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다.』
-Ralph .Waldo. Em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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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INTRO-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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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수 인트로>
스물, 혹은 스물 한 살의 민혁수에게.
난 20년 후의 너야.
넌 20년 전의 나지.
지금 너에게 편지를 남기는 것은
누군가가 조작한 미래를 되돌리기 위해서야.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냥 받아들여줘.
아마 나도 너에게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무시했었겠지만,
그래도 들어줘.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너의 과거의 한 장면을 바꿔 놓았어.
그로 인해 많은 것이 변했고, 바뀐 과거 때문에 내 기억은 사라져 가고 있었지.
하지만 모든 것이 지워지기 전.
마지막 기억이 사라지기 전,
다행히 우연찮은 기회로
과거로 올 수 있게 되었어.
난 바뀔 뻔 했던 과거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수 있었어.
그렇지만 바뀌지 않았어.
과거를 바꾸고 다시 미래로 돌아갔지만
미래는 그대로였어.
과거를 바꾸었지만 미래는 변하지 않았던 거야.
우리는 알게 되었어.
조작된 과거의 지점은 그 한 순간만이 아니었던 거야.
우리가 모르는 사이,
바뀐 과거의 시점이 또 있었던 거야.
이제
너와 난 과거를 원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나, 그리고 너.
우리의 운명이 바뀌면
많은 이들의 운명도 바뀔거야.
내가 그리고 네가.
돌려놓지 않으면 수많은 것들이 사라지게 돼.
지금 네 곁에 있는 소녀도 말이야.
녀석들은 그 소녀와 너를 만날 수 없게 만들었어.
만나지 않았으니 기억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 되는 거야.
그렇게 소녀는 너의 기억에서 처음부터 없던 사람이 될 거야.
하지만 난 그 소녀를 너에게 보낼 거야.
그리고 넌 그 소녀를 구해야만 해.
넌 망설이게 될지도 몰라.
소녀로 인해 네가 꿈꾸던 평범한 삶이 뒤틀어지게 될 거니까.
하지만 넌 그 소녀를 지켜야 해.
그래도... 하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해.
부탁한다.
내가 나에게 부탁한다.
제발 그 소녀를 지켜줘.
이 건 내가 너에게
미래의 내가
과거의 너에게 하는 명령이자 마지막 부탁이야.
*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 한통의 편지로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릴 줄은.
그리고 지금은 감사하고 있다.
나에게,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그녀를 지킬 수 있게 해 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