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17화
작성일 : 17-10-11 00:01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482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난 가볼게~ 얘기 잘해~ "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삼키던 민준이 현관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 야!! 어…어디…. 큼 "

 

 민망함과 어색함에 민준을 붙잡으려는 설화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현관문은 쾅 소리를 내며 단호하게 닫혔다.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버린 설화와 갈 곳 잃은 시선으로 멀뚱멀뚱 서있는 여솔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침묵 사이로 삐리릭 하는 도어락 잠기는 소리만 맴돌았다.

 

 " 아…. 저기…. 여솔씨…. 아…. 앉으세요…. "

 

 " 네? 네…. "

 

 아무렇게나 빼둔 의자에 멋쩍게 앉은 여솔은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그동안 널브러진 옷가지를 한구석에 밀어 넣던 설화가 물었다.

 

 " 커피…. 드릴까요…? "

 

 " 네, "

 

 커피포트에 담긴 물이 끓기까지의 1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마치 시간이 엿가락 늘어지듯 늘어진 채 1초 1초가 느껴졌고 평소엔 들리지도 않던 시계의 초침 소리마저 귓가에서 우렁차게 울렸다.

 

 " 하아…. 긴장하지 말고 차분하게 "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던 설화는 눈을 감고 침착하게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침착하게

 

 는 개뿔.

 

 커피 한잔 타는데 커피믹스를 세 봉지나 뜯어놓고 그마저도 테이블에 흘린 꼴을 보며 설화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 하아 이 등신아 "

 

 어떻게 수습하지? 사실은 그게 아니에요? 실수였어요? 방금 실수라고 말 못하겠다고 다 털어놓고?

 

 왜 찾아왔을까. 거절하기 위해서?

 

 복잡하게 꼬이며 얽혀들어 가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길게 늘어져만 갔다. 긍정부터 부정, 최고에서 최악까지 온갖 생각이 맞물려 들어가는 동안 물이 다 끓었음을 알리는 틱 소리에 맞춰 설화의 생각도 틱 끊어졌다.

 

 " 더럽게 안 끓더니 갑자기 다 끓였다네 "

 

 아직 마음에 준비가 덜 된 설화는 믹스라도 천천히 녹길 바랐지만, 그런 바람 따위 관심없다는듯 커피는 달달한 향을 은은하게 풍겨왔다.

 

 그래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게 나을지도.

 

 주방에서 나온 설화는 여솔에게 커피를 건넸다.

 

 " 여기…. "

 

 " 잘 마실께요. "

 

 " 네…. "

 

 다시 찾아온 고요함. 커피의 달달한 향기에 조금 진정했던 심장이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했다.

 

 침 삼키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릴 만큼 무거운 침묵속에서 여솔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전 설화씨가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요. "

 

 그리고 동시에 방금까지 요동치던 심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땅바닥에 처박히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건,

 

 "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

 

 숱하게 겪어왔던 그 기억,

 

 " 전 지금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

 

 " 아…. 예…. "

 

 " 전 정말 설화씨가 너무 편하고, 친구로서 너무 좋아서. 좀 더 오래 보고 싶은데. "

 

 마른침을 삼키던 설화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입술을 핥았다. 쓰디쓴 맛이 입안에 퍼져나갔다.

 

 ' 넌 친구 이상은 아니야 '

 ' 우린 친구잖아? 계속 친구로 지내줘 '

 ' 미안해 '

 

 짝사랑으로 끝났던 거절의 기억들이 설화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래. 이미 알고 있었잖아. 이미 많이 겪어봤잖아. 나 따위가….

 

 " 심지어 친형이 강태화…. "

 

 그 말이 애써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계기가 된 듯하다. 나도 모르게 까득 이를 갈았다.

 

 " 그러니까 앞으로도…. "

 

 " 아뇨 "

 

 여솔의 말을 끊은 설화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그냥 제가 별로라서, 혹은 매력이 없어서라면 모르겠는데요.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 그건 제가 부족해서니까. 제가 더 매력 있고 멋있는 사람이었다면,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든 있었다면 그냥 제 탓하면서 스스로 감내하겠지만, 강태화가 문제가 된다는 이유는 듣고 싶지 않아요. "

 

 " 설화씨 전 그런 의미가…. "

 

 복잡하게 뒤섞여 꼬여있던 머릿속이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하다.

 

 "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지내는 거, 여솔씨는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거 되게 이기적인 거 아시죠 "

 

 " 그…. "

 

 입을 열던 여솔은 말을 삼켰다.

 

 " 네 제가 억지로 하려면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죠. "

 

 말하던 설화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 제 친구가 이 상황을 알면 아마 기절초풍해서 노발대발 할 거예요. 여솔씨랑 하기로 한게, 자기가 제안한 방법이 너무 싫어서 걷어차고 제가 밀어붙인 거니까요. "

 

 입안에서 진한 피 맛이 감돈다.

 

 " 근데 "

 

 비릿한 냄새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 그 싫은 게. 아닌 척 하는것보다 쉬울 것 같거든요. "

 

 처음 속 시원하게 꺼내보는 진심.

 

 " 전, 인제 그만 힘들고 싶어요. "

 

 금방 후회할지도 모른다.

 

 흑역사라고 잘 때 이불을 걷어찰지도 모른다.

 

 " 행복을 바라며 꺼낸 말이었어요. "

 

 

 

 

 

 

 

 

 

 ***

 

 

 

 

 

 

 

 

 " 진행하기로 한 게 언젠데 아직도 진행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

 

 편집장의 갑자기 높아진 언성과 동시에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에 소란스럽던 사무실이 고요해진다.

 

 직원들은 조용히 서로 눈치만 살폈다. 좀처럼 화내는 일이 없는 편집장인데, 그 대상이 늘 완벽한 일 처리에 편집장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민준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 작가 상태가 좋지 않아서…. 시간이 좀 더 걸릴듯한데…. "

 

 " 그러니까 그런 거 케어하라고 담당자가 붙어있는 거 아니야! 그래 백번 양보해서 늦어진다 쳐도 대충의 견적은 내야 나도 위에 할 말이 있을꺼 아냐. 잘 하더니 왜그래? "

 

 " 죄송합니다. 빨리 해결하겠습니다. "

 

 " 우리가 무슨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그동안 설화씨가 해온 게 있으니까 기다리는데 이런식이면 진짜 곤란해 "

 

 민준은 꾸벅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복도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뽑아 옥상에 올라간 민준은 천천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 선배 괜찮아요? "

 

 민준을 따라 올라온 후배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 이쯤 되면 몸에서 사리 나오겠다. "

 

 " 이미 그득 하실 것 같은데요? "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속에 민준은 몇 모금 안태운 담배를 비벼 껏다.

 

 하아.

 

 그냥 그날 그 자리에 남아서 어느 정도 중재를 했어야 했나. 멘탈이야 원래 약했지만, 그래도 충동적이진 않은 설화였기에 맘 놓고 나온게 화근이었던거 같다.

 

 사실 처음 편집장과 의논했던 기사는 이미 다 쓰여진지 오래였다.

 

 다시 설화의 집에 돌아갔을 때, 설화는 가만히 앉은 채 묵묵하게 기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바닥에 가득 널브러진 술병은 술을 잘 못하는 설화에게 과한 양이었지만, 그런데도 어떻게 부여잡은 정신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써낸 기사를 나에게 건넸다.

 

 다만 그걸 편집장에게 건네주지 않은 건, 원래 쓰려고 했던 글을 썼으면 하는 친구로서 가지는 개인적인 욕심이었다. 문제는 그 답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해서 술을 찾는듯하다.

 

 " 야 너라면 말이야, 한껏 크게 실연 당했을 때 친구가 어떻게 해주면 정신이 돌아올 것 같냐 "

 

 " 설화씨 실연당했어요? "

 

 " 대답이나 해 임마 "

 

 민준의 질문에 후배는 턱을 잡고 고심하다가 말했다.

 

 " 글쎄요. 특별히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냥 놔두는 게 맞지 않을까요? "

 

 " 그렇지? 하긴 무슨 소릴 하든 귓등으로도 안 들리겠지. 충동적인 행동만 안…하…. "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민준은 서둘러 뛰어 내려갔다.

 

 설화는 지금까지 내가 알던 설화랑 완전히 달랐다. 여솔은 만난 이후로 해온 행동을 보면 상당히 감정적이고 충동적이었다.

 

 그래 충동적이었다.

 

 유리멘탈인 녀석에게 충동까지 더해졌다.

 

 

 

 

 

 

 

 

 

 

 

 ***

 

 

 

 

 

 

 

 

 설화의 집 앞까지 헐레벌떡 뛰어온 민준은 급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박차며 들어갔다.

 

 " 강설화!!!!!! "

 

 " 왜 "

 

 민준의 예상과는 다르게 깨끗하게 정리된 방안에서 책상을 정리하던 설화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민준은 옛날 대학교 심리교양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 자살 우려자들에겐 몇 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첫 번째 늘 보던 모습과 다르게 눈에 띄게 차분해지고, 갑자기 자신의 주변이나 방 등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

 

 민준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재빨리 뛰어들어가 설화를 잡고서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 너 갑자기 왜 청소해 "

 

 " 더러우니까 "

 

 " 아니! 여태 내내 더러웠는데 안했었잖아!! "

 

 " 거 말이 심하네…. "

 

 민준의 말에 황당한 듯 눈꼬리를 올리던 설화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 아니, 청소하는데도 문제야? "

 

 " 안 하던 짓을 하니까 그렇지. 난 니 친구니까 나한테는 솔직하게 말해도 돼. "

 

 " 그러니까 대체 뭘, 신발이나 벗어 기껏 청소했더니 "

 

 민준은 설화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신발을 벗으며 물었다.

 

 " 너 나쁜 생각 한 거 아니지? "

 

 " 지금 널 내쫓고 싶은 게 나쁜 생각 이라면 나쁜생각한게 맞다. "

 

 민준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던 설화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 그래서. 내가 자살하는 줄 알았다? "

 

 " 야 니가 좀 충동적이었냐고. 더군다나 내가 들었던 강의 내용이랑 상황이 또 맞으니까 "

 

 " 엄마도 아니고…. 일도 빵꾸 안 내고 잘 처리해줬구만 "

 

 " 그러니까 더 의심스러운거임 "

 

 민준의 반응에 너털웃음을 짓던 설화는 천천히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 맞아 충동적이었지. 그래서 여솔씨한테 미안하더라고. 나 혼자만의 감정으로 너무 몰아붙인 게 아닌가해서. 나혼자 키운 감정으로 나혼자 생각하고 나혼자 결과까지 내버렸으니까. "

 

 설화는 볼을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 그래서 어젯밤에 술기운으로 장문의 톡을 남겼거든, 좀 오글거려. 아니 많이. "

 

 " 욕한 거 아니지? "

 

 " 그랬으면 진짜 니가 우려하던 상황이었을지도, 상대방은 어떤지 생각도 안 하고 내 감정이 크다고 해서, 이기적으로 밀어붙인건 어른스럽지 못했다고. 죄송하다고. 근데 읽긴 했는데. 답장은 안오더라고 "

 

 설화는 옆에 가지런히 정리해놓은 옷더미를 자랑스럽게 두드리며 말했다.

 

 " 그러니까 혼자 잡생각만 많아져서, 답장 오나 안 오나만 확인하게 되길래. 머릿속 좀 비우려고 눈에 보이는 것들 치우다 보니까 대청소를 했네. "

 

 우려했던 상황이랑 전혀 다른 소식에 안도에 숨을 내쉬던 민준이 물었다.

 

 " 아직도? "

 

 설화는 씁쓸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

 

 " 없네? "

 

 동시에 까맣던 설화의 핸드폰이 밝게 빛났고 민준이 말했다.

 

 " 왔는데?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9 29화 2017 / 11 / 24 266 0 5383   
28 28화 2017 / 11 / 23 274 0 5260   
27 27화 2017 / 11 / 16 271 0 4955   
26 26화 2017 / 11 / 15 285 0 4578   
25 25화 2017 / 11 / 12 280 0 4863   
24 24화 2017 / 11 / 7 266 0 3980   
23 23화 2017 / 11 / 6 269 0 5277   
22 22화 2017 / 11 / 3 273 0 5216   
21 21화 2017 / 11 / 2 286 0 5258   
20 20화 2017 / 10 / 31 262 0 4602   
19 19화 2017 / 10 / 29 289 0 5104   
18 18화 2017 / 10 / 25 285 0 4521   
17 17화 2017 / 10 / 11 267 0 4821   
16 16화 2017 / 9 / 26 260 0 4905   
15 15화 2017 / 9 / 17 280 0 4977   
14 14화 2017 / 9 / 17 264 0 5119   
13 13화 2017 / 9 / 17 279 0 4402   
12 12화 2017 / 9 / 17 271 0 4782   
11 11화 2017 / 7 / 24 264 0 5200   
10 10화 2017 / 7 / 12 271 0 4884   
9 9화 2017 / 7 / 5 310 0 4994   
8 8화 2017 / 7 / 1 293 0 4920   
7 7화 2017 / 6 / 29 303 0 4841   
6 6화 2017 / 6 / 27 294 0 4988   
5 5화 2017 / 6 / 25 296 0 5026   
4 4화 2017 / 6 / 24 308 0 5374   
3 3화 2017 / 6 / 24 284 0 5171   
2 2화 2017 / 6 / 24 309 0 5555   
1 1화 2017 / 6 / 24 533 0 586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