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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M.one
작가 : 엠원
작품등록일 : 2016.8.25

살아가면서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가장 큰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왔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이 잃어버린 것, 명예, 사랑, 젊음, 직업, 우리는 잃어가면서 얻고, 또 주면서 버리면서, 놓아주면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잃어간다. 다 잃어도 좋다. 이 바람을 너와 함께 맞을 수만 있다면,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여도 좋다. 다만 손 닿는 곳에 있어주길. 고양이 실종과 함께 시작된 인연에서 무엇을 얻기 위해 또 무엇을 잃어도 좋을 그런 만남. 그런 이야기.

 
3화. 1억원의 아세라
작성일 : 16-08-26 04:25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5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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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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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아나는 서둘러 거실로 내려와 미의 사진을 들었다.

 저스틴의 얼굴은 돌부처마냥 단단하게 굳어서 고정되어 있다.

 

 

 '고양이가 아직, 살아 있는 건가? 안 된다. 그 고양이는 특이해서 사람들 눈에 금방 띌 것이고, 그게 누구의 고양이인지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 고양이는 없어져야한다. 고양이는 모든 걸 본 증인이기도 하다. 그 고양이와 저 여자가 정말 대화를 나누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다. 고양이의 주인과 나와의 사이가 얽혀지면, 모든 게 끝이 난다. 나도 그녀도.'

 

 

  저스틴은 넋을 놓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미 지난 과거들이다. 남자로서 너무나 치욕스러운 과거 일이다. 멀리 내다보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어리고 순진했다. 하지만 무모했다. 성공을 얻었지만, 그만큼의 자기혐오와 자괴감으로 몸부림쳐야만 했다. 이제야 그 막이 내리는 줄 알았는데, 더 이상은 지체해서는 안 된다. 모든 관계를 끝내야 한다. 그러고 싶으니까. 그 때, 휴대폰이 울렸다. M이다. 치욕스런 과거의 연인. M

 

 

  "저스틴, 당신이 날 미워하는 것도 알아. 그만큼 벗어나려고 하는 것도 알고, 당신에게 나만큼이나 위험한 존재는 없을 테니까. 저스틴. 지금 당신이 가진 모든 걸 버릴 만큼 날 버리고 싶은 건 아니지? 괜찮아, 언제나 그랬듯이, 난 늘 당신을 원해. 날 떠나려고 할 때마다, 스스로 함정에 빠져서는 일을 크게 만들지. 기다릴게. 사랑이 아니라도 괜찮아. 내가 언제 당신한테 사랑을 기대했었어? 우린 서로에게 시간이 더 남았을 뿐이라고. 난 여전히 당신을 원해. 잘 자. “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

 

  “........”

 

 전화기는 녹음기마냥 일방적으로 통보만 남기고 끊어졌다.

 

 

 자신의 인생이 자신의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책상 위에 것들을 바닥으로 내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집어던지는 일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저스틴은 자신의 몸을 집어 던지듯, 침대위에 몸을 던졌다.

 

 

  ‘되찾고 싶다. 내 인생. 나로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자유롭게. 내 의지대로. 그렇게 나로 살고 싶다.’

 

 

 그녀에게 나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나로선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고, 그녀의 손길은 오아시스 같았다. 편안하고 풍요로웠다. 그 손길을 뿌릴 칠 만큼, 나는 강하지 못했다. 아니, 너무나 약한 존재였다.

 

 연약한 가지는 쉽게 꺾였고, 함부로 벗어날 수도 없었다. 자고 일어나보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는 말처럼, 실제로 모든 것들이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최초의 억대 연봉 작가, 아이돌 급의 외모와 몸, 뇌까지 섹시한 작가, 그러나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작가의 삶.

 그 모든 것은 그녀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물론, 나로서도 매번 최선을 다한 작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이런 유명세를 얻을 순 없었을 거다.

 

 한 때는 나도 문학을 꿈꾸던 맑은 문하생이었다. 하지만 늘 배가 고팠다. 젊은 문하생의 창자는 늘 비어 있으면서, 껍질만 부풀어져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속이 쓰리도록 허기만 더해졌다. 문학을 등지고 떠나올 때, 스승님이 마지막으로 해 주신 말이 떠올랐다.

 

 

 어느 곳에서 어떤 글을 쓰던 지, 네 자신은 팔지 말라고, 그 순간 작가는 단두대에 올라간 것이라고, 그것으로 너의 문학은 영영 죽은 거라고, 그래, 나는 죽었다. 내 글은 더 이상 내가 쓰는 글일 수 없었다. 독자들이 원하는 글을 써 주고,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살고, 나는 무엇 하나 나로서 살아갈 수가 없다.

 

 

 나를 다시 찾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까.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 버린 걸까.

 

 

 

 

 

 **고양이가 사라진 그날 밤

 

 

 그녀는 저스틴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이 층, 그의 작업실 책장이 열려 있었다. 유일하게 그녀와 저스틴만 알고 있는 비밀 공간, 그녀는 맨 몸의 실루엣이 드러나 보이는 하얀 날개 같은 긴 잠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는 일은 아직도 황홀하다, 눈이 멀도록 다른 세계를 연결해 주는 신비함. 생존하는 유일한 여신 같은 자태로 침대 한 곁에 앉아 있다. 바라볼 수만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사람. 바라만 보아야 했던 사람.

 

 그녀의 품에 고양이가 한 마리 안겨 있다. 나긋한 부드러운 손길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고, 고양이는 눈을 감고, 그 손길에 얼굴을 양껏 들이밀며 주인의 손길에 매우 흡족해 하고 있다. 그녀가 저스틴을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넋을 다 뺏어갈 만큼 치명적인 사람의 유혹이다.

 

 저스틴은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그녀는 고양이를 내려놓고, 저스틴에게 다가온다. 한 걸음쯤 거리를 두고, 저스틴을 맴돈다. 마치 주인을 맞이하는 고양이의 의식 같았다. 어디서 다른 냄새를 가지고 온 건 아닌 지 확인하려는 듯 한 고양이. 온화하면서도, 자신에 찬, 먹잇감을 노리개 삼은 고양이처럼, 여유로운 표정에 저스틴은 오히려 점점 더 주눅이 들었다. 저스틴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 돌다가, 고개를 떨구자, 그녀는 저스틴의 얼굴에 손을 앉고는 입술을 핥는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심스럽게 다문 입술 사이를 밀고 들어온다. 저스틴의 이층으로 올라올 때부터, 이미 그녀를 향해 열렬히 반응을 하고 있었다. 그의 눈도, 머리도, 심장도, 체온도, 입술도, 그의 소중한 그것도, 아직 그녀의 것이었다. 그녀는 그녀를 향해 요동치는 그녀의 것들을 하나씩 탐닉했다. 저스틴에게 그녀의 존재를 새롭게 새기려는 의식 같았다.

 

 

  그녀의 세계에서 그녀 역시도 존재를 부정당하고 무시당했다. 숨죽여 죽어가던 존재는 다른 존재로부터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 받고서야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저스틴의 마음은 늘 차가웠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지만, 그녀에게도, 저스틴에게도 끌어 오르면 오를수록, 더 외로워지고, 더 차가워지는 여운이 서로를 가슴 아프게 아리게했다.

 

 

  이내 서로 말이 없이, 쉬고 있다. 한바탕 격정이 지나고 나면, 저스틴은이 격정의 의미를 되뇌인다.

 둘만의 교감은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면 할수록 그녀는 그에게 더 집착했고, 그는 그녀에게서 더 벗어나고 싶었다.

 저스틴이 한 숨을 크게 한 번 몰아쉬자, 그녀가 침묵을 깼다.

 

  “저스틴, 우리 이제 그만할까?“

 

 

 침대에 걸터 앉아있던, 그녀가 말을 꺼냈다. 저스틴이 눈을 떠서, 그녀의 표정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리자, 손이 날아왔다. 찰싹, 찰싹, 그녀는 저스틴의 몸 위로 올라앉아, 저스틴의 뺨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저스틴은 차라리 더 맞고 싶었다. 속이 시원했다. 이렇게라도 해서 그녀가 자신을 놓아줄 수만 있다면, 더 맞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저스틴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흐느껴 울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둘은 한참을 울었다.

 

 

 누가 잘못했는지, 누굴 용서하는 지, 물을 수도 원망할 수도 없는 관계였으니까.

 

 

 모든 걸 다 가진 듯 보이는 M.

 그녀는 한 때 나라에서 제일 이름을 날리던 여배우였다. 지적인 이미지에 똑부러진 말투, 당당해 보이는 눈 빛. 어딘지 모르게 청순하면서도 가깝게 다가가지 못할 만큼 차가움을 동시에 지닌 배우였다. 그런 분위기를 내는 배우는 흔치 않아서, 작가, 감독, 팬들의 지지층이 두터웠다. 연기, 광고, 품성 모든 걸 다 갖춘 그녀였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돌연 결혼 발표를 하고는 은퇴를 하고,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지만, 그녀는 그 이미지를 아직도 벗지 않고 있었다. 은퇴후에도 외출을 하는 날이면, 기자들이 몰려 파파라치 사진을 찍는 그런 존재감이지만, 집안에서는 존재감 대신 집을 지키는 조각상처럼 핏기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던 그가 이제 그녀의 손길을 벗어나려고 한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 까, 저스틴이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자리에 없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검도장에서 연락처를 주고받은 형사, 진이었다. 무슨 일일까? 평소 사적인 만남을 꺼려하는 그라서, 연락처만 주고받았을 뿐인데, 연락이 온 데는 이유가 있겠지. 궁금해지면서, 한편으로는 왠지모를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형사 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신분 노출을 꺼려하시는 분께서 고양이를 잃어버리셨다고, 긴히 부탁을 하셔서요. 그런데 고양이의 신상과 사진들을 저스틴씨께 받으라고 하십니다. 메시지 보시는 대로 연락 주세요.’

 

 

  “고양이라니?”

 

 

  ‘아! 그녀의 무릎위에 고양이. 그 고양이가 없어졌단 말인가? 빌어먹을!’

 

 

 그 일을 진한테 부탁을 하다니, 내가 진형사가 친분이 있었던 걸 그녀는 또 어떻게 알았던 거지?

 이런, 잠든 사이 또 내 휴대폰을 뒤졌나보군. 그녀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긴 하지. 그나저나 고양이 실종이라니!

 도대체 뭘 하자는 거야? 드디어 정신이 나갔군. ‘

 

 

  그 고양이의 주인은 그녀의 시어머니겸 그룹 회장님의 아내였다. 지금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녀는 집에서 그 고양이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 듯 했다. 고양이를 챙기고,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미용을 위해 밖으로 나오는 일이 그녀의 유일한 일상의 탈출이었다. 한 때 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여배우가 누리고 있는 상류층 결혼 생활의 단면은 이런 것이었다. 그녀는 그룹 총수의 둘째 아들과 결혼을 했다. 큰 며느리는 재벌가 출신이였고, 재단을 맡아 운영하며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존재였지만, 그녀는 국민여배우 출신이라는 지난 타이틀 말고는 아무것도 누리지 못했다.

 

 그녀가 두 번째 자살시도에 실패했을 때, 저스틴은 그녀를 처음 보았다.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던 그녀, 그때도 그녀는 여신처럼 두 눈을 멀게 할 만큼 눈부셨다. 여신의 그 멍한 표정이, 채워지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보고 살던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었다. 말을 걸어주고 싶었다. 그 허전함을 묻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인것만 같았다. 그런 그녀를 다시 보기 위해, 오로지 먼발치에서 다시 보고자 했던 그 황홀함에 끌려, 이 비극이 시작된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메시지로 고양이 사진 몇 장과 고양이에 대한 신상 정보가 전달되었다.

 

 

 이름 미, 14개월, 고양이 종: 아세라

 

 (**아세라 : 약 2,400만~1억 5천만원, 표범, 살쾡이, 고양이의 혼혈종으로 적은 수만을 번식하여 한정판매)

 

 

 희귀종인데다가 한정된 수만 번식시키는 초특급 고양이. 대재벌의 큰 사모님의 고양이. 그 고양이의 몸 값이 과연 얼마가 될 지는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그녀에게는 고양이가 표적이 아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내 인생까지 도마 위에 놓고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이다. 내게 대답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모든 걸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갖고 싶은 것은 내가 아니다. 그녀의 존재감이다. 그 고양이보다 못한 자신의 처지를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 탓이다. 내 삶을 다시 찾고 싶어서, 그녀와 그녀가 가진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나처럼, 그녀도 모든 걸 다 버리고 자유를 찾고 싶은 것이였다. 그녀와 나는 늘 허공을 쫓아가는 텅 빈 존재들이니까. 그녀는 죽어서라도 얻고 싶은 자유였으니까.

 

 

 

 그 때, 밖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주아나가 울고 있다.

 

 

  “왜 이래? 이 야밤에. 그 울증이 또 터진거야? 울더라도, 제발, 방에 가서 혼자 울라고. 휴지는 꼭 챙기고. 그러다 또 쓰러지면 이제는 나몰라라 할테니까 알아서 해.”

 

 

  “어떻게요. 미가 대답을 안 해요. 살려줘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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