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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피닉스 레기온(Phoenix legion)
작가 : 이리윤
작품등록일 : 2016.8.23

괴멸한 레기온이나 소대의 생존자만 모아놓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있거나, 실전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살아남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이들. 약삭빠르며, 저밖에 모르고, 재활용도 못 하는 쓰레기에 어중이떠중이만 모아놓은 데다 꼴에 공로를 세운 기사랍시고 어떻게 처리할 방법도 없어서 군부의 골칫거리라고 불리는, 죽지도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 바로 피닉스 레기온(Phoenix legion).

“내가 진다면 네놈들에게 아무것도 명령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처럼 지내면 되겠지.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너희는 내 개가 되어야 할 거다. 내가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겠지. 어때, 하겠나?”

그들이 제이를 만난 후 대륙 동부를 뒤흔든 전쟁에서 최고가 되는 이야기

 
Chapter 1. 도도하지도, 고상하지도 않았다(1)
작성일 : 16-08-25 16:07     조회 : 479     추천 : 2     분량 : 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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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리윤

 

  잉게르드의 기사 양성 학원인 시에트랑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유명했다. 잉게르드의 기사란 기사는 거의 대부분 이곳애서 양성되어 서품을 받았으며, 이곳의 졸업 증명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기사는 기사 취급도 못 받을 정도였다.

 

 처음 시에트랑을 세운 이는 방랑 기사이자 건국영웅으로 이름 높은 ‘달탄 호로바 시에트랑’이었다. 그는 잉게르드를 세운 건국왕 단테 1세의 가장 친한 친우였지만, 왕이 내리는 작위를 거절하고 새로운 시대를 이어 갈 기사들을 키워서 나라를 지키겠다는 소명 하에 시에트랑 기사 양성 학원을 세웠다.

 

 그런 그가 학원장과 이사장의 자리를 지킬 때까지만 해도 '배움이란 신분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다'라는 학원의 설립 이념은 잘 지켜져 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가 죽고, 학원장과 이사장이 여러 번 바뀌면서 학원의 설립 이념 또한 점차 흐릿해져 세월 속에 묻혀 버렸다.

 

  물론 지금의 시에트랑 학원 역시 잉게르드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그것이 최초의 설립 이념과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원장과 이사진들은 학원의 이익에 따라 학생들을 걸러 받았으며 돈만 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입학할 수 없게끔 규칙을 바꿨다. 자연히 학원에는 귀족 자제나 부유한 상인의 자제들로 가득 찼고, 허용 가능한 수에 한참 모자란 생도 수에도 불구하고 학원이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는 무척 컸다.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생도들에게 베푸는 교육은 단연 최고였다. 그것이 시에트랑 기사 양성 학원의 이름을 계속해서 드높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시에트랑 내에는 평민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귀족이었고, 이름을 제외한 성 하나만을 쓰는 평민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제이 에반스.

 그녀도 그런 평민 중 하나였다. 하얀색에 가까운 연한 분홍색 머리카락과 연한 녹색 눈동자를 가진 제이는 시에트랑의 명물이라면 명물이었다. 그 외모가 특이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녀의 성적이라는 이유가 더 컸다!

 

 평민인데다 여자인 그녀는 최연소 입학생으로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시에트랑에 발을 들였다. 보통 아카데미나 학술원에서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고, 졸업 후 18세 쯤 진학하는 곳이 시에트랑이었기 때문에 당시 제이의 입학은 아주 파격적인 이벤트나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입학한 그녀는 독보적인 속도로 월반을 거듭하더니 18세의 마지막 달에 4학년이 되어버렸다. 시에트랑은 기사라는 특성 상 그 능력이 인정되면 월반이 가능하다. 문제는 월반을 했거나 혹은 하고 있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하얀색에 가까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며 겨울숲의 무가 카스트리스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리를 늘어놨지만, 정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딱 하나 있다면 그녀의 능력이 절대 범상치 않다는 것. 그거 하나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검이라면 검, 창이라면 창 하나에 매진해서 최고가 되기에도 벅찬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 현실은 제이에 한해서 한없이 너그러웠다.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검, 창, 활, 방패 심지어 혈혈단신 몸 하나까지 그녀가 다루지 못하는 무기는 없었다. 사람들이 그녀의 출신을 가지고 입방아를 찧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녀는 여자이고 카스트리스는 모계유전이다. 하얀색이라고 하기는 뭣한 머리카락이지만, 피가 옅어서 그럴 수 있지 않냐는 그럴듯한 말도 있었다.

 

  “저 녀석은 사람이 아냐.”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제이를 넘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시에트랑에 입학한지 3년. 그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수석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그 속에서 그녀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다. 그러니 귀족들은 평민이 자신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해서 멀리하고, 평민들은 같은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넘볼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이라서 멀리했다.

 

 남자는 여자인 그녀가 자신들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했고, 여자는 그녀가 같은 여자라서 더 비교된다는 이유로 싫어했다. 자연히 제이는 왕따 아닌 왕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검은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고, 마음속에 쌓여 있던 응어리진 것들을 풀 수 있든 수단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의 고고한 그 모습이 타인에게는 더 이질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곤란한데.”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시에트랑의 교육 과정은 총 4년이었다. 졸업을 앞둔 4학년들에게는 졸업 미션이 주어진다. 미션은 보통 겨울 시린 공기가 코끝에 맺히는 지금쯤에 시작되는데, 문제는 이게 팀 미션이라는 점이었다. 랜덤으로 정해진 팀원들과 함께 미션을 완수해야지만 패스할 수 있는 시스템 상 조금이라도 친분 있는 사람이 없는 제이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게시판에 공지 된 바에 따르면 졸업 미션은 다음 주에 시작이다. 일주일은 긴 시간이지만, 없는 친분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여, 우리 시에트랑의 여왕님이 아니신가?”

  “여왕 폐하께서 어쩐 일로 걱정이란 걸 다 하시나 그래?”

 

  게시판 앞을 지나가던 같은 학년의 남자 생도들이 낄낄거리며 같잖은 시비를 걸었다. 그들 중 홀로 고고한 제이를 비꼬는 별명인 ‘여왕’을 입에 담던 그들은 미동도 없는 제이의 모습에 이내 침을 탁, 뱉었다.

 

  “다들 천재라고 떠받들어 주니까 네년이 뭔가 대단한 존재쯤 된다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여기사는 개뿔. 끽해야 나이아 레기온에 들어가서 귀족 놈들 발닦개나 될 신세 주제에…….”

 

  한 남자의 말에 그 일행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의 시시껄렁한 언행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아무도 그들을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 또한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사는 많지만 그들을 진정 ‘기사’로 대우해주는 일은 크게 없었다.

 

 나이아 레기온은 군부인 라지나루펜트의 얼굴마담과도 같았다. 사회적 계급은 낮지만 검은 좀 쓸 줄 아는 예쁘장한 여자들. 그들은 주로 귀족 남성이나 어린 귀족 자제들, 그리고 한 번씩 방문하는 타국의 귀족들을 호위하는 일을 주로 했다. 그것들은 전부 ‘기사’다운 기사가 할 일이 아니다. 제이를 비웃는 이들은 그녀 또한 그 신세가 될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는 죽어도 나이아 레기온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그들을 할 일이 없는 한량이라고 생각하고 한심하게 여겼다. 그들을 무시하며 가던 길을 가려고 몸을 돌린 그녀는 자신을 보고 있는 남자 셋과 눈이 마주쳤다.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하나같이 화려하기 짝이 없는 머리카락을 가진 셋은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이는 그들이 누구이건 간에 다른 이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쟤야? 그 소문의 여왕님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초록색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남자가 말했다.

 

  “제이 에반스. 평민이라고 추측 중인데, 실력이 장난 아니야. 작년에 로먼 선배를 깨부쉈다니까? 임마, 네가 못 봐서 그래.”

  “아무리 봐도 그냥……여리여리해 보이는데?”

  “그게 다 사기야, 사기. 아, 그러게 누가 답지 않게 편입을 하래?”

 

  파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투덜거리며 말하자 그 초록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낄낄거리며 친구의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헤집었다.

 

  “우리 둘째 형님께서 그렇게 고집을 부리시니 안 들어줄 수가 있어야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보라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쓰고 있던 안경을 밀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나이가 열아홉 살인데 에드 말대로 엄청난 실력자야. 여자 같지 않다고 해야 하나…….”

  “난 사브르를 살벌하게 휘두르는 사람을 여자라고 부르는 건 처음 알았다.”

 

  에드라고 불린 초록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혀를 내둘렀다. 사브르는 기병용으로 나온 장검인데, 가볍긴 가볍지만 아무래도 근력이 떨어지는 여자가 휘두르기에는 무거운 감이 있었다. 아니, 애초 기병이 아니라면 사브르를 사용하지 않았다. 보통보다 긴 검신은 말을 타야만이 사용하기 용이했다. 남자라면 모를까, 신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여성이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검이었다.

 

 사브르를 사용하는 여기사, 라.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의 눈이 이제는 멀어진 제이의 신형을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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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선인 16-08-27 16:32
 
제목 때문에 왔는데, 설정에서부터 흥미롭네요. 재밌게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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