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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도망쳐라 장난감
작가 : 환영
작품등록일 : 2016.8.27

여고생 아름의 자살.
그녀의 자살을 기준으로 시간이 되돌아가는 주인공 미진.
그런 미진에게는 일년 전 자살했던 친구 민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름 (1)
작성일 : 16-08-27 15:14     조회 : 656     추천 : 0     분량 : 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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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나는 그 시체를 두 번째 보고 있었다.

  운동장엔 나무에 목을 맨 아름이가 늘어진 자태로 제자리서 대롱거리고 있었다. 암만 그 시신이 고개를 푹 내리깔아 얼굴을 가려도, 우리 반 아름이란 사실을 내가 모를 턱이 없었다.

  “꺄아악!”

  막 학교에 다다른 여학생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시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질끈 감은 두 눈을 감고, 바들거리는 손으로 감싼 얼굴을 땅바닥에다 처박았다.

  “엄마…엄마아…” 하고 울음 섞인 소리가 떨렸다.

  나도 죽은 아름이를 처음 봤을 때는 저랬다. 방광에서 오줌까지 새나갈 뻔 했다.

  송장을 네 번이나 봐도 토기가 쏠린다. 역겨움으로 현기증이 돌아, 머릿속이 핑핑 회오리친다. 작년에 학교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친구 민영이에 이어서. 어째선지 아름이가 격일마다 자살을 세 번째 반복하고 있었다. 한 번 죽은 아름이가 두 번을 더 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시간이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유원지로 수학여행을 갔던 7월 19일과 아름이가 죽는 7월 20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20일에서 21일로 흘러가는 날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름이가 자살한 오늘, 7월 20은 수업을 하지 못하고 전원 귀가 조치가 이루어진다. 이른 아침부터 구조대원과 경찰, 기자들이 학교에 정신 사납게 몰려든다. 선생들은 학생들이 아름이 시신에 접근 못하도록 저지하고, 교문에는 출입금지구역이란 글자가 새겨진 테이프로 입구를 틀어막았다. 학생들은 지네들끼리 웅성거리다 돌아가고, 몇몇은 시체 좀 보겠다고 몰래 들어가려다 선생에게 걸리는 바람에 싸대기를 처 맞는다. 모두가 그렇게 똑같은 7월20일의 행동을 반복했다.

  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벗어난 정신머리는 나 외에 하나 더 있었다. 다만, 그것을 또 다른 ‘한 명’ 이라고 칭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것은 매20일이면 하굣길에 내 앞에 나타났고, 내가 엉뚱한 길로 새나가도, 그것은 어떻게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서는 반드시 나를 찾아냈다.

  땡볕이 내리쬐어 눈이 부셨다.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내 뺨을 어루만지고선 머리칼을 스쳐지나갔다. 나는 그 바람을 따라 나타난 기척에 뒤돌아보았다. 그것이, 작년에 옥상에 떨어져 죽었던 민영이가 내 뒤에 서 있었다.

  나는 죽은 민영이의 몰골을 잊을 수가 없었다. 눈 깜짝할 새에 내 앞에서 추락했던 몸을, 바닥을 부딪치며 냈던 그 짧고 묵직한 소리를, 깨진 수박 같은 두개골을, 이리저리 튀어 엉겨 붙은 살점과 핏덩이를,

  불현듯 나타난 민영이는 다친데 하나 없이 멀쩡했다. 피범벅이던 교복까지 말끔했다. 등 언저리 까지 닿는 검은 머리와 오른 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비대칭 앞머리. 이목구비 모든 것이 민영이었다. 산사람은 아니라서 빛으로 가득 차 있던 눈동자가 초췌했고, 안색이 창백하다. 흐릿한 육신이 빛을 투과했다. 활달했던 그녀의 밝은 인상이 과묵해져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민영이가 내게 이리오라 손짓했다. 내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딛자, 민영이는 한 걸음 물러났다. 내가 다가갈수록 민영이는 벌어진 거리를 고수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럼에도 그 손짓은 여전했다. 나는 민영이와의 균일한 거리와 반대되는 손짓의 의도를 몰라 걸음을 멈춰, 장난끼 하나 없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민영이가 벙어리마냥 입을 뻐끔거렸다.

  ‘이리 와.’

  내가 다시 민영이한테 다가가니, 민영이가 살랑살랑 손짓며 달렸다. 나는 그녀를 쫓았다. 민영이가 골목을 꺾어 들어가 그 모습이 사라지고, 내가 뒤쫓아 골목으로 들어가면 민영이의 모습은 이미 저만치서 다른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 나는 더욱 속도를 내어 달렸다. 골목 시작가 끄트머리만큼 벌어진 그녀와 나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러다 놓치고 말겠다 싶어, 나는 악착같이 그녀를 쫓았다.

  다시 골목을 꺾던 찰나, 내 쪽으로 걸어오던 한 여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예고 없이 불쑥 튀어나온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눈을 커다랗게 떴다. 나는 무작정 달리기만 하던 내 두 다리를 제동 할 수 없었다. 내 몸이 순간 하늘을 날 듯 그녀를 덮쳤다.

  “악!”

  “아야야… 괜찮니?”

  나자빠진 그녀가 물었다. 뒷머리를 묶은 포니테일이 찰랑인다. 보아하니 어림잡아 3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그녀의 우유빛깔 피부가 흠 한 점 없이 깨끗하다. 모공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휘둥그레 뜬 커다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새까만 눈동자에 비치는 빛이 초롱초롱하다. 새하얀 초승달이 박힌 것 같다.

  “아! 죄송합니다!”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 정중히 허리 굽혀 사과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민영이는 이미 사라졌다.

  그녀가 온화한 미소를 보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서 일어선 그녀는 바지를 툴툴 털었다. 흰색 리넨 와이셔츠에 청바지차림. 모델처럼 마른 몸과 기다란 다리맵시가 요염한 라인을 이루었다.

  “넌 괜찮니?”

  “네, 정말 죄송해요.”

  “아냐. 아냐.”

  그녀가 절레절레 손사래를 치더니. 뒤로 고개를 돌렸다.

  “사라져버렸네.”

  그녀가 텅 빈 좁다란 골목길을 향해 혼잣말 했다.

  “너 혹시, 그 여자애 따라가고 있었니?”

  “예?”

  “너희 학교교복을 입은 여자애고, 키는 이만 하고, 머리는 등 중간 까지 닿고…”

  지그시 미소 띠고 있는 그녀가 손짓으로 민영이의 신장이나 머리길이 따위를 왼 손으로 재보이듯 표현했다.

  나는 뜨악하고 입을 벌렸다. 몸이 일순간 경직했다.

  “맞구나?”

  그녀가 내 생각을 읽어냈다고 생각했는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걔 사람 아니야.”

  “혹시, 민영이 보이세요?”

  “그 애 이름이 민영이구나?”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애, 며칠 전부터 나타나더라고.”

  그녀는 왼 손을 턱에 댔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가 “너도 그 애가 보였다면…”

 라고 혼잣말을 하며 내게 흘깃 눈을 돌렸다.

  “뭐, 일단은 조심히 돌아가렴.”

  돌아선 그녀가 느릿한 걸음으로 바로 옆 건물을 향했다. 커피숍이나 꽃집에 걸맞게 생긴 목조양식의 아담한 건물이었다. 가게 이름이 적힌 간판까지도 ‘fortune teller' 라는 목재글자를 나무간판에다 막아서 만들었다. 그녀가 그 목재 문으로 들어갔다. 문이 서서히 닫혔다, 출입문에 걸린 ’점성집 fortune teller‘ 안내판이 시계추의 균일한 움직임처럼 흔들거렸다,

 

  ◇◇◇

 

  어제는 20일. 그리고 이제 막 잠에서 눈을 뜬 지금은 지랄 맞은 19일.

  아빠가 차키를 두고 출근했다. 그런고로 그는 다시 온다. 아빠가 식탁 위에 두고 가버렸던 차키 옆에는 블루베리 도지마 롤 케이크가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아빠가 아침 대신 먹으라고 둔 케이크였다.

  블루베리를 첨가한 이 케이크는 보랏빛 블루베리 생크림 덩어리를 얇은 보라색 시트로 감싸 타원형 모양으로 말아낸 것인데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서 상큼하고 달콤한 블루베리 생크림의 풍만함이 가득 찬다. 부드러운 식감이 혀에서 사르르 녹는 황홀경은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절정이다. 하지만, 첫 7월 19일 후로 나는 이 달콤한 아침상을 먹을 수 없었다. 조만간 다시 보게 될 아름이의 시체 때문에 밥맛을 잃어버린 탓이었다.

  이제 막 일어난 나는 식욕이 없어도 갈증은 탔기에 물 한잔을 컵에 따랐다.

  철컥, 현관문이 열렸다. 아빠가 신발장에 발을 내딛다가 나를 보고는 확 인상을 폈다.

  “일어났네?”

  “응.”

  나는 차키를 집어 아빠한테 건네주었다.

  “이거 가져가.”

  “오! 우리 딸 눈치 좋은데? 아! 그러고 보니 오늘 학교에서 놀러간다 그랬지?”

  나는 컵에 따른 물을 마시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어, 고개만 끄덕였다.

  아빠는 지갑에서 만 원짜리 네 장을 꺼냈다.

  “재미있게 놀다 와.”

  나는 아빠가 주는 4만 원을 컵을 들지 않은 한 손으로 받았다.

  “응. 땡큐.”

  “그럼, 아빠 이제 갈게!”

  아빠는 내 머릴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응. 다녀와.”

 

 

 

  나는 블랙진에 검은 나시를 입었다. 검은 옷에 검은 바지, 머리도 흑발… 나는 검은색이 좋다. 뭐랄까, 검은색에서 드러나는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왠지 나답다는 생각도 들고.

  커튼을 걷다가, 무심코 손바닥으로 창문을 눌렀다. 커튼을 다 걷어내고 창밖을 보니, 유리창이 얼마나 맑았는지 새겨진 손자국엔 지문까지 드러났다. 손자국 묻은 유리창너머로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고, 아침햇살이 내리쬐어 방을 환하게 밝혔다. 창가에 세워두었던 도자기 화분에 심어두었던 꽃에는 파란 아기 봉오리가 맺혔다. 꽃 이름은 까먹었다. 아빠가 사뒀던 건데….

  나는 뻐지근한 몸을 쭉 뻗어 기지개를 폈다.

  빌어먹을 만큼이나 산뜻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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