니지만 어쩌다가 한번은 마주쳤다.고은은 점점 그를 볼 때마다 호기심이 생겼고,그는 그런 고은과 달리 항상 무표정이였다.고은은 어쩌면 그 때문에 더 반했는 지도 모른다.

 

 

 

 "따뜻하기도 했어."

 

 

 

 집에 돌아온 그녀는 비에 젖은 교복을 훌렁 벗고 잠옷차림으로 침대에 누웠다.우산을 건넬 때 잠깐 스쳤던 그 손과,손잡이에 남아있던 그 온기를 떠올리면서 고은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그래도…상상대로 되지는 않아서 조금 속상하기도 했다. 같이 우산을 쓴 다음 그의 집에 도착하면 집 열쇠를 갖고 오지 않았다고 변명을 하여 잠깐 그의 집에 들리고 싶었는데 말이다. 물론 알지도 못하는 낯선 성인 남자의 집에 들어가는 건 위험이 따를 수 있지만,고은은 안다. 그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고은은 알 수 있었다. 그를 그만큼 좋아하니까.

 

 다시 그 온기를 떠올리니 실실 웃음이 나온다.그가 빌려준 우산은 마당에 놔 두었다.나중에 다 마르면 항상 들고 다니다가 또 만나게 될 때 전해주리라 생각을 하면서.고은은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또 한바탕 웃어제켰다.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은,그런 나이다.

 

 

 

 

 * * *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다리가 저릿하다.고은은 슈퍼마켓 근처에 놓여있는 널찍한 의자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고개를 숙여 두 다리를 흔들거리다가,그것도 곧 싫증이 나서 그만두었다.그러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다른 사람이다.실망을 느낀 고은은 땅바닥에 꾸물거리는 개미를 괜히 노려 봤다.

 

 

 

 "며칠 째야."

 

 

 

 혼잣말을 하는 고은은 자신이 지금 며칠동안 허튼 짓을 하고 있는지 마음 속으로 헤아려 봤다.그 날이 있고 난 뒤 우산을 돌려주기 위하여 항상 학교를 마치고 나면 바로 가게 앞으로 와서 그를 기다렸다.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연달아 우울함만 전해주니 맥이 빠진다. 그래도 오늘은 꼭,부디 만나게 될 거라는 얕은 희망을 놓을 수가 없다.아무리 실망을 해도,다음 날이 되면 고은은 다시 희망을 품고 이 자리에서 기다렸다.

 

 아까의 발자국의 주인인 손님이 간 뒤,다른 발자국이 찾아왔다.고은은 그이기를 빌면서 살며시 고개를 들었고,그인 걸 알고 재빨리 우산을 손에 쥐고 일어났다.

 

 

 

 "아저씨!"

 

 

 

 그가 맞다!그가 드디어 왔다!고은은 기쁜 나머지 그를 큰 소리를 부르면서 쪼르르 그 앞으로 갔다.

 

 

 

 "우산 빌려줘서 고마워요!"

 

 

 

 흥분을 채 가라앉히지 못하고 말을 했지만 그는 고은과는 대조적으로 그저 무표정으로 우산을 받는다.그리고 고은을 지나쳐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고은도 따라 들어갔다.

 

 

 

 "저기요.제가 며칠동안 기다렸는지 아세요?"

 "아니."

 "사람이 우산을 빌려줬으면 받을 생각을 해야죠."

 

 

 

 그는 그녀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올 때마다 항상 사가는 햇반을 여러 개 집었다.그리고 커피캔을 찾으러 걸음을 옮겼다.그런 그를 고은도 따라간다.

 

 

 

 "혼자 살아요?"

 "어."

 "아.나도 얼른 커서 혼자 살고 싶은데….혼자 살면 편하죠?엄마 잔소리도 안 들어도 되고."

 

 

 

 그는 곧 음료코너에서 평소 먹는 아메리카노맛을 발견하고 그걸 집는다.

 

 

 

 "우와.아메리카노 먹어요?아저씨 짱 멋있어요.전 그냥 커피도 맛 없어서 초코우유 먹는데."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겨 김과 참치캔,그리고 몇 가지의 반찬이 될 수 있는 것들을 한 가득 집고 계산대로 갔다.

 

 

 

 "아저씨 항상 이렇게 먹어요?"

 

 

 

 또 고은의 말을 씹는 그다.고은은 그래도 꿋꿋히 생기발랄함을 잃지 않고 그가 집어온 것들을 구경했다.저렇게 인공식품만 먹으면 안 해로울까.괜히 걱정되기도 하고,마른 그를 보면서 요리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언젠간 맛있는 밥을 먹여주리라 하고 말이다.그러다가 계산을 하기 위해 돈을 꺼내는 그의 손을 보고,자신의 손목과 그의 마른 손목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역시 남자라서 그런지 말라도 뼈대 때문에 생각보다 안 얇네요."

 

 

 

 자신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던 손목은 그래도 남자라서 그런지 굵기는 굵다.살이 없을 뿐.자신은 정말 진심어리게 감탄해서 말 한건데 그에게는 좋은 소리로 들릴 리가 없었나 보다.그는 아주 잠깐 인상을 쓰다가 곧 자신의 특유 무표정으로 돌아왔다.그리고 자신이 산 것들을 말없이 비닐봉지에 넣는다.부스럭거리는 봉지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크게 들렸다.

 

 

 

 "오늘은 뭐 먹을 거예요?"

 

 

 

 가게에서 나오면서 고은은 계속 시도때도 없이 질문을 했다.

 

 

 

 "혼자 살면 안 외로워요?"

 "어."

 

 

 

 드디어 그가 대답을 했다.고은은 신이 나서 더더욱 그의 옆으로 달라 붙었지만 그가 재빨리 옆으로 물러났다.

 

 

 

 "안 무거워요?"

 "어."

 "'어'밖에 안 해요?"

 "어."

 "왜 자꾸 '어'라고만 해요?"

 

 

 

 조금은 뾰루퉁한 표정을 한 채 얼굴을 들이밀면서 질문을 하니 그가 잠시 고은을 쳐다보다가 다시 앞을 보면서 대답했다.

 

 

 

 "그런 질문만 하니까."

 

 

 

 생각해보니 자신이 어,아니,로만 대답해도 되는 질문만 한 것이다.그래도 저렇게 대놓고 말하니까 좀 무안해지기도 하다.고은은 괜히 그 무안함을 감추기 위해 실실 웃었다.무슨 질문을 해야 긴 대답을 얻을수 있을까 속으로 곰곰히 생각하면서 고은은 그와 발을 맞춰 걸었다.

 

 

 

 "이제 그만 따라 와."

 

 

 

 그런데 벌써 그가 고은을 제지한다.고은은 그의 말에 잠깐 멈춰서서 뒤돌아 보면서 얼만큼 걸었는지 가늠해았다.보아하니 꽤 걷기는 했다.와.아저씨랑 같이 걸으니까 금방이네.혼자 속으로 감탄하면서 역시 사람이 사랑을 하면 이런 것도 짧게 느껴지구나 하고 사랑에 대해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가."

 

 

 

 짧고 나지막하게 뱉는 그의 말에 고은은 서운함을 감출 수 없다.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돼요?"

 "용건 끝났잖아."

 "그건 이미 한참 전이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가."

 "그럼 한참 전에 그랬어아죠."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면서 곁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니까 그가 귀찮은 기색을 퍽퍽 낸다.

 

 

 

 "따라와서 뭐 하게."

 "어디서 사는지 궁금해요!"

 "좀만 더 가면 집이니까 가."

 "집까지 갈래요!"

 

 

 

 계속 지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한숨까지 쉬었다.이렇게 어린아이가 자신을 귀찮게 하다니.그때 차라리 우산을 빌려주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아니다.그건 매정하니 우산을 애초부터 되돌려 받는 게 아니었다.그는 그저 어린아이로 보이는 고은을 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그가 아무리 빨리 걸어도 고은은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

 

 길 모퉁이를 돌고나서 몇 걸음도 가지 않았는데 그는 슬쩍 그녀를 보더니 열쇠를 집어 문을 연다.고은은 벌써 도착한 아쉬움에 그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앞에 서서 물끄러미 보았다.

 

 

 

 "이제 집 알았으니까 놀러 갈게요!"

 

 

 

 그가 문을 채 닫기 전에 황급히 외친 뒤 재빨리 뒤돌아 걸었다.사뿐한 발걸음이다.

 

 * * *

 

 고은은 아주 평범하기 그지 없는 여학생이다.교복도 평범하고 긴 앞머리를 옆으로 넘긴 단발머리조차도,모든 게 다 평범해 보이는 것밖에 없다.쌍커풀이 없는 밋밋한 눈 때문에 가끔 부어있을 때면 조금 못나 보이기도 하지만,그렇다고 못생겼다고 할 수는 없는 얼굴이다.

 

 오히려 매력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그건 예쁘다는 소리와는 별개이니,결코 객관적으로 예쁜 얼굴은 아니다.하지만 고은은 그런 자신의 얼굴을 싫어하면서도 좋아한다.흔하게 생겼으면서도 은근히 찾아보기 어려운 얼굴이기 때문에.

 

 못난 곳도 없지만 그렇다고 예쁜 구석도 없는 아주 지극히도 평범한 얼굴.고은은 거울 앞에 서서 그런 자신의 얼굴을 골똘히 바라보았다.

 

 

 

 "이런 얼굴도 먹힐까?"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떠올려 보니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밋밋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예전엔 그래도 계속 거울을 보고 있으면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는 그게 오히려 싫다.도저히 성숙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그런 여학생의 얼굴.

 

 고은은 그날 하루 종일 화장에 대한 글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얼른 나이를 먹을 수 없으니 성숙해져 보이는 방법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그에게 그저 어린아이로 보이기는 싫다. 눈 주변을 온통 까맣게 하는 화장법을 보면서 고은은 이 사랑이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얼른 성숙해져서 이 사랑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7> 2017 / 11 / 13 248 0 6205   
6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6> 2017 / 11 / 13 222 0 5229   
5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5> 2017 / 11 / 6 217 0 6281   
4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4> 2017 / 11 / 6 231 0 6152   
3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3> 2017 / 11 / 4 239 0 5956   
2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2> 2017 / 10 / 30 261 0 4390   
1 바야흐로 사랑이 시작되다-<1> 2017 / 10 / 30 404 0 517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