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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도망쳐라 장난감
작가 : 환영
작품등록일 : 2016.8.27

여고생 아름의 자살.
그녀의 자살을 기준으로 시간이 되돌아가는 주인공 미진.
그런 미진에게는 일년 전 자살했던 친구 민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름 (2)
작성일 : 16-08-27 15:16     조회 : 386     추천 : 0     분량 : 5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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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교실엔 사복차림의 같은 반 애들이 하나같이 들뜬 얼굴이다. 자기네들 끼리 모여, 웅성웅성 무어라 떠들고, 개중에는 돌고래 초음파를 쏴대는 애들 때문에 귀가 불편했다. 나는 두 귀에다 이어폰을 꽂아 음악을 들었다. 거슬리는 소음이 파묻힐 만큼 볼륨을 높이고서야 마음이 한결 안정되었다.

  아름이의 얼굴에는 울적한 그늘이 져있었다. 아름이 주변에 앉은 애들은 가은이와 선화, 아영이였다. 가은이네 애들이 아름이의 머리를 비비꼬고 잡아당겨대며 장난쳤다. 아름이는 고개 푹 떨군 채, 가은이네의 장난질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 반 학생들이 교실에 전부 모이고 나니, 빈 책상자리 하나가 남았다. 만년 결석생의 자리였다. 출석부 상에만 존재하는 그 여자애를 우리 반 애들이 한 동안, 만년 결석생이라고 불렀다. 일절 학교엘 오지 않는 바람에 그 존재가 모두의 기억 속에 잊혀 것 마냥 만년 결석생이란 말도 사라졌다. 나는 그 애를 딱 한번 본적이 있었다. 개학식 날에 저 자리에 앉아있던 기다란 생머리에 몸매가 마른 여자애. 새하얀 피부와 가느다란 눈이 여자인 내가 봐도 워낙에 매혹적이라 기억에 새록새록 남아있다.

 

  담임이 교실 문을 손으로 두드렸다.

  “운동장으로! 버스 타러 간다!”

  다들 자리서 벌떡 일어나더니, 복도로 달려 나갔다. 오로지 나가겠다는 일념뿐인 그들에겐 줄을 서거니 하는 질서조차 없었다. 바글바글 몰려나가는 모습이 무슨 피난길 가는 것만 같다. 나는 굳이 저 난장판에 끼고 싶지 않아, 인파가 적어지면 그때 나가기로 했다. 가은이네 애들은 아름이를 둘러싼 채로 교실에 잠자코 있었다. 이내 담임이 교실에서 완전히 나가는 모습을 보고서는 이때다! 하고 아름이 뒤통수에 스냅을 날려댔다. 빡! 빡! 뒤통수를 돌려가며 맞는 아름이의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한참 스냅이 달아오르고, 아름이 옆구리를 무릎으로 쿡쿡 찔러대는 중에 그나마 폭력에 껴들지 않던 선화가 그들 사이에 손을 뻗어 가은이를 제지했다.

  “왜?”

  가은이가 물었다. 선화는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우리 이제 버스 타러 가야지.”

  그제야 교실을 나서려던 가은이와 아영이가 걸음을 멈춰 섰다. 그들은 아쉬운 김에 한 번 더 라는 식으로 아름이를 걷어차고 갔다. 선화는 떠나는 애들 뒤를 따라가다 말고 아름이 어깨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 선화가 가만히 아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름이는 겁먹은 닭처럼 머리를 푹 숙여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아름이를 깔아보던 선화가 그녀 어깨에 얹어 둔 손을 슬며시 내렸다. 그녀는 아름이를 한 번 흘깃 쳐다보며 교실을 나갔다.

 

  아름이가 들어왔을 때는 두 좌석만 남아 있었다. 맨 뒷좌석은 가은이네와 같은 패거리 남자애들이 차지했다. 자기네들 끼리 앉았다. 아름이한테 다행인 것이 가은이네가 아름이를 옆에 둘 자리가 나질 않은 탓에 아름이는 그들과 떨어진 다른 좌석에 앉게 되었다. 남은 좌석은 내 옆과 다른 애 옆. 어딜 앉아야 할지 몰라, 제자리서 머뭇거리던 아름이가 내 옆에 앉았다.

  한창 버스가 달리는 중에, 아름이는 스마트 폰을 꼭 쥐고서 두 엄지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다소곳이 붙인 두 다리위에 폰을 쥔 두 손을 받친 채, 흘금 나를 쳐다보았다. 푹 숙인 고개를 따라 옆머리가 흘러내려 아름이의 옆얼굴을 가렸다. 그러다가도 다시 내 얼굴을 흘금 거리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아름이의 머리칼이 바람에 스친 커튼 마냥 살랑거렸다.

  이제 아름이가 번거로운 부탁을 할 참이었다.

  “저어, 저기…”

  “왜?”

  아름이가 꽉 쥔 스마트폰이 진동음을 울리고 있었다,

  “저기, 미안한데… 우리 아빠가 나한테 확인전화 하라고 해서, 근데 내말을 안 믿어가지고…”

  “대신 내가 전화 좀 받아달라고?”

  “…응.”

  첫 7월 19일, 나는 아름이 전화를 대신 받아 줬다가 아름이 아빠와 말다툼을 했었다. 무턱대고 시비 거는 그 인간은 미친놈이 분명했다. 그 후로 버스 안에서 아름이가 내게 미안해하며 안절부절 했고, 나는 들은 척도 안했다.

  둘째 19일엔 일찍이 아름이의 부탁을 무시했다.

  세 번째인 지금 나는 거절하려 손바닥을 세우려다, 아름이의 눈망울에 비친 미묘한 빛을 보았다. 눈꺼풀이 한번 깜박이는 눈을 보니, 죽은 아름이가 떠올랐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빛과, 살아 움직이는 사소한 움직임에서 어제는 없었던 생기가 보였다.

  나는 피던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줘 봐.”

  아름이가 건네준 스마트 폰은 액정이 빽빽하게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갈라진 액정너머로 밝혀진 화면에선 아빠라는 통신자 이름을 용케 비추고 있었다,

  “여보세요?”

  내가 전화를 받았다.

  “너 누구냐?”

  “저는…”

  “아, 너 아름이 친구냐? 아름이 어딨냐?”

  그가 내 말을 딱 잘라 물었다.

  “제 옆에 있는데요?”

  “너네 지금 어딘데?”

  “버스요.”

  “지금 너네 땡땡이 친 거지?”

  “수학여행인데요.”

  “진짜? 학교 빠지고 이상한데 가는 거 아니야?”

  “아닌데요.”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담임 바꿀까요?”

  “바꿔도 담임인지 같이 다니는 양아치새낀지 내가 어떻게 알고?”

  “…그럼 도착하고 사진 찍어 보내드리면 되겠네요?”

  “사진?”

  그는 의심할 방법이라도 더 찾으려는 모양인지 뜸을 들이더니 이내 버럭 소리쳤다.

  “야!”

  나는 이리 될 줄 알고 일찍이 귀를 떼고 있었다.

  “왜요?”

  “이거, 말 꼬라지가 진짜! 아름이랑 친구 먹는 애들은 그따위냐? 대답 하나하나가 싸가지가!”

  나는 이리 될 줄 알았다. 분명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어도 속이 부글부글 거린다. 알고 있어서 더 부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진짜로 확인하고 싶으면 사진 찍어서 보낼 달라고 하세요. 끊을게요.”

  “야! 이…”

  뚝. 끊었다.

  “하아…”

  “저기, 괜찮아?”

  “…”

  “미안해.”

  나는 아름이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었다. 아름이는 죄를 진 강아지마냥 슬그머니 나를 쳐다보았다.

  “진짜 미안…”

  “됐어. 이래서 인 바운드가 엿 같다고 하지.”

  나는 팔짱 끼고서 스르륵 눈꺼풀을 닫았다.

 

  자그마한 머리가 내 어깨에 기대는 감촉에 깨버렸다. 이슬에 젖은 싱그러운 꽃향기 같은 것이 난다. 가만히 향기를 음미해보니, 아름이의 머리에서 풍겨나는 샴푸냄새였다. 아름이의 작은 체구가 새근새근 가느다란 숨결을 내뱉는다. 나는 슬쩍 아름이의 얼굴을 덮은 앞머리를 슬쩍 치웠다. 나는 이리도 평온한 아름이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순간, 버스가 급커브를 하는 바람에 아름이의 몸이 내 쪽으로 확 쏠렸다. 벌떡 잠에서 깬 아름이가 몽롱한 눈을 비비적 문지르고선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름이의 퀭한 눈동자가 점점 생기를 얻더니 별이 반짝반짝 돋아났다.

 

  창밖엔 크림색 성벽이 눈앞에 서 있었다. 어찌나 드높은지 그 너머에 보이는 것이라곤 새파란 하늘에 두둥실 뜬 뭉게구름 덩어리뿐이었다. 커다란 벽돌 사이마다 드러난 이음새가 또렷하고 자로 그은 듯이 반듯하다. 드높은 벽에 걸린 가로등은 비눗방울처럼 투명하고 동그란 등이 붙어 있었다. 성벽 가장자리마다 원뿔형 지붕으로 덮은 타워에는 유원지를 상징하는 독수리 심볼이 그려진 청색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인다. 버스가 성에 다다를수록 하늘이 좁아졌다.

  버스가 출입구 앞에 섰다. 담임이 내리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모두들 자리서 일어나 내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출입구에는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허리까지 닿는 기다란 장총을 바닥에 받쳐 세워 들고 있었다. 그들은 프링글스 할아범처럼 콧수염을 붙이고, 금테를 사선으로 새긴 빨간색 군복과 길쭉한 중절모처럼 기다란 검정색 군모를 쓰고 있었다. 그들의 곧은 자세와 무표정은 진짜 군인이라기보다는 일개 장난감병정 같았다.

  구경 온 사람들이 DSLR카메라나 폰으로 병정들을 향해 사진을 연신 찍느라 정신없었다. 병정들은 관람객이 옆에 붙어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하면 그제야 충성 자세나 두 손가락으로 브이를 세우며 미소를 지었다. 내 옆에 있던 아름이는 스마트폰을 꺼내 쥔 채 마냥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병정들을 구경했다.

  유원지 안으로 들어서니, 푸른 깃발을 매건 가로등이 도보를 따라 즐비하고 있었다. 뾰족한 꼭대기가 높다란 시계탑을 중심으로, 중세유럽풍 양식의 매장들이 둘러서 있었다. 건물과 장식들 하나하나가 찬란하여 예술의 성지 같았다. 알록달록한 꽃밭과 곱게 단정한 나무들도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아이스크림도?

  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내 얼굴에 떡 하니 서 있었다. 아름이가 작은 키로 팔을 뻗어 아이스크림을 내 얼굴 앞에다 들어 보이고 있었다. 아름이는 받으라는 듯 아이스크림을 자꾸 내 코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뭐야?”

  “아까 미안해서…”

  “아, 괜찮은데…”

  “그래두…”

  “…잘 먹을게.”

  손에 쥔 아이스크림이 벌써부터 녹기 시작했다. 녹은 아이스크림 한 방울이 내 손 아래로 주륵 흘러내렸다.

  “어디 앉아서 먹자.”

  내가 말했다.

  “응.”

 

  벤치 맞은편에는 후룸라이드가 물살을 쳐내며 레일을 하강하고 있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질주 할 때면 물이 더 멀리 튀기고, 탑승객들은 요란스레 소리 질렀다.

  “재밌어 보이네.”

  나는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말했다.

  “응.”

  후룸라이드 건너편에는 롤러코스터 레일이 구불구불 하늘에 떠 있었다. 가장 높은 절정에 멈춰 선 롤러코스터는 엄지손가락크기 만했다. 이내 추락하는 롤러코스터가 더욱 가속도를 붙이고 레일을 따라 팔자를 그리더니 이어서 하늘 위로 두 바퀴 회전을 했다. 저 마다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시원시원했다.

  “무서워보이네.”

  나는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말했다. .

  “응.”

  아름이는 다시금 공중회전 하는 롤러코스터를 따라 고개를 뱅뱅 돌렸다.

  “저거 타고 싶어?”

  내가 물었다.

  “아니. 무서울 것 같아.”

  “근데 디게 재미있게 쳐다보네.”

  “신기해서.”

  아름이가 아이스크림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이 놀이공원, 정말 예쁘게 만들었다. 무슨 예술 하는 사람들이 만든 마을 같아.”

  아름이는 입가가 아이스크림으로 하얗게 묻어난 줄 모른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풍경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응. 야간에 오면 더 멋있더라. 밤엔 저기 시계탑 쪽에서 레이저랑 폭죽도 쏘더라고.”

  “여기 와 본적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어릴 때 한두 번 정도씩은 와보잖아?”

  “아아….”

  “넌 여기 처음 와봐?”

  “응.”

  “진짜?”

  아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이야.”

  “…그랬구나?”

  나는 아름이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팔로 박박 닦았다. 아름이가 깜짝 놀라, 목이 바싹 굳었다.

  “왜? 묻었어?”

  내게 물으며 고분고분 내가 팔을 뗄 때까지 기다렸다.

  “이제 됐어.”

  나는 더 이상 아무 말 않고 빙빙 도는 롤러코스터만 바라보았다.

  “저기…”

  “응?”

  “아까 정말 미안해… 아빠 때문에…”

  “됐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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