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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천 번만 울면 되나요?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이란 건 찾아볼수 없는 과거의 삶.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곳에서 버림을 받은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와의 거래.

 
#25.
작성일 : 17-07-31 23:29     조회 : 311     추천 : 0     분량 : 6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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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기차가 이제 곧 도착하겠습니다. 어르신 분들 물건 잘 챙기세요!”

 

 텃밭에서 기른 갖가지 채소들과 말린 오징어를 바구니에 한가득 담곤 왠지 쓸쓸해 보이는 의자에 듬성듬성 걸터앉아 있던 할머니들은 역장의 한마디에 자신들의 짐을 챙기기에 바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던 혜나에게 레일 위의 기차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언제나 똑같은 물음이었다. 매번 도망가듯 떠나갈 때면 되묻는 질문. 답은 하나다. 륜, 그에게 띄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다는 것.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숨만 붙어있으면 됐었는데 최근 한 달 동안 왠지 너무 변해버린 것만 같은 내 자신이…… 낯설어.

 

 “뿌뿌! 치이익~!!”

 

 기차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엔진소리가 뜨거운 바람과 함께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그리곤 굳게 닫혀있던 기차 문이 혜나의 앞에서 매끄럽게 열려졌다.

 

 쓸쓸한 눈빛으로 허공을 주시하던 혜나는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며 기차에 올랐다. 그 순간……

 

 “……!”

 

 “너…… 진짜!”

 

 어디서 나타난 건지 어느새 자신의 손을 거칠게 붙잡으며 뒤로 끌어당겨버린 승혁. 그의 행동에 힘을 싣고 있지 않던 혜나의 몸은 너무나 쉽게 그의 품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단단한 그의 가슴에 안긴 혜나의 귀가엔 그의 심장 고동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너 자꾸 사람 심장 가지고 놀래?!”

 

 “…….”

 

 “하아…… 갑자기 사라져서 놀랬잖아. 이 바보야!”

 

 자신의 품안에 안겨있는 혜나를 자신도 모르게 꼭 안아버린 승혁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굳어있던 혜나는 그의 품속을 빠져나오려 몸을 비틀어보지만 승혁의 팔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아 보였다.

 

 어느덧 새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기차는 출발하려는 듯 바퀴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규칙적인 기관의 체인소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혜나가 승혁의 품을 벗어나려는 그 사이 기차는 벌써 저 멀리 떠나가고 있었다.

 

 “최승혁씨. 그만 놔줘요.”

 

 “…….”

 

 기차의 굉음이 사라지자 또다시 평온한 마을의 일상 속으로 돌아온 듯 조용해진 마을. 꼼짝하지 않고 혜나의 가녀린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은 승혁은 여전히 혜나를 품에 안은 채 서 있었다.

 

 나뭇가지위에 앉아 있는 새의 소리만 들려올 때 쯤 낮게 울려 퍼지는 혜나의 목소리. 그제야 승혁은 혜나를 감싸 안은 자신의 두 팔을 스르륵 내려놓았다.

 

 “가지마. 어제 일 때문이면 내가 사과할 테니까…… 가지마라.”

 

 “…….”

 

 “지금은 혼자 있기 죽기보다 싫다. 며칠만이라도……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나와 같이 있어줘.”

 

 또 그 눈이다. 흐트러지는 눈동자.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짙고 슬픈 눈동자. 륜의 아름답지만 싸늘하기만 그런 푸른 눈동자와는 전혀 다른 승혁의 눈동자.

 

 이 남자의 외로움을 아는 눈동자였다. 리나, 당신 나한테 너무 쓸데없는 감정까지 가르쳐 줬나봐. 어떡하지…… 그를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어…….

 

 *

 

 “대체 어디로 가는 거예요?”

 

 “따라오기만 해.”

 

 기차역에서의 일이 있은 후 벌써 반나절이 지나버렸다. 승혁의 손에 이끌려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할머니의 핀잔을 듣곤 몇 시간은 그냥 잠만 잤었다. 어젯밤 혜나도 승혁도 한숨도 못 잤던 탓이었다.

 

 그리고 오후쯤 돼서야 단잠을 자고 있는 혜나를 깨우며 갈 곳이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 승혁. 목적지도 가르쳐 주지 않은 채 무작정 따라오기만 하라며 인근의 숲 속으로 자신을 끌고 가는 승혁이 못마땅한 혜나였다.

 

 사람의 발자취가 없던 탓인지 우거진 풀들을 앞을 가로 막았다. 승혁은 거침없이 걷어 올리며 자신의 뒤에 따라오는 혜나가 편안히 오도록 길을 터줬다.

 

 “도착했다.”

 

 “여긴…….”

 

 들뜬 목소리로 승혁이 가리킨 곳은 입을 쩍- 하고 벌리며 엉겅퀴 풀이 무성하게 붙어있는 어느 동굴 앞이었다.

 

 “오늘 내가 발견했지! 자. 들어와.”

 

 “네?”

 

 “들어오라고!”

 

 “…….”

 

 “뭐야? 그 눈빛은? 하. 나 참 이 아가씨가 또 나를 변태 취급하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어젠 잘도 내 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더니만 그 기세는 다 어디로 갔데? 헉! 혹시 날 변태취급하면서 네가 날 덮치려는 건…….”

 

 “하? 가요! 갑시다!”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승혁의 제스처에 기가 막힌 혜나는 어두운 동굴 속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그런 혜나의 행동에 승혁은 짧은 웃음을 토해내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밖에서 보기엔 어둡게만 보였던 동굴이 입구가 큰 탓인지 몰라도 동굴 안은 그다지 어둡지는 않았다.

 

 물기가 촉촉이 스며있는 땅을 조심스럽게 내딛던 혜나는 순간 자신의 눈 속에 보여진 장엄한 광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동굴 천장을 가득 메인 종유석과 무지개 빛이 물 바랜 암석들. 높은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의 하모니. 모든 것들이 신비롭게 혜나의 주변을 감싸고 돌았다.

 

 “아름다워요.”

 

 “훗. 그렇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어두운 동굴 속에서 한낱 돌덩이들이 각가지 색과 모양을 띠며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마치 언젠가 봐주는 이가 나타날 때를 기다리듯이 말이다. 현실세계와 격리된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은 혜나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비로움과 경외감이 공존하는 세상. 자신의 손끝만 가져가도 아름다운 빛깔이 퇴색되어 버릴 것 만 같았다. 그때 때마침 천장에 고드름처럼 매달린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방울이 혜나의 속눈썹 위로 떨어졌다.

 

 그 물방울은 흩어지지 않은 채 혜나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새하얀 그녀의 얼굴 위로 타고 내려오는 물방울이 승혁은 마치 눈물처럼 보였다.

 

 “이 동굴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아무도 몰라.”

 

 생각에 잠긴 듯한 혜나의 의식을 깨운 승혁의 난데없는 목소리가 동굴 속에서 낮게 메아리쳤다. 그의 말에 혜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옅은 그림자를 띄고 있는 그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또 어느 누가 살고 있지도 않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요?”

 

 “그러니까 여긴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의 비밀을 안 모자장수의 대나무 숲 같은 곳이라고.”

 

 “……?”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비밀을 털어놔도 아무도 듣지 못하는 장소란 말이야.”

 

 “……!”

 

 “나한테 말하라곤 하진 않아. 마음속에 묻어 썩힐 바엔 차라리 여기다 소리쳐. 그게 널 덜 아프게 할 테니깐.”

 

 “…….”

 

 “후련해질 때까지 소리치다 나와라.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물방울 자국이 또렷이 남아있는 혜나의 뺨을 스윽 닦아주던 승혁은 천천히 밖으로 향했다. 승혁이 동굴을 빠져나가자 홀로 동굴 안에 남아있는 혜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 했다.

 

 가슴속에서 뭔가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꼭꼭 숨어뒀던 판도라의 상자가 삐거덕 거리며 열리는 순간 억눌러왔던…… 숨겨야만 했던 감정들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나왔다.

 

 그 감정들은 혜나의 몸을 휘몰아치기 시작했고, 뭐에 홀린듯 입 밖으로 자연스럽게 나와 버렸다.

 

 “미안해. 미안해…… 리나. 미안해! 나 때문에 너무 미안해!”

 

 너무 미안해!

 

 “당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륜이라서…… 정말 미안해! 당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을 아직까지 잊지 못 해서……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의 모습이…… 그의 눈빛이…… 륜이 마음이! 잊혀 지지가 않아!”

 

 잊혀 지지가 않아!

 

 “바보같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미치도록 증오할 수 없는 내가…… 너무너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혜나의 아리도록 슬픈 목소리가 동굴 속에서 공명하며 메아리쳐 다시금 혜나의 귀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만큼 터져 나온 마음도 아프고 슬퍼서 그녀 주위에 아무도 없는 지금.

 

 혜나는 처음으로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가슴속에 담아놔야 했던 그 잔인한 눈물을 소리 없이 쏟아냈다.

 

 *

 

 “왈- 왈-”

 

 샛노란 단풍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 색깔을 뿜어내는 하늘과 파랗게 펼쳐진 바다는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아마도 이래서 사람들은 어느 계절이든 간에 바다를 찾는 것일까?

 

 이 드넓고 푸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요동치는 마음을 잔잔히 해주는 것을 보면 더욱이 공감이 갔다. 아기자기 붙어있는 돌담 길 사이로 보이는 잡초들이 무성한 마당 가운데 빨빨거리며 온 마당을 뛰어다니는 복길이.

 

 마루 위에 걸터앉아 무심히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꼬리를 흔든다.

 

 “저 녀석 분명 여자 일 거다.”

 

 “네?”

 

 “저번부터 날 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아. 아! 정말 개한테까지 인기가 있으면 어쩌자는 건지…… 정말로 피곤한데. 어휴!”

 

 “아. 그러세요?”

 

 며칠이 지났을까? 승혁과 같이 이곳에 온 지도 3일가량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 사건도,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곳은 정말 조용하고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간간이 불어오는 차가운 바닷바람이 이제 겨울이 오고 있음을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왠지 편안해지는 마음이다.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긴장의 연속이었던 삶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혜나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너무 평화롭기만 한 이 마을의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깊게 숨겨둔 마음속 말들을 다 꺼내놓았기 때문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 모든 것이 승혁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혜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허무맹랑한 소리를 해도 이상하게 마음 속 깊은 곳이 잔잔해졌다.

 

 “고마워요.”

 

 “응?”

 

 “저번 일 말이에요. 그런 좋은 곳 알려줘서 고맙고, 아무 말도 묻지 않아서 고마워요.”

 

 “물어본다고 한들 네가 대답해 주겠냐?”

 

 “…….”

 

 “훗. 너도 내 부탁 들어줬잖아. 그걸로 됐어.”

 

 마룻바닥에 기대어 있던 승혁은 잠시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였다. 그러다 이내 자신의 발밑에서 헥헥 거리는 복길이에게 시선을 옮겼고 복길이의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동굴 안에서 어렴풋이 들려왔던 혜나의 목소리가 왠지 륜이라는 남자에 대한 질문처럼 물어선 안 될 것만 같았으니까.

 

 “헉!”

 

 “왜, 왜 그래요?”

 

 “이…… 이 녀석.”

 

 “네?”

 

 “수…… 수컷이야…….”

 

 복길이를 번쩍 들어 올려 녀석의 재롱을 감상하던 승혁의 눈에 비친 건 다름 아닌 수컷이라는 증거가 버젓이 보이는 물건.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승혁의 뺨을 핥아대는 복길이를 넋 나간 듯이 바라보는 승혁. 그런 그를 바라보는 혜나의 입에서 ‘풋’하는 소리와 함께 입꼬리가 시원스럽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풋! 최승혁씨. 남자한테만 너무 인기 있는 거 아니에요?”

 

 “야. 저리 가. 이 녀석아!”

 

 “왈- 왈-”

 

 “왜 그래요. 둘이 아주 잘 어울려요. 풋! 최승혁씨. 수컷 강아지한테 인기 많아 좋겠어요.”

 

 자신의 볼을 마구 핥아대는 복길이를 떼어내려 애쓰는 승혁이었다.

 

 “아니 이게!”

 

 그 모습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내는 혜나였다. 어쩜 저리도 생각과 행동이 한심스러울까. 근데 이상한 건 이젠 그의 행동이 그렇게…… 싫지 않다는 것. 그를 보면서 나오게 되는 웃음이 이젠 자연스러워졌다는 것.

 

 “떨어지라니까!”

 

 “끄응- 끙.”

 

 “아니! 이노무 자슥이! 우리 복실이 한티 뭐하는 짓이여!”

 

 달라붙으려는 복길이와 떨어뜨리려는 승혁이 실랑이를 버리는 사이 승혁은 복실이의 엉덩이를 발로 억지로 밀어내버렸다.

 

 그 모습을 뒷마당에서 뉘엿뉘엿 걸어오는 할머니의 눈에 띠게 되었고, 부리나케 달려나와 승혁의 등짝을 세차게 후려내치는 할머니는 이내 호통을 크게 내었다.

 

 “이 개가 어떤 갠 줄 알고 이러는 것이여? 이 개가 조선 시대 왕족에서 대대손손 키워오던 족보 있는 그야말로 귀족 개란 말이여. 뭘 알고 이렇게 막 대하는 것이여! 아이고! 우리 복실이. 어데 다친 데는 없는가?”

 

 “이 똥개가요? 이 개가 귀족이면 난 황태자일 겁니다. 하하하! 지나가던 귀족이 다 웃겠네. 정혜나 안 그래?”

 

 “또…… 똥개? 이 호랑말코 같이 생긴 놈이 어디서 막말이여! 너 이루와! 일루 못 오는겨?!!”

 

 “어? 어?! 할머니. 진정! 진정하세요. 이 똥개 때문에 너무 오버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노무 자식이 우리 복실이한테 계속 똥개라고 불러 쌌네!”

 

 누가 봐도 잡종이라고 보이는 개가 족보 있는 명품 견이라고 일관하는 할머니에 승혁은 어이가 없었다. 믿을 수 없다며 비꼬듯이 맞받아치는 승혁의 태도에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 할머니는 있는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부족했던지 혜나의 옆에 우연히도 놓여 있는 기다란 부지깽이를 휘두르면서 승혁에게 달려들었다. 검게 그을린 부지깽이 끝이 승혁의 머리에 닿을 듯 말 듯 허공만을 갈랐고, 마당에 큰 원을 그린 듯 뱅뱅 돌며 할머니와 승혁의 술래잡기가 한참동안 지속되었다.

 

 “니! 니 거기 못서?! 아이코!”

 

 “하, 할머니?!”

 

 “아이고…… 허리야! 젊은 놈이 늙은이를 죽이네. 아이고…….”

 

 한참 동안 자신을 뒤쫓던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비명에 승혁은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허리를 부여잡고 곡을 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아이고. 늙은 것도 서러운데! 젊은 것이 어른을 놀리는 것도 모자라서 허리까지 망가지게 하네. 아이고!”

 

 “왜 그래요? 어디 많이 아파요?”

 

 할머니의 곡소리가 대문 밖을 나갈 만큼 커지더니 연이어 신음과 통증을 알리듯 얼굴에 고통스러운 빛이 드러났다. 처음에 자신을 잡으려고 괜히 저러는 것이겠지 하던 승혁도 할머니의 실감나는 행동에 점차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할머니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망부석이 된 마냥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할머니.

 

 “아이고! 동네 사람들! 돈 없는 놈 재워주고 먹여줬는데 이놈이 늙은이를 죽이네! 아이고!”

 

 “죄송해요. 죄송하다고요!”

 

 “죄송해?! 진짜?”

 

 “예.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저 똥…… 아니, 고귀한 복길이를 몰라 봬서 정말 죄송하니까 어서 일어나세요. 허리 다치신 거 같은데 얼른 방으로 들어가요.”

 

 “아…… 아니. 그건 뭐 됐고. 진짜 죄송하면 말이지……”

 

 “네?”

 

 “내 부탁 좀 들어줘. 새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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