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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LAST SIRIO
작가 : 죽군
작품등록일 : 2016.8.24

입시준비생 도승한은 잠자리가 불편하여 오랫동안 사용해 낡은 베개를 바꾸게 되는데, 그 베개를 베고 잘 때마다 항상 같은 꿈을 꾸게 된다.

여러 사람이 모인 넓은 공간에서 한 명의 소녀와 마주보는 꿈. 그 꿈이 너무나 신경 쓰인 승한은 한동안 고민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 고민 속에 공포가 싹트려는 그 순간. 마침내 승한 앞에 나타난 꿈속의 소녀.

꿈이 아닌 현실에서 두 명이 만나는 순간, 이야기의 첫 페이지가 펼쳐진다.

 
LAST SIRIO - 2
작성일 : 16-08-26 20:01     조회 : 414     추천 : 4     분량 : 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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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누구나 어떤 행위를 하던 간에 항상 의미가 담긴 행동을 한다. 의미 없는 행동은 있을 수 없고, 행동에 담긴 의미에는 상대적인 선(善)과 악(惡)이 있을 진 몰라도 귀천(貴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떠한 행위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여기서 ‘노력’이란 행위에 담긴 의미는 ‘무언가의 달성’이 된다.

  무언가의 달성. 그것은 지도의 목적지와도 같다. 때문에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확실한지 불확실한지의 차이는 목적지의 확정과 미정의 차이다. 세상에선 목적지가 확정인 것을 ‘여행’ 그러지 않은 것을 ‘방황’이라 부른다.

  “방황이라니… 불쌍하네.”

  도승한. 18세. 평범한 국공립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여자 친구는 태어나 지금껏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으며 그것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소설.

  그는 소설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쓰는 것 까지 좋아했다. 그의 꿈은 소설가다. 그 꿈은 중학생 시절부터의 꿈이었다.

  교내 백일장, 교외 백일장, 글쓰기 대회, 출판사 공모전 등등 글을 낼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도전했지만, 매번 낙제만 받았던 그는 최근 들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가. 자신은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가. 자신은 성공할 수 있는가. 모두 다 많은 실패들이 가져다 준 고민이었다.

  그는 그 해답을 모른다. 만약 그가 해답을 찾게 된다면 모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치만 그 답을 모르는 승한은 아직 방황할 뿐이다.

  “하아….”

  깊게 뿜어져 나온 한 숨의 입김은 심정의 형상.

  방황하는 승한. 그는 그래도 자신은 조금 양호한 편이라고 자위했다. 왜냐면 그의 또래 중에는 아직 목적지가 뚜렷하지 못한 이들도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불쌍한 생각이었다.

  승한이 자위대상으로 삼은 그들은 방황하지 않았다. 방황한 적도 없었다. 왜냐면 그들은 아예 처음부터 여행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제자리에 서있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에는… ‘이탈’이라는 단어를 빌려주고 싶다.

  이탈한 자들은 매우 강하다. 그들에겐 목적지인 목표가 없어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모습이 노력하는 사람들… 모험을 하는 사람들에겐 자유로 보이는 착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탈하게끔 유혹하는 것이고, 그 유혹은 굉장히 강해서 이탈한 자들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 유혹은 모험 중인 사람보다는 방황 중인 이들에게 더 강하게 작용된다. 지금의 승한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말이다.

  그러나 그가 지금껏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이탈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의 주변에 이탈한 자가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맥의 중요성도 엿보인다.

  “야! 도! 같이 가!”

  지겨운 언덕을 오르던 중 뒤에서 모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교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은 모가 한 손에 휴대폰을 꼭 쥔 채 오르막길을 단숨에 달려 승한의 코앞까지 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팔을 승한의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오늘은 야자 몇 시까지 할 거야?”

  “끝날 때까지.”

  “역시 도승한! 어? 뭐야 그건?”

  어깨에 걸쳤던 손을 승한이 들고 있는 봉투로 옮겼다. 그리고 봉투의 주둥이를 살짝 벌려 내용물을 확인한다. 까만색 베개였다.

  “뭐야 이건… 베개? 까만색 베개라니… 처음 보는 것 같다.”

  “나도 처음 봐.”

  구입한 당본인의 충격고백.

  “야. 베개가 까만색이라니… 부모님이 뭐라 하시지 않을까?”

  “그런가? 근데 까만색이 뭐가 문제지?”

  봉투에서 화제(話題)를 꺼내며 말한다.

  “나는 잠버릇이 고약해서 침도 흘리고 자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카락도 잘 빠지거든. 그래서 일부러 티가 조금이라도 덜 나는 까만색을 골랐어. 뭐 베개에게 가장 중요한 게 편안함이라고 해도 이 감촉으로 보았을 땐 두말할 것도 없고.”

  “헤에… 도 너가 그렇게 열심히 주장하는 거 보면, 나쁠 것도 없어 보이네!”

  모는 휴대폰을 쥔 팔의 팔꿈치로 승한의 허리를 툭툭 치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그때 손에 쥐어진 휴대폰이 부르르 떨렸다. 모는 밝게 불이 들어온 화면을 보면서 말없이 휴대폰을 계속 만지기만 했다. 입가는 귀에 닿을 기세였다.

  여자 친구를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것 같은 모의 그런 모습은 어떻게 보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그런 모습이야 말로 승한이 그와 가깝게 지내는 가장 큰 이유였다.

  모야말로 승한이 아는 사람 중 가장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방황중인 승한이 이탈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영향이 가장 컸다. 그는 언제나 승한 곁에서 다소 우스워보여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기를 북돋아 주었고 그가 그의 길을 벗어나지 않게끔 항상 함께 있어 주면서 승한의 갈 길을 되새겨 주곤 하였다. 다만, 그 과정이 경솔하고 진중하지 못한 탓에 타인이 보기엔 철없는 철부지로 보일 진 몰라도 적어도 승한만큼은 그것이 모의 진심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아참. 까만색이라서 갑자기 생각났는데?”

  휴대폰의 화면이 철컥 소리와 함께 불이 꺼졌다.

  “요새 이 근처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 들었냐?”

  “뭐어? 귀신?”

  좀처럼 보기 힘든 승한의 과도한 리액션.

  “응. 요새 그런 소문이 돌던데? 아! 딱 이 근처에서 본다는 사람이 많아. 여기, 여기. 가로등 밑에서 말이야!”

  모가 얘기한 가로등은 그들의 고등학교에서부터 바로 옆에 위치해 있지만 조금 더 아래에 있는 같은 이름의 중학교까지 내려오는 언덕길을 밝혀주는 대엿 개의 나트륨등 중 하나였다.

  “시간은 언젠지 모르겠어. 근데 봤다는 사람들 말로는, 늦은 밤에 이 언덕길을 혼자 지나가다가 보면 이 가로등 밑에서 훌쩍이는 어린아이가 나타난대.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치면 문제가 없지만, 무슨 일인가하고 다가가게 되면 그대로 정신을 잃는대!”

  “어린아이가 나타난다고? 그냥 인근 주택에서 사는 동네꼬마 아니야?”

  “아니~ 그 아이가 귀신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여기서 문제가 된다는 건 그 아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그 순간에 정신을 잃었다는 거야.”

  이 이야기의 화두(話頭)를 되돌아보는 승한. 모는 분명히 승한에게 ‘귀신’의 소문을 들었냐고 물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중요하지 않다니….

  “나보고 귀신 소문 들었냐면서?”

  “응. 그랬는데?”

  “맞는다?”

  베개를 들어 올려 내려치려는 시늉을 하자 모는 잽싸게 승한과 거리를 둔다. 물론 진심으로 때리려던 것이 아니기에 쫓지도 던지지도 않았고, 승한은 들고 있던 베개를 다시 봉투 안에 넣었다.

  어느덧 교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승한과 모처럼 야간자율학습을 위해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들이 몇몇 보였다. 승한과 모도 그들과 섞여 교문을 통과했고, 그 너머로 이어진 벌거벗은 벚나무 가지 아래를 걸어갔다.

  “야, 모. 네 꿈은 뭐냐?”

  누군가에겐 진지하고 무거울 수도 있는 승한의 질문에 모는 작은 망설임도 없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여자 친구와 결혼하기.”

  방황하는 승한은 모험가 모가 부럽기 그지없었다.

 

 ◇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 서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워져 있는 전신주의 빛만으로는 밝히기 턱없이 부족한 어느 작은 골목. 진한 베이지색 롱코트에 정강이까지 오는 워커부츠를 신은 한 소녀가 차가운 아스팔트를 가뿐히 밟아가며 고독히 나아갔다.

  남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품격. 그와 동시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그녀의 이름은 인시스. 국적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이 나라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인시스는 여러 나라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난민이었다. 때문에 그녀의 정체를 안 사람들은 그녀에게 동정하기도 했지만, 본인은 모험가라고 생각했기에 오히려 그러한 취급을 혐오했다.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어.”

  걸음을 멈추고 그녀가 혼자 말했다. 머리 위에선 벌레가 잔뜩 꼬인 나트륨등이 깜빡였다. 인시스는 등을 올려다보았다. 깜빡임이 점점 빨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못가 퓨즈가 작은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이것을 암시한 깜빡임이었나 보다. 골목에 가라앉았던 어둠은 어느덧 골목 자체를 삼켰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살갗을 스쳐지나간다. 바람은 골목 어딘가에 숨어있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실어다 주었다. 그리고 건물들 사이로 휑한 소리를 내며 떠나갔다.

  바람이 지나간 골목은 공허했다. 들려오던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멈췄고 주택에서 들려오던 가정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인시스는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존재하는 것은 자신의 작은 숨소리와….

  “뭔가 하나 더 있군.”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

  가까이서 아이가 굉장히 서럽게 훌쩍이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닿았다.

  인시스는 그 소리를 향해 다시 움직였다. 점점 다가갈 때마다 소리는 더 진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그 소리의 주인과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엔 생각대로 아이가 있었다. 스포트라이트처럼 아이를 비추는 주황색 등은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했다. 인시스는 그게 저 울고 있는 아이 탓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그녀에겐 익숙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시리오… 그것도 악질이네.”

  인시스가 말하기가 무섭게 아이의 태도가 바뀌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 훌쩍이던 아이는 어느덧 소름 돋는 눈매로 인시스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응? 설마 나한테 달라붙으려는 거야? 그만두는 게 좋아. 난 너 같은 잡것보다 강력한 게 있거든.”

  “그르르르….”

  아이는 여전히… 아니 방금 전보다 더 매섭게 인시스를 노려봤지만, 인시스는 마치 그 아이의 존재를 완전히 잊은 것처럼 무시하며 가던 길을 갔다.

  “죽…일거…야.”

  “어머? 말도 하잖아? 이거이거… 내가 잘못 봤네?”

  이미 무시하며 지나쳐온 아이를 그녀는 자신의 머리칼을 털며 되돌아봤다.

  “생각보다 더 심한 잡것인걸!”

  “그아아아악!!”

  이미 아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그것이 인시스를 향해 달려든다. 인시스는 그것의 위협에도 주춤하지 않고, 여유롭게 코트의 가장 아래 단추를 풀어 그 밑으로 나온 치맛자락 속 허벅지에 결속된 나이프를 뽑아 들었다.

  또 다시 골목에 바람이 불었다. 인시스는 코트와 치마를 펄럭이며 자세를 낮추어 공격적인 태세를 갖추었다.

  “장화!”

  워커부츠에 연한 초록빛의 기운이 감돈다.

  콰앙!!

  순식간에 도약한 그것의 날카롭고 기괴한 손톱이 인시스의 나이프와 부딪히며 작은 불꽃을 튀겼다.

  인시스는 두 손에 온갖 힘을 다 주어 그것의 한 손을 막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것의 남은 한 손을 막을 방법은 없었고, 그 손이 인시스의 얼굴을 향해 내려쳐질 때 그녀는 발로 녀석의 복부를 걷어차며 뒤로 물러섰다.

  “흐음… 좋지 않아.”

  인시스의 발길질에 중심을 잃고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섰다. 스치기만 해도 베일 것 같았던 날카로운 손톱들은 연체동물처럼 흐물흐물 거리고 있었다.

  인시스는 그 모습을 마치 동물원에서 좋아하는 동물을 구경하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오오! 그 내 장화를 두른 킥을 맞고도 멀쩡하다니… 아니 아까보다 더 활기찬데?”

  그녀는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

  “흐음? 있잖아. 나 왠지 네 정체를 알 것 같아.”

  짧은 인시스의 독백무대.

  “내가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넌 가녀린 아이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짐승인지, 사람인지… 애매한 형태인데다가… 아까보다 더 날렵해지고 강력해. 이러한 점으로 보았을 때 너는….”

  마침내 독백이 끝난다.

  “어둑시니…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지금까지와는 비교 못할 기백이 골목 전체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주택들 중 누구하나 창문을 열고 그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오우! 굉장한 기합인데? 박수쳐줄게.”

  나이프의 옆면을 손바닥으로 치며 박수흉내를 냈다.

  “그렇지만 소용없어. 네가 어둑시니가 맞다면, 너의 힘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재 너를 인식한 나뿐인데, 나마저도 이래버리면 그만이거든?”

  푸른 눈동자가 종적을 감추었다. 넘쳐흐르던 기백은 어딘가 잘려나간 것처럼 뚝 끊겼다.

  “정답… 이었나 보네?”

  그것이 사납게 성내던 소리는 어느새 다시 어린아이의 훌쩍임으로 바뀌어 들려왔다. 인시스는 눈을 감은 채 그 소리로 다가갔다. 한걸음. 한걸음. 인시스의 발걸음은 분명히 앞으로 나아갔고, 아이와 거리는 좁혀져갔지만, 어째서인지 아이의 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

  “사람의 관심을 먹고 힘을 얻는 요괴… 보통 인간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너를 무시하지 못했을 텐데… 상대가 안 좋았어.”

  아이의 코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손에 쥔 나이프를 역으로 잡아 머리위로 올렸다. 아이는 여전히 무방비상태로 훌쩍였고, 그녀는 당장이라도 아이의 정수리에 나이프를 꽂을 수 있게 되었다.

  “…남길 말이라도 있어?”

  이번엔 대답을 바랬다.

  “그만 훌쩍이고, 아무 말이라도 해봐.”

  바라지도 않은 독백무대의 재개였다.

  “후… 좋아. 그럼, 내가 말하지. 어둑시니. 왜 날 습격하려 한 거야?”

  훌쩍임이 멈췄다. 인시스는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어둑시니는 어둠을 상징하는 요괴지만, 사람을 해치는 악귀는 아니야. 오히려 요괴보다는 요정에 가까운 존재지. 그런데 어째서 날 공격했는지 궁금해.”

  인시스의 말은 마음의 바닥에서부터 떠오른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그 이유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래서 그녀는 들려온 대답에 두 손에 힘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구해줘….”

  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구해달라니? 누구를? 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틀려… 내가 아니야….”

  활짝 열린 두 눈이 크게 떨리며 아이를 바라봤다.

  “그녀가… 위험해… 구해줘….”

  “자, 잠깐! 그러니까 누굴 구해…!”

  골목에 소리가 가득 찼다. 학교. 학교의 종소리였다. 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아이의 말 따윈 쉽게 삼켜버렸다.

  “뭐라고? 크게 말해봐!”

  활기찬 종소리가 끝나자 그제서야 인근 주택가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마치 방금 전까지 세상과 단절되었던 기분이다.

  “부탁해.”

  “잠깐…!”

  아이의 형상이 가루처럼 흩날려 공간과 동화했다. 인시스는 급히 손을 뻗어 잡아보려 했지만, 그리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렇게 잠시 후, 흔적도 없이 다 날아가자 인시스는 짜증섞인 목소리와 함게 바닥을 걷어차곤 주변을 살폈다. 평범한 골목이었다.

  “후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나이프를 다시 원래의 은밀한 장소에 꽂았다. 풀었던 단추도 다시 여미었다. 그리고 그제야 뺨에 난 작은 상처를 눈치 챘다.

  “아나… 어쩐지 따갑다했더니….”

  손가락에 침을 묻혀 상처에 바르는 모습이 사내아이 같았다.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푸른 눈동자가 가려고 했던 골목길을 내다보았다.

  “좋아! 아직 이어지고 있어! 가자! 홍련!”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을 거스르며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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