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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16화
작성일 : 17-09-26 07:41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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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는 거 없는데? 잠시만 생각 좀 해볼게요. 라며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생각에 잠겨있던 여솔은 쇼파에 몸을 기대고는 입을 열었다.

 

 " 역시 없어요 "

 

 " 네? "

 

 " 전 강태화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

 

 비장하게 물어본 의지가 무력해질 만큼 짧고 간결한 여솔의 대답에 설화의 어깨가 늘어졌다. 사실이라 한 대답이었지만, 본인이 생각해도 초라한 내용에 머쓱해진 여솔은 입술을 뜯으며 설화의 눈치를 살폈다.

 

 그저 고등학교 시절 풋풋했던 첫사랑. 내가 브랜드를 차리고 달리게 된 계기. 틀만 놓고 보면 대단할지 몰라도 실상은 그저 일방통행의 짝사랑일 뿐이니까. 화연은 내가 강태화 때문에 연애를 안 한다 생각하는듯하지만, 사실은 그저 오래 되서 어색할뿐. 그리고 일이 즐거웠을 뿐이었다.

 

 " 그렇군요 "

 

 펼쳤던 노트를 힘없이 접은 설화는 그 위로 펜을 튕겼다. 설화가 탁탁 일정하게 울리는 소리에 맞춰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여솔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근데 설화씨 "

 

 " 네? "

 

 " 둘이 친형제는 맞아요? "

 

 " 네, 저번에 말씀 드렸는데 "

 

 여솔은 팔짱을 낀 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 근데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 안달이죠? "

 

 " 아 "

 

 " 형제가 사이가 좋으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남보다 못할 정도는 처음 봐요 "

 

 내 말이요. 대답보다 공감을 먼저 한 설화는 머릿속에서 찬찬히 생각을 정리했다.

 

 " 그건 아마 "

 

 자기의 손으로 내리뜬 설화의 시선에 씁쓸한 미소가 얹어졌다.

 

 " 강태화에게 있어서 제가 유일한 '실패'여서 일꺼에요 "

 

 설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책상을 내리치며 일어난 여솔이 소리쳤다.

 

 " 아니 아직 뒤지지도 않았는데 성공 실패가 어딨어요! "

 

 동시에 놀라 움츠러든 설화가 눈을 끔뻑이며 여솔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 죄송합니다 "

 

 " 아니, 설화씨 한테 화낸 거 아니고…. 그냥 어이가 없어서…. 미안해요…."

 

 " 어째 당사자인 저보다 더 화나신 거 같네요 "

 

 " 화딱지 나잖아요! 저도 조금은 아니까. 지가 뭔데 사람을 판단하고 어쩌고야! "

 

 설화는 한껏 흥분한 채 씩씩거리는 여솔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 자자…. 진정하시고, "

 

 " 설화씨는 화도 안나요? "

 

 " 워낙 어릴 때부터 그래서…. 화가 나는 단계는 지났달까…."

 

 " 그래 그 인간은 태생이 그랬을 거야. 아주 그냥 다 지 맘대로…. 고백할 땐 쌩까더니 결혼같은 소리하고 있어 "

 

 결혼?

 

 설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결혼이라고?

 

 " 설화씨? "

 

 " 아, 네? "

 

 " 제가…. 너무 심했나요…?"

 

 " 네? 아뇨 왜요?? "

 

 " 지금 표정 되게…. 무서운데…."

 

 " 아! 아뇨! 이게 여솔씨가 아니고! 강태화한테 화가 나서 아…. 하하! "

 

 설화 굳어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띄워 보였지만, 심장박동 소리가 귓가에서 울릴정도였다.

 

 이렇게나 동요한다고?

 내가 뭐라고?

 나랑 여솔씨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 나이에 키스했다고 특별한 사이가 되는 건 아니잖아?

 그냥 나 혼자 착각한 거잖아

 

 그러니까 결혼 얘기도 쉽게 꺼낼 수 있는거겠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동요는 설화의 머릿속을 더욱 뒤집어 놓았고, 갈수록 빨라지는 심장의 박동은 진정한 틈을 주지 않았다.

 

 그래 그럴 리 없는 거잖아. 그게 뭐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아리냐….

 

 " 설화씨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

 

 아무것도 들리지 않도록 귓가에서 울리는 심장 소리를 뚫고 들어온 목소리.

 

 뜨겁게 달아오른 머릿속 열기를 날려버리는 서늘함이 이마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금 맴도는 장미 향.

 

 " 괜찮아요? "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자신과 설화의 이마에 손을 올린 여솔이 물었다. 동시에 마주친 시선에 감정의 동요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췄고, 여전히 빠른 심장의 박동은 그 의미를 달리하고 있었다.

 

 " 열은 없는 거 같은데…."

 

 " 여솔씨 "

 

 " 네? "

 

 아무래도. 아니, 분명히

 

 "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

 

 

 

 

 

 

 

 ***

 

 

 

 

 

 

 "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

 

 편집장과 미팅을 마치고 나온 민준은 스케쥴 노트를 닫으며 콧김을 뿜었다.

 

 설화가 한 제안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편집장의 반응은 그보다 조금 더 좋았다. 무엇보다 방식이 특히 설화다워서 더욱 좋았다.

 

 " 흑흑…. 바보 멍청이 호구인 줄만 알았는데, 머리도 굴릴 줄 알고 다 키웠구나 "

 

 이제는 본인 집보다 더 익숙한 설화의 집으로 향했다. 아직은 성급하지만, 축하보다는 잘해보자는 의미로 구매한 롤케익을 든 채, 민준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비밀번호를 눌렀다.

 

 " 자~하! 통과됐어! 이제 너가 글만 잘 쓰면…."

 

 한껏 텐션이 오른 민준의 발걸음이 나오던 말과 함께 멈췄다.

 

 의자에 눕다시피 늘어진 설화가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왜 매번 올 때마다 이런 상황인가 싶어 머리가 아프려는 와중에 이번엔 어쩐지 검은 아우라가 보이는듯했다.

 

 " 야…. 너 왜 그래…. 또 무슨 일이야…."

 

 " 잘 왔다 나의 친구여…. 내 마지막 임종을 곁에서 지켜봐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불안함이 엄습해오자 민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또…. 여솔씨한테 실수했냐…?"

 

 " 또…. 또……. 또라…. 하…. 하하……. 하하하…. 그렇군……난 늘 그랬구나……. 아하하하…. "

 

 실성한 듯 웃음을 터트리던 설화는 옆에 있던 수건을 목에 두른 채 조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민준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달려가 설화를 말렸다.

 

 " 야 이 미친놈아 무슨 일인데 이 난리야!!!! "

 

 " 놔라!! 놔!! "

 

 " 야악!!!!!!!! "

 .

 .

 .

 .

 " 그러니까…. 너도 모르게 고백을 했다? "

 

 설화는 바닥에 누운 채 여전히 실성한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만 끄덕거렸다.

 

 " 그 말을 듣고 여솔씨가 당황해서 나가버렸고, 그 뒤로 연락도 없고?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설화의 시선이 바닥에 널브러진 롤케익에 꽂혔다. 당황한 민준이 설화를 말리며 던진 탓에 볼품없이 뒹구는 롤케익을 본 설화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 저 롤케익을 보니 나 같다…. 너무 불쌍해… 크흡 "

 

 " 미친놈…."

 

 " 그래…. 미친놈이지…. 미친놈이야…."

 

 " 그럼 그냥 아니라고, 실수라고 재빨리 말하던가 하지 그랬어 "

 

 " 머릿속이 백지가 돼버렸는데 뭔 말을 해! "

 

 에휴, 팬들이 이 꼴을 알면 무슨 생각을 할지…. 좀 나아졌나 싶었더니,

 

 민준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디 가냐…. 내 마지막을 지켜봐 줘야지…."

 

 " 담배나 하나 태우고 올 테니까 그때까진 살아있어라…."

 

 " 끊었잖아? "

 

 " 너 때문에 다시 핀다 "

 

 설화의 집에서 나온 민준은 벽에 기댄 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여솔을 만나기 전의 설화는 제법 이성적인 편이었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욕심도 없었지만, 그래도 제법 성실했다. 소심하고 조심성 많은 성격 탓에 전투적으로 속도를 올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천천히 차근차근 일정하게 한걸음씩 걷는 스타일이었다.

 

 " 후우 "

 

 내뿜은 연기가 민준의 속을 대변하는 듯 공중에서 복잡하게 얽혀 들어갔다.

 

 담배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주거나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진 못하지만, 내뿜는 연기가 속에 있는 응어리를 꺼낸 것 같아서 민준은 좀처럼 담배를 끊지 못했다.

 

 " 핑계겠지…."

 

 설화가 여솔을 만나고부터는 감정이 생긴듯했다. 충동적인 요소가 많았지만, 평소보다 많이 웃었고 표정도 밝았다. 친구로서 그 모습이 좋다고 생각해서, 설화의 형이 여솔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도 굳이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게 이렇게 흘러갈 줄은….

 

 갑자기 여솔이 떠났을 땐 걱정했지만, 그것은 설화에게 충격이면서 동시에 계기가 되어주었고, 덕분에 항상 브레이크를 잡고 살던 설화에게 악셀이 되었다.

 

 " 근데 왜 갑자기 돌아와서는…."

 

 민준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다 타들어 간 담뱃재가 힘없이 바람에 떨어져 나갔다.

 

 몇 모금 피우지도 못했는데 다 타버린 꽁초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비빈 채 쓰레기통에 던졌지만, 꽁초는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 쯧…."

 

 민준은 괜한 짜증에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다시 꽁초를 주우려던 찰나에 또 다른 손이 먼저 꽁초를 낚아챘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든 민준은 커진 눈으로 놀라며 말했다.

 

 " 어…. 어…?"

 .

 .

 .

 .

 바닥에 누운 채 한참을 훌쩍거리던 설화는 롤케익을 입에 밀어 넣었다.

 

 이런 와중에 배는 고프다는 사실이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론 더 처량해서 킥킥거리던 설화는 메인 목에 켁켁 거리며 가슴을 쳤다.

 

 " 차라리 목 막혀 죽어버리지 그 와중에 또 삼켰네…."

 

 하아…. 난 참 이래저래 진상이구나.

 

 ' 그럼 그냥 아니라고, 실수라고 재빨리 말하던가 하지 그랬어 '

 

 그랬어야 했나. 민준이 나가면서 뱉은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러면서 담배 피러 간다던 놈이 재배해서 만들어 태우나 라는 생각이 들 때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화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면서 천장을 보고 말했다.

 

 " 야,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아닌 게 아닌데, 실수도 아닌데. 그런 거짓말은 못 할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해서 실제로 내가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니라고 하냐. 그럼 난 진짜 더 버티기 힘들 것 같은데. "

 

 보통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흔히 '썸'이라고 부르는 단계를 지난다. 그렇게 따졌을 때 여솔과의 사이에서 썸을 거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했다.

 

 " 그냥 내 감정이 일방통행이었을 뿐이고. 내가 너무 성급했던 게 잘못이지. "

 

 말하는 동안 괜히 다시 울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잠시 심호흡을 했다. 가슴 언저리가 지끈지끈한듯하면서 한편으론 후련하기도 했다.

 

 " 진심이었으니까. 그냥 그렇게 삭혔으면, 지금보단 덜 아팠을지 몰라도…. 속은 더 넝마가 됐을 거야. 진짜 낯뜨거운 소리로 사족을 갖다 붙이는 거 보니 이쯤 되면 병이다. 그치? "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니 민망함에 괜히 말을 더 늘어놓았는데, 딴지도 안 걸고 아무런 대꾸도 안 해 주냐 라는 생각이 들때쯤

 

 민준과 전혀 다른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그렇네요. "

 

 놀람에 돌아본 설화의 시선에 얼굴을 붉힌 채 뺨을 긁적이는 여솔과 그 뒤로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고 있는 민준이 눈에 들어왔다.

 

 " 어……."

 

 푸하하하 결국 참지 못하고 터져 버린 민준의 웃음소리도 부끄러움에 달아오른 설화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들려온 건 재빨리 고개를 돌린 설화의 뒤통수에서 들려온 가는 목소리.

 

 " 병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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