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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저승 암행어사전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4.2

가온은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는 20세 대학생. 그런데 심부름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 변기에 머리가 낀 귀신의 머리를 빼주거나, 망태할아버지의 찢어진 망태자루 수선해주기, 처녀귀신 엉킨머리 풀어주기, 콩콩귀신 머리 스프링 갈아주기... 폼 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시작한 거였는 데! 저승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암행어사이야기! <<작가메일 : vento312@naver.com>>

 
4. 일각록 (9)
작성일 : 17-09-06 19:09     조회 : 378     추천 : 1     분량 : 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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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가온의 이런 모습은 꽤나 오랜만에 보는 것이기에 승후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는 굉장히 흥분한 듯 보였다. 마치 아이돌과 만난 팬의 모습과도 같이 가온은 주먹을 꼭 쥐고 강수선생을 부담스럽게 쳐다보았다. 만나보고 싶었다는 표현을 팍팍 내비치는 가온의 모습에 강수선생이 입을 열었다.

 

  “학구열이 대단한 도령인 모양이오.”

 

  “아뇨.”

 

  강수선생의 말에 가온은 단칼에 답했다. 그는 자신이 학구열이 넘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일뿐. 그저 데이터베이스를 이리저리 돌려보다 강수선생에 대해 알게 된 후로 수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그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을 뿐이었다.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걸까? 아무거나 물어도 전부 대답해 줄까? 인간보다 지능이 높다니 그럼 성격은 어떨까? 가온은 자신의 머릿속을 떠다니는 수많은 호기심들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그럼 호기심이 많은 겐가?”

 

  “많은 편이긴 하죠.”

 

  가온의 답에 강수선생은 허허 웃었다. 마루는 가온의 옷을 꽉 붙들고 있었다. 항상 자신을 쫓아다니는 험악한 인사를 눈앞에서 바로 보게 되니 더욱 심장이 쿵쿵거렸다. 승후와 노을은 상상하던 것보다도 더욱 험악하게 생긴 강수선생의 모습에 침을 꼴딱 삼켰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수 있는 것인지 둘은 눈을 껌뻑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강수선생께서 제가 머리가 좋은 것 같다고 하셨는데 혹시 제가 세운 가설 중에 정답이 있는 건가요?”

 

  강수선생은 가온을 빤히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금방 눈을 돌리고 쳐다보지 않는 그의 얼굴을 이다지도 똑바로 바라보는 이는 너무나도 오랜만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맑은 눈으로 똑바로 쳐다보는 이가 있었던가? 항상 너무나도 험악한 외모 탓에 사람들의 기피대상이었다. 자신이 살았던 그 머나먼 과거에 역병 환자를 보는 것보다도 더욱 이맛살을 찌푸린 시선으로 사람들은 그렇게 쳐다보았다. 그 시선의 따가움이 돌연 강수선생의 머리에 스쳤다. 그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지만 가온은 그런 그의 얼굴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세번째 가설이오.”

 

  강수선생의 말에 가온이 주먹을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잠깐잠깐.”

 

  승후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면 뿔이 달린 또 다른 생명체가 있다는 거잖아. 그건 누군데?”

 

  “그건 나도 모르지.”

 

  가온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찾은 것은 어디까지나 장미토인 마루를 쫓던 이였다. 뿔이 하나 달린 또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 이외에는 들은 것이 없으니 바로 답을 알아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승후는 살짝 입을 쭉 내밀었다 도로 집어넣었다. 쌍둥이들이 먼저 찾아낸다면 감당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것이 뻔한 데 가온은 여유가 넘쳐 보였다.

  그런 승후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가온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내기는 내가 이겼어.”

 

  “무슨 소리야?”

 

  “뿔 달린 생명체가 뭔가를 쫓는다... 였잖아?”

 

  승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놀란 토끼눈을 하고 깜빡거렸다. 그가 지금 생각한 것이 맞다면 쫓기는 생명체, 마루와 쫓는 생명체, 강수선생을 가온은 쌍둥이들보다 먼저 알아냈다. 그렇다면 내기는 당연히 그가 이긴 것이다.

 

  “강수선생 이외에 다른 생명체가 무엇인지 안다면 그거야 말로 100프로 확실한 승리겠지만.”

 

  “그거라면 내가 알려주겠네.”

 

  “바라는 게 뭐죠?”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노을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가온은 그런 노을의 모습에 그녀에게 살짝 손을 들어보였다. 어린 시절의 모습이 살짝 비켜가는 듯한 느낌에 노을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와 전혀 달라진 적이 없는 저 행동에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그녀는 묵묵히 참아냈다. 참아내야만 했다.

 

  “바라는 것이라... 왜 그렇게 생각하오?”

 

  “흔쾌히 알려주시는 것이 이상해서요.”

 

  막힌 구멍을 순식간에 뚫어주는 뚫어뻥처럼 화끈하게 대답하라는 듯 노을이 고개를 까딱이며 바로 답했다. 가온은 머리를 긁적였다. 강수선생에게 노을이 버릇없이 행동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 이 험상궂게 생긴 강수선생이 뒤로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 여기고 한 말이 분명해 보였다.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건 위험해.”

 

  보다 못한 가온이 말했지만 이미 강수선생은 마음이 상한 것인지 가뜩이나 험악한 얼굴이 종잇장처럼 더욱 구겨졌다. 하지만 이내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옅은 심호흡을 한 후 가만가만 노을과 가온을 바라보았다.

 

  “시대가 지나도 외모로 판단하는 이들은 남아있나 보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요.”

 

  가온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모처럼 만난 강수선생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 만났는데 지금 여기서 그를 돌려보낸단 말인가.

 

  “그건 그렇고 선생께서는 왜 마루를 쫓으신 거예요?”

 

  마루는 가온의 옷깃을 꼭 잡은 채 강수선생을 바라보았다. 오들오들 떠는 그 모습이 참으로 안쓰러워보였지만 강수선생은 덤덤한 얼굴로 답했다.

 

  “장미토이기 때문이오.”

 

  장미토라서?

  마루와 가온은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루는 이미 죽어 저승에 속하는 존재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보고 그를 잡을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런데 왜 마루가 장미토라는 이유로 쫓겨야 한다는 말일까? 알 수 없는 말에 둘은 고개를 마냥 갸웃거렸다. 노을과 승후역시 머리를 굴렸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저 멀리서 쌍둥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풀벌레 소리가 점차 커졌다.

  강수선생은 손을 들어 마루를 향해 뻗었다. 마루는 깜짝 놀라 가온의 어깨를 타고 올라가 목을 붙잡고 뒤로 쏙 숨었다.

 

  “괜찮다니까.”

 

  가온의 말에도 마루는 벌벌 떨며 여느 토끼들이 그러하듯 코를 벌름 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놀란 눈은 동그래지고 귀는 쫑긋 서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괜찮네.”

 

  겁을 잔뜩 집어먹은 마루의 행동을 이해한다며 강수선생이 어색하게 손을 거두었다.

 

  “저승에 있어서도 장미토는 희귀한 존재네. 더군다나 신명후예인 그는 보호 받아야 할 존재이지. 그런데 이리 이승에서 홀로 돌아다니고 있기에 보호하기 위해 쫓아다닌 걸세.”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장미토에 신명후예인 그가 왜 혼자서 이승에서 돌아다니다 덫에 걸린 것인지.

 

  “난...”

 

  마루는 머뭇거렸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말지 망설이는 전형적인 그 모습에 가온은 그저 마루의 귀 뒤를 긁어주었다. 누구나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다르지 않다. 그걸 알고 있기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강수선생은 살며시 웃음을 흘렸다.

 

  “장미토는 무릇 사람을 좋아하는 태생을 타고났지. 도령을 좋아하나 보오.”

 

  찰싹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마루를 보며 강수선생이 아깝다는 듯 말했다. 그 동안 쫓아다닌 것이 있어 섣불리 닿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에 가온은 살짝 마루를 툭 쳤다. 마루는 귀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갈등하다 살짝 강수선생에게 머리를 디밀었다.

 

  “그 동안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쫓아다녀 미안하게 생각하네.”

 

  살짝 귀 뒤를 긁어준 강수선생이 바로 손을 거뒀다. 마루는 강수선생의 조심스러운 손길에 안심을 한 듯 벌렁거리던 심장을 진정시켰다.

  어느 정도 마루가 진정이 되자 가온은 궁금하던 사실을 강수선생에게 물었다.

 

  “그런데 선생께서는 혹 다른 뿔 달린 생명체가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날도 거의 저물어 가니 자네들도 볼 수 있을 걸세.”

 

  노을과 승후는 주변을 살폈다. 인기척 하나 없는 이곳에서 무엇을 볼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멀리서 쌍둥이들이 사고를 치기라도 한 것인지 왁왁 거리며 소리를 질러대는 것만 들릴 뿐이었다.

  영문을 몰라 동그랗게 눈을 뜨고 껌뻑이는 이들을 본 강수선생이 흘흘 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그는 얼굴과는 달리 꽤나 고와보이는 손을 들어 하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빼꼼 고개를 내민 그 생명체는 은하수를 비벼 넣은 듯한 초롱거리는 눈동자를 빛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흡 놀란 가온이 무어라 말하려 하자 강수선생이 조용히 손가락을 입에 대었다.

 

  “전혀 놀랄 일이 아니네.”

 

  “저게 뭐죠?”

 

  “사슴이네.”

 

  사슴이라면 많이 봐 왔었다.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보기도 하고 동물원에 가서 실제 사슴을 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 보고 있는 저 사슴은 뭔가 이상했다. 기존의 사슴들이 갖고 있는 뿔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뿔을 달고 있었다. 가온은 눈을 껌뻑였다. 다시금 눈을 비비고 봐도 뭔가가 이상했다.

 

  “그런데 뿔이 왜 저래요?”

 

  노을 역시 같은 것을 느낀 것인지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사슴의 머리에는 마치 유니콘처럼 단 하나의 뿔이 우뚝 솟아 있었다. 여느 사슴들과 마찬가지로 나뭇가지가 쭉쭉 뻗은 것과 같은 그러한 모양새가 아니었다. 그저 원뿔이 하나가 턱 박혀 있는 것과도 가튼 그런 모양이었다.

 

  “일각록(一角鹿)이네.”

 

  승후가 눈을 깜빡였다. 일각수는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일각록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처음 듣는 그 단어가 생소한 것은 비단 승후뿐만이 아니었다. 가온과 노을 역시 그 단어가 낯설었다.

 

  “돌연변이 사슴인가요?”

 

  노을의 물음에 강수선생이 고개를 내저었다. 조금은 단호한 그 모습에서 돌연변이는 결코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강수선생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호기심이 가득한 셋의 얼굴을 보아하니 예전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자신의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 달라 조르던 이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스승님이라 부르며 따르던 이들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는 살짝 눈을 감았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난다 한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잊혀지지 않는 그 얼굴들에 강수선생의 눈시울이 약간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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