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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학사무림
작가 :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6.3.28

학사의 무림행 이야기

 
학사무림 4장
작성일 : 16-05-11 17:33     조회 : 680     추천 : 0     분량 : 6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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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탄한 근육이 옷 밖으로 터질 듯 튀어나온 건장의 체구의 잘생긴 남자가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 매달린 커다란 대감도가 ‘나도 팽가 사람이야.’ 라고 말하듯 흔들거리고 있었다.

 “팽승백입니다.”

 “임학후입니다.”

 “여동생 팽설을 가르치기 위해 새로 온 학사님이시지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팽가의 이공자가 방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외탁을 한 팽설과 달리 팽가의 전형적인 체구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팽설이 아버지를 닮았으면…….’

 임학후의 뇌리에 상상만 해도 공포스러운 모습이 떠올랐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만약 그랬다면 가르치는데 있어서 약간 김이 샜을 지도 몰랐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추녀보다 미녀를 가르칠 때가 즐거웠다.

 그도 남자였다.

 “어떤 말을 들었는지 걱정이군요.”

 금방 갈 것 같지 않은 팽승백의 분위기에 임학후가 쭈그리고 앉은 자세를 풀고 일어섰다.

 “학사님께서 이곳에는 어떤 일이십니까?”

 “가르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무공서적을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그렇지 않아도 팽설이 기연을 얻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습니다. 팽가를 대신하여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팽승백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웃음이 임학후에게는 느끼하고 비릿하게 보였다.

 ‘하아!’

 임학후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웃고 있지만 속으로 비수를 갈고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아래위로 훑는 눈동자가 사뭇 날카로웠다. 직접 찾아와서 자신의 눈으로 살피는 아주 껄끄러운 인물이었다.

 ‘불편하다.’

 가식이 찍찍 흘러서 비위가 상했다.

 하지만 팽승백은 오히려 편안한 기분이었다.

 표정이 자연스러웠고, 전혀 억지가 묻어나지 않았다.

 그것이 더욱 임학후의 속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언제 한 번 제 공부를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요즘 논어를 보는데 막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팽승백이 부드럽게 제안했다.

 “죄송합니다. 워낙에 미욱한지라 한 명을 가르치는 데도 부족함이 많습니다. 가르치는데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수업을 할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임학후가 정중하게 거절했다.

 실상이 그랬고, 또 여건이 된다고 해도 표리부동의 인물은 사양이었다.

 “아! 정말 아쉽습니다. 아무 때나 기회가 된다면 저에게도 가르침을 꼭 주십시오.”

 팽승백이 재차 임학후와 연을 맺으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팽설의 개인학사이지만 자신만을 위하는 개인학사로 끌어들이려고 시도 중이었다.

 “죄송하지만 가르침은 다른 분에게서 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시간이 없습니다.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가르치는데 활용하려면 촌각도 소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임학후가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불청객과의 만남을 정리하고자 의사를 피력했다. 구린내가 풀풀 나는 사람과 시간을 더 보내기 싫어서였다.

 일순간 웃고 있던 팽승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마음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는지 눈매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제가 실례를 했군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팽승백이 찬바람이 일어날 정도로 옷자락을 펄럭거리며 등 돌려 사라졌다. 분노를 숨기지 못하는지 걸음걸이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살펴 가십시오.”

 임학후가 인사로 답례했다.

 쿵쿵쿵! 쿵쿵쿵!

 팽승백의 발걸음 소리가 요란하다.

 짜증이 일어났다고 몰상식할 정도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임학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쯧쯧쯧, 나이가 몇인데 코흘리개 어린아이보다 못한 짓을 하는 것이냐?’

 임학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안 보고 싶은 인물인데 종종 마주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거리를 두고자 애쓴 마음이 덤비는 꼴로 되어버리고 말았다.

 선의로 다가왔으면 선의로 답했겠지만 구린 악의가 섞여 있었다. 사람에게 실망할 때가 가장 서글픈 그의 시선이 허허로웠다.

 ‘누구를 탓하랴? 지금 내가 할 일이나 잘 하자.’

 임학후가 다시금 쭈그려 앉아서 책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삶에 대한 자세로 물을 쫒는다.

 주변에 대해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물을 닮은 학사이다. 지금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보고 살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몰상식하게 도서관에서 시끄럽게 걷는 거야?”

 “정숙하게 걸어야지.”

 갑자기 커진 소리에 조용히 독서하고 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짜증섞인 눈초리를 쏘아냈다. 하지만 재빨리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잠룡서고에 있는 미숙하고 낮은 지위의 사람들이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가문의 이공자 팽승백의 눈에서 시퍼런 광채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감히 나를 무시해?”

 팽승백의 입에서 분노어린 음성이 이를 부득 가는 소리와 함께 튀어나왔다. 그가 북방무학서고를 나가기 전 고개를 홱 돌렸다.

 그의 눈에 책을 꺼내어서 살펴보고 있는 임학후가 가득 들어왔다.

 ‘놈!’

 그의 눈에서 새파란 광채가 일렁였다.

 팽설에게 기연을 안겨주고, 천자문을 습득시킨 임학후가 무척 미웠다. 무식한 돌머리라고 소문난 팽설이 빠르게 천자문을 배워나가자 세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세 번째 무아지경을 경험한 팽설이 완벽한 깨달음을 가지고 밤하늘의 별무리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도강을 뿜어낸 것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팽승백을 지지하던 원로들 가운데 일부가 팽설에게로 넘어갔다. 여자 가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수적인 원로들이지만 무가이기에 강력한 가주를 원한다. 팽설은 이미 팽승백을 크게 앞질러 나갔다.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청하는구나.’

 그는 임학후를 직접 만나서 회유할 생각으로 잠룡서고에 친히 나타난 것이었다. 하지만 꼬장꼬장하게 말하고 대처하는 자세에서 회유할 틈을 눈곱만치도 발견하지 못했다.

 ‘팽설에게 도움이 되는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

 그의 눈에서 새파란 살기가 흘렀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팽설을 이롭게 만드는 자들은 모두 적이었다.

 그의 시야에 임학후가 가득 들어찼다. 팽설을 가르치는데 무공서적까지 탐닉하며 심혈을 기울이는 임학후가 눈엣가시였다.

 매섭게 임학후를 노려보다 그가 걸음을 성큼성큼 옮기면서 밖으로 나갔다.

 기초서적란의 책들을 모두 뽑아 점검을 마친 임학후가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팽승백이 보이지 않았다.

 “겉으로는 웃지만 안으로 비수를 숨기고 다가온 음흉한 자다.”

 임학후는 팽승백을 단번에 꿰뚫어보았다.

 첫 대면도 중요했지만 사해상단의 대외비서적에서 받은 정보가 한몫을 했다. 마음이 좁고 남 잘되는 일에 시샘한다는 부분이 딱 들어맞았다.

 “편하게 지내는 방법도 안다.”

 다가서려는 팽승백의 의도 또한 알고 있었기에 받아주는 척 연기를 할 수도 있었다. 살살 받아주면서 이득을 챙기는 것도 가능했다.

 “체질적으로 표리부동한 사람은 싫다.”

 지금의 차가운 태도로 인해 위험상황에 직결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대체 껄끄러워서 싫은 사람이 다가서는 걸 방관할 수가 없었다. 성격상 비위를 맞출 줄 모르는 터라, 그 방면으로는 일찌감치 포기를 해버렸다.

 한상운이 볼 때마다 까칠한 성격 좀 죽이고 살라고 누누이 당부를 했지만 체질적으로 되지 않았다.

 “하루 빨리 팽설의 수준을 올려놓고 떠나자.”

 그가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떠나려는 것은 무섭다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다만 냄새나고 더러운 골육상쟁의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개인학사의 위치가 참으로 모순적이다.

 팽설을 이롭게 하면 팽승극과 팽승백 두 형제가 싫어하고,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하자면 팽설과 팽무전이 안타까워한다.

 하나의 뿌리에서 태어났지만 엇갈린 가지들이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부대끼는 나뭇가지들 사이에 화목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임학후가 팽가 내부의 기막힌 모순적 상황에 대해 거부하고 갈등하기보다 그대로 수용했다.

 “여기는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

 팽가에 며칠이나 있었지만 계속 낯설게만 느껴졌다.

 춥고 썰렁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남보다 못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팽가의 직계들을 보면서 정이 생기지 않았다. 허물없이 살갑게 다가서는 팽설에게만 약간의 정이 쌓여나갈 뿐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졌기에 생겨난 불행인지도 모른다. 옛부터 원수는 집안에 있다는 말이 지금의 팽가에 딱 들어맞는구나.”

 임학후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고래 등처럼 높고 화려한 고루거각들로 즐비한 가문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부귀영화를 비롯한 거의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었지만 가족들의 단란한 행복은 부족했다.

 “뭐가 그리 탐욕스러워 아귀처럼 주변사람들을 뜯어먹고 살려고 하는가? 조금만 욕심을 낮추면 모두가 평화로울 것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가 허허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훑었다.

 욕심 많은 사람들과 달리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약간의 돈만 있고 책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족했다.

 “하기는 나도 욕심꾸러기인지도 모르지. 책이 없다면 금단증상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활자중독이라고 할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책 접하는 일에 열을 올렸다. 매일 손에서 책을 떨어뜨리지 않고 읽고 또 읽었다.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아나는 깔깔한 기분이었다.

 <내공. 이것만 알면 천룡무제만큼 할 수 있다.>

 <오늘은 하수, 하지만 내일은 고수.>

 <삼재검법, 무시하지 말자.>

 슥!

 우선적으로 읽을 세 권의 책을 골랐다.

 가장 하단부분에 위치하고 있던 책들로 사람들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았기에 새 책 수준이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약간 바랐을 뿐이었다.

 그가 휘적휘적 걸음을 옮겨 비어있는 한쪽 책상을 차지했다. 의자에 꼿꼿하게 자세를 잡은 뒤에 처음으로 볼 책을 펼쳤다.

 ‘내공. 이것만 알면 천룡무제만큼 할 수 있다.’ 이었다.

 <무예의 요체는 한마디로 운기라 할 수 있다. 즉 기를 운용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란 무엇인가? 우주자연을 이루는 생명력의 근원이다. 사람은 호흡하고 살아가는데 이는 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어떤 형태로던지 움직이며 살아간다.

 그런데 움직이는 힘의 근원은 무엇인가?

 그것 역시 바로 기다.

 내공은 기의 축재와 운행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기를 몸에 저장하는 것이 축재이고, 내공을 운행하는 것이 심법이다.

 (중략)…….>

 임학후가 책의 내용에 푹 빠져들었다.

 하얀 종이 위에 검은 글씨를 접하니 심란했던 마음이 포근하게 가라앉아갔다.

 그와 책 사이에 지칠 줄 모르는 대화가 이어졌다.

 책이 상냥한 스승이 되어서 그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마치 상냥한 스승이 어린아이를 앞에 두고서 부드럽고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임학후가 ‘내공. 이것만 알면 천룡무제만큼 할 수 있다.’ 를 고른 것은 가장 체계적이기 때문이었다. 내공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상세하게 다루었기에 부피가 매우 컸다.

 다른 두 권의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공수련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좌선과 같은 명상법이다. 이를 통해 수련의 궁극적 목적인 천지자연을 깨닫고, 천지자연과 소통하면서 자아완성을 해낼 수 있다.

 좌선의 자세는 가장 합리적인 호흡을 통해 합리적인 사고를 위한 움직임이다. 이를 통해서 사물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과 직관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명상에 있어 삼매경은 사고의 전개가 가장 합리적으로 진행된 결과이다.>

 글의 내용이 매끄럽게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임학후가 다시 한 번 글을 읽어 내려갔다.

 책과의 교류가 단절되지 않고 차츰 뜨겁게 이어져 나가는 것은 그가 물처럼 모든 걸 껴안는 넓은 포용력 때문이었다.

 학사로써 지금껏 접하지 못한 무림이라는 신세계를 대하고 있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계속 교류하면서 순수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다.

 임학후는 책을 보면서 물이 되었다.

 책을 접하면 책과 대화할 수 있도록 탐독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다.

 팔락!

 이해를 하고 난 뒤에 책장이 넘어갔다.

 그의 눈이 밤하늘의 별처럼 총총히 빛났다.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학사의 탐구심으로 토씨하나 빠짐없이 글귀를 읽어갔다. 그간 익힌 유불선 등의 학문과 통찰력을 합하여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흔히 보고 배우는 무인이 아니라 학사의 시각이다.

 임학후의 사색이 이어진다.

 무공을 익히고 배움이 아니라 진리의 탐구에 더 매달리고 있다. 그의 사고의 기본에는 천지인의 철학이 있었고, 유불선이 있다.

 그가 점차 글속에 빠져들었고, 그 글에는 살아 숨쉬는 무림의 내용이 생생히 꿈틀거렸다.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그와 책 사이의 교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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