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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리슨 케어풀리
작가 : 스위트폴라
작품등록일 : 2017.7.16

너무나 아름다워 이름도 선녀였다.
하지만 그녀의 주위가 하나 둘, 자신의 연인을
찾아 결혼할 때, 그녀의 반쪽만 나타나지 않았다.
정혼자를 찾으라 인간계로 쫓겨난 그녀.
'여긴...... 누군가의 침소?'
그녀 앞에, 운이 없어도 너무 없는 남자, 동식이 나타난다.

선녀는 과연 동식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자신의 짝을 찾아 선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현대배경 로맨스 판타지]

 
<19화>
작성일 : 17-07-31 23:26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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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영백화점.

 한국에 있는 최대 규모 백화점답게 여기가 실내인지 밖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넓었다. 벽은 온통 화려한 금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정 중앙에는 커다란 나무가 놓여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주위로 사람들이 왔다갔다 했다.

 선녀는 어디에 눈을 둬야할 지 몰라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모든 것이 다 번쩍번쩍하네……’

 선녀는 백화점 입구쪽, 모퉁이에 있는 명품 시계 가게를 거쳐

 안으로 들어왔다. 화장품 냄새로 가득했다.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검은색 정장을 입은 화장품 직원이 선녀가 두리번거리는 걸 보자

 친절하게 말을 걸었다.

 “어, 없다.”

 ‘있긴 있는데. 선비님이지.’ 라고는 말할 수 없었던 선녀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직원은 역시 프로답게, 선녀의 무뚝뚝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 나온 화장품을 소개했다.

 “혹시 시간 있으시면 한 번 시향해보시겠어요? 저희 오늘 나온 향수인데

 달콤한 복숭아 향으로 테스터 분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았던 상품이예요.”

 “아니, 나는……”

 좋게 거절하려던 선녀의 눈에 자신이 찾던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아, 저기 있다!’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이선웅 사인회, 6F] 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이 있었다. 사진 속에서 이선웅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사실 이선웅은 선녀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아닌

 실장님으로 나오는 드라마로 인지도를 올렸다.

 “저, 손님?”

 “미안하다!”

 선녀는 이선웅 현수막 앞으로 도망쳤다.

 ‘저렇게 친절했는데…… 미안하군.’

 미안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선녀는 선비님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마구 설레었다.

 ‘실제로는 어떤 느낌일까? 선비님. 정말 다정할까?’

 선녀는 현수막에 손을 대 보았다.

 ‘……? 왜 갑자기 동식이가 생각나는 거지?’

 갑자기 동식이 생각나자 선녀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지금 선비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선녀는 의문을 떨쳐버리려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아무튼, 6층으로 가자.’

 선녀는 올라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저번에 동식과 함께 백화점에 왔을 때 탔던 에스컬레이터였지만,

 아직도 사용법이 익숙치 않았다.

 선녀는 바로 타지 않고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걸

 몇 명이나 지나가는 걸 보고서, 그제서야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손잡이를 꼭 잡아주십시오.]

 고운 음성의 안내방송 소리가 들리자,

 선녀는 고무로 되어있는 손잡이를 꼭 움켜쥐었다.

 

 두근두근두근.

 선녀의 심장이 살짝 뛰고 있었다.

 ‘드디어 선비님을 볼 수 있어!’

 이게 사랑인지, 팬심인지. 선녀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없었지만

 뭐든 좋았다. 지금은 자신의 목표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선녀는 미선에게서 받은 티켓이 담겨있는 가방을 혹시라도 놓칠까봐,

 가방끈을 한 손에 꼭 쥐었다.

 ‘진짜인가?

 정말로 선비님을 볼 수 있다니!’

 미선과 친해진 선녀는 이선웅, 선비님의 사인회에 가기로 하였지만

 미선은 갑작스런 미팅으로 선녀와 같이 갈 수 없게 되었다.

 “선녀씨라도 보고 와요!”

 미선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한 편 동식은 선녀가 수상했다.

 거울을 보며 양치질을 하며 동식은 선녀의 아침 모습을 떠올렸다.

 “어디 나가요? 이렇게 아침부터.”

 선녀는 화들짝 놀랐다. 동식이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 아, 아무 것도 아니다!”

 “멀리 나가는 거예요? 데려다 줄게요.”

 선녀는 동식에게 자신이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팬사인회에 가는 것도.

 “괘, 괜찮대도! 가, 갔다오마.”

 선녀는 그렇게 말하고 허둥지둥, 반짝거리는 자신의 샌들 안에

 발을 구겨넣었다. 그리고는 쌩하고 문밖으로 나가 버렸다.

 “……수상한데.”

 동식은 문에 기대어 그런 선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랬지.’

 동식은 고민했다. 점점 치약거품이 동식의 입안에서 부풀고 있었다.

 아니, 잠깐.

 ‘선녀님이 누구 만나면 좋은 거 아닌가? 프리덤! 자유라고!

 이제 귀찮게 할 사람(?)도 없고 진짜 내 집이다!’

 동식은 선녀가 집에 없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조금, 썰렁할 지도 모르겠다.’

 동식은 입안에 있던 양칫물을 뱉어내고 현관으로 나왔다.

 현관에는 종이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동식은 몸을 숙여

 종이를 집었다.

 “뭐야, 이건?

 ……이선웅 사인회?”

 

 ‘으아, 내가 왜 그랬지?’

 선녀는 팬사인회 줄에 섰다.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웅성거리며 줄을 서 있었다.

 “진짜 감격이야. 이렇게 내 생에 이선웅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끄덕끄덕. 선녀는 팔짱을 끼고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근데 이선웅 진짜 저 외모에 늦게 뜬 케이스지.

 그 망작만 아니었어도……”

 망작? 선녀를 귀를 기울였다. 설마, 아니겠지.

 “자, 다음 분 와주세요!”

 “네, 티켓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인이어를 끼고 있는 키 큰 남자가 말했다.

 “아, 알겠네.”

 선녀는 자신의 비단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없어?’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죄송한데 오늘 사인회는 티켓이 없으면 사인 교환이 안됩니다.

 다시 뒤로 가 주세요.”

 선녀는 울상이 되었다. 말도 안 돼!

 어디서 흘린 거지? 버스? 지하철?

 “여기, 여기 있어요.”

 누군가가 티켓을 남자에게 내밀었다.

 동식이었다.

 “동식?”

 “놓고가면 어떡해요.”

 “내 것인지 어떻게 알았느냐?”

 “제 건 아닌데 집에 있는 거면 누구꺼겠어요.”

 선녀는 얼굴이 빨개졌다.

 ‘별로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선녀는 창피했다.

 동식은 고개를 휙 들었다.

 “이선웅 사인회예요?”

 “아, 아니…… 응.”

 선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좋아해요?”

 “응?”

 “좋아하냐고요.”

 선녀는 고개를 들어 동식을 쳐다보았다.

 동식의 연한 갈색 눈, 그리고 속눈썹이 짙은 눈을 바라보았다.

 좋아하다, 라는 단어가 하나씩, 어떤 음이 되어

 선녀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선녀는 어쩐지 부끄러웠다.

 “같이 가죠.”

 “그, 그치만. 티켓이 없으면 입장할 수가 없다는데.”

 “형. 저 들어가도 되죠?”

 그러자 그 몸이 다부진 남자가 동식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식이? 너가 여기 어쩐 일이야?”

 “그냥 일이 좀 있어서요.”

 “뭐 사러 왔어? 뭐 아무튼, 들어가!”

 남자는 흔쾌히 동식을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어어…… 어?’

 “아는 사이냐?”

 “네. 뭐……”

 그렇게 말을 흐리는 동식의 표정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뭐지?’

 선녀는 그런 그의 모습이 의아했지만 함부로 물어볼 수도 없어

 잠자코 있었다.

 

 드디어 선녀의 차례가 되었다.

 선비님이, 선녀의 눈 앞에 있었다.

 

 

 ***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선비님이다. 진짜 선비님이야!’

 선녀는 가슴이 쿵쿵대는 것을 느꼈다.

 ‘어…… 목소리는 선비님이…… 맞는데.’

 무엇인가가 달랐다.

 분명 앞에 있는 남자는 선비님이었고, 얼굴도 약간 나이가 든 것을 제외하면 똑같았다.

 그런데 느낌이 달랐다.

 ‘……눈빛이 달라.’

 “……선녀예요.”

 “선녀님? 이름도 예쁘시네. 여기 있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종이에 수려하게 휘갈긴 사인을 건네 주었다.

 선녀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내가 기대하던건, 이게 아닌데……’

 선녀는 자신의 반지를 슬쩍 만져보았다. 물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당연한 건가.’

 선녀가 어쩐지 쓸쓸해지는 것을 참으며, 종이를 괜히 손으로 만지작거릴 때였다.

 “동식이?”

 “어, 형.”

 “여자친구야?”

 “형이 나한테 그런거 물어볼만큼 친했나?”

 동식의 뾰족한 말투에 선녀는 동식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선웅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인, 줘?”

 “됐어.”

 동식은 그렇게 말하고 선녀와 함께 나왔다.

 

 “이선웅 좋아했어요?”

 ‘화가 난 건가……? 왜?’

 “저 배우를 좋아하기보다…… 선비님이 그 소녀만을 좋아하는 그 눈빛이 좋았다.

 그런데…… 그걸 찾아볼 수가 없더구나.”

 선녀는 순순히 대답했다.

 “아는 사이더냐?”

 “형이에요. 친형.”

 그제서야 모든 것이 풀렸다. 선녀가 처음 동식을 만난 날,

 왜 선비님이 떠올랐는지.

 “사이가 좋은 건 아닌가보구나.”

 “음…… 뭐.”

 눈을 피하는 동식을 보며 선녀는 애써 이유를 물어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궁금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동식이 싫어하는 걸 굳이 캐묻지는 말자고 생각했지만.. 선녀는 궁금했다.

 "그럼....... 너가 선비님 동생이냐?"

 "선비님? ......아아. 그 드라마요.

 원래 좋아하셨나보네요."

 뭐지? 이 찔리는 기분은. 선녀는 어쩐지 바람피고 온 마누라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녀님."

 "으, 응.......?"

 ".......아니예요."

 '뭐야, 왜 저러지.......?"

 선녀는 아리송했지만 이내 동식을 따라갔다.

 

 "흐음."

 선웅은 사인회를 끝나고 손톱을 세워 책상을.두드렸다.

 "매니저."

 "네."

 "어떻게 생각해. 여자친구?"

 곰처럼 생긴 매니저는 고민하다 말했다.

 둘의 분위기가 분명 묘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사귀는 , 서로 좋아 죽는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매니저는 고개를.저었다.

 "아니요."

 "그렇지? ......근데 동식이가 여자랑 같이

 돌아다녔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도연이 말고는."

 "그건...... 그렇죠."

 흐음....... 선웅은 깍지를 끼고 턱을 위에 얹었다.

 

 "꺄악! 선웅, 이선웅!"

 선웅과 매니저가 얘기하는 도중, 어떤 여자 한 명이 둘이닥쳤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얼굴만, 얼굴만 보러왔어요! 잠깐만......"

 제지하는 매니저를 손으로 막고, 선웅은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미소와 똑같았다.

 "사인해드리면 될까요?"

 "아, 네네, 네.......!"

 선웅은 손짓을 해 매니저에게 종이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선웅은 펜으로 종이에 자신의 사인을 적었다.

 "저, 죄송한데....... 손도, 솓도!"

 "그 정도로 하시죠."

 "아니야. 괜찮아. 손잡아드리면 되나요?"

 선웅의 손까지 잡고간 여자는 눈을 반짝거리며 돌아왔다.

 "하아...... 사인회는 너무 싫어."

 선웅은 여자가 돌아간 뒤, 곧바로 알콜 손세정제로 자신의 손에 짜서 손을 비볐다.

 선웅의 손에서 비릿한 알콜향이 났다.

 "어째 잘 버틴다 싶더니만."

 "나도 돈은 벌어야지.

 아무튼 그 여자. 좀 알아보자고.

 잘하면 동식이도 엮을 수 있으니까."

 "그래, 알았어.*

 

 ***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동식을 보자 선녀는.어찌할 줄 몰랐다.

 '아....... 생각보다 사이가 안좋은가 보네. 선비님 보러간 거 뿐인데. 그리고 나야말로 그 선비님 보고 얼마나 실망했는데.

 속상하다......'

 시무룩해하는 선녀의 표정을.알아차렸는지, 동식도 조금 신경이 쓰이는 듯 했다.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형."

 동식은 아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엇고 선녀는 동식을 바라보았다.

 "음....... 다른 곳은 확실히 껄렁껄렁하긴 했지만.

 아, 미안하구나. 나쁘게 말할 생각은.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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