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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정상인 병동
작가 : 쉐리
작품등록일 : 2017.10.30

대한민국 청소년이 가장 많이 자살하는 때가 언제인 줄 아는가?
바로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시기이다.
한명, 두명씩 사라지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유서'를 남긴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그저 '자/실사건'으로 취급한다. 자살인지 실종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자/실사건에 설화의 친구 다은이 휘말리게 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설화는 의외의 장소에서 다은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들이 마주친 곳은..?

인간의 심리를 다룬 이야기.

 
8화
작성일 : 17-10-30 14:24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7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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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4장. [숨길 수 없는 이야기]

 

  유 원장의 방과 연결되어 있다는 전화로 호출을 해봤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그들은 해인이의 주위에 둘러서서 머리에 차가운 물수건을 올려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엄마, 엄마.”

  해인이의 작게 열린 입에서는 자꾸 엄마라는 말만 나왔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설화는 가슴이 아팠다.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나이인데 어째서 이곳에 와있는 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저, 해인이는 왜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아시는 분 있으세요?”

  모두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종혁은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직 그런 얘기를 한 번도 나눠본 적이 없네.”

  “말로만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해놓고 아직도 모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세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곳에 오기 전의 이야기는 아마도 그들에게는 잊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설화의 머리를 스쳤다.

  “어! 마리아님!”

  전화기 앞에 서서 계속 호출을 하고 있던 우진이가 놀라 소리쳤다.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은 우진이에게로 쏠렸다.

  “해인이가 또 열이 나서요. 예, 예. 알겠습니다.”

  우진이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해인이에게로 뛰어왔다.

  “지금 오신대. 감기일지도 모르니까 다들 조금 떨어져있으라는데.”

  그 말을 들었지만 다들 아파하는 아이에게서 멀어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듯 보였다. 잠시 후, 유 원장은 황급히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나 흰 진료복을 입고 있는 그녀는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손으로 해인이의 머리를 짚어보던 유 원장은 아이를 품에 안아들었다.

  “내가 치료할 테니까, 다들 걱정 말고 있어. 해인이 만졌던 사람은 손 꼭 씻고, 알았지?”

  다들 힘없이 ‘네’하고 대답했다. 유 원장은 아이를 안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게 빠른 걸음으로 거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 씩 방으로 돌아갔다. 요리할 상황이 아니라며 지윤과 세희는 재료들을 정리하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거실에는 설화와 다은이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설화야, 우리도 그만 들어가자.”

  “다은아. 해인이는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거 맞지?”

  설화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다은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 잘 모르겠어. 아직 어려서 그런 거 아닐까? 어쨌든 저 애도 현실을 피하려 자살한 거니까.”

  “그런가?”

  다은과 함께 침대에 누운 설화는 다은이가 아팠던 그 날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해인이가 울면서 엄마를 찾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아이는 집이 그리운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돌려보내줘야 하는 거 아닐까,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도 향수병에 시달린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닐까 설화는 자꾸만 의구심이 들었다. 보내야 하는 사람을 잡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해인이 문제로 설화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이곳의 시간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창문도 없고 시계도 없고,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같은 통신기기도 없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피곤하면 자고, 배고플 때 밥을 먹는다. 그리고 계절도 알 수 없다. 날이 차건 춥건, 보일러는 항상 일정온도에 맞춰져 있어서 어딜 가나 봄처럼 따뜻했다. 첫날에 설화는 그런 상황이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며칠 지내다보니 익숙해졌다. ‘시간이 멈춰버린 곳’이 있다면 바로 여기일 것이다.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노래를 크게 부른다고 해서 뭐라 그러는 사람도 없고, 하루 종일 축구만 한다고 꾸짖는 사람도 없다. 모든 게 자유롭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지내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할 일이 있었다.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즐거워했다. 단 한명, 설화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설화는 하루의 시간을 사람들을 관찰하며 보냈다. 기타를 배우면서 종혁에 대해 알아가고, 경옥의 노래를 들으며 그녀의 목 상태를 살펴보았다. 다은이가 구운 빵들을 맛보면서 지윤과 세희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우진이에게 수건을 가져다주고, 태훈이가 살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조심하며, 윤서의 그림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것이 설화의 일상이었다. 해인이는 유 원장이 데려간 뒤로 몇 날 며칠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유 원장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

  “요새 원장님이 왜 오시지 않지?”

  다은이가 쿠키반죽을 굽는 모습을 침대위에서 물끄러미 보고 있던 설화는 지나가는 말처럼 무심히 말했다.

  “마리아님, 많이 바쁘신가 보네. 곧 우리들 보러 오시겠지.”

  쿠키 모양을 내는 데 열중인 다은이는 무심하게 말했다.

  “그런데 왜 여기 사람들은 다 유 원장님을 ‘마리아님’이라고 불러?”

  설화는 그동안 그들이 부르는 호칭이 상당히 신경 쓰였다.

  “그거? 그냥 옛날부터 그렇게 불렀다 길래, 나도 그냥 부르는 거야. 일단 마리아님은 밖에서는 병원 원장님이지만 이 안에서는 그냥 우리와 마찬가지인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이름을 부르는 게 좋다고 생각한 것 같아.”

  다은이는 기억을 더듬어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마리아님이 진짜 우리의 어머니는 아니고, 그렇다고 언니나 누나라고 부를 수도 없고 하니까. 나도 처음에는 이름으로 부르는 게 어색해서 거의 호칭을 부르지 않았어. 이제는 뭐, 익숙하지만.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말을 잇기 전에 다은이는 약간 주춤거렸다.

  “아마도, 여기 사람들은 그녀를 ‘성모마리아’와 동격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거의 신처럼 의지하고 믿는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의미도 있다고 생각하면 돼.”

  “마리아님이라…. 나도 그렇게 불러야 하는 건가?”

  설화는 약간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안 그래도 될 걸? 넌 여기 오기 전부터 유 원장님하고 아는 사이였다며. 그렇다면 부르던 대로 불러. 괜히 눈치 보지 말고.”

  다은의 명쾌한 말에 설화는 ‘응’이라고 대답했다.

  “해인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열이 펄펄 끓던 아이를 떠올리며 설화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마리아님이 어련히 잘 돌보고 계시겠니. 너무 걱정하지 마.”

  다은이는 과자를 만드는 것에 집중을 하면서도 설화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해주었다.

  “엄마, 엄마.”

  설화는 혼잣말처럼 조용히 해인이가 했던 말을 되뇌어 보았다.

  “난 어렸을 때 ‘엄마’라는 단어를 한 번도 말하지 않았었어. 항상 ‘어머니’였지. 친구들이 ‘엄마’하고 부르는 게 오히려 이상했어, 나한테는.”

  이야기를 하는 설화는 자신의 차가운 어머니를 생각하며 씁쓸해졌다.

  “어? 무슨 얘기야?”

  다은은 이제 막 쿠키를 오븐에 넣은 뒤라 설화의 말을 잘 못들은 모양이었다. 설화는 아무 대답 없이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해인이의 모습은 설화의 어렸을 적을 떠올리게 했다. 둘 사이의 공통점은 하나도 없는 데도 자꾸만 연상이 되었다.

  어렸을 때 설화는 딸 많은 집의 셋째 딸로 태어나,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었다. 가족들 모두 아들을 원했기 때문에 설화를 보는 어른들의 눈은 실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들은 풍족한 집안에 태어나서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했지만, 설화에게는 그녀의 고고한 집안이 압박감이었고 스트레스였다. 물 위에서는 우아하지만 물 밑에서는 발버둥 쳐대는 백조의 모순처럼 부모님은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아니 더욱 늘리기 위해 늘 바쁘게 일하셨다. 설화를 돌봐주던 사람은 늘 언니들이었고 그들이 없을 때 설화는 외톨이였다. 설화가 유치원에 다닐 때 태어난 남동생은 온 집안의 경사거리였고 자랑이었다. 아버지는 기업을 물려줄 자식이 생겼다며 특히나 좋아하셨다. 그렇게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남동생에게 쏠렸을 때 설화는 고작 여섯 살이었다. 그 때부터 설화는 모든 일에 담담해지기 시작했다. 크게 기뻐하지도 즐거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주변 어른들은 철이 일찍 들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원했던 만큼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기에 감정표현에 서툴렀을 뿐이었다.

  설화의 부모님에게는 자신들의 아이의 명석함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그들의 영향으로 설화도 1등이 별로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성적이 오르면 부모님께 선물을 받는 다른 아이들이 신기했다. 부모님은 자식들이 학교에서건, 사회에서건 모두 1등이 되길 바라셨다. 그래서 설화의 언니들이 각자 패션 디자인학, 치의학을 공부하겠다고 했을 때, 이왕 할 거라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고 해외유학도 보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남동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부모님은 설화에게는 냉정하셨다. 아니, 적어도 설화는 그들이 차갑게 느껴졌다. 부모님은 설화가 자신감이 없는 게 항상 불만이셨다. 그들은 설화가 해내는 일에는 별다른 기쁨을 느끼지 못하시는 듯 보였다. 설화가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합격했을 때, 그녀가 들은 한 마디는 ‘수고했다’였다. 그녀의 절친한 벗이 실종되어 힘들어했을 때도 부모님은 위로의 말 한 마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설화가 체면을 상하게 한다는 말까지 했다. 이제껏 부모님 말씀에 거역 한 번 하지 않고 살아온 설화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제일 의지해야 할 사람들에게 외면당한다는 게, 실망하게 된다는 게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그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었다.

 

  “다 됐다.”

  옛날 일을 생각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던 설화는 다은이의 경쾌한 목소리를 알람삼아 일어났다. 그리고 뻑뻑한 눈을 비비며 작은 부엌으로 걸어갔다.

  “와!”

  조리대위에는 다양한 모양의 쿠키들이 철망위에 몸을 뉘이고 있었는데, 그들 위에는 색색의 크림이 발라져 있었다.

  “어떻게 한 거야? 설마 물감을 바른 건 아니겠지?”

  설화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당연히 아니지. 이건 아이싱이라는 건데, 분당에 계란 흰자 넣고 천연분말 색소를 넣어 만든 거야. 예쁘지? 이거 봐라, 산타모양!”

  붉은 옷에 붉은 모자, 흰 수염을 늘어뜨린 모양새가 제법 그럴 듯 해 보였다. 설화는 다은이의 손재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크기의 과자에 모양을 그려 넣는 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트리에, 산타, 루돌프, 양말, 지팡이까지 이거 다 성탄절 모양이네?”

  “응, 이따가 성탄절 겸 신년 파티 하잖아. 그래서 만들어 봤지. 에고, 쉴 새도 없이 케이크 만들어야해.”

  다은이는 쿠키들을 탁자로 옮겨놓고 다시 저울에 밀가루를 재기 시작했다.

  “저기, 그런데 크리스마스인 건 어떻게 알았어? 여기서는 날짜를 모르잖아?”

  “정확하지는 않아도 대충 이맘 때 일거라고 생각한 거지. 뭐, 우리들이 크리스마스라고 여기면 되는 거 아니겠어?”

  “네 말이 맞다, 맞아. 내가 좀 도와줄까?”

  설화는 소매를 걷어 보이며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다은이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야. 나 혼자 하는 게 편해. 넌 그냥 쉬고 있어.”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쉬냐, 넌 고생하는데 이러고 있기 미안해서 그렇지.”

  입을 쌜쭉 내밀며 설화는 대답했다. 그런 설화를 보고 다은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미안할 것 없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그나저나 해인이는 이따 오려나?”

  “해인이?”

  “이 쿠키들 보면 좋아할 것 같은데 말이야. 마리아님도 오시면 좋을 텐데.”

  “내가 한 번 가볼게.”

  설화의 망설임 없는 대답을 듣고 다은이는 황당해했다.

  “거길 어떻게 간다는 거야? 우린 여기서 못나가, 알잖아?”

  “전화라도 해보려고. 이대로 있긴 답답하잖아. 갔다 올게.”

  설화는 과자 몇 개를 봉투에 담아들고 방을 나섰다. 다은이는 그만두라고 말렸지만, 설화의 결심은 확고했다.

  거실로 나오니, 꾸미기가 한창이었다. 다들 나와 트리를 만들고, 알록달록하게 벽을 꾸미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지윤과 세희는 음식을 만드느라 바빠서 설화가 나왔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설화는 다은의 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설치되어있는 작은 전화기 앞에 섰다. 전화기라고 해봤자, 호출버튼만 있는 단순한 기능의 수신기였다. 수화기를 들고 호출을 꾹 누른 설화는 대답이 있을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혹시 못 들었나 하고 다시 호출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반응이 있었다. 철커덕 소리와 함께 유 원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니?”

  그녀의 목소리는 왠지 잠겨있었다.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설화가 대답했다.

  “저, 원장님. 지금 그쪽으로 가도 될까요?”

  “왜?”

  “해인이한테 전해줄 게 있어서요.”

  “내가 내려가마.”

  유 원장이 전화를 끊으려는 것 같아, 설화는 다급히 말했다.

  “원장님께 상의 드리고 싶은 것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말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 말을 들은 상대편에서는 아무 응답이 없었다. 혹시 끊어졌나 싶은 마음에 수화기를 귀에서 떼려는 순간, 한숨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내려와. 열쇠는 전화기 안쪽 뚜껑에 있어.”

  단호한 답변과 함께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설화는 다른 사람들 몰래 공구함에서 드라이버를 가져왔다. 조심스럽게 나사를 풀고 전화기를 분해해보니, 정말 그녀말대로 뚜껑의 빈 공간에 자그마한 플라스틱 통이 붙어있었다. 설화는 그 안의 열쇠를 꺼내들고 재빠르게 다시 조립해 놨다. 그리고 왼 손에는 과자봉지, 오른손에는 열쇠를 들고 비상계단을 내려갔다. 이 건물에 있는 문은 모두 같은 열쇠인 듯 쉽게 문을 열 수 있었다.

 

  유 원장의 방문 앞에 서서 문을 똑똑 두드리니 다시금 경쾌한 해제 소리가 들려왔다. 설화는 문 앞에 선 유 원장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건강이 좋지 않은 듯, 얼굴색은 거의 노랗게 변했고, 핏기가 하나도 없어보였다. 설화가 인사를 했지만, 받아줄 기운도 없는 듯 그녀는 터벅터벅 걸어가서 거실의 푹신한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앉았다.

  “어디 아프세요?”

  “아니야, 괜찮아. 해인이는 바로 옆방에 있어. 들어 가봐.”

  설화는 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곳으로 들어갔다. 유 원장의 침실로 보이는 그 방은 거실만큼이나 화려했다. 고풍의 가구에다가 침대는 금빛이불로 둘러싸여있었다. 해인이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해인아.”

  불러도 대답이 없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이는 색색거리며 자고 있었다. 아팠을 때보다는 상태가 많이 좋아보였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아이의 짧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손이 차가웠는지 해인이는 눈을 찡긋거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잘 잤니?”

  설화의 질문에 해인이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설화와 이렇게 가까이서 얘기하는 게 처음이라 더욱 낯설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이가 두려워하는 걸 느낀 설화는 얼른 손에 있던 아기자기한 과자를 아이에게 내밀었다.

  “우와.”

  아이는 작게 탄성을 지르고는 귀엽게 생긴 산타와 루돌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자 설화는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따가 우리 성탄절파티 할 건데 같이 갈래?”

  과자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해인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난 설화라고 해. 저번에도 한 번 봤었는데 기억 안나니?”

  “기억나, 설화누나.”

  아이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분명하게 들렸다. 자신의 눈을 똑바로 보는 모습에 설화는 자신이 엄마라도 되는 양, 살짝 흐뭇해지기까지 했다.

  “응, 기억하고 있었구나. 고마워.”

  “아니야. 이거 먹어도 돼?”

  해인이는 이미 과자 봉지의 반을 뜯은 채 물었다.

  “물론이지, 먹어.”

  모양이 망가지지 않게 과자를 한 입 물은 아이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맛있어, 진짜 맛있어.”

  “다행이네, 다은이 누나가 만든 거거든. 이따 가보면 맛있는 거 더 많이 있을 거야.”

  “정말? 신난다.”

  완연한 아이의 모습을 되찾은 해인이를 보며 설화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좋은 기분을 망칠까 싶어 설화는 해인이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저기, 해인아. 너, 혹시 집에 가고 싶니?”

  질문을 받은 아이는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괜히 물었다 싶어 말을 돌리려는데 아이는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

  “엄마가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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