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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총을 쓰는 마법소녀의 이야기
작가 : 아제
작품등록일 : 2016.8.25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언제나 다크서클을 달고 다니는 여고생 지다희. 어느날 이상한 일을 겪어 죽을 뻔 하지만 로브를 입고 있는 한 여자아이가 그녀를 구해준다. 그날 꿈에서 여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세계를 위해 싸워달라고 말을 하는데.
희망찰지도 모르는 지다희의 이야기.

 
프롤로그
작성일 : 16-08-25 18:21     조회 : 496     추천 : 0     분량 : 8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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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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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에서 깨어난 나는 눈을 비비며 무의식중에 시계를 확인한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을 새볔녘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가서 커튼을 걷어낸다. 바깥은 고요했다. 가끔 켜졌다꺼졌다를 반복하고 있는 가로등 이외에는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잠에 취해 비틀거리며 욕실로 들어간다. 얼굴에 물을 묻혀도 잠은 깨지 않는다. 인상을 찌푸리며 거울을 바라본다. 눈 밑에 길게 늘어진 다크서클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날카로운 눈매와 선명한 흑색의 눈동자. 약간 그을려있는 갈색 빛의 피부. 어깨너머까지 길게 늘어져 있는 흑색의 머리카락. 다크서클만 아니었더라면 활기차보이는 여자아이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길게 늘어진 검은 빛깔은 사람을 우중충하게 만들었다.

  욕실에서 나와 머리를 묶고 냉장고를 연다. 아침을 만들 재료는 몇 개가 있지만 귀찮았다. 밥은 아직 남아있으니 햄과 계란후라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 급식은 맛있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거리를 싱크대에 넣고 나서 다시금 시계를 확인해본다. 학교에 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이 긴 머리를 말리려면 약간 애매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덕에 지각 걱정없이 머리는 매일 말릴 수 있었다. 기뻐해야하는 걸까.

  씻고 나서 고생을 해가며 머리를 말렸다. 매일 아침마다 머리를 자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적어도 이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서는 몇 년 정도는 더 필요할 것 같았다. 어쩌면 몇 년이 지나도 못 자를지도 몰랐다.

  머리를 묶고 교복을 입는다. 가슴 부근에 그려져 있는 마크만 없다면 정장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회색의 교복은 움직이기 불편했다. 디자인에 신경을 쓴다고 편의성을 약간 포기한 것처럼 느껴졌다.

  문을 연 순간 흐린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딱히 밝은 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흐린 날은 싫었다.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와 플라스틱으로 된 우산을 챙겼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골목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원래부터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곳이기도 해서 나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비가 내릴 것만 같은 하늘이 짜증날 뿐이었다.

  하지만 위화감은 점점 더 강해졌고 학교의 앞에 도착한 순간 확실해졌다. 이상했다. 내가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은 이상했다. 심지어 언제나 문 앞을 지키던 경비마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오늘은 내가 알지 못하는 휴일이었던 것일까. 스스로를 억지로 납득시키며 핸드폰을 꺼냈다. 오늘은 검은 날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핸드폰 화면 우측 상단에 통화권 바깥이라는 표시가 나와 있었다.

  도심의 근처에 있는 학교가 통화권 바깥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어떤 테러리스트가 통신사를 폭파시키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없지 않을까. 아니, 단순히 통신사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뿐일지도 몰랐다.

  애써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나는 거리를 향해 걸었다. 아무리 그래도 언제나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 차 있는 거리에는 분명 사람의 흔적이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하지만 내 믿음은 순식간에 박살이 나버렸다. 언제나 사람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한 거리에도 사람의 흔적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이상한 상황에 빠져버렸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어쩐지 기운이 빠져서 카페 바깥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설탕 한 톨 넣지 않은 진한 녀석으로.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쓴 것을 마시고 싶었다. 돈은 있지만 커피를 만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소용이 없었다.

  편의점에 가면 인스턴트라도 커피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에 있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사람은 사라졌지만 편의점 안의 물건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냉장 보관되어 있는 커피 캔을 꺼내어 딴 다음 그대로 단숨에 들이켰다. 커피는 미지근했다.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서 컵라면과 삼각김밥 몇 개, 그리고 마실 것을 챙겼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노릇이니 먹을 것을 챙겨두는 것은 필요했다.

  돈을 놓아두지는 않았다. 어차피 받을 사람도 없을텐데 놓아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후에 어떤 식으로 쓰일지 모르는 것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양심적인 가책은 없었다. 애초에 나는 도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으니까.

  바깥으로 나온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 망설였다. 편의점의 물건들이 하나같이 시원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전기가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TV도 컴퓨터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니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라디오를 구한다면 조금 나으려나. 애초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스러운 상황이니 라디오를 어찌어찌 구해도 의미가 없을까. 잘 모르겠다. 일단 라디오를 구하는 건 하나의 선택지로 남겨두자.

  고민을 하던 중에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소름이 끼칠 것만 같은 여성의 비명소리. 나는 즉시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렸다. 위험한 일이 되어버릴 지도 모르지만 무언가 상황에 대한 단서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곳에 사람은 있었다. 문제라면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는 것이었다. 반으로 찢어져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 모습은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구토를 해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잔인했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사람의 위에는 괴물이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발달되어 있는 오른팔의 근육. 그와 대비되는 얇디 얇은 왼 팔. 말을 연상시키는 두꺼운 다리. 뒤틀려있는 얼굴.

  더욱 혐오스러운 것은 그 형태는 인간과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혹시 저것은 인간이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무심코 한 발을 뒤로 뺐다. 그 소리에 괴물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괴물과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괴물의 입가에는 붉은 것이 묻어있었다. 아마도 지금 널부러진 사람의 피. 괴물이 나를 확인한 순간 괴물의 입가가 뒤틀렸다. 마치 미소를 짓기라도 한 것처럼.

  위험하다.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저 다리를 가지고 있는 괴물에게서 내가 도망칠 수 있을까. 무리인 것으로 보였다. 전문적인 운동선수여도 순식간에 따라잡히지 않을까. 애초에 평범한 인간과는 구조가 달랐다.

  괴물이 움직였다. 나를 사냥감으로 인식한 것 같았다.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 그렇다면 정면에서 싸울 생각을 해야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무기로 쓸만한 것은 손에 들고 있는 플라스틱 우산밖에 없었다. 가방을 뒤지면 무언가 나올지 모르지만 그걸 꺼낼 시간은 없을 듯 했다.

  괴물이 소리를 질렀다. 귀가 찢어질 듯한 고음. 곧 달려들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처럼 보였다. 우산대를 양 손으로 붙잡았다. 여자아이의 힘으로 괴물을 후려쳐도 의미는 없을 것이다. 찔러야 했다.

  괴물이 기괴한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눈에 띄었다. 저기에 베인다면 상처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비정상적인 팔의 힘까지 합쳐진다면 그대로 목이 날아가지 않을까.

  괴물이 나에게 달려든다.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 감에 의지해야만 한다. 다행히 괴물의 움직임은 직선적이었다. 괴물의 목이 올 부분에 우산의 끝을 가져다댄다.

  예상은 정확했다. 나는 팔에 힘을 넣고 전력으로 괴물의 목을 찔렀다. 괴물이 인간과 비슷하다면 이걸로 충분하겠지만 괴물이 목을 찔리고서도 멀쩡하다면 어쩔 수 없었다.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우산의 끝 부분은 괴물의 목에 닿았다. 그리고 나서 부러졌다. 예상외였다. 괴물의 피부를 뚫지도 못할 줄이야. 철제로 만들어진 우산이었다면 괜찮았을까. 좀 더 비싼 우산을 사둘껄 그랬다.

  괴물의 손톱이 내 목의 옆을 스침과 동시에 괴물의 머리에 얼음 송곳이 박혔다. 괴물은 그 반동으로 날아가버렸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괴물은 벽에 박혀 잠시 움찔거리다 움직임을 멈췄다.

 

 “괜찮으신가요?”

  지려버린 것은 아닌가 싶어 확인을 하고 있던 도중에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하게 달려온 듯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여자아이는 나의 곁으로 와서 내 앞에 무릎을 꿇은 다음 내 목에 나있는 상처에 손을 댔다. 여자아이가 작게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내 상처가 나아갔다. 이미 피가 흘러 내 교복을 적시고 있기는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무심코 목의 상처가 났던 부분을 만져보았다. 약간의 피와 함께 맨질거리는 피부가 느껴졌다. 상처는 없었다. 마법이라도 부린 것 같았다. 여자아이는 손을 떼고서 나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괜찮나요?”“네. 그런대로.”“다행이에요.”

 

  여자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릎을 털었다. 그리고 나서 괴물의 시체와 괴물에게 희생된 사람의 시체를 번갈아 보더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애도를 표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 여자아이는 사람의 시체에 손을 내밀고 나서 또 다시 작게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사람의 시체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는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움직이기 불편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기다란 로브를 입었고 손에는 철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갈색 빛의 단발머리와 둥근 눈동자. 여자아이의 모습은 동화 속에 나오는 착한 마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고기가 타는 냄새가 주변에 퍼질 즈음에 여자아이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굳은 살이 배겨 있었다.

 

 “여기에서는 이야기를 할 수 없을 듯 하니 다른 곳으로 가죠.”

 

  나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고 여기서 조금 떨어진 카페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이 근방에서는 냄새 때문에 도저히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것 같았다. 여자아이는 자리에서 떠나려다가 타오르고 있는 시체를 향해 한 번 더 시선을 주고 나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카페의 안으로 들어온 뒤에 여자아이는 스태프를 붙잡고 땅을 내리찍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스태프를 중심으로 원이 그려졌다. 원의 안에는 이해할 수 없는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또 무슨 마법이라도 쓰는 것이겠거니 하고서 나는 유리 너머로 창 바깥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서 가방 안에서 편의점에서 가져온 커피를 꺼내어 마셨다.

  얼마 시간이 지나고 나서 여자아이는 스태프를 놓았다. 땅에 박히기라도 한 것처럼 스태프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스태프를 내버려 두고서 여자아이는 나의 앞에 앉았다. 스태프의 주변에 그려져 있는 원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결계를 친 거에요. 괴물이 이 근방으로 오지 못하도록.”

  내 호기심 어린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여자아이가 말해주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몇 번이나 보았던지라 도저히 그녀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할 수 없었다.

 “커피네요?”“마실래요?”

 “주신다면 감사히 마실게요.”

  가방에서 커피를 꺼내어 그녀에게 던져 주었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시간은 많았다. 아마도. 적어도 이 소녀가 현 상황에 대해 여유로히 설명할 시간 정도는 있을 것이다.

 

 “언제나 커피를 들고 다니시나요.”“편의점에서 멋대로 꺼내온 거에요.”“그런가요. 하기야 그런 상황이었으니까요.”

 

  여자아이는 선인으로 보였기 때문에 멋대로 무언가를 가져왔다는 사실에 무어라고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여자아이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캔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여자아이는 웃으며 말했다.

 “일단 자기소개부터 해야할까요. 이서희라고 합니다. 마법사용자로써 괴물과 싸우고 있습니다. 나이는 열 다섯 살이에요.”

 

  어려보이기는 했지만 중학교 이학년 밖에 되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 그야 잔혹하게 죽은 사람을 보았음에도 담담하게 대응했으니까. 단순히 어려보이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저는 지다희라고 합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에요.”

 

  그녀의 소개에 정중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평범하다라는 나의 말에 그녀가 약간 웃었다. 내가 괴물을 찌르려는 모습을 그녀가 보았다고 생각하면 평범하다는 말을 믿지 않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평범하다는 말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기도 했고.

  한 번 헛기침을 하고 나서 이서희는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물어보고 싶으신게 많으시겠지만 제 설명이 끝나고 나서 해주세요. 시간은 많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이 세계는 내가 원래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것. 그러니 세계종말같은 것과는 거리가 머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 안심해도 좋다며 그녀는 가장 처음으로 이것을 말해주었다.

  이 세계는 괴물이라고 불리는 인외의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한없이 위험한 곳이라고 한다.

  괴물은 아무 전조 없이 이 세계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그들은 어떤 인간과 연결되어 그 사람 속의 악의를 키운다. 악의가 커지면 커질수록 괴물은 더욱 성장하고 이 과정에서 본래라면 범죄에 손조차 대지 않았을 사람도 괴물의 영향을 받아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것까지 다양하게 범죄를 일으키게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 전체를 혼란으로 이끄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인간들에게 해악이 되는 괴물을 처리하기 위해서 자신과 같은 마법사용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업무 중에는 나와 같이 불운하게도 휘말려 이 세계에 오게 된 이를 구하는 것도 포함되며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설명이 끝날 즈음에 내 캔은 비어있었다. 커피를 쓰레기통에 던져서 넣고 나서 이서희에게 물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걸지도 모르는 겁니다만.”“뭐죠?”“저는 살 수 있는 건가요?”

 

  그녀는 나의 물음에 잠시 굳어버렸다. 당혹스러워 하면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은 말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살 수 없다는 것일까. 얼마간 당황해하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아래를 보더니 내가 준 캔 커피를 단숨에 들이키고 나서 대답을 해주었다.

 “살 수 있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을 구하는 게 저의 일이니까요.”

  거짓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선명한 눈동자에서는 의지가 느껴졌다. 방금 전의 당황과 지금의 의지가 연기라면 그녀는 진실로 천재였다. 열 다섯의 나이에 이 정도를 해낼 수 있다니.

  그렇다면 어째서 그녀는 대답을 하기 전에 당혹스러워 한 것일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무표정한 내 얼굴 때문이었을 것이다. 묻는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너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 그녀에게 부담을 줄 듯 해서 나름 관리를 한다고 한 것이었지만 역효과였던 모양이다.

  잘 생각해보면 다크서클이 잔뜩 늘어진 음침해보이는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살 수 있으냐고 물어보면 무서울 것 같았다.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고. 덕분에내 생각과는 달리 더 부담스러워 했으려나. 실수였다.

 

 “뭐,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을 듯 하고 이만 가볼까요?”

 

  일어나서 캔을 쓰레기통에 넣은 뒤에 그녀가 말했다.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스태프를 거두어 들이자 스태프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원은 바로 사라져 버렸다.

 

 “어디로 가는건가요?”“저희 본부로. 그곳에 가야 당신을 원래 있던 세계로 보내줄 수 있습니다.”

 “오래가야 하나요.”“한 이삼십분 정도면 됩니다.”

  괴물들이 나돌아 다니는 거리를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내가 처음 만났던 괴물을 단번에 죽여 버린 것이 옆에 있는 여자아이이니 그닥 위험하지도 않았다.

  그 뒤로 우리들은 별 소동없이 거리를 걸었다. 거리는 조용했다. 괴물도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건물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었다. 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차라리 깡통이라도 덩그러니 굴러가면 좋을 것 같았다.

  이서희는 나를 신경써주는 듯 걷는 도중에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별로 중요한 것들은 아니었다. 그저 일상 속의 소소한 이야기에 관해서 그녀는 물었다. 대화를 이끌어 가는데에 익숙한 것 같았다.

  마법사용자들의 본부는 3층 정도 높이의 꽤나 큰 규모를 지닌 건물이었다. 어지간한 학교의 두 배 쯤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특이한 것은 도심 한 가운데에 공터가 비어있고 그 자리에 건물이 있다는 점이었다. 주변 상황과 건물의 디자인 때문에 어쩐지 본부는 공허감 느낌을 주고 있었다.

  열쇠는 없었다. 문을 미니 자연스럽게 열렸다. 안은 바깥과는 달리 밝은 분위기였다. 밝은 조명과 온화한 느낌으로 배색되어 있는 가구들. 건물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사람들의 얼굴을 그닥 밝지 않았다. 피로에 찌들린 사람들 같았다.

  이서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니 한 사람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의 수염을 가지고 있는 남성은 나를 관찰하듯 살펴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다만 날카로운 눈매와 짧은 검은 색의 머리카락 전체적으로 사나운 느낌의 외모가 합쳐져 오히려 미소가 전체적인 위압감을 더하고 있었다.

  “신입인가?”

 “아뇨. 휘말리신 분이에요.”“이런. 요즘 손이 부족했었는데, 아쉽게 됐군.”

  남성은 한숨을 내쉬고 이서희에게 관리자는 언제나 있는 장소에 있다는 말을 남기고는 어디론가 떠나갔다. 남성을 배웅하고 나서 이서희는 나를 데리고서 2층으로 향했다.

 “저 분은 이곳에 있는 팀 중 하나를 관리하시는 분인데, 무서워 보여도 착하신 분이에요.”

 

  2층으로 가던 도중 내 멍한 얼굴을 어떻게 생각한 것인지 그녀는 웃으며 나에게 남성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무서워 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확실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무서워 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나야 뭐, 저런 얼굴의 사람들을 워낙에 많이 만났었다 보니 익숙하지만.

  이서희는 나를 데리고서 2층에 있는 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안경을 쓰고 있는 순한 인상의 남성이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온 것을 확인한 남성은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 놓고서 안경을 벗었다.

 “휘말리신 분이신가요. 오른쪽 끝에서 세 번째 방입니다.”

 

  말을 마치고 나서 남성은 다시금 안경을 쓰고 서류를 들었다.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서희도 더 이상 남성에게 묻지 않고 문을 열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 바깥으로 나왔다.

  남성이 말해준 그 방의 문을 열었더니 그 안에는 방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연한 푸른 빛의 빛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되는 건가요?”“그렇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이서희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이고 나서 빛의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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