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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 진 자들의 나라
작가 : 시란
작품등록일 : 2017.7.17

벌꿀처럼 달디 단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잊더라도 그를...

망각된 기억 속에서 잊혀 진 것들은... 기억해내려 애쓰고, 또 기억되려 애쓴다.
하나하나가 모두 잊혀 진 자들이다.
자신처럼 망각의 길로 빠져들어 모든 것을 잊어가는 이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들을 돕기위해 나선 그녀가 달빛에 희게 빛나는 밤이슬처럼 깨어난다.

 
19장. 함께 [3]
작성일 : 17-07-31 23:53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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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미자의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하는 순간, 알렌이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일으켜 준다. 그래도 여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가 자꾸 꺽이려 든다. 그때마다 알렌이 고맙게도 손에 힘을 주며 지탱해준다.

 “고.. 고마....”

 여전히 헤실헤실 바보처럼 웃으며 자신을 지탱해 주는 알렌이 고맙기만 하다. 그렇게 해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알렌을 바라보던 미자는 한참을 걷던 어느 순간, 자신에게 닿을 듯 하던 알렌과의 거리가 다시금 벌어져 있는 것을 느꼈다. 두근 반 세근 반 하던 가슴을 조금 가라앉히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두 눈을 연신 깜빡이며 알렌을 살펴보자니, 역시나.

 “.......”

 역시나, 알렌은 더 이상 미자에게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정한 선? 미자는 자신도 모르게 마주잡은 두 손 사이로 벌어진 거리를 가늠하고 있다.

 ‘안아 줬을 만도 한데....’

 그렇게 여러번 휘청거렸는데, 그 정도면 정말 안아서 지탱해 줬을 만도 한데.... 끝까지 손으로만 잡아줬다.

 “..........”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그는 정말 필요에 의한 상황이 아니면, 선을 긋는구나. 저번처럼 내가 쓰러지거나, 위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안아주지 않네.... 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혹시, 나한테 냄새가 나나?’

 미자는 알렌 몰래 살짝살짝 냄새를 맡아보았다.

 팔뚝, 손바닥, 몰래 입김을 불어 입 냄새가 나는 건 아닌가하고 확인도 해보고, 그렇게 마지막 한군데 남았다.

 신발 신고 있는 발은 당연히 아니겠고, 겨.... 겨드랑이 인가?

 미자는 알렌을 퍽 밀쳐 버리고 벼락같이 확인해 보고 싶었다. 냄새가 나나? 하지만 지금은 알렌의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할 뿐이다. 자꾸 팔에 힘이 들어간다.

 “....머... 멀었어요?”

 “아니요. 조금 더 들어가면 보일 것 같아요. 냄새가 나지 않나요?”

 “히익!?”

 미자는 갑자기 알렌이 냄새 얘기를 하자, 놀라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케엑! 켁!켁!”

 “미자, 괜찮아요? 왜 그렇게 놀라요? 달콤한 냄새가 나는데 싫은 건가요? 과일 냄새인데?”

 “아, 아니요... 괜찮아요.”

 미자는 사레가 들려 켁켁 거리다 눈물, 콧물을 흘려야 했다. 지레 찔려서 사레가 들리다니... 미자는 스스로 만들어 버린 그와의 간격에 사레 한 사발을 퍼 넣어야 했다.

 “정말 괜찮아요?”

 “네, 네에...”

 알렌의 눈치를 살살 보던 미자가 나직이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자 그런 미자를 눈치 챘을까? 알렌이 걸음을 멈추어 서며 미자를 살짝 돌아본다. 그리고 나직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 들어온다.

 “미자? 왜 그래요?”

 “아, 아니요.”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요? 아, 혹시 먹을 것을 얘기해서 배가 고파졌나요?”

 “아...네.... 와! 많이 고프네요!”

 미자는 알렌의 당황스런 짐작에 머뭇거리다 적당히 넘어가 줬다. 거리감은 자신만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니까.

 “그럼, 어서 가요. 거의 다 왔어요.”

 미자는 이제 그와의 간격, 그 거리를 제는 걸 포기했다. 그냥 알게 되었다. 이렇게 설레발 떨 정도로 그에게, 알렌에게, 다정함을 달콤한 관심을 원한다는 걸. 그의 곁에 한층 더 있고 싶은 순간이다.

 “와.... ”

 “어때요?”

 “대단하네요.”

 미자는 결국 간지러운 척 고개를 숙여 겨드랑이 냄새까지 맡아보았다. 다행이다. 냄새는 안 났다. 미자는 그제야 헤실헤실 다시 웃기 시작했다.

 “이렇게 넓은 숲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자극하고 싶지 않은 것과 그가 스스로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은 알렌과 미자의 거리만큼 적당한 간격을 두고 일렁이고 있다. 가끔 눈치코치 없는 이 남자 때문에 미자는 몸과 마음에 사리가 생길 것 같았다.

 

 아느냐?

 껏은 바람이다.

 부드럽게 하늘하늘 닿아오길 바람이다.

 나긋나긋 내 몸뚱이가 몸을 푸들푸들 흔들며

 단정치 모한 안정을 찾길 바람이다.

 붉은 눈동자 사이에 서리가 끼게 하지 않길 바람이다.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살며시 움직여 주길 바람이다.

 

 요즘 들어 의문이 더 강해지고 있다. 그 매혹적이던 사내를 만나던 터라 더욱 그러했다. 알렌과 미자의 거리. 미자는 알렌과 거닐고 있는 순간에도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거리를 눈으로 가늠해 보려고 만 한다.

 “...거리....”

 “아, 거의 다 왔어요.”

 미자는 설설 혼잣말로 다 불어 버릴 뻔했다. 거리라니! 거리라니!? 다행이도 알렌이 알아서 해석해 다행이었다. 미자는 알렌 몰래 고개를 돌려 입술을 찰싹 때리는 걸로 순간을 모면함에 감사했다.

 “바로 이 앞입니다.”

 “네에....”

 미자는 별다른 기대 없이 그저 그가 가는 데로 따라 갈 뿐이었다. 이미 맘속으로 좌절과 희망을 오락가락 한 지라, 정신적으로 지치기도 한 상태였다.

 “미자.”

 그때였다. 미자의 코끝으로 조금씩 묻어나던 달콤함이 아닌, 강렬한 향내가 풍겨왔다. 그녀의 눈앞에는 온통 노랑과 초록의 파라다이스가 펼쳐졌다.

 “세상에....”

 노란 과일은 거대하게, 초록 이파리는 바람에 살랑이며 미자를 유혹하려 들었다.

 “완전 별천지네요. ...이게 뭔가요?”

 미자는 자신도 모르게 쩍 벌어진 입안으로 풀풀 풍겨 들어오는 단내에 난생처음 군침이란 게 고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바나나라는 과일이예요.”

 “음... 이 바나나.... 그럼, 이것도...”

 “맞아요. 이 바나나는 이제 저곳에 거의 없어요.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겁니다.”

 머뭇거리며 물어오는 미자의 말을 알아들은 알렌이 바나나 숲을 돌아보며 달콤한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아....”

 그런 미자에게 다정하게 웃어주며 알렌은 제일 가까이에 있는 나무에서 바나나 가지를 뜯어냈다. 커다랗게 한 덩이로 이루어진 바나나들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와, 엄청 크네요.”

 알렌은 미자의 감탄성을 들으며 떨어진 바나나 가지에서 한 송이를 떼어 냈다.

 “이 바나나는 그로미셸(Gros Michel)이라는 바나나인데, 그 종이 거의 멸종해서 찾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이 바나나가 아니라 다른 종인 캐번디시라는 바나나는 저곳에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일단, 지금은요.”

 “일단? 일단은.... 또, 뭘까요?”

 알렌의 여운이 넘치는 말에 미자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어색하게 다시 물었다. 알렌이 그런 미자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눈웃음을 흘렸다.

 “헉!?”

 미자는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숨을 들이켰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했던 질문도 까먹어 버릴 지경이 되었지만, 알렌이 바나나의 껍질을 까서 미자의 손에 쥐어 주자 바나나를 받아들며 변태라도 된 듯 눈으로 미친 듯이 알렌을 더듬었다. 방금 전 미소는 조금 더 많이, 치명적이었던 듯하다.

 “아하하... 저곳에 살아가는 캐번디시(Cavendish) 바나나가 하나, 둘, 이곳으로 넘어오기 시작했거든요.”

 알렌이 미자의 눈빛에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아.... 그렇군요...”

 그렇게 피부에 와 닿는 멸종에 관한 이야기는 미자의 변태 눈길을 흔들리게 했고, 미자는 제 손에 들린 바나나를 지긋이 바라보게 되었다.

 “먹어봐요. 정말 맛있데요.”

 “....어...음... 정말 먹어도 될까요?”

 “그럼요.”

 알렌이 제 손에 들고 껍질을 벗기려던 바나나를 살짝 흔들어 보이며 미자를 달랬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저곳에서 멸종 되 여기로 왔는데 여기에서 까지 저한테 먹히면... 왠지.... 음....”

 “아...”

 알렌은 그제야 미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그녀의 마음 씀씀이에 알렌의 눈매가 더욱 부드러워지며 웃음을 흘린다.

 “괜찮아요. 바나나는 열매라 상관없어요. 미자가 먹어도, 내가 먹어도 이 나무에서 바나나는 계속 자라나니까요.”

 “아... 맞다. 그렇지....”

 미자는 그제야 자신이 착각한 부분에서 피식 웃으며 알렌이 쥐어 준 노란 바나나를 입으로 천천히 가져갔다. 그러자 그녀의 두 콧구멍 속으로 달콤한 바나나의 향내가 훅 끼치고 들어왔다. 어서 자신을 씹어 먹으라 유혹하는 바나나의 노란 과육은 미자의 입안에 군침이 흐르게 했고, 미자는 참지 않고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음.....”

 정말, 정말 이지 끔찍했다. 이걸, 이 맛있는 걸 여태 몰랐다니.

 미자는 두 눈에 그렁거리는 눈물을 참아내며, 녹아내리는 입안의 과육을 음미하듯 삼켜냈다. 그리곤 원망의 눈길로 알렌을 돌아보았다.

 미자는 두 눈에 그렁거리는 눈물을 참아내며, 녹아내리는 입안의 과육을 음미하듯 삼켜냈다. 그리곤 원망의 눈길로 알렌을 돌아보았다.

 “어... 미자?”

 “정말....이지... 맛이 굉장해요.”

 미자의 눈길에 순간 당황했던 알렌이, 그녀의 맛 평가에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아니요. 다행이 아니예요.”

 “네?”

 “왜 이제야.....”

 미자는 말을 끝맺지도 않고, 또다시 노란 과육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음.....”

 역시 끔찍했다. 이걸 몰랐다니, 왜 매일 유채 언덕에서 만났을까? 이 바나나라는 것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이 맛을 알았더라면, 이곳에서 알렌을 만났을 것이다. 바나나를 씹으면서!

 오물. 오물. 미자의 입이 연신 오물오물 움직인다.

 “이제서야....”

 알렌은 눈치 빠르게 바나나를 여러 개 따서, 미자 앞에 내 놓았다. 오물. 오물. 미자의 눈이 빠르게 바나나를 훑는다. 4개. 모자라.

 “왜 이제야....”

 오물. 오물. 말 할 시간이 아까웠다. 하나를 더 까서 내미는 알렌의 손에서 바나나를 받아 또 다시 한입 베어 불었다.

 환상적이다. 생전 처음이었다, 이런 맛. 이런 달달함. 이런 향기. 이런 부드러운 속살의 느낌. 입안에서 정말이지 사르르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맛있어요?”

 오물. 오물. 여전히 먹고만 있는 미자를 바라보며 알렌이 물었지만 또 다시 들려오는 건.

 “왜 이제야....”

 이 말과 미자의 원망 서린 눈초리뿐이었다.

 “아하하....”

 알렌은 어색하게 웃으며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기만 했다.

 “음... 나도 하나 먹어 볼까요?”

 알렌이 여전히 먹느라 앉지도 않고 서있던 미자를 앉기 좋은 자리에 앉혀 주고, 미자 앞에 어느새 껍질만 남긴 바나나들 대신 새로운 바나나를 세 묶음이나 가져다 놓았다. 그러나 미자의 눈초리에 그 바나나들에는 손대지 못하고, 다시 일어나 옆에 있던 바나나 나무로 다가갔다. 그리곤 한번 먹어보라고 말은 물론, 입에서 바나나를 떼어내지 못한 채, 연신 원망의 눈초리만 흘리고 있는 미자를 생각하자 알렌은 쿡쿡 혼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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