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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도망쳐라 장난감
작가 : 환영
작품등록일 : 2016.8.27

여고생 아름의 자살.
그녀의 자살을 기준으로 시간이 되돌아가는 주인공 미진.
그런 미진에게는 일년 전 자살했던 친구 민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름 (4)
작성일 : 16-08-27 15:18     조회 : 345     추천 : 0     분량 : 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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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교시가 끝난 지금, 나는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 7월20일이 아직까지도 생소하기만 했다. 지금 이게 제대로 흘러가는 시간이 맞는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내일은 또 다시 19일로 돌아갈지, 21일로 넘어갈지 알 수 없었다, 오늘도 민영이가 나타날까?

  아아, 복잡하다. 하나하나 모든 것이 비정상인 것 같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무심코 느낀 싸한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선화가 나를 보고 있었다. 선화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자리서 일어나더니 저벅저벅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한테 무슨 말이라도 하려나 했더니만, 그녀는 나를 지나치면서 내 책상 위에다 종이뭉치를 슬그머니 흘렸다.

  꼬깃꼬깃한 노트 한 장을 살짝 구겼다 폈던 종이 면이 벌어져, 고스란히 배를 깠다.

  거기엔 메모가 적혀 있었다.

  ‘도망쳐’

 

  다음날, 7월 21일이 왔다. 19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늘은 아름이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창문너머의 햇살이 마냥 그 자리를 비추더니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때엔 어둑한 그림자가 가로챘다.

  “아름이 안 왔네?” 종례하러 온 담임이 말했다.

  “…”

  “왜 안 왔는지 아는 사람?”

  침묵. 그 전에 아는 사람이 있긴 할까? 라고 생각했다. 담임은 누구라도 대답해주길 기다리고 한참 입을 다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통보할 건 없고. 청소 당번 청소나 깨끗이 하고 가.”

  담임이 교실을 나섰다.

  순간, 누가 내 어깨를 툭 쳤다. 가은이였다.

  “너한테 아름이한테 소식 안와?”

  “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걔 전화번호도 몰라.”

  “몰라?”

  가은이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녀는 팔짱 낀 채로 거만하게 턱을 당겨, 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진짜 몰라?”

  “몰라.”

  “폰 보여줄 수 있어?”

  확인한다 한들 내 폰에는 아름이 번호가 없다. 의심해도 사실은 사실이니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하지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내 번호로 아름이를 유도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안 보여 줄 거야? 너 아름이 번호 있는 거 아냐?”

  “없대도.”

  “그럼, 폰 보여 달라니까.”

  “…”

  나는 내 폰을 가은이한테 건넸다. 그녀는 내 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상대는 받지 않았다. 그녀는 연락을 끊고 내게 돌려주었다.

  “걔, 우리 전화 안 받더라고. 그래서 난 너가 뭐 아는 게 있나 했지. 그런데 너….”

  가은이가 내 머릴 콱 움켜잡았다. 억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잡혀, 머리칼 한 줌이 빠져날 가는 줄 알았다. 가은이가 내 머릴 짓눌렀다. 내 눈엔 땅만 드러나 보였다.

  “전에 보니까 아름이랑 친하더라?”

  가은이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이어 내 머릴 잡아당겼다.

  “따라 와.”

 

  가은이가 내 머릴 잡아채 땅만 보이게끔 짓눌렀다.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나를 어디론가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중간에 가은이네 무리가 합세를 했는지 발소리가 여럿 늘었다. 그들은 종종 나더러 빨리 좀 걸으라며 내 엉덩이를 걷어 차댔다. 날 어디까지 끌고 가는지는 땅만 보고 걷는 나로썬 알 수 없었다. 적어도 학교 뒤뜰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내 머릴 움켜쥔 가은이 손아귀에서도 힘이 많이 풀렸다.

  “빨리 좀 가라.”

  아영이가 말했다. 이어 내 엉덩이를 걷어간 그 발도 아영이일 것이라 확신했다.

  순간, 투박한 남자의 손이 내 엉덩이를 쓰다듬는 손길에 허리가 곧추섰다.

  그 손이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아래에서 내 다리 사이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나는 벌떡 일어섰다.

  그때, 그 손길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들 사이에 남자는 단 한명이었다. 기생오라비 마냥 생겨먹은 면상때기, 피부가 창백하다.

  그가 능글맞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뒤도 안보고 줄행랑 쳤다.

 

  얼마만큼이나 벗어났을까? 참고 참던 숨이 차올라 폭발할 지경이다. 목구멍이 아파 기침도 못하겠다. 숨을 헐떡일 때 마다, 바람 새는 숨소리가 났다. 그들이 나를 쫓지 않는지 아직까지 나타나질 않아, 나는 차츰 숨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불현듯, 바로 앞에 나타난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민영이가 서 있었다.

  “너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나타나는 이유가 뭐야?”

  내가 짜증 섞인 투로 물었다.

  그녀는 입을 열지 않고, 내게 이리오라 손짓 하면서 돌아 걸었다. 나는 뒤를 따라 걸었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흘깃 보고는 달렸다.

  “…아씨.”

  역시나 민영이는 골목에 다다를 때마다 골목 끄트머리를 꺾어 들어갔다. 보아하니 지난번에 달리던 그 골목이었다. 점성집 포츈텔러가 보이는 골목에 다다르고 보니, 이번에도 민영이는 사라졌다. 포츈텔러 출입문이 살짝 열린 채로 흔들흔들 삐걱이고 있었다. 열린 문틈에 드러난 건물 안이 어둠에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민영이가 저 안으로 들어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일단 들어가 볼까? 나는 포츈텔러의 문을 살며시 열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포츈텔러 내부는 등을 켜지 않아 어두웠다. 그나마 밝히는 불빛이라고는 설비된 진열대마다 놓인 촛불들이 전부였다. 촛불 사이사이에 놓인 장식물들은 해골이나 가면, 깃털 뭉치 같은 오컬트가 떠오르기 딱 좋은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벽에 매건 마리오네트들은 사지가 줄에 걸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첫 7월 20일의 아름이 같아 보였다. 종류도 사람모양도 있고, 호랑이나 말 같은 짐승모양의 마리오네트도 있었다. 이런 인형들도 점성술에 사용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이런 조명 안에 숨어 있으니 섬뜩한 기운이 들어, 묘한 마력을 내 뿜는 것만 같다.

  카운터 너머에 문소리가 열렸다. 문을 넘어 온 여성은 모델처럼 몸매가 아리따웠다. 나는 살짝 실눈을 뜬 채, 빤히 쳐다보았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전에 부딪쳤던 그 여성임을 알아 챌 수 있었다. 그녀가 나를 쳐다보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드러냈다. 마치 마녀같다.

  “안녕하세요. 그때는 정말 죄송했어요.”

  그녀는 내가 누군지 모르는 듯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나는 아차 하고 입을 막았다. 그 때의 20일을 그녀가 기억할 리가 없었다.

  “날 알고 있니?”

  “아뇨.”

  그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치? 우리 처음 보지?”

  그녀가 그 삐죽 내민 입술을 검지로 툭툭 치면서 이어 말했다.

  “그런데 왠지 낯이 익어…. 너도 그러니?”

  “아, 예…”

  “이거 참 신기하네, 정말로 어디서 만난 것 같아. 꼭 마주쳤던 시간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뭐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찾아왔니?”

  “저, 좀 전에 누가 여기 찾아 온줄 알고…. 그런데 잘못 본 것 같아요. 여기 없네요.”

  “왔긴 했는데… 사라졌어.

  “네?”

  “여자애였어. 너랑 같은 교복을 입었고. 들으면 놀랄 수도 있는데… 사람은 아니었어.”

  “맞아요.”

  “놀라지 않는구나?”

  “제가 찾는 애니까요.”

  “그래? 그 애, 전부터 자꾸 나한테 오더라고.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애던데…. 넌, 그 애가 누군지 아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언니는 누구에요?”

  “점성집하는 여자. 그 전엔 채널러로도 활동 했었어.”

  채널러? 리모콘 고치는 사람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 여자애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했지? 그 애가 널 여기로 데려오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애한테 무슨 사연이 있는지 넌 아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가 가만히 침묵을 지키더니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왜요?”

  “너, 진동 울리는데?”

  내 폰에서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경찰서였다.

  “아, 이제 전화 받으시네! 여기 지구대입니다. 최아름 학생 사건으로 전화를 드렸는데요.”

  “아름이요?”

  “네, 마지막 수신 메시지가 댁 번호라서 전화 드렸습니다.”

  “난 아름이한테 전화 온 적이 없었는데… 저 아름이 번호도 몰라요.”

  “모른다구요? 오늘 오후 3시 30분경에 전화가 걸려있었는데…”

  아, 가은이가 내 폰으로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다.

  ”…근데 아름이가 왜요?”

  “혹시, 만나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경찰서로 와주시면 되겠습니다만…”

  “네 지금 갈게요.”

  내가 전화를 끊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나 보구나?”

  “네, 저 가볼게요. 다음에 다시…”

  “다시 만나자꾸나.”

 

  경찰서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라고는 고작해야 가은이네가 괴롭혀왔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내게 무어라 더 물어보려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험하게 당했구만… 것도 하필이면…”

  경찰은 혀를 끌끌 차댔다.

  “아저씨, 아름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그건 나도 얘기 할 수가…”

  경찰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흐렸다.

  “말해주세요.”

  “뭐, 어차피 학교에서 다 얘기 퍼질 테니까. …그 애, 지네 방에서 자살했어.”

 달력을 보니, 다시 7월 21로 돌아왔다.

  아름이가 죽으면 내가 과거로 돌아오는 모양이다. 그렇담 아름이가 살아야 내 시간이 자연스레 흘러간다. 내 뒤엉키는 시간이 아름이와 연관이 있는지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가장 연계성이 깊은 사건이 아름이의 자살이었다.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나는 민영이도.

  아름이 자리는 당연 비어있었다. 나는 가은이네가 은밀하게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는 나를 흘금거리는 것을 보았다. 아름이가 없는 교실은 가은이네한테는 퍽 심심했는지, 오늘 타깃은 나였다.

  이번에도 선화가 내 옆을 지나치며 쪽지를 흘렸다.

  ‘도망쳐’

 

  마지막 교시 시작종이 울리기 전, 나는 담임을 찾아갔다. 나는 곧 아파서 죽는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진짜로 죽겠다고 상상하며 죽을상을 지어내고, 배를 움켜쥐었다.

  “선생님, 저 오늘요….”

  “뭔데?”

  “그게… 저 오늘…”

  담임이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고는 손을 훠이훠이 저었다.

  “안 돼. 생리통인 척 하지 마. 교사인생 십년인 내 앞에서 그 정도 연기로 될 줄 알아?”

  눈치하고는!

  “아뇨, 그게 아니라요. 아름이가 오늘 그날인 것 같아서.”

  “그럼 아름이가 직접 와야지?”

  “오늘 아름이 안 왔는데요.”

  담임이 눈살을 찌푸렸다.

  “안 왔어? 생리통이라서 안 왔단 걸 너한테 전해달라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다고 멋대로 학교에 안 나와? 그게 무슨 버르장머리야?”

  “그러니까요, 근데 아름이가 그런 애가 아니잖아요. 무슨 일 있는 건가 해서…”

  “…”

  “…왜요?”

  “너,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름이가 걱정된다구요. 혹시 아름이 집이 어딘지 아세요? 연락처도…”

  담임은 출석부로 내 머릴 팍 찍었다. 하필 때려도 모서리로 때리니 맞은 군데가 집중적으로 얼얼하다.

  “솔직히 말해. 무슨 꿍꿍이야?”

  “걱정 되서 찾아가 볼라고요.”

  담임이 팔짱을 끼더니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째려보았다.

  “수상한데… 기다려봐.”

  담임이 서류를 뒤적거리다가 “아! 찾았다.” 라고 말했다.

  그녀는 서류에서 찾아낸 아름이 주소와 연락처를 메모장에다 적어 내게 주었다.

  “여기, 그리고 너 혹시라도 땡땡이치거나 그런 허튼짓 해봐. 죽을 줄 알아.”

  “감사합니다.”

  나는 정중하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근데, 아름이 연락처 모르고 있었니?”

  “네.”

  “그런데 어떻게 아름이 생리통이란 소식 받았어?”

  “…”

  “…야.”

  나는 냅다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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