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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첫 친구
작성일 : 17-07-31 23:17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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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자젤의 손안에서 완전히 박살난 연필이 가엾게도 흑연 눈물을 투둑 흘렸다. 가루가 책상 위로 부산히 흩어졌다. 그녀는 연필의 슬픈 운명을 가엾어 하긴커녕 그 잔재들을 미련 없이 훅 불어 날렸다.

  “이자젤, 로엘은 리반챠에 들어온 기간도, 훈련을 시작한 기간도 매우 짧아. 그러니까……길을 헤맬 수도 있잖아. 애초에 로엘한테 그런 일을 시킨 게 잘못이야. 늦더라도 뭐라 하지 말고 그냥 고맙다고 해…….”

  “그럼 못 가겠다고 말을 했음 됐잖아. 걔가 결국 가겠다고 해서 믿고 기다린 건데, 이 꼴이 뭐야? 추워죽겠다고!”

  “소리 좀 낮춰. 선생님이 쳐다보시잖아.”

  “씨……. 아무튼, 이럴 바엔 내가 가서 옷을 갈아입든 하는 거였어.”

  “로엘은 널 생각해서……아, 이자젤. 샤론이랑 퀸이 아직도 안 들어왔어. 혹시…….”

  “뭐?”

  이자젤은 믿기지 않는단 표정으로 교실을 둘러보았다. 샤론이 수업에 빠지다니, 계란으로 소고기 요리를 하겠다는 얘기만큼이나 어이없게 들렸다.

  “정말……이잖아. 그 망할 분홍 머리가 안 보여. 웬일로 빠졌지? 이론 수업은 하루라도 빠지면 점수 떨어질 것 같다고 불안해하면서. 아픈가? 아깐 멀쩡해보였는데?”

  “아파서 빠졌다면 퀸이라도 있었을 거야……. 샤론이 필기를 부탁했을 테니까.”

  “그건 그래. 생각할수록 진짜 이상한데?”

  “이자젤, 샤론이 로엘을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시간대를 생각하면 복도에서 충분히 마주쳤을 수 있어. 혹시 괴롭히고 있다거나…….”

  “에이 설마. 걘 아까 훈련도 빠져서 로엘 얼굴도 모를 텐데.”

  “하지만 새로운 애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알고 있다면……. 얼굴을 몰라도 알아볼 수 있잖아. 낯선 얼굴이면 되니까. 샤론은 네가 고립되길 바라서 로엘을 괴롭히거나, 회유하고 있을 수도 있어.”

  “…….”

  맞는 말이긴 했다. 이자젤은 캐서린의 말을 곱씹어 보며 다시 교실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살펴봐도 소름 돋는 그 분홍 머리가 보이질 않았다. 그 옆에 늘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그 망할 검은 머리 퀸 녀석도.

  “……로엘이 정말 샤론과 마주친 거라면……. 안 되겠다, 가서 좀 찾아봐야겠어. 내가 로엘 부려먹으려다 생긴 일이니까 책임져야지.”

  “당연한 말이지만 네가 말하니까 왠지 기특한 걸?”

  “뭐?”

  “아무것도 아니야…….”

  캐서린은 미묘하게 웃으며 말을 흐렸다. 이자젤은 뭐라 쏘아붙일까 하다 관두었다. 계속 떠들었더니 선생님 눈치가 보인 탓이었다.

  “어휴, 따져서 뭐하냐 내 입만 아프지. 나 얼른 갔다 올 테니까 필기 좀 해줘.”

  “알았…….”

  드륵, 교실 뒷문이 열렸다. 아이들과 선생의 이목이 한 데 쏠렸다. 문을 연 주인공은 머쓱해하며 자리에 착석했다. 마물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로엘이 딱 그 짝이었다. 이자젤과 캐서린은 다소 벙찐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야, 너…….”

  이자젤은 생각보다 멀쩡, 아니 오히려 기분 좋아 보이는 로엘의 상태에 잠시 말을 골랐다. 찾으러 나가려던 차에 알아서 나타나주니 좀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샤론하고 마주친 게 아닌가? 그럼 왜 늦은 거지? 그리고 그 기분은 얼마 못가 분노로 바뀌며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옷은……가져왔냐?”

  “응! 여기, 빨리 화장실 가서 갈아입고 와. 어? 옷 거의 말랐네?”

  “맞아. 왜 거의 말랐을까?”

  “……음, 내, 내가 늦게 와서……?”

  싱글벙글하던 로엘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된 모양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시뻘개졌다가 금세 파랗게 질렸다. 이자젤은 공포물에서나 나올 법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속삭였다.

  “넌 이따 뒤졌어.”

  “……살려주세요.”

  안타깝게도 이자젤에게 자비심이란 없었다. 로엘의 간절한 음성에 이자젤은 책상 끄트머리를 부수는 것으로 답을 주었다. 히익, 로엘은 새된 비명을 얇게 흘리고 말았다.

  어떡하지? 수업 끝나면 도망칠까? 도망쳤다가 더 화를 돋우면?

  고민은 짧고 행동은 빨랐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로엘은 부리나케 기숙사 방으로 도망쳤다. 어차피 맞을 거 조금이라도 더 늦게 맞고 싶다는 본능이 불러온 결과였다. 이자젤은 허겁지겁 그 뒤를 쫓으며 우렁찬 노호를 내질렀다.

  “야!!!”

  “꺄악!!!”

  ……로엘은 이 날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는 게 어떤 건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뭐야, 멋진 사람이 엘자 여부를 확인해줄 거라고? 로토 씨가 그렇게 말하셨어?”

  “응! 곧 가봐야 돼. 2차 훈련 끝났으니까.”

  “흥.”

  이자젤이 코웃음을 치며 앞머리를 후 불었다. 하지만 땀에 절어있는 앞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점이 짜증났는지 이자젤의 미간에 깊은 주름 두 개가 생겨났다. 어제 저 주름을 보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빈 로엘은 절로 움찔하며 옆으로 비켜설 수밖에 없었다.

  세상 무서워라, 저 주름이 세 개째가 생기는 순간 중앙분수대로 튀어야지.

  “야, 로토 씨 말을 믿냐? 물론 아주아주 훌륭하고 능력 쩌는 간부지만, 입만 열면 농담에 거짓말을 달고 다니는 분이라구. 그래서 에일 씨랑 미미 씨가 되게 싫어하던데? 멋진 사람은 개뿔. 본인이 나오실걸?”

  “안 그래도 내가 로토 씨 나오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아니라고 하셨어.”

  “그게 바로 못 믿을 소리라고.”

  “……몰라, 난 믿을 거야. 너나 믿지 마.”

  “이게……. 자꾸 까불래? 됐고, 물이나 떠와.”

  “내가 뭐, 네가 물 떠오라면 물 떠오고 그러는 줄 알아?”

  “어.”

  “응, 맞아. 물 떠올게.”

  로엘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종종종, 그녀는 수통을 들고 우물로 향하다 순간 허탈함을 느꼈다. 내가 왜 굳이 물을 떠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물을 안 떠갈 로엘이 아니었다. 마침 목이 말랐으니까, 라는 핑계를 대며 더 빠르게 움직일 뿐이었다.

  “이자젤, 너랑 캐서린은 행동과라고 했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이자젤은 로엘이 건넨 수통을 받아들며 퉁명스레 되물었다.

  “어젯밤에 캐서린이 말해줬어. 행동과에 가려면 엘자의 영역이 있어야 한다며? 이자젤이랑 캐서린도 엘자가 흐르는 거 맞지? 무슨 영역인지 말해줄 수 있어?”

  “내가 왜 말해줘야 하는데?”

  “어, 어……. 치, 친구니까……?”

  로엘은 두 눈 딱 감고 질러보았다. 미미는 룸메이트들과 친구가 되어보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가 되는 방법’을 모르겠어서 일단 우겨보기로 마음먹은 터였다. 통하지 않으면 통할 때까지 우겨볼 속셈이었다.

  “그래, 뭐……. 까짓것 못 말해줄 것도 없지.”

  “응?”

  그런데 단단히 마음먹은 것과 다르게 우기기가 쉽게 먹혀들었다. 악을 쓰며 반박할 줄 알았던 이자젤은 의외로 한방에 납득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로엘은 너무 기뻐서 입을 헤벌쭉 벌린 채 연신 히히 거렸다.

  “그, 그치? 친구니까……말해줄 수도 있지!”

  “뭐야…….”

  로엘의 볼이 말간 분홍빛으로 물들자 이자젤의 얼굴도 붉어졌다. 부끄러워서가 아닌, 쑥스러워서 붉히는 낯빛이었다. 사실 이자젤은 어제 이후로 로엘이 꽤 마음에 든 상태였다. 본인이 그렇게 못되게 구는데도 로엘은 싫은 내색 없이 한결같으니 정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캐서린은 진즉 이자젤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옆에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오감 중 청각에 엘자가 흐르는 싱코-1 타입이자, 신체 영역에서 내강이 가능한 쿠에포-1 타입이야. 캐서린은……. 듣고 놀라지나 마, 피리토 타입이자 상상 영역에 엘자가 흐르는 ‘마지아’야. 강도도 2단계나 된다고.”

  “우와, 로토 씨가 마지아는 무척 희귀하다고 했는데?”

  “맞아, 희귀해. 그래서 캐서린은 이론 점수는 상관없이 무조건 행동과야. 가끔 파테라 씨가 직접 캐서린을 보러 오

 시기도 해. 꼭 필요한 인재니까 신경써주는 차원에서.”

  “보스쿤 씨가? 정말? 희귀한 엘자의 영역을 가지고 있으면 보러 와주시고 하는 거야?”

  “그렇긴 한데……. 너 눈이 좀 무섭다? 눈을 왜 그렇게 떠?”

  “보스쿤 씨, 보스쿤 씨가……! 이자젤, 캐서린! 나 꼭, 꼭 좋은 엘자의 영역을 가질 거야!”

  “음, 우리의 두목에게 질 나쁜 스토커가 한 명 있었군……. 환상을 깨서 미안하지만 엘자의 영역은 타고나는 거란다. 네가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어쩌면……아예 엘자가 흐르지 않는 비수자일 수도 있고. 크크크…….”

  “……이자젤, 너보다 내 엘자의 영역이 훨씬 희귀하고 강도 높을 걸?”

  “뭐래. 헛소리 그만 하고 물이나 한 번 더 떠다줘. 아, 씨……더워. 땀나서 죽겠네.”

  이자젤은 상의로 쓱쓱 땀을 대충 닦으며 수통을 내밀었다. 로엘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었다가 순간 당황했다. 아니, 또 물을 떠오라고? 나 이제 그만 가봐야 하는데?

  “싫……!”

  로엘은 싫다고, 물을 떠오지 않겠다고 외치려 했다. 허나 이자젤의 미간에 스르륵 잡히는 세 번째 주름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안 되겠다, 좀 무섭다. 친구라고 우기는 게 통하긴 했지만 이자젤은 친구라고 해서 봐주고 그럴 애는 아니었다.

  “시, 싫어하는 색이 뭐야?”

  “……싱겁다, 롱롱.”

  이자젤은 휙휙 손을 저으며 우물가를 가리켰다. 로엘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우물가로 향했다. 그런 그녀의 뒤를 캐서린이 쫓아와 수통을 함께 들어주었다.

  “아, 고마워.”

  “아냐……. 도와줄 수 있는 거잖아, 친구 사이에.”

  “헉.”

  로엘은 심히 감동을 받아 말을 잇지 못하였다. 기회를 봐서 캐서린도 찔러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먼저 찔러줄 줄이야. 로엘의 두 눈가에 감동의 눈물이 방울방울 지는 것을 바라보며 캐서린은 후후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할지……너무 훤히 보이던걸? 로엘, 너랑 나랑 이자젤……이렇게 셋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룸메이트를 할 거고, 동료이자 친구일 거야. 알았지?”

  “……응.”

  ―미미 씨, 나 아무래도 친구를 사귄 것 같아요.

  “근데 로엘……. 너, 이곳 리반챠를 어떤 곳이라고 생각해?”

  “리반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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