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오의 이야기 **
새벽녘에 지금은 사라지고 싶지 않다는 댄과 케니와 나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잠시 흥분했었다. 아직 영혼이 옮겨 다니는 저주가 어떤 것인지 그들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니,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아픔이 있었겠지만, 지금의 행복이 그 아픔들을 덮은듯하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멤버들에게 나의 말들이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한번 입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 나의 말들이 무섭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 나가 버렸다. 효기가 말려주지 않았으면, 더 크게 후회할 말들을 쏟아 낼뻔했다.
댄이 나를 진정시키려고 모두를 방 밖으로 몰아내며 잠자야 한다고 다그친다. 모두 쪽잠을 자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향한다. 하지만,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는 있지만, 그날, 처음으로 인간의 몸에 영혼이 들어와 깨어났을 때의 역겨움이 밀려오면서 화장실로 뛰어가 헛구역질을 한다. 다시 조용하게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눕는다.
모두가 돌아가고 빈과 같은 방에 누워 있지만, 우리 둘은 아무 말이 없다. 몇 년을 같이 살아온 녀석의 숨소리가 이렇게 신경 쓰였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방의 맞은편에 놓인 또 다른 침대 위, 녀석의 숨소리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몇백 년을 영혼이 없던 생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는데, 단지 반나절 만에 알게 된 사실들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이제 우리에게 충분한 건 시간뿐일지도 모르겠다.
== 13화. 촬영 둘째 날, 03:00AM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