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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모솔귀신 연애시키기
작가 : 화요
작품등록일 : 2016.8.22

대학가서 연애해야지 마음 먹었는데...총각귀신이 붙었다고요? 대학교 1학년인 유영은 귀신을 볼 수 있는 특이체질. 고등학교 3년 동안 열심히 공부만 했고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다. 이제 참지 않고 연애 할거야~ 노래를 부르지만 조금도 핑크빛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무당인 할머니가 말하길, 총각귀신이 들러붙었다는 이야기. 그 총각 귀신을 떼어내지 못하면 연애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총각 귀신을 떼어내는 방법은 그 귀신과 처녀귀신을 맺어주는 것인데...

 
(1) 너 귀신 씌였다 - 4
작성일 : 16-08-25 17:23     조회 : 390     추천 : 1     분량 : 5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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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상하치킨으로 가지 않았다.

 동아리 부원들은 유영의 적극적인 의견 때문에 후문에 있는 빅치킨으로 가게 되었다.

 유영은 최대한 시준에게서 먼 곳에 자리를 잡기위해 필사적이었고 신반디도 눈치 채고 최대한 도왔다. 다행히 옆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여기 오백 다섯잔 추가요~”

 

 치킨하면 맥주.

 

 “이곳은 치맥의 나라가 아니겠는가! 하하하!”

 

 쨍, 하면서 맥주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

 

 차태선의 호쾌한 선언에 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편 유영은 슬쩍 고개를 들어 시준과의 거리를 확인 한 다음 입을 열었다.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다고.”

 

 “으구, 우리 유영이.”

 

 “반디야아. 흑흑.”

 

 이미 맥주를 여러 잔 비운 유영은 한탄을 쏟아냈다.

 치킨을 먹다보니 자연스럽게 술로 이어졌다. 시준은 질색했지만 “한잔만 받는다.”라며 한잔을 받아놓긴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영은 술을 꾸준히 위장으로 옮겨 놓았다.

 

 “반디 나 때문에 힘들었뎌?”

 

 “아냐. 그거 금방 했어. 딱 30분짜리.”

 

 유영은 시준을 향해 눈을 슬쩍 흘겼다.

 들키지 않을 만큼 아주 잠시.

 

 “그 30분 때문에 사람을 완전 매국노를 만드냐~”

 

 위잉. 그때 반디의 핸드폰이 진동하면서 알림이 나타났다.

 

 “아. 나 잠깐 화장실 좀.”

 

 “그래~”

 

 유영은 일어서는 반디를 위해 자리를 슬쩍 비켜주었다. 자리에서 반디가 나가 화장실로 향하는 것을 보고 맥주잔을 살짝 깨물었다.

 

 ‘저거 백 프로 진영이네. 나쁜 것.’

 

 유영은 울고 싶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대책 없이 울 정도로 취한 건 아니었다. 울고 싶은 것뿐이었다. 할머니는 꾀병을 부리지, 그거 때문에 동아리 회의 빠져서 이 난리를 치지, 또 무슨 총각귀신은 붙어서 연애도 못하지……?

 유영은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박씨를 찾았다.

 시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너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차라리 이참에 내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하지만 유영은 금방 박씨의 모습을 찾았다. 더욱 울고 싶었다. 박씨는 마치 동아리 부원인 것처럼 구석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허우대는 멀쩡한데…….’

 

 박씨는 아무 말 없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이따금씩 옆을 슬쩍 슬쩍 바라보았다. 그러다 유영과 눈이 마주치자 움찔거렸다.

 

 “……응?”

 

 뭔가 있는 반응이었다. 왜 놀라는 거지?

 ‘새삼 내가 봤다고 놀랄 일도 없고. 내 눈이 그렇게 사람 놀라게 만들만큼 무서운 것도 아니고.’

 유영은 눈동자를 열심히 굴렸다. 그리고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마디로 세련된 외모의 여자였다. 빨갛고 노란 촌스러운 한복을 입혀놓아도 모던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외모의 여자가 있었다.

 나이는 겉으로 보기에 20대 중반 정도.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은 차분하고 수수한 스타일이지만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앉아 있었지만 키도 제법 커 보이고 모델 같은 몸매였다.

 

 ‘아니, 정말 모델인걸까?’

 

 유영은 슬쩍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더욱 울고 싶어졌다.

 신은 불공평하다 못해 치사하다. 아주 못 되먹은 게 틀림없다.

 

 ‘그건 그렇고.’

 

 유영의 기억 속에 저런 미인은 데이터가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저 정도 외모라면 동성이라고 해도 기억하고 있을 법 했다. 하지만 유영은 처음 봤다. 박씨가 훔쳐 볼만큼 이렇게 예쁜 사람은 본적이 없다. 그렇다면.

 

 “앗.”

 

 작은 탄성을 내며 유영은 포크를 일부러 떨어트렸다.

 땡그렁 소리는 시끄러운 치킨집에서 다행히 별다른 이목을 끌지 않았다. 유영은 자연스럽게 포크를 줍는 척 하면서 테이블 아래 그 여자가 앉은 자리 쪽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 여자의 다리 쪽은 투명했다.

 

 “여기 포크 좀 가져다 주시겠어요?”

 

 그렇게 종업원에게 말하면서 유영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드디어 박씨에게 필요한 사람, 아니 귀신이 나타난 것이다. 유영은 종업원이 건네준 포크를 들고 그대로 박씨 곁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괘심한 마음을 담아 콕 찔렀다.

 

 “아얏!”

 

 박씨와 만난 이후로 가장 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비명도 목소리라 할 수 있다면.

 

 “왜, 왜 그러세요?”

 

 “이상한데 끌려온 인질처럼 그러지 말고, 말 좀 걸어 봐요.”

 

 “으음~? 유영이 왜 이쪽 테이블로 왔어?”

 

 “여기 치킨이 맛있어 보여서요.”

 

 갑자기 온 유영을 발견한 차태선이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유영은 별거 아니라는 듯 흘려 넘겼다.

 

 ‘저기 여자 귀신 보고 있었잖아요? 관심 있으면 빨리 말부터 걸어 봐요. 뭐하고 있어요?’

 

 유영은 박씨에게 소곤소곤 말했다. 하지만 박씨는 복지부동이었다.

 

 ‘어, 어떻게 말을 걸어요?’

 

 ‘당신도 귀신, 저 여자도 귀신이잖아요? 남들 눈치 보지 말고 말 걸면 되잖아요!’

 

 ‘그, 그래도…….’

 

 와락. 그때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나는 사람이 있었다.

 

 “어디가냐 내 동기 시준띠~”

 

 “집에 전화.”

 

 시준은 차태선이 부른 호칭이 언짢다는 듯 살짝 인상을 쓰고 일어났다.

 혹시라도 시준이 자신을 보고 뭐라 할까봐 유영은 조마조마 했다. 하지만 시준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거는 것에 집중해서 그럴 여유는 없는 듯 했다. 유영은 시준이 가게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 빨리 말부터 걸어보라니까요? 미인은 용기 있는 사람만 얻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박씨의 시선도 시준을 따라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어째서 시준을 보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박씨의 시선을 따라 본 유영은 포크를 떨어트릴 뻔 했다.

 그 여자 귀신이 시준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가게 밖으로 나간 시준을 따라 여자 귀신도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전화를 마친 시준을 따라 여자귀신도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는 한 여대생과, 한 총각귀신이 있었다.

 

 ‘저, 아무래도.’

 

 ‘아무래도?’

 

 ‘저 분은 저기 시준이란 분에게 씌인 모양인데요.’

 

 “안 돼!”

 

 “어? 왜? 왜 그래 유영아? 아, 아직 안 마셨다? 맥주 더 필요한 거였어? 이거 마셔 이거.”

 

 유영의 고함소리를 다르게 해석한 차태선은 자신에게 온 오백 맥주잔을 움찔거리며 유영에게 건넸다. 유영은 깜짝 놀랐지만, 원래 그런 의도였다는 듯 맥주잔을 받았다.

 그리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마침 적당한 여자귀신이, 시준 선배에게 씌였다고?’

 

 

 

 * * * * *

 

 

 

 고등학교 3년.

 그동안 소녀 유영은 죽어 있었고, 학생 유영만이 열심히 공부 했다. 연애의 꿈은 책과 영화, 드라마로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연애에 대한 염원은 총각귀신을 불러들였고 박씨가 들러붙고 말았다.

 총각귀신이 붙었다는 것을 무당인 할머니에 의해 알게 되었다.

 총각귀신이 붙은 사람은 총각귀신의 원한 때문에 원활한 연애사업을 할 수 없다. 영혼 결혼을 통해 귀신을 떼어내야만 한다. 그렇지만 유영은 총각귀신에게 소개시켜줄만한 여자 귀신은 알지 못했다.

 그런 유영의 앞에 여자귀신이 나타났다.

 문제는 그 귀신이 유영이 무서워하면서 싫어하는 시준에게 씌였다는 점이었다.

 

 이시준. 그는 어떤 사람인가?

 

 “완전 시어머니라니까요.”

 

 유영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진짜 그런 남자 처음 봤다니까요. 학주도 안 그랬다 진짜.”

 

 고개를 저으며 유영은 말을 계속했다.

 

 “동아리 비품 살 때 펜이 나오기만 하면 되는 데 왜 이런 펜을 사느냐. 그렇다고 그 펜이 엄청 비싼 것도 아니고 딱 천원짜리였거든요? 그런데 저기 700원짜리 있지 않냐 면서 반품시켜오게 했어요. 휴지도 그렇고 파일이나 노트도 완전 최저가 밖에 안 된다니까요. 지는 비싼 시계 차고 다니면서.”

 

 “…….”

 

 “그리고 회의는 진짜 장난 아니라니까요. 그 살벌한 분위기, 곧 이번 금요일에 볼 수 있겠지만. 기획서랑 토씨만 틀려도 어느 쪽이 확실한 거냐 엄청 쫀다고요. 사람이 말하다보면 조금 달라질 수도 있는 건데. 모든 계획을 시간 단위로 요구한다니까요? 사람 일이 어떻게 그렇게 되요?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여기가 무슨 회사도 아니고 다들 자기 전공도 있는데. 거기에 보고는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참.”

 

 유영의 투덜거림은 거침이 없었다.

 

 “거기에 얼마나 예민한지. 음식물이면 뭐가 되었든 창문 활짝 열지 않으면 큰일 나요. 샌드위치도 냄새난다고 질색한다니까요. 거기에 창틀 먼지 같은 것까지 뭐라 하고. 뭐 청소는 다 같이 하니까 괜찮다고 쳐도, 결벽증 아닌가 싶다니까요.”

 

 잠자코 듣고 있던 박씨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조, 좋은 사람 아닌가요?”

 

 “예?”

 

 “제가 듣기로는 검소하고, 일에 대해서 철두철미하고, 청결관념이 있는 걸로 보이는 데요….”

 

 “닥쳐요!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익. 죄송합니다. 제가 말실수 했습니다.”

 

 “아무튼, 왜! 아아아악!”

 

 유영은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유영의 눈빛은 운명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다.

 

 “왜 그 자식에게 붙어 있냔 말이야.”

 

 딱 좋은 여자 귀신.

 

 총각 귀신을 떼어낼 희망이 시준에게 붙어있다.

 아니. 아니야. 유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알고 있는 귀신들은 동네 뿐.

 유영은 귀신을 볼 수 있다. 캠퍼스에서도 언뜻 언뜻 귀신들을 보았다. 하지만 괜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캠퍼스에서 귀신들에게 말을 건 적은 없다. 유영의 기억 속에 적당한 여자귀신은 없었지만 확실한 건 아니었다. 아직 1학년 1학기.

 넓디 넓은 캠퍼스를 다 둘러본 것도 아니다.

 학교 캠퍼스 어딘가에 시준에게 씐 귀신 말고 다른 여자 귀신이 있을 것이다.

 

 “눈 크게 뜨고 잘 봐요.”

 

 유영은 다음날부터 캠퍼스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공간 시간마다 캠퍼스 방방곳곳을 발로 걸어 다녔다. 좀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었다. 발치만 보고 다녔기 때문이다.

 

 ‘다리가 흐릿한 여자, 다리가 흐릿한 여자…….’

 

 학교에서 죽은 사람도 없지 않았으니 분명 있을 것이다.

 

 “앗!”

 

 유영의 간절함 바람이 통했던 것인지 다리가 흐릿한 여자를 발견했다.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고 있는 여자였다. 어딘지 모르게 어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유영은 억지로 웃으며 다가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대학생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하지만 그 여자 귀신은 말이 없었다. 약간 짜증이 났지만 유영은 꾹 참았다.

 

 “아, 안녕하세요?”

 

 그러자 여자 귀신이 고개를 옆으로 툭 꺾으며 대답했다.

 

 “너 내가 보이니?”

 

 “네, 네. 보여요. 저기…….”

 

 “꺄악! 어떡해!? 나 완전 지금 대충입고 있는데! 너 아무리 내가 보여도 이런 모습이면 모르는 척 해야지 아는 척을 하고 그래!? 눈치 완전 없네.”

 

 여자 귀신은 호들갑을 떨더니 이내 눈을 잔뜩 흘겼다. 놀란 것처럼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화를 내고 있다.

 

 ‘누가 누구한테 화를 내는 거야?’

 

 화가 확 올라왔지만 유영은 다시 참았다.

 

 “죄,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

 

 “됐어, 됐어. 됐으니까 우리 마주쳐도 아는 척 하지 말자. 알았니?”

 

 여자귀신은 옆에 박씨를 슬쩍 보더니 새침하게 말하고 척척 걸어가 멀어졌다.

 

 “…….”

 

 유영은 얼이 빠져 여자귀신을 보다가 박씨를 보았다.

 

 “미, 미안합……”

 

 “가요. 아직 시간은 있어요.”

 

 유영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내가 고작 이 정도 굴욕에 굴할 것 같아?’

 

 연애 하려고 겪었던 수치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굴욕을 받은 건 귀신뿐이고 그걸 알아보는 것도 귀신뿐이다.

 

 “어깨 펴고! 자, 가요!”

 

 “네, 네에.”

 

 유영은 박씨의 등을 치는 시늉을 내고 힘차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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