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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호스티스 연쇄 자살사건
작가 : 민지민
작품등록일 : 2017.6.23

“난 자살하지 않았어. 절대...”, 지역 정치인의 비리를 수사 중 좌천된 강력계 형사 민혁수. 징계가 풀려 복귀하는 날,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달라는 영혼(아영)을 만나게 된다. 혁수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거대한 힘이 진실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상처럼 외압이 열혈형사를 가로막고 수사는 난항에 봉착한다.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때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의 인권변호사 김무혁의 등장으로 수사는 탄력을 받고 거대한 힘의 꼬리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삽화:JewelSaviorFREE>

 
【30화】 아영의 과거(4) - 비운 (悲運)
작성일 : 17-10-30 00:02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6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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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화】아영의 과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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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꽃을 한 아름 든 남자가 아영이 일하는 음식점 안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백구두에 하얀 정장, 펄이 들어간 빨간색 넥타이는 언발란스했다.

 

 남자의 헤어 젤로 고정시킨 이대팔 머리도 촌스러웠다.

 

 

 “아영 씨 오늘 시간 되십니까? 오늘 저희 형님이 아영 씨를 만나 뵈었으면 하십니다.”

 

 “그 게요...”

 

 

 아영이 가게 밖으로 나서자 백 정장 사내의 뒤로 세워둔 검정 세단의 뒷좌석 문이 열렸다.

 

 

 “아영 씨. 오랜만이네요. 오늘 저하고 같이 식사 어떠세요?”

 

 “죄송해요. 오늘은 이모하고 김치 담그기로 한 날이라...”

 

 

 백 정장 사내가 말한 형님이 바로 그 남자인 듯 했다.

 

 기껏 많이 잡아야 20대 후반 정도.

 

 짧은 스포츠머리에 단단한 몸을 가진 남자였다.

 

 키는 175센티 정도?

 

 남자치고 작은 키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를 둘러싼 무리들이 워낙 덩치였기에 착시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외소해 보이는 저 남자가 저들의 형님이라고?'

 

 

 부산을 벗어나 세력을 확장한 전국구 폭력조직 대도회를 이끄는 수장이라기에는 믿기지 않았다.

 

 

 “어떠세요?”

 

 

 거친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부드러운 말투 속에 담긴 무게감은 몇 번을 듣지만 그 때마다 항상 의외로 다가온다.

 

 

 “아영 씨. 오늘 드라이브 어떠십니까?”

 

 “저기... 죄송요... 저 그런 거 하기 싫어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반한 남자는 거절의 말을 들으면서도 며칠에 한번 꼴로 할매 순대국집 앞을 서성였다.

 

 

 “그럼...”

 

 

 아영이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이 깡패 놈의 새X들 여가 어데라고 들어오노! 썩 물러가지 못 허겄냐?”

 

 

 백 정장 사내가 아영을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준비했다는 듯 노파가 빗자루세례를 퍼부었다.

 

 

 “이 할매가 미쳤나.”

 

 

 굵은 소금을 한 바가지 들고나간 노파의 소금세례까지 받고서야 쫓겨나간 건달들은 사라졌다.

 

 그 이후로는 한 동안 그들을 볼 수 없었다.

 

 

 "저 만노무 자석. 사람이 할 짓이 없어서 건달 짓이나 하고 있으니..."

 

 

 좀 의외이긴 했다.

 

 건달이라면 막무가내로 가게를 쳐 들어와서는 아영을 끌고가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아영보다 힘 없는 노파의 빗자루질에 대응을 않고 자리를 피하는 이유가 뭘까?

 

 

 "할머니. 저 사람들 알아요?"

 

 "에데. 모른데이. 저딴 건달노무 새X들은 알아도 모른데이. 아영이 니도 저 썩어 빠진 종자들하고 섞일 생각 추호도 말그레이. 알긋제?"

 

 

 사람 좋기로는 두 말 할 것도 없는 노파가 유독 저들에게 만큼은 차가운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이유를 알던 모르던 노파가 저렇게 쌍심지를 켜고서 만류하는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영은 노파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들이 다가올 때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사실 아영의 심장에 사랑이란 감정이 차고 들 빈자리도 없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품는 법을 알려준 사람.

 

 거친 바다로 뛰어들던 그녀를 불러주던 그 따뜻한 목소리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

 

 

 

 “창섭이 말고 오늘은 다른 총각이 왔네.”

 

 “예. 오늘 창섭이 부모님 기일이라고 합디더. 산소에 갔어예.”

 

 “그려? 어린 나이에 부모도 없이 힘들었겠네. 쯧쯧...”

 

 

 할머니는 불우한 환경에도 꿋꿋하게 자란 청년이라며 창섭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 했었다.

 

 

 “아영 씨. 부족하고 가진 것도 없는 제가 아영 씨 같은 여자를 사랑해도 될까요?”

 

 

 가스 배달을 하던 청년 창섭이 아영에게 사랑고백을 해왔다.

 

 

 “나 보다 더 슬픈 사람이구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고아원에 맡겨져 자라왔다는 창섭의 과거에 아영의 마음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영 씨. 오늘 시간이..."

 

 “시간 있냐고요?”

 

 "네..."

 

 "괜찮아요."

 

 "네? 정말요?"

 

 

 아영은 데이트 신청을 승낙했다.

 

 또래 여자들이 품는 아기자기한 사랑의 기대가 아니었다.

 

 그저 연민이었고, 동정으로 시작된 만남이었다.

 

 아영은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호프집에서 치킨에 맥주를 하는 젊은 남녀의 일상적인 데이트를 즐겼다.

 

 그 이후로 주말마다 몇 번 더 창섭을 만날 기회가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착하고 성실한 남자를 향한 믿음은 커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연민은 어느새 애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상처받은 고양이.

 

 아영은 약속을 믿지 않았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할머니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까.

 

 약속은 언젠가는 깨어진다고 알고, 그렇게 믿고 있었으니까.

 

 

 “창섭씨.”

 

 “응? 왜? 아영아.”

 

 “나 창섭씨 믿어도 될까?”

 

 “그럼. 당근이지. 나만 믿어. 오빠가 행복하게 만들어 줄테니까.”

 

 “나 두려워. 겁나.”

 

 “겁 낼 필요 없어. 오빠가 다 잘 되게 할 거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빠가 지켜줄 테니까.”

 

 

 그 만은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믿고싶었다.

 

 부모 없이 자란 비슷한 처지때문이었다.

 

 아영은 자신의 불운한 과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 줄 거라 그렇게 믿었다.

 

 

 “아영아. 니 지금 뭐하다 왔노?”

 

 

 노파는 처음에는 창섭을 반대했다.

 

 가진 것 없고, 기술도 없고, 한 달을 벌어 한 달을 먹고 사는 한달살이 인생이라는 이유였다.

 

 아영에게 되려 짐이 될 남자라고도 했었다.

 

 

  “할머니. 나 한 번만 믿어주면 안돼요? 창섭 씨 착하고 성실한 거 할머니도 잘 알잖아.”

 

 “그래도 그 아는 안 된다. 니는 내 손녀나 다름없다 아이가. 암만봐도 창섭이는 아니다.”

 

 

 부모나 다름없는 노파의 반대에도 두 젊은 남녀는 식당을 열고, 돈을 벌어서 아이도 낳고, 번듯한 집도 사서 행복한 미래를 그려 갈 꿈에 부풀어 있었다.

 

 아영이 이리도 환하게 웃는 것을 보는 것이 처음이 아니던가.

 

 노파는 가족같은 그녀가 행복하다면 그만이라며 그만 고집을 꺾었다.

 

 그들의 행복한 앞날을 축원해주기로 했다.

 

 예감한 불행이 아영을 제발 빗겨나가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고요한 바다에 거친 파도는 예고 없이 찾아오듯, 그 놈의 불행은 또다시 허락도 않고 아영에게 들이닥치고 말았다.

 

 .

 

 

 

 *

 

 

 

 -니 곁에 내가, 나의 곁에 니가 있기를.

 

 

 벨소리로 지정한 노래는 유행이 한참 지난 오래된 댄스음악이었다.

 

 I do.

 

 아영이가 가장 좋아하던 솔로 남자 가수의 3집 수록곡이었다.

 

 중학교 때였었나?

 

 그 가수보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도 있었다.

 

 그 가수보다 잘생긴 가수들도 많았지만 불우한 환경을 딛고 성공했다는 가수의 어린시절 이야기 때문에 그 가수를 좋아했는지도 몰랐다.

 

 

 “누구지? 이 시간에...”

 

 

 주변 공장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바빠지는 시간이었다.

 

 아영은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벨소리에 아영이 계산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 위에 올려둔 핸드폰의 발신자를 확인했다.

 

 

 “오빠야. 뭐 하노?”

 

 

 발신자는 창섭이었다.

 

 아영은 노파의 말투를 따라한다.

 

 나름의 애교였다.

 

 

 -혹시··· 은 아영씨?

 

 

 아영은 다정한 창섭의 목소리를 기대했지만 처음 듣는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네. 저 맞는데... 그런데. 누구세요?”

 

 -박창섭씨 아십니까?

 

 “창섭이 오빠요? 오빠는 왜?”

 

 -창섭 씨가 우리 돈을 좀 썼는데, 갚을 방법이 없다고 그러네. 거기에 대해서 본인께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수화기 너머 남자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그게 무슨...”

 

 -잘 모르시나 보네. 여간 우리가 창섭 씨를 모시고 있는데, 우리가 돈을 못 받으면 좀 어떻게 좀 할 거라. 뭐 그냥 그렇다고 알려드리려고.

 

 “네?”

 

 -들어보니 결혼할 사이라고 하던데. 창섭이가 온전하게 가려면 미래의 안주인께서 좀 와주셔야지 않겠어요?

 

 “무... 무슨... 거... 거기가 어디죠?"

 

 

 전화를 걸었던 남자가 알려준 장소를 향하기로 했다.

 

 아영은 식당을 뛰쳐 나가듯 도로변의 택시를 잡아탔다.

 

 

 

 *

 

 

 

 바다가 보이는 부둣가 끝으로 택시가 멈추었다.

 

 사람이 있을만한 곳이라곤 아무것도 없이 덩그러니 놓인 컨테이너 창고뿐이었다.

 

 허름하고 낡은 창고의 문이 사람 하나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좁게 열려 있었다.

 

 

 “오빠!”

 

 

 아영이 컨테이너 문을 젖히고서 안쪽을 보자 창섭이 머리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꿇어 앉혀져 있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험악한 분위기의 남자들은 쇠파이프와 각목을 하나씩 손에 쥐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 아저씨들은 다 뭐야?”

 

 

 아영은 창섭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혀 앉았다.

 

 

 “아··· 아··· 아. 영아.”

 

 

 의식이 불투명해 보였다.

 

 멍한 표정으로 말조차 제대로 못내는 창섭이었다.

 

 그 뒤로 아무 말 없이 방울진 눈물을 바닥에 떨굴 뿐이었다.

 

 아영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오! 그대가 은아영 양? 이딴 놈팽이 여자로는 쌈빡하시네.”

 

 

 창섭을 둘러싼 남자들 중, 눈 밑으로 칼로 베인 듯 가늘고 긴 흉터를 가진 남자가 다가왔다.

 

 

 “당신들 누구에요?”

 

 

 아영은 피 칠갑이 된 창섭의 머리를 부여안으며 다가오는 사내를 노려봤다.

 

 

 “그렇게 땍땍거리면서 정 떨어지게 대화를 시작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그래도 요즘은 이런 쎈 스타일에 끌린다니까.”

 

 

 사내가 아영에게 다가오더니 그녀의 턱 끝을 검지 손가락으로 들어올렸다.

 

 

 “우리 오빠 이렇게 만든 게 당신들이야?”

 

 

 아영이 고개를 돌려 손가락 끝에서 고개를 떨궈냈다.

 

 아영이 매서운 눈매로 사내를 쏘아보았다.

 

 

 “예쁜 아가씨야! 이 거 좀 볼래?”

 

 

 뒤로 선 사내들 중 두목쯤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섰다.

 

 꽃무니 셔츠 밖으로 가죽조끼를 입고 있던 남자는 그녀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아영은 받아들고서 두 번 접혀진 종이를 펴 보았다.

 

 제일 위로 쓰인 차용증이라는 제목에 핏물이 번져 있었다.

 

 금액란에는 공이 여덟 개가 있었다.

 

 

 “읽어봐. 얼마야?”

 

 

 비웃음을 섞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창섭이 쿨럭하며 피 섞인 기침을 토해냈다.

 

 

 “이게 뭐죠?”

 

 “뭐긴 뭐야? 우리 아영 양 애인이 우리한테 돈을 빌리고 안 갚았다는 증명서류지.”

 

 “얼···마··· 얼마인··· 데요?”

 

 “읽어 보라니까.”

 

 “일. 십. 백. 천. 만... 일...억! 일억이요?”

 

 

 아영의 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그럴 리가 없을 건데요. 우리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큰 돈을 쓸 일이 없어요.”

 

 “그러니까 말이다. 저런 X밥에 호구 같은 새X가 그 큰 일억을 어따 썼을까?”

 

 

 남자가 혀를 길게 내밀더니 윗입술을 훑고는 다시 입 안으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오빠야. 말해봐라. 저렇게 큰 돈을 왜 빌렸어?”

 

 

 창섭은 고개를 숙인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박이라는 게 참 무섭지. 들어보니까 그 전까지는 열심히 살았다고 하던데. 이래서 도박 같은 거 하면 안 되는 거야. 봐 우리처럼 선량한 건달들은 노름 같은 거에는 일절 손을 안 데잖아. 헤헤.”

 

 

 꽃무늬셔츠의 남자가 아영과 시선을 맞추면서 쪼그려 앉았다.

 

 두터운 남자의 손바닥이 아영의 간여린 어깨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 손 치워. 십X야. 이 여자는 보내 줘. 아무 상관도 없는 여자야.”

 

 

 창섭이 마지막 힘을 모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피투성이가 된 입을 열었을 때, 꽃무늬의 뒤로 병풍처럼 서있던 건달 하나가 달려와 구둣발로 창섭을 때려 눕혔다.

 

 

 “윽.”

 

 

 배를 잡고 웅크린 창섭의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오빠야. 무슨 일이야? 도대체.”

 

 “아냐. 걱정 말고 넌 할머니한테 돌아가 있어. 내가... 벌인 일이니까 내가 해결 하고 갈게.”

 

 

 창섭이 피 묻은 손으로 아영을 밀쳐냈지만 아영은 창섭의 곁을 떠나려하지 않았다.

 

 

 “어이고. 해결 하신다고요? 어떻게? 어떻게 해결해 주시게?”

 

 

 꽃무니가 창섭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더니 따귀를 두 대의 날렸다.

 

 뺨을 맞은 창섭은 반 실신 상태로 그대로 나가 떨어져 버렸다.

 

 

 “당신들 뭐야. 우리 오빠한테 왜 그래?”

 

 

 아영이 두 팔을 벌리고 창섭에게 다가오는 꽃무늬를 막아섰다.

 

 

 “야. 나와라.”

 

 

 꽃무늬가 한손으로 아영을 살짝 밀쳤다.

 

 아영이 몇 걸음 뒤로 밀려날 정도로 힘이 좋은 남자였다.

 

 아영이 다시 창섭에게 가려하자 뒤편에 서 있던 건달 하나가 아영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야. 안되겠다. 저 새X 처리해.”

 

 “예. 형님.”

 

 

 건달 중 하나가 창섭의 머리채를 잡고 창고 밖으로 개 끌 듯 끌고 나갔다.

 

 아영은 어찌할 줄 몰랐다.

 

 창섭의 신음소리에 불안한 가슴을 쥐며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저기야. 예쁜 아가씨야.”

 

 

 패거리의 두목인 남자가 슬쩍슬쩍 아영에게 걸어왔다.

 

 

 “혹시나 갚아줄 수 있나 해서 불렀더니 아니네. 예쁘고 착한 아가씨는 어서 갑시다. 우리가 암만 세상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처지지만 죄 없는 사람은 안 건드리거든. 어여 돌아가고, 다시는 저 놈 볼 생각 하지 마. 저런 도박쟁이랑 연 이어봤자 아가씨 인생도 같이 거덜 나는 거니까. 알겠어?”

 

 

 승합차에 태워진 창섭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었다.

 

 쿵쿵 창문을 치는 소리 뒤로 피 묻은 창섭의 얼굴이 보였다.

 

 

 "가! 빨리 가!"

 

 

 입모양만으로도 창섭의 말을 알 것 같았다.

 

 함께 탔던 건달 하나가 주먹으로 창섭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다.

 

 그대로 픽 쓰러지며 정신을 잃은 창섭을 보는 아영의 가슴이 찟기고 있었다.

 

 아영은 무릎을 꿇었다.

 

 바닥을 기듯이 무릎으로 걸어가 두목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제가... 제가 대신 갚을게요.”

 

 

 애절한 아영의 목소리에 다리를 붙잡힌 남자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뭐? 뭐라고 했냐?”

 

 “제가 갚는다고요.”

 

 “너 얼마라고 했는지 기억 못해?”

 

 “일억... 일억이라고 했잖아요?

 

 “이 아가씨가 일억이 뉘 집 개 이름인 줄 아나? 어떻게 갚을라고? 너 식당에서 일 한다며? 식당에서 서빙하고 벌어서 어느 세월에 그 돈을 갚을라고?”

 

 “제가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어요.”

 

 “얼마?”

 

 “오··· 오천 정도 될 거에요.”

 

 

 빌린 금액의 절반을 갚는다는 말에 두목의 함지막한 눈매가 가늘어졌다.

 

 무릎을 굽혀 앉으며 아영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오 그래? 얼굴도 예쁜 아가씨가 입지도 쓰지도 않고 모은 돈일텐데... 그래. 절반은 그렇게 갚는다 치고. 그러면 나머지는 어떻게 하려고?”

 

 “나머지는 벌어서 갚을 게요.”

 

 “벌어서?”

 

 “예.”

 

 “식당에서 서빙해서?”

 

 “그건...”

 

 “그래? 뭐... 그거야 내가 상관할 문제는 아니고. 잘 해봐. 그럼 내일 저녁 전까지 우선 있는 돈 다 찾아서 들고 여기로 찾아와봐. 현금으로 빽빽하게 채워서.”

 

 

 두목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아영에게 명함 한 장을 던졌다.

 

 정확하고 빈틈없는 심부름센터. 소장 한 동수.

 

 아영은 먼지가 뽀얗게 쌓인 바닥에 떨어진 명함을 주워들었다.

 

 

 “저기요.”

 

 

 아영이 목 놓아 외쳤지만 들은 시늉도 않던 남자들이 멀어져 가고 있다.

 

 승합차 안으로 건달들이 모두 탑승하자 곧바로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렸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작아지는 승합차가 사라질 쯤, 아영은 털석 자리에 주저 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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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민혁수 √ INTRO-편지 2017 / 10 / 29 267 0 1097   
11 【11화】 김무혁 (6) √ 상처받은 고양이 2017 / 10 / 29 265 0 6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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