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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19화
작성일 : 17-10-29 01:34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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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만나보기로 해서일까. 여솔은 괜스레 심장이 간질거렸다. 진짜 좋아서인지 생각 못 한 다른 상황 때문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랬다.

 

 " 하, 내가 금사빠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

 

 [ 강설화 : 저… 여자친구가 생기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

 

 [ 뭔데요? ]

 

 [ 강설화 : 음…. 그게…. ]

 

 [ 말해봐요.]

 

 [ 강설화 : 아쿠아리움 꼭 가보고 싶어요…. ]

 

 엑? 겨우? 고심해서 말했던 내용에 비해 별거 아닌 심플한 소망에 허무한 너털웃음이 나왔다.

 

 귀여운 건가.

 

 [ 강설화 : 사파리도 가보고 싶고…. 놀이공원도 가보고 싶어요…. ]

 

 [ 안 가봤어요? ]

 

 [ 강설화 : 영화 보고 밥먹고 카페 가는 거 말고는…. 딱히…. ]

 

 풉. 뭐가 이래.

 

 [ 놀이공원 가면 회전목마 앞에서 사진 찍어야 하는 건 알아요? ]

 

 [ 강설화 : 해 본 적은 없지만, 보고 들은 걸로는 압니다. ]

 

 여솔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턱을 괸 채 천천히 핸드폰에 주고받은 대화를 읽었다. 숙맥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어떻게 연애를 해왔길래 못해본 게 이렇게 많은지.

 심지어 그 내용도 심플하기 그지없었다. 찜질방도 가본 적 없고 단둘이 술잔을 나눈적도 없었다. 오죽했으면 가장 큰 로망이 PC방에서 같이 밤새 게임을 해보는 걸까. 나도 연애를 해본적은 없지만 이런걸 로망으로 가질 정도는 아니었다.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고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것들이었기에, 빨리 하나씩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 그러고 보니…. "

 

 주어진 상황 때문에 어느새 잊혀졌지만, 술기운 때문인지 무엇 때문이었는지 처음 입을 맞췄을때 설렘이 속에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 강설화 : 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

 

 [ 뭔데요? ]

 

 [ 강설화 : 3년 전에 바에서 왜 그랬어요? ]

 

 순간적으로 여솔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마치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걸 꾀뚫어본듯 물어보는 질문에 당황한게 분명했다.

 

 [ 아…. 그땐 술기운이었다고 생각했는데…. ]

 

 [ 강설화 : 했는데? ]

 

 [ 지금 생각하니까. 좋았네요. ㅎㅎ 용기라고 생각해요 ]

 

 무슨 고등학생 연애 하는 것 같은 내용에 여솔은 아랫입술을 핥았다.

 

 [ 강설화 : 보고 싶어요.]

 

 귀엽다고 생각했다. 강태화랑은 전혀 다른 모습에 역시 남자는 착한 게 최고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저도….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지만, 보고 싶은 거 같네요…. ]

 

 어느새 밤 12시를 넘긴 야심한 시간이라 그랬을까. 이런 게 흔히 말하는 새벽감성일까. 분명 이정도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어느새 원래 사랑했던 것 마냥 달달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여느 커플 같은 풋풋함.

 

 여솔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생각에 잠겼다. 지금이라면 뭐든 좋았다. 오랜 시간 머릿속에 맴돌았던 강태화 마저도 잊혀지고 그 누가 와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왜 더 빨리 만나지 않았을까요 ]

 

 [ 강설화 :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 왜요? ]

 

 [ 강설화 : 저는 연애경험도 없고, 뭔가 자아 형성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사람은 누구나 때가 있잖아요. 더 일찍 만났으면 제가 지금처럼 여솔씨를 아끼고 좋아하지 못했을 거에요. 늦어서 아쉬움은 있지만 오히려 지금이기 때문에 제가 여솔씨에게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말을 이쁘게 하니까, 반박할 방법이 없군…. ]

 

 [ 강설화 : 좋아해요 ]

 

 가슴을 간질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왕이면 이 감정이 최대한 오래 가길 바랐다.

 

 [ 저도…. 좋아해요…. 답장하지 마세요!! 자요!!! ]

 

 복잡한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쑥스러운 건가? 안해본 행동에 다소 어색한 말에 핸드폰을 던져 버린 채 배개에 머리를 파묻었다.

 

 " 잠자긴 글렀다 "

 

 던져버린 핸드폰이 지잉 하는 진동소리와 함께 빛을 밝힌다. 답장하지 말란다고 답장을 안 할 리가 없지.

 

 [ 고마워요. 좋아해요. 많이. 답장하지 말고 주무세요. ]

 

 어떻게 자냐고,

 

 어쩌면 평생 못 느껴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갑작스러운 감정에 여솔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이런 감정이 오래 가길 바랐다.

 

 

 

 

 

 ***

 

 

 

 

 일이 긍정적으로 해결됐다는 다행스러운(?) 소식을 접한 민준은 조심스럽게 설화집 문을 열었다. 여전히 깨끗하게 정리정돈 돼 있는 방안을 보며 새삼 사랑의 힘은 놀랍구나를 실감했다.

 한동안 방에 늘어진 모습만 보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진지하게 키보드를 두들기는 모습을 보니 감화가 새로웠다.

 

 " 이제 한시름 놔도 되는거냐 "

 

 다시금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민준은 기분 좋게 말하며 들어갔지만, 반응없는 키보드 소리만 민준을 맞이할 뿐이었다.

 

 " 야 사람이 왔는데 "

 

 -첫 데이트 하는 법

 -여자친구 즐겁게 하는 법

 -좋아하는 사람 꼬시는 방법

 -추천 데이트 코스

 

 흐뭇해하던 기분도 잠시, 컴퓨터 화면에 가득찬 인터넷 창들을 본 민준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 야이 새끼야 일하나 했더니…. "

 

 " 뭘해야 할까…. 내일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뭘 해야 하지?? "

 

 민준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잡으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하긴, 데이트라고는 밥 먹고 영화보고 카페 밖에 안 가본 이놈이 뭘 알겠어. 양다리라곤 했지만, 이런 놈을 상대로 1년이나 만난 유진이 어쩌면 대단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야 뭘 대단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똑같이 영화나 보고 밥 먹고 그렇게해. 일단은 서로 좀 알아야지. "

 

 " 그치만 여솔씨가 자기가 나를 좋아할 수 있겠냐고 물었단 말야…. "

 

 대충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어제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민준은 그 내용이 썩 맘에 들진 않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대화 내용은 일방적으로 설화에게 불리했다. 다만 본인이 그게 좋고 만족한다면 자신이 뭐라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말하지 않았을 뿐.

 

 결과가 좋다면 드라마틱한 내용이 되겠지만, 냉정하게 현실로 비추어 보았을 땐, 솔직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애정이 일방통행 일수 없는데, 사랑을 노력한다는게 말이 안되는건데, 하지만 당장은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 일단은 여솔씨가 널 편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줘, 조급하지 말고. 뭘 하느냐보다는 누구랑 있느냐가 중요한거 아니겠어 "

 

 민준의 말을 듣던 설화는 깊은 한숨을 쉬며 서랍에서 파일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

 

 " 이거 원래 쓰기로 했던 거 10회분 정도 쓴 건데, 읽어봐라 "

 

 " 뭐야 언제 썼어?? "

 

 설화는 낯간지러운 듯 코끝을 긁적이며 말했다.

 

 " 그냥, 더 잘해주고 싶어서. 멋있어 보이려면 일이라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잠도 안오고 "

 

 " 원고에 토해도 괜찮은 부분? "

 

 " 편집장한테 털려도 괜찮은 부분? "

 

 다소 오글거리는 말이었지만, 민준의 입장에선 나쁠 것 없는 마음 가짐이었다. 이렇게 계속 유지될 수 있다면, 설화에겐 더할나위없이 좋은 기회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본 설화의 얼굴을 본 민준이 경악하며 말했다.

 

 " 너 며칠 안 잤냐? "

 

 " 이틀…. 정도 됐으려나…. "

 

 " 야, 너 미친 거 아니냐?? "

 

 " 도저히 잠이 안 와서…. 아직도 실감이 안 나서…. "

 

 이게 대체 무슨 경우야. 진짜 한순간도 쉬지 않고 마음을 놓을수가 없다.

 

 " 밤 꼴딱 새고 만나면 여솔씨가 참 좋아라 하겠다 "

 

 " 자야겠지. 역시 "

 

 " 얼른 자, 컨디션이라도 좋아야 텐션도 좋지 "

 

 민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실없이 웃으며 뭐라 웅얼거리던 설화는 그대로 키보드에 머리를 처박고 잠이 들었다. 민준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설화를 쇼파에 옮긴후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원고를 꺼냈다.

 

 현실 그대로의 내용을 약간의 픽션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는 제법 흡입력 있게 다가왔다. 처음 유진과 헤어짐에서부터 여솔을 만나는 과정까지. 이 모든 사건을 아는 입장에서 봐서인지 아니면 객관적으로도 괜찮은지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나쁘지 않았다.

 한편으론 여솔에 관한 묘사나 표현, 자신의 감정에 관한 서술의 부분은 민준의 속을 묘하게 비틀었다. 지나친 감정이입. 아마도 본인 이야기인 만큼 몰입을 많이 한 것도 있겠지만, 글만 읽어봐도 여솔에 대한 감정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수 있었다.

 

 " 이런 건 컨펌하면서 수정하면 되지만…. "

 

 쇼파에 기괴한 자세로 쓰러진 채로 불편함도 모르고 잠들어 있는 설화의 모습을 보면서 민준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저 기우이길 바랐다.

 

 

 

 

 

 

 

 ***

 

 

 

 

 

 

 " 와…. "

 

 " 연예인인가…. "

 

 사람이 적당히 북적이는 길, 지나가는 모든 시선이 한곳에 쏠려있었다.

 웨이브가 고급스럽게 찰랑거리는 검은머리, 백옥같은 피부에 돋보이는 빨간 입술, 딱 봐도 화려한 옷차림에 빨간색으로 빛나는 스포츠카에서 내리는 여솔의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묶어두기에 충분했다.

 

 「 여솔씨 어디에요? 저 지금 내렸는데 」

 

 " 저 역 바로 옆에 있는데…. "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던 여솔은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설화를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 아 설화씨 여기에요! "

 

 몰려있던 시선이 여솔의 손짓을 따라 이동한다.

 

 " 음…. 나쁘진 않은데…. "

 

 " 무슨 사일까 "

 

 귓가에 미세하게 들리는 웅성거림이 여솔의 마음을 착잡하게 흔들어놨다. 3년 전과 달리 지금의 설화는 충분히 멋스러운 남자였지만, 누군가 세팅해주는 설화가 아닌 스스로 꾸민 설화는 다소 심심한 느낌이 있었다.

 

 아무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며 여솔은 밝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설화를 맞았다.

 

 " 저번엔 노란색이었던 거 같은데 "

 

 " 처음 만날 땐 이거였죠 "

 

 설화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여솔의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설화는 익숙하지 않은 티를 온몸으로 내며 어기적거리며 조수석에 들어갔다. 두 번이나 타봤지만 생각보다 불편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거친 배기음과 차가 출발했다.

 

 " 여솔씨 오늘도 예쁘시네요 "

 

 갑작스러운 설화의 칭찬에 여솔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차를 몰았다. 설화는 불편한 자세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 기분이…. 묘하네요. "

 

 " 왜요? "

 

 " 그게…. 보통은 남자가 운전하니까…. "

 

 " 그런 게 어딨어요. 편견이에요 "

 

 두 사람의 첫 데이트는 비교적 심플하게 이루어졌다. 간단한 식사와 그럭저럭 볼만했던 영화. 걱정했던것과 다르게 모든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렀다.

 

 설화는 좋아하며 동경했던 대상과의 시간, 이렇다 말할 것도 없는 사소한 하나하나에 설레고 즐거웠다.

 

 그녀가 웃으면 함께 웃었고, 그녀와 닿으면 전기가 오른 것처럼 짜릿했다.

 

 밥 먹는 모습도, 영화에 집중한 모습도, 머리카락 한올한올 빛나는 눈과 도톰한 입술까지. 모든 게 빛나보였다. 객관적 아름다움을 배재하고 나서도 그녀는 이세상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행복이.

 

 살면서 한번은 느껴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던 그 행복이.

 

 " 설화씨 오늘 즐거웠어요 "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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