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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아포리아
작가 : 윤소교
작품등록일 : 2017.10.30

(현대/판타지/백발남/신(GOD)여주/신화/미스터리)

가상의 서울에서 펼쳐지는 살아있는 신이 되어야하는 여자와 이름을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전쟁이 사라지고 어느 때보다 긴 평화가 지속되는 현대의 서울. 수수께끼의 남자 번은 오늘도 도시를 떠돌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같은 건물에 있던 대국민적인 신 백아(伯牙)의 33대째 당주 수린과 조우하고, 그녀에게서 잃어버린 과거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이메일 : yoonsogyo@gmail.com

 
프롤로그 (2)
작성일 : 17-10-30 13:11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6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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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에펜세티(effensity)’는 광화문 어느 고층 빌딩. 16층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이었다.

 

 오래된 고가구, 예쁜 접시, 시그니처 컬러인 녹색과 황금빛으로 빠짐없이 장식된 매장은 중세 유럽의 화려한 응접실을 떠올릴 만큼 화려했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이 서울의 빌딩숲만 아니라면 어느 귀족의 저택에 와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에펜세티’라는 엉터리 영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 완벽하다시피 매혹적인 공간을 찾는 이유 중 하나일 터였다.

 

 반짝반짝한 매장은 말 그대로 대호황.

 

 신제품이 나오는 날이면 이곳은 늘 발딛을 틈이 없었다. 바쁘게 번호를 호명하는 직원들의 목소리, 달그락 거리며 연신 아이스크림을 퍼 담는 식기 소리, 테라스 자리에 앉아 마음껏 수다를 떠는 아무 걱정 없는 여성들의 웃음소리.

 

 그들 사이에서 번은 한 손에 턱을 괴고 은색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 앞에 마주 앉은 남자는 우물쭈물 거리며 애꿎은 찻잔을 만지작거리고만 있었다.

 

 다른 손님들이 힐끗 거리며 자신들을 두고 수군거리고 있는 것도 모른 채 그들은 옥에 티처럼 그곳에 있었다. 두 시꺼먼 남자들은 중세 유럽의 예쁜 응접실을 떠올리는 매장에서 상당히 이질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번은 오랜만의 외출에 여러가지 상념이 생기는지 이곳에 온 이유도 잊은 채 줄곧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시선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자동차에 가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줄 지은 채 존재감을 뽐내는 오래된 고택들 까지도.

 

 이 곳, 그러니까 광화문 일대는 뭐랄까.

 

 워낙 고지식한 신들이 많은 땅이어서 그런지 그동안 본격적으로 ‘서양 음식’을 판매하는 집들이 별로 없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관광특구라던지, 경제특구라던지,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관리하는 그런 땅 들. 번은 내심 그 진부한 사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그런 곳에 이 번쩍번쩍한 랜드마크가 들어선 것이다.

 

 사실 누가 들으면 언제적 이야기를 하냐고 핀잔을 줄 정도로 한참도 더 된 이야기였다. 하지만 번은 워낙 시간감각이 결여되어 있어 그런 것들을 마주하는 데 서툴렀다.

 

 “원래 이런 곳이 아니야.”

 

 그가 갑작스럽게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말했다. 이곳에 들어오고 첫마디 였다. 여전히 시선은 바깥을 응시한 채였다.

 

 수용소의 옷은 말끔히 벗어버리고 편한 티셔츠에 바지 차림. 멋스럽게 선글라스까지 올려 쓴 것이 그는 지금 누가 보아도 막 청춘을 누릴 준비를 마친 잘생긴 청년처럼 보였다.

 

 아, 물론 저 해괴한 하얀 머리카락이 아쉽기는 했지만.

 

 "이런 곳이 아니라고."

 

 창밖을 쳐다보던 그는 아예 시선을 거두고 팔짱을 끼더니 불만스러운 어조를 내비쳤다. 결국 그와 함께 온 남자는 이 예민한 그에게 뭔가 반응을 해줘야만했다.

 

 그의 선언과도 같은 말이 맛이 잘못됐다는 말인지, 분위기를 말하는 것인지 언뜻 알기가 힘들었다.

 

 “맛이 없어요?”

 

 결국 그가 그렇게 물었다. 아니, 그러면 정말 곤란한데. 뇌물이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는 곤혹스러웠다. 번은 그런 남자의 질문에 눈알을 굴리더니, 입에 숟가락을 문 채 곧 느물거리며 대답했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사실 그는 어렴풋이 자신이 기분이 안 좋은 이유는 알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에펜세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설령 변함없이 완벽하게 맛이 똑같는 문제와는 다른, 또 다른 층위의 문제에 있었다.

 

 기억의 문제였다.

 

 그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에펜세티. 그러니까 에펜세티의 전신은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저트류를 취급하던 오래된 제과점이었다.

 

 위치도 이런 대로변이 아닌 작은 동네에 알음알음 해오던 가게. 그러다 우연히 방송을 타고 점점 유명해져 이곳으로 이전해온 것이 이 가게의 역사였다.

 

 하지만 번으로서는 아까운 단골가게를 잃음 셈이었고, 가게가 이전한 이후는 찾지 않았다. 광화문은 그에게 있어서 한 때 ‘위험지대’에 가까웠으니까.

 

 그리고 지금 오랜만에 이곳을 찾은 번은 지금 명백히 좋지 않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지금 드는 기분이 실망감인지 아니면 어떤 불편한 반가움에서 오는 건지 쉽게 정의 내릴 수 없었다.

 

 더 많은 인기를 얻기 위해 자리를 옮기고, 가게를 그가 모르는 전혀 알지 못하는 모양새로 바꿔버리고, 반대로 경쟁에 도태되는 것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그런 게 당연한 세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래도 그게 죽도록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었다. 유치하고 처절하게도.

 

 번은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등받이에 푹 기댔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그가 기억하고 있는 맛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느껴져, 더더욱 그는 씁쓸했다.

 

 그는 결국 느른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요상한 회한이 그의 두눈에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마저도 아이스 볼에 담긴 각양각색의 아이스크림이 에어컨 바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번은 남자가 모르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정한다.

 

 이제 유일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러고 보니, 번씨는 영님하고 친하시죠. 여기 영님의 단골가게기도 하잖아요.”

 

 그 때 가라앉는 번의 기분을 눈치 챈 듯 남자가 분위기를 바꿀 심산으로 말을 꺼냈다.

 

 영은 북한산신의 이명이었다. 그제야 뭔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냐며 번은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잔소리 심한 영감의 이야기를 굳이 이곳에서 꺼내는 이유가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여전히 이 곳은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엔 그다지 좋은 장소가 아닌 듯했다. 안타깝게도.

 

 아포리아에겐 특히 그러했다. 고개를 흔들며 번은 찻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주위를 살폈다.

 

 여섯 명 정돈가.

 

 애석하게도 그는 이미 이곳에서 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인물들을 몇 명 찾아낸 뒤였다. 아무래도 이 건물은 알게모르게 정부쪽 사람들이 주로 이용을 하는 건물인 것 같았다.

 

 이 말단 공무원은 그것 조차 모르고 날 이곳에 데려온 것 같았다. 번은 어이가 없어 버석하게 웃어버렸다.

 

 “그럼 슬슬 돌아가볼까.”

 

 그가 별다른 언질 없이 일탈을 끝내기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애초에 그가 부탁하지 않았으면 다시는 찾지 않았을 장소. 문제가 생기기 전에 떠나는 것이 좋았다.

 

 “네?”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한 남자는 벌써? 라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번은 결국 더 할 말이 남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전혀 사정을 모르는 남자는 그저 번이 모두 먹고 해치운 서너 개의 아이스크림 볼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마.

 

 “제 제안은요.”

 

 이렇게 입을 씻을 작정은 아니겠지.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게.”

 

 번이 눈을 가로로 뜨며 꽤 매력적으로 말했다. 그가 원치 않은 상황을 벗어나려할때 줄창 쓰는 얼굴이었다. 흡사 장난스러운 소년과도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걸 익숙히 알고있는 그에게 남은 것은 당혹스러움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뿐이었다. 그러건 말건, 번은 그저 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더니 짤랑이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아! 잠시만요. 번씨!”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남자는 그제야 서둘러 양복을 챙기며, 그를 따라 나섰다. 이대로 돌려보내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그 순간 타이밍 맞게도 좋은 임기응변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번 씨, 가져가서 드실 것 챙겨드릴테니까,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 그래. 밖에 있을 테니까.”

 

 다행히도 그는 그의 처세를 마다하지 않았다. 멀리서 들리는 번의 긍정적인 대답에 안도한 그는, 이제 마음 놓고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거랑, 이거 빨리 주세요.”

 

 수용소까지 녹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드라이아이스, 아이스크림 케이크까지 샀다. 그러나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밖으로 나온 순간, 남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했다.

 

 삼삼오오 지다나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머리하나 큰 그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기다리겠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저 제 갈길 바삐 가는 사람들만 있을 뿐. 하얀 머리카락의 사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건물에 다시 들어갔을까 싶어 다시 돌아갔다 온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하다. 분명 밖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남자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발을 동동 굴렸다.

 

 그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멍청하니 회전문 앞에 선 채 하릴 없이 몇 분이 흘렀다. 불쌍한 공무원 남자는 이제 어쩌면 그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가버린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번이 기다리겠다고 하고 가버릴 정도로 질 나쁜 장난을 할 남자가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점점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뭐야. 대체 어디로 간거지?”

 

 남자는 양손에 아이스크림 상자를 든 채, 어쩌지도 못하고 맥없이 중얼거렸다.

 

 

 ***

 

 

 그 시각 번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는 밖에 있지 않았다. 아직 건물 안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가 서있는 복도엔 짙은 밤이 드리워져 있었다.

 

 방금 전이 한낮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힘들 정도의 정교한 어두움. 기다리겠다는 대답을 하고 문앞에서 기다릴 작정으로 걸음을 돌리려던 찰나의 순간 뒤였다.

 

 창 밖으로 화려한 야경이 천천히 지나갔다. 그림처럼 예쁜 야경은 파노라마처럼 흘렀다. 모든 물리적 사실을 무시 한 채 소란스럽게 한낮을 부유하던 소음은 뚝 끊겨 있었다. 번은 그것을 한동안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분명 낮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는 무감각하게 자신의 턱을 쓸었다. 불빛이 희미하게 빛나는 검은 밤하늘이 그의 눈을 스쳐지나갔다. 모두 어디갔지. 혹은 여긴 어디지. 라는 질문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전개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곧이어 어쩌면 너무나 익숙해서 몸이 먼저 알아버리는 그런 감각이 전신에 흘러들었다. 그것으로 그는 대충 무슨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깨달았다.

 

 뭐,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한숨을 내쉰 번은 소리 없이 다리를 타고 오르는 환상적인 어둠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보면 무엇이라도 달라질 것인냥 한 참. 그러나 변화가 있을리는 만무하다.

 

 이제 그는 허리에 손을 짚더니 툭툭. 미끈한 바닥을 발로 찼다.

 

 아무래도. 질 나쁜 장난에 휘말린 듯 했다.

 

 우연치고도 꽤나 보기 드문 상황. 오히려 우스울 정도로 한심한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이 아마도 이 무대를 꾸며낸 작자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객석에서 끌어올려진 배우 중 한명같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포리아가 동족을 공격하는 일은 드무니까. 그래, 이건 분명히 아포리아의 소행이다. 그는 다시 한번 그걸 직감했다. 이 기분 나쁜 감각은 그것 밖에는 없으니까.

 

 아직도 테러 행위를 자행하는 아포리아들이 서울에 남아있다는 소린 들었지만, 외출하자마자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정말로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그는 두려움보다 참을 수 없는 귀찮음을 느꼈다.

 

 설상가상으로 에어컨마저 모두 꺼져버린 듯 했다. 더위가 스멀스멀 등허리를 기어올랐다. 한 여름에 배려 따위라고는 없는 테러리스트다. 지금까지는 모두 우연히 일어난 일들이었다.

 

 하지만 그 우연이 때로는 겉잡을 수 없는 필연으로 바뀐다는 것 역시 그는 알고 있었다.

 

 번은 지그시 눈을 꾹 감았다 떴다. 한순간에 공간을 치환할 정도로 대담하고 꽤나 실력 있는, 아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이 저 곳 어딘가에 있었다.

 

 하지만 그냥 벗어나버릴 수도 있었다.

 

 저 대단할지도모르는 작자가 뭘 꾸미고 있는지 그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계획이 바뀌고 스스로 리스크가 포함된 상황에 몸을 던지는 걸 그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일행도 있는 그가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벌써 몇분 째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기묘한 저 어둠이 그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어둠 너머로 무언가, 무언가 다른 어떤 것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한. 그런 생생한 기분을 느꼈다. 본능과도 같은 감지였다.

 

 아주 가끔씩 아주 오래전의 일들이.

 

 깨닫지 못한 사이에 지나간 중요한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일들이 일어났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흘러들어 아주 질척하고, 텁텁한 류의 감각들.

 

 지금 그는 그와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드문일 중 하나였다. 이 모든 상황은 그다지 그에겐 특별한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쉽사리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아주 오랜만이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 집착하는 기분은....

 

 번은 결국 어둠이 내려앉은 복도로 발을 한걸음 뗐다. 이성보다도 다리가 먼저 움직였다. 불현듯 과거의 일들이 썰물처럼 밀려왔지만 그는 애써 그것을 억눌렀다. 어째서 이 처음 와보는 빌딩에서 과거의 것들이 흘러나오는지는 알 길이 없다.

 

 오로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잠깐 둘러보는 것뿐이라며 그는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다. 마지못해 미지의 곳을 향해나가는 모험가처럼, 자신의 어리숙한 호기심의 손을 들어주었다.

 

 동요를 누른 그는 그제야 불현듯 자신이 사라져 당황하고 있을 어리숙한 남자도 떠올렸다. 하지만 그의 '호기심'을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그저 어딘가로 가버렸다고만 생각하겠지.

 

 그는 어쩌면 후에 이 결정을 후회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섣부른 호기심이란 것은 늘 그렇듯 칼처럼 날카로운 것이 되어 돌아오니까. 그러나 그것을 마다할 그가 아니었다.

 

 주머니에 손을 꼽은 번은 이제 마실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천천히 어둠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곧 감쪽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의 두번째 일탈이 시작됐다.

 

 그 순간 놀랍게도 어디선가 톡톡. 빗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우연처럼 창밖으로는 이제 거짓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대한 비 너머에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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