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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 진 자들의 나라
작가 : 시란
작품등록일 : 2017.7.17

벌꿀처럼 달디 단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잊더라도 그를...

망각된 기억 속에서 잊혀 진 것들은... 기억해내려 애쓰고, 또 기억되려 애쓴다.
하나하나가 모두 잊혀 진 자들이다.
자신처럼 망각의 길로 빠져들어 모든 것을 잊어가는 이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들을 돕기위해 나선 그녀가 달빛에 희게 빛나는 밤이슬처럼 깨어난다.

 
16장. 너와 나의 거리[3]
작성일 : 17-07-31 22:14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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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키득키득. 누군가가 웃고 있다. 키득키득. 누구들이 웃고 있다.

 

 “.......”

 

 미자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귀를 기울이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소리가 들려오는 어느 지점에 도착해서 주위를 살피려 살짝 고개를 들어 올리니, 나무위에 새 한 쌍이 나란히 앉아 부리를 부비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커다란 맹금류다. 구부러진 부리와 붉은 얼굴, 멋들어진 검은색 볏이 빛을 발하고 있다.

 

 “아.....”

 

 보아라, 얼마나 좋은가? 서로 부리를 부비며 떨어질 줄 모르는 새들이 이윽고 머리와 서로의 날개깃털까지 부비며 자신들의 사랑을 뽐내고 있다. 저런.... 저런 것이 사랑인가?

 

 “배불리 먹으니 좋네.”

 “이쪽은 정리가 덜 됐다. 이리와 봐요. 내가 마저 정리해 줄게.”

 

 독수리 같은 그것들이 키득거리며 미자를 흘긋 흘긋 바라본다. 자신들을 빤히 바라보는 미자가 거슬렸던 듯 하다. 서로의 부리를 또다시 톡톡톡 두드리다 한 마리가 날개를 크게 벌려 날아오르려 준비를 취했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 보고 있네. 두발짐승이라면 딱 질색이야. 둥지로 돌아갑시다.”

 “그래요. 나쁜 놈들.”

 

 새 한 마리가 날아오르고, 뒤늦게 날아오르려던 새의 얼굴빛이 더욱 붉어지며 미자를 흘겨본다.

 

 “너희 두발짐승 놈들, 아주 지겨워. 마을에서 네 놈들을 보고 이 안개 초원으로 떠나 왔는데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우리 옆에서 얼쩡거리지 좀 마! 너희 영역에서 너희 끼리 살란 말이다. 이곳에 네놈들 때문에 오게 됐는데 또 이 타령이냐!? 자각하고 조심히 살라고! 우리 좀 내 버려 둬!”

 

 빼액빼액 거리며 부리를 날카롭게 놀리던 새가 드디어 날개를 펄럭이다 날아오르려 다리에 힘을 줄 때였다.

 

 “미... 미안해!”

 “......”

 

 미자는 자신도 모르게 새에게 사과하고 말았다. 어쩐지 자신이 이곳에 오는 바람에 분위기 좋던 커플이 쫓겨 간 거 같아서, 새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마치 자신인 것 같아서 차마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러자 독수리 같기도 한 그 새는 그런 미자의 사과에 순간 당황해서 날아오르지도 못하고, 그만 미끌어지 듯 나무에서 떨어지다 세차게 날개를 퍼덕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넌... 뭐니?”

 

 새는 공중에서 오도가도 못 하고 열심히 날개만 퍼덕이며 미자를 매서운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칼라리.”

 “칼....”

 “너희 두발짐승들은 카라카라라고 불렀지.”

 

 속사포처럼 미자의 말을 막아버리고 자신의 할 말만 얼른 끝낸 카라카라는 그 말을 끝으로 하늘로 세차게 날아올랐다. 하늘에서는 먼저 날아오른 다른 한 마리가 원을 그리듯 날면서 제 짝이 날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다시 만난 두 마리는 반갑다는 듯 같이 원을 돌다 멀리 날아 사라져갔다.

 

 “....카라카라.... 두발... 짐승...”

 

 그러고 보니 전에 잊혀 진 마을에서 만났던 도도새 무리도 미자 더러 두발짐승이라고 했었다.

 

 “두발...짐승이라... 설마... 두발로 걸어 다녀서?

 

 미자는 돌멩이를 질끈 밟고 있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두발짐승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나 때문에? ...아니지. 마을에서 두발짐승들을 보고 여기 안개 초원으로 떠나 왔다고 했었지. 마을에 인간이 있었던가? 근데 왜 두발짐승 때문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는 거지? 이곳에 오는 이유는 멸종되었거나, 기억하는 자가 거의 없어 희박해 진 경우...

 

 “....두발... 짐승이 기억을 안해줘서? ......아님... 멸종?”

 

 미자는 순간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지며 소름이 돋아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멸종. 그것은 곧 죽음을 뜻하지 않나?

 

 “....그.... 그럼... 나는?”

 

 미자는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나도 저곳에서 죽어 이곳으로 왔구나.

 

 “........”

 

 천천히 눈을 떠 올리니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이 미자에게 잔혹한 미소를 보내오고 있었다.

 

 “그렇구나...”

 

 나도 죽은 거 였구나...

 

 알렌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서 미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다시 바라본 하늘은, 여전히 알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곳 잊혀 진 나라에서 밤은 아주 위험하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미자가 어서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집으로 데려다 줬으면 좋으련만, 그녀가 너무나 싫어해서 다가갈 수가 없다.

 

 “........”

 

 아니, 다가가면 안 된다. 그래선 안 되는 거다.

 

 언제나처럼 숲을 지나 한적한 공터로 들어선다. 한참을 걷다 보면, 을씨년스런 시멘트 건물들이 즐비하다. 모두 다 공허한 곳. 누군가 살고 있기는 한가? 서로에게 관심도 없는 이들이 사는 곳.

 스쳐지나가는 이들의 존재감에 슬쩍 쳐다보기라도 해야 하는데, 다른 이의 존재감을 신경조차 쓰지 않는 이들.

 미자는 걷고, 또 걸어 오래된 듯 한 건물 앞에 다다른다. 그리고 스스럼없이 그 안으로 들어선다. 시간은 흘러 갈 것이다. 미자는 언제나처럼 제 한 몸 누일 수 있는 이곳에 몸뚱이를 내 맡긴다. 시간은 똑딱똑딱 흘러가고, 정신도 흘러간다.

 

 “.......”

 

 가만히 누워서 어두침침한 천장을 응시한다.

 

 *과달루페카라카라 (1900년12월1일) 사라진(멸종된) 새 이름이다.

 과달루페섬에 살던 맹금류로 양과 염소를 잡아먹는다 오해를 받아 인간들에 의해 멸종된다. 1900년 마지막 무리를 발견하지만 유순한 성격 때문에 개체수가 많을 것으로 착각한 채집가 무리에 의해 멸종.

 

 

 가만히 누워서 어두침침한 천장을 응시한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 응시하고 있다. 가만히 있는 내 눈동자에 잔망스런 떨림이 존재한다. 미세하게 내 가슴속 심장소리에 맞추어 흔들리는 눈동자. 심장소리에 조차 흔들리는 내 눈동자.

 

 ‘미자, 보고 싶었어요..’

 

 순식간에 붉어지는 두 볼과 함께 잔망스레 두 눈동자가 흔들리는구나.

 

 “하아....”

 

 꿈속에서 알렌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녹아들었다. 끔찍한 하루였건만, 꿈속에서 그의 다정한 말에 미자는 이미 녹아버렸다.

 

 ‘미자...’

 

 눈으로 이 세상을 말하기라도 하듯 뜨거운 눈길에 미자의 온몸 세포하나하나가 반응을 보였다.

 

 “하아....”

 

 그의 나긋나긋한 몸짓과 애처로운 갈망이 미자의 숨결에서 향기와 체취를 빼앗아 갔다.

 

 “아니야. 꿈일 뿐이야.”

 

 마음 쓰지 말자. 마음 쓰지 말자. 하면서도 어느새 꺾어지는 무릎과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른다. 미자를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그의 말과 꿈속의 그가 너무나 달라, 미자는 괴리감에 힘겨웠다.

 

 “그만.....”

 

 언제까지 꿈속의 달콤함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인가? 삐걱삐걱 뼈마디마디마다 애처로운 신음소리가 세어 나온다.

 

 “하아...”

 

 미자는 과연 어젯밤 무엇을 꿈꾸었을까? 또 다시 곰곰이 생각을 떠 올려 보지만, 부질없는 꿈결이 정신 차리라 소리 지를 것 만 같다. 그에게, 알렌에게 자신을 사랑하느냐 물어볼까 하다가도, 그는 미자의 두드림에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 같아 겁이 난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긴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비비꼬며 기대감을 내 비치다가도, 미자는 갈대마냥 마음을 바꾸며 부질없는 행위에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하아....”

 

 꿈속을 배회 하느라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추스르며 빠릿 빠릿 움직이고 있다. 미자는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그녀를 서운하게 만들었던 그의 말에 연연하지 않고, 알렌을 보러 나가려 한다.

 

 “지금쯤이면 나와 있겠지?”

 

 미자는 알렌과의 만남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혹시, 그가 사과라도 하며 질투해 주지 않을까 하고 적당히 추스린 정신으로 깨끗한 흰색 원피스를 꺼내입고는 천천히 그를 향해 걷고 있다. 하지만 걸음마다 쓰디쓴 여운이 매달린다. 그냥 가지 말까? 하면서, 하지만 기대감을 종종 묻혀가면서 열심히 걷고 있다.

 

 “흥...흥...”

 

 작은 기대감에 입안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도착한 유채언덕에는, 역시나 알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요즘... 무척 바쁘네요. 당신...”

 

 그녀의 두 눈이 축 처진다.

 

 “아니면... 날 피하는 걸까요?”

 

 그녀의 고개가 축 처졌다.

 

 “내가... 싫어진 건... 가요?”

 

 그녀의 두 다리가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는다.

 

 “음....”

 

 철퍼덕 주저앉는 자신이 처량하여 미자는 가만히 일어나 엉덩이를 털고는 다시금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

 

 그리고 그 순간, 미자의 입안에서 까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세어 나왔다.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지?”

 

 미자의 두 눈동자가 휘 번뜩 부릅떠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녀가 이렇게 죄 지은 사람마냥 눈치를 보고 있을 일이 아니였다. 그녀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속인 것도, 속인 것도, 또 속인 것도! 속상하게 한 것도, 배려인척 배려하지 않은 것도, 붙잡지 않은 것도, 자신을 이렇게 버려두는 것도! 모두 알렌의 잘못이었다.

 

 “까드득!”

 

 미자의 입안에서 두 번째 이 가는 소리가 세어 나왔다.

 

 “어디, 해 보자고. 그래.”

 

 미자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잊혀진 마을로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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